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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해(雲海)에 둘러싸인 주변의 능선이 올망졸망한 섬처럼 다가오는 산길을 걷는 맛은 특별나다.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곳은 이처럼 조망이 남다른 곳이다. 서부경남의 크고 작은 산에서 부터 지리산 천왕봉까지 우리 지역의 산들이 펼치는 만추(晩秋)의 파노라마는 산행자를 더없이 즐겁게 한다.

여기다 산길 곳곳에 남아있는 선인들의 족적을 따라가면 또다른 감흥을 받는다. 특히 남명 조식선생이 자주 올랐다는 절터샘, 신선바위에 오르면 세상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경남 합천과 의령을 경계지우는 자굴산~한우산~산성산~외초고개~동이봉~한티재 코스는 눈이 부실만큼 붉은 단풍과 융단처럼 포근한 낙엽길을 원없이 걸을 수 있다. 가을산의 마지막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이번 산행길을 한번에 종주하려면 9~10시간이 소요된다. 워킹산행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한번에, 그렇지 못한 산행자는 2번에 나눠 산행을 하면 된다.그러나 늦가을 산행은 해가 짧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번 산행은 종주의 중간지점인 산성산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첫번째 코스는 '의령군 칠곡면 중촌마을~내조리 마을회관~절터샘~신선바위~자굴산(897m)~쇠목재~한우산(835m)~능선 4거리~산성산(741.4m)~합천군 쌍백면 외초리'로 산행시간이 6시간 소요된다.

산행은 버스에서 내리는 의령군 칠곡면 중촌리에서 출발한다. 칠곡면사무소에서 합천쪽으로 200m쯤 가다 오른쪽으로 꺾어 마을어귀로 접어든다. 콘크리트포장도로로 이어지는 이 길을 10여분 따라 가면 m소정들 장승룘과 만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이내 내조리 마을회관에 닿는다.

산행개념도를 미리 숙지하고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조금만 가면 오른쪽에 "산불조심"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 온다. 이 길로 올라서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지금부터 자굴산 정상까지는 산길을 걱정하지 않고 올라도 좋다. 경사가 급하지는 않지만 오르막길로 이어져 조금은 힘이 든다. 50여분 땀을 흘리며 올라서면 남명이 매일 올랐다는 절터샘에 닿는다. 시원한 감로수로 목을 축인뒤 주위의 경관을 살피면 선계가 바로 이곳임을 알게 된다. 열병하듯 도열해 있는 능선의 허리를 휘감은 운무하며 중첩돼 다가오는 능선들이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절터샘에서 이어지는 산길은 두 곳으로 열린다. 왼쪽 윗길(3시방향)은 바로 능선으로 오르는 산행로이고 산죽밭으로 나 있는 오른쪽(6시방향) 산길은 홀할너덜을 지나 신선바위로 이어진다. 암벽을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3시 방향으로 난 산길을 선택해도 좋다.

이번 산길은 신선바위쪽으로 잡았다. 산죽밭을 헤치고 나아가면 홀할너덜을 지나고 이어 신선바위에 선다. 주위의 지형지물을 활용해 자일을 잡고 올라서면 능선위다. 이곳에는 또 하나의 동굴샘터가 있다. 금지샘이다. 가뭄이 심해도 물이 줄지않는다는 금지샘에는 치성을 드리는 사람이 많아 곳곳에 반쯤 녹은 초들이 어지럽게 늘려있다.

다시 산길을 잡아 오른다. 10여분이면 능선 3거리 산불감시 초소에 닿는다. 이곳이 절터샘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자굴산 정상이 눈앞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서 있다. 절터샘에서는 주위의 능선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인근의 산들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12시 방향 가야산, 2시 방향 화왕긿관룡산, 5시 방향 무학산, 6시 방향 방어긿계방산, 10시 방향 지리산 천왕봉, 11시 방향 덕유산 등 서부경남 지역의 근교산들이 산행자를 반기듯 모습을 보여준다.

경관이 남다르다고 이곳에서 너무 지체할 수는 없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한우산으로 가는 산길은 11시 방향, 왼쪽 아래로 연결된다. 내리막길이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가파른 산길을 15분 정도내려서면 룗둠배기 만당룘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느닷없이 임도와 마주한다. 임도를 그대로 따라도 좋고 이 길이 싫다면 억새숲길로 들어갔다가 다시 임도로 복귀해도 된다. 10여분이면 3거리에 닿는데 여기가 쇠목재다. 산길은 건너편 능선으로 연결된다.

지금까지 내려온 만큼 산길을 다시 올라야 한다. 25분 정도를 힘겹게 걷다보면 바위전망대를 지나고 5분여 능선길을 달리면 한우산 팔각정에 닿는다. 건너편에 한우산 정상(835m)이 보인다. 임도를 건너 능선을 타고 10분정도면 한우산 정상이다. 현지인들은 더운 여름철에도 찬비가 내린다고 하며 한우산을 찰비산으로 부른다. 이곳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설치돼 있어 부산 경남지역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다.

활공장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싸릿대가 즐비한 산길을 지나게 된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을 헤치고 20여분을 내려서면 안부고개에 닿는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찰비골이다. 고개에서 직진한다.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5분 힘겹게 올라서면 봉우리에 닿고 여기서 5분 정도 능선을 달리면 산성산 정상(741.4m)이다. 과거 산성이 있었다는 산성산 능선에는 연화문 와당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기와편들이 발길아래 널려 있다.

산성산에서 하산길은 2시 방향의 헬기장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서면 된다. 산 허리를 돌아서 내려가는 이 길에도 명심해야 할 곳이 한 곳 있다. 10여분 길을 따르다 오른쪽으로 나 있는 문을 통과해 다시 오른쪽 아래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다시 10여분 내려서면 사방으로 길이 나 있는 외초고개에 선다. 이곳에선 임도를 버리고 정면 왼쪽 아래로 연결되는 오솔길로 들어서야 한다. 20여분이면 이번 산행의 종점인 합천군 쌍백면 외초리에 닿는다.

#교통편

 
서부(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합천행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전 7시50분, 8시30분, 9시10분 등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의령을 지나 칠곡면사무소에서 하차한다. 평일 소요시간은 1시간30분이면 넉넉하지만 주말이라면 2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둬야 한다.

외초마을로 하산하면 삼가버스 정류장까지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버스는 오후 1시30분, 6시30분 두차례 있다. 요금은 650원. 택시는 3인 기준 6천원이다. 삼가택시 055-932-4656. 외초마을에서 삼가까지 걸아가면 33번 국도까지 1시간, 33번국도에서 버스정류장까지 40분 가량 걸린다.

삼가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5시30분, 6시10분, 6시40분, 7시20분 등에 있다. 요금은 6천4백원. 부산까지 소요시간은 약 2시간. 교통여건에 따라 승차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차타기 15분전 미리 정류소에 나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삼가에서 부산행 막차를 놓치면 진주로 간뒤 부산행 버스를 티야 한다. 진주행 버스는 밤 10시, 11시, 12시까지 있다.

참고로 교통편은 변동사항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문의 하세요
박병률기자

입력: 2002.01.17 16:38 / 수정: 2006.11.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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