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산-악견산
[금성산 정상 아래의 절벽 . 깎아지른 듯한 바위 위에 서면 만수위에 이른 합천호가 그림처럼 쫙 펼쳐진다.]
나무보다 바위가 많은 산이 있다. 예쁜 구석이라곤 별로 없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들 같은 바위산이다. 그 바위들은 한가롭게 합천호를 응시한다. 능선을 따라 활엽수 그늘 아래를 걷는 산행이 조금 지겹다면 금성산과 악견산을 이어달리기 해보자. 두개라고 하지만 해발 500~600곒 정도라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금성산과 악견산을 오르다 보면 못해도 세번은 ‘악’ 소리를 지르게 된다. 길지는 않지만 화끈한 오르막에서 저절로 터져나오는 신음이 첫번째이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합천호의 아름다움에 반해 내지르는 즐거운 비명이 두번째, 조물주가 빚은 암벽과 바위봉우리에 대한 감탄사가 그 세번째다.
두 산 중간에 30분 정도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하는 게 흠이긴 하지만 바위봉우리에 푹 파묻히는 맛이 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산행코스는 회양교 앞 새터마을~밤나무 과수원~금성산(592.1곒)~대원사~합천댐 휴게소~합천댐 관광농원~악견산 등산안내도~납골묘~악견산(620곒)~492곒봉(삼각점)~광산 김씨묘~평학마을. 약 5시간~5시간30분 소요.
군내버스를 타고 합천댐 수문을 지나면 회양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 내린다. ‘봉화산 빙어가든’과 ‘금성산 슈퍼’가 있다. 플라타너스나무 앞을 지나 새터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주변은 밤나무 과수원 천지다.
미리 당부할 점은 길 가운데 떨어진 밤이라도 절대 손대지 말 것. 한 톨쯤이야 하겠지만 굳이 ‘농민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정체’란 구태의연한 표현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사방에 감시의 눈길이 많다. 요즘처럼 밤이 익어가는 시절에는 더 그렇다.
마을 공터에서는 왼쪽, 마을 끝에서는 오른쪽.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간다. 5분 뒤엔 진주 유씨 묘가 나온다. 갈림길에서 길가에 평평한 바위가 있는 오른쪽으로 간다.
밤나무 과수원을 벗어나면 소나무 숲이다. 눈 앞에 펼쳐진 바위산이 점차 다가온다. 오르막이 시작되고 도저히 한 번 쉬어야 되겠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전망대가 나온다. 길쭉한 바위다. 휴식을 취한 뒤 15분쯤 오르면 너덜겅. 여기서 100곒쯤 가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10분이면 지리한 오르막이 끝나고 능선에 붙는다.
왼쪽으로 조금 더 가면 곧 봉우리가 나온다. 바위 봉우리. 크고 험해 타고 넘을 수는 없다. 정상 아래에는 동굴이 만들어져 있다. 산죽군락 사이로 난 길로 빠져나가면 이정표가 섰다. 정상 오르는 길을 가리킨다. 철계단이 끝나면 정상. 황매산과 허굴산이 보인다.
하산은 이정표까지 되밟아 내려가 주차장 방향을 따라간다. 내려서는 길에 악견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철계단이 많다. 전망대에서 왼쪽으로 떨어진다. 15분 정도 내려가면 공터가 나오고 직진하면 불사가 진행중인 대원사다. 100곒앞이 도로.
도로에서 오른쪽 삼거리의 아래로 내려서는 길을 택한다. 여기서 합천댐 휴게소까지는 1.1㎞. 아침에 출발했다면 이쯤에서 점심 때가 된다.
휴게소에서 합천읍 방향의 도로를 따라간다. 합천댐 관광농원 앞에는 무학대사 출생비가 섰다. 150곒 더 가면 악견산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악견산은 갈림길이 몇 곳 없는데다 길이 뚜렷해 헤맬 염려는 없다. 초입에 시작된 임도를 따라간다. 납골묘를 지나면 아기자기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길 바닥에 잔 돌이 많지만 경사는 비교적 완만하다. 완만하던 길이 서서히 급해진다. 25분 정도 오르면 철계단.
[한껏 달궈진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오르는 길. 시원한 참나무 그늘을 걷는 것보다 재미있다.]
뒤로 돌아보면 수문 너머로 합천호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진다. 유람선이 한 척 떠 가자 호수는 그림으로 바뀐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이 탁트인다. 땀을 훔치고 또다시 오른다. 길은 여전히 급경사. 합천호의 물을 배낭에 가득 담아 오르는 형국이다.
약간 평탄한 길이 나오고 소나무 숲이 반갑다. 10분 뒤엔 악견산성터. 다시 10분이면 악견산 정상이다. 정상표시는 바위에 둘러싸여 숨었다. 금성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정상 표지석에서는 491곒로 돼 있는데 잘못된 표기다. 이는 내려서는 길에 있는 삼각점의 높이를 착각한 것 같다.
하산길의 첫 관문은 바위틈새다. 동굴같다. 덩치가 큰 사람은 빠져나가는데 애를 먹을 만큼 좁다. 암릉구간을 지나 갈림길에선 왼쪽. 급히 쏟아지는 길이다. 잡목과 소나무 숲을 지나 잠시 오른쪽으로 빠지는 듯하다 다시 아래로 떨어진다.
정상에서 20분 정도면 벌목지대에 다다른다. 삼각점이 있다. 491.7곒지점이다. 다시 30분 정도 가면 광산 김씨묘를 지나고 곧 만나는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5분이면 밤나무 과수원에 다다른다.
등산코스 마지막 부분은 길이 미끄럽다. 10분이면 도로가 나오고 평학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 글·사진=김용호기자
/ 산행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의룡산에서 바라본 악견산 금성산 그 뒤로 황매산을 확인 할 수 있다>
떠나기전에
금성산과 악견산은 따로 떼어 생각 할 수 없는 산행지이다. 바위에 걸터 앉아 바라보는 합천호의 풍광을 감안하면 초가을 산행으로도 제격이다.
각각 독립된 산으로 산행 시간이 다소 짧아 산악 동호인들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는데 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에서 두 산을 동시에 오르는 코스를 소개한다.
합천읍에서 서쪽으로 15㎞ 지점에 나란히 솟아 있는 금성산은 정상 주위에 펼쳐지는 바위능선과 3개의 암봉이 합천호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악견산, 허굴산과 더불어 합천의 삼산(三山)으로 불리며 한폭의 산수화같다.
금성산은 악견산과 함께 임진왜란때 곽재우 장군에 얽힌 전설이 있다. 악견산성에서 의병들이 왜적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왜적들이 산성을 포위한 채 장기전을 꾀하자 의병장들이 금성산 정상 큰 바위에 구멍을 뚫어 악견산과 줄을 메어 붉은 옷을 입힌 허수아비를 띄웠다고 한다. 달밤에 줄을 당기니 마치 하늘에서 신상이 내려와 다니는 것 같이 보였다. 이에 왜적들이 겁에 질려 도망쳤다는 것이다.
회양리 일대는 합천호의 수몰민들이 많이 이주하여 살고 있으며 관광단지로 조성됐다. 들머리 새터도 신기동이라 부르며 새로 생긴 마을이란 뜻이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교통편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합천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 7시40분, 8시20분. