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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에선 푸름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온 산이 푸름의 극치를 이룬다. 길섶에는 은방울꽃 애기나리 등 야생화와 야생초가 지천이라 등산화로 밟기가 미안할 정도다.


산행 도중 만나는 옛 구리광산인 동곡광산. 한 발 들어서면 거짓말처럼 냉기가 밀려온다


푸름의 극치!!
낙동정맥길과 문복산 사이 긴 능선
국제신문 산행팀 개척,국내 첫 소개
때묻지 않은 청정 산길 감탄사 절로




밀양 청도 울산 경주 양산 등 영남알프스를 품은 5개의 지자체 중 산행팀이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자부하는 곳이 바로 경주의 산이다. 문화재가 우선인 경주의 많은 산들이 이처럼 상세하게 소개된 것은 바로 고향이 경주인 이창우(46) 산행대장의 숨은 노고 덕분이다. 지금까지 경주의 산이 나머지 4개 지자체의 그것에 비해 등한시돼 왔기에 이 대장의 공은 더욱 더 크게 느껴진다.

남산 토함산을 비롯해 사룡 소금강 옹강 구미 용림 마석 단석 오봉 인내 금곡 입암 장육 조래 봉서 동대봉 만봉 석두 도덕 자옥 어래산 등이 단적인 예. 2년 전 양산 정족산과 한자 및 해발이 모두 같은 동명이산인 정족산을 개척했던 산행팀은 2년 만에 또 '한 건'을 했다. 바로 불송골봉(745m)이다. 정족산과 같은 산내면에 속하지만 불송골봉은 불고기 단지로 유명한 울산과 경계인 산내면 대현1리에 위치해 있다. 불고기 단지 뒷산인 셈이다.

  

지도 상으로 길쭉한 고구마를 빼닮은 불송골봉은 거의 남북으로 내달린다. 동쪽은 단석산에서 삼강봉 백운산 소호령을 거쳐 고헌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이고, 서쪽은 산내면소재지 뒷산인 살미등 대부산 서담골봉 문복산을 거쳐 낙동정맥 분기점인 895봉과 만나는 능선이다. 이 세 능선이 남북으로 나란히 달리다 맨 동쪽의 낙동정맥이 두 능선의 끄트머리 부분을 감싸안는 형국이다.

불송골봉은 미답의 산길을 걷고 싶은 산꾼에게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체력을 소진해가며 무작정 숲길을 헤치는 그런 산길은 결코 아니다. 비록 길은 묵어 고생은 되지만 수목 간의 간격이 비교적 넓고 길섶에는 야생초나 야생화가 지천이다. 간벌한 흔적이 있는 데다 숲의 미래목에 흔히 칠하는 흰 페인트 흔적도 남아 있어 아예 내팽개쳐진 산은 아닌 듯하다.

흠이라면 조망이 없다는 것. 그 흔한 전망대 하나 없다. 결국 등로 좌우 숲 사이로 이웃 능선과 봉우리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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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산내면 대현1리 범곡마을~주능선(537봉)~대형 철탑~삼각점(563봉)~안동 권씨 묘~임도~옛 구리광산~불송골봉~돌탑(700봉)~삼각점(719봉)~낙동정맥 갈림길~삼거리~정상휴게소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정도. 개척 산행길이라 안내 리본을 전 구간에 걸쳐 촘촘히 달아놨다.

범곡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우측 범곡마을로 향한다. 마을로 진입하면 정면의 산이 우리가 탈 능선이고 1시 방향으로 보이는 묘지 쪽이 들머리다. 큰 길로만 계속 간다. 7분 뒤 멋진 향나무가 보이는 집 앞 갈림길에서 왼쪽, 다시 20m 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민가를 지나 대숲과 만난다. 본격 들머리다.

4분 뒤 갈래길. 우측 묘지 쪽으로 가서 묘지 왼쪽으로 오른다. 2시 방향 대부산, 5시 방향 살미등이 확인된다.

묘지 4기를 왼쪽으로 치고 오른다. 이 때부터 길은 애매모호. 오래 전 간벌한 흔적이 보이는 쪽으로 향한다. 짐승 배설물이 수북히 쌓여 있고 산길 좌측에 너덜과 운치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도 보인다.

  

마침내 주능선. 537봉이다. 들머리에서 45분.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무난한 산길이다. 여기서부터 50분간 3개의 무명봉을 오르내리지만 크게 힘들진 않다. 산길 좌우 수목 사이로 낙동정맥 능선과 문복산 능선이 보이고, 길섶에는 백미꽃 삿갓나물 우산취가 눈에 띈다. 울창한 숲길이지만 시원한 바람도 끊이질 않는다.

첫 지형지물인 대형철탑을 지나면 마른 억새밭. 지도상으론 삼각점이 있는 605봉인데 찾을 길이 없다. 20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계곡으로 떨어져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능선을 갈아타는 셈이다. 8분 뒤 가장 저점인 안부에서 올라서면 약간 너른 터에 삼각점이 있는 563봉. 바로 옆 쓰러진 나무 밑을 통과하면 발목까지 덮는 뜻밖의 카키색 낙엽길과 영롱한 새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안동 권씨 묘를 지날 무렵엔 정면 소나무 뒤로 불송골봉과 그 아래 580봉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잠시 뒤 임도. 우측 경주 동곡, 좌측 경주 울산 경계인 태종 마을 가는 길. 산행팀은 좌측으로 10m쯤에 열린 너른 임도 수준의 길로 향한다. 한 굽이 돌면 임도 왼쪽에 굴이 보인다. 과거 구리를 캐던 동곡광산이다. 잠시 들러보자. 굴안이 무척 시원하다. 2층 구조여서 정각산 굴이 연상된다.

굴을 뒤로 하고 다시 진행 방향인 우측 능선을 타고 오른다. 폐드럼통을 지나 580봉인 듯한 봉우리를 스쳐지나면 등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이후엔 호젓한 산길이 지속되며 능선이 좌측으로 크게 휜다. 이제 정상은 손에 잡힌다.

그간 안 보이던 바위가 제법 눈길을 끈다. 직접 오르고 우회하기도 한다. 진달래나무가 빼곡한 능선길을 힘겹게 오르면 희미한 길 흔적을 만난다. 중요한 갈림길이다. 우측 내리막길은 잠시 후 하산길이다.

10m쯤 올라서면 불송골봉 정상. 정면 아름드리 소나무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십자가가 표시돼 있다. 조망은 없다. 왼쪽은 태종마을 가는 길.

하산은 앞서 올라온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안내 리본 뒷면에 '대현고개 산내 불고기 단지' 방향임을 적어 두었다. 정상에서 대현고개 직전인 낙동정맥 갈림길까지는 도 경계길이다. 다시 말해 왼쪽은 울산 울주군 상북면, 오른쪽은 경주시 산내면이다.

묵은 길인 데다 급경사지만 길섶의 나무엔 흰색 십자가가 표시돼 있다. 정상에서 10분 뒤 안부 갈림길.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산길은 불송골봉을 오르지 않는 우회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작은 돌탑 2기가 서 있다. 지도 상의 700봉이다. 능선은 T자로 갈린다. 여기서 능선을 갈아 탄다. 길 찾기에 유의할 지점이다. 우측은 동곡마을 가는 길, 산행팀은 왼쪽 대현고개 방향으로 간다. 조망은 없지만 발 밑에는 은방울꽃 애기나라 등 이름모를 산야초가 온 능선을 뒤덮고 있다.

하늘이 열리는 727봉에선 우측으로 향한다. 호젓한 산길이 삼각점이 있는 719봉을 거쳐 낙동정맥 갈림길까지 쭈욱 계속된다. 돌탑봉에서 35분. 직진하면 와항재를 거쳐 고헌산 가는 길,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이 길은 대현고개를 거쳐 가지 능동 배내 간월 신불 영축을 거쳐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길이다.

묘지 4기가 위치한 너른 터에 서면 건너편 낙동정맥 분기점인 895봉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며, 그 방향으로 직진한다. 잠시 후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한 독립가옥. 산행은 사실상 끝.

독립가옥을 지나면 이내 도로와 만난다. 왼쪽은 와항재를 거쳐 울주 상북면 소호리 가는 길, 산행팀은 우로 간다. 100m쯤 가면 그 유명한 산내 불고기 단지로 정상휴게소가 보이는 삼거리길이다. 가게들이 즐비한 우측으로 가면 들머리인 범골과 산내면소재인 의곡리에 닿는다. 버스정류장은 좌측 도로 건너편에 위치한 '산내들 숯불가든' 앞. 낙동정맥 갈림길에서 15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문복산가든, 10명 이상일 땐 부산에도 차량 보내

국제신문 산행팀은 10년 동안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 봉우리를 손금보듯 샅샅이 훑어왔다. 초보자들이 힘들이지 않고 휑하니 내달리게 된 것도 그간 산행팀이 닦아 놓은 산길임은 알만한 산꾼들은 다 안다. 현행 산 관련 잡지나 지역 일간지들이 지면을 할애해 소개하는 산들은 사실 산행팀이 이미 개척한 산길을 조합한 최신 버전일 뿐이다. 산행 지도 또한 마찬가지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이번 산행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이 불송골봉 능선만 타면 영남알프스와 그 언저리 봉우리의 능선이란 능선은 모두 소개한 셈이 된다고.

다소 거친 불송골봉을 타면서 이 대장은 "영남알프스의 그 많은 산길도 처음엔 이와 유사했다"며 "산길도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진화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맛집 하나 소개한다.

문복산가든(054-751-7043). 산내불고기 단지에서 들머리인 범곡마을 방향으로 1㎞쯤 떨어져 있다. 이 집은 가족 외식은 기본이고 산꾼들을 위한 집이기도 하다. 단체 10명 이상일 경우 부산 양산 울산 대구 경주 포항까지 차량을 보내 손님을 태워 들머리에 내려준 후 날머리까지 가서 직접 식당까지 태워준다.

불송골봉 산행 때도 식사만 하면 차량 편의를 제공해준다. 비단 불송골봉뿐 아니라 인근 문복산 가지산 등을 산행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은 고기맛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암소를 마리째 구입하기 때문에 모든 부위를 얼리지 않은 채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 야외 수영장과 계곡 수영장, 노래방도 있다.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는 모든 손님들에게 직접 재배한 배추 5포기와 무를 선물로 증정한다. 뼈나 국거리도 판매한다. 소금구이 양념구이 각 1만6000원.

◆ 교통편
- 노포동터미널~언양터미널~경주 산내면 순으로 가야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언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50분 걸리고 2900원. 언양에선 금아교통 경주 산내행 버스를 타고 범곡마을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오전 10시50분. 1500원.

날머리 산내 불고기 단지 '산내들 숯불가든' 앞 버스정류장에서 금아교통 언양행 버스는 오후 6시35분에 출발한다. 울산과 경주의 경계인 태종에서 소호리를 거쳐 산내 불고기 단지에서 정차하는 대우여객 언양행 버스는 오후 3시40분, 8시20분에 있다. 1000원. 언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산(삼남)IC~언양 35번 국도~경주 봉계 35번~밀양 상북 24번~밀양 석남사~밀양 상북~창녕 밀양 24번~경주 청도 궁근정리 상북농공단지~경주 청도 우회전~경주~경북 경주시 산내면~경주 산내 921번 지방도~청도 산내~대현1리(범곡) 버스정류장 순.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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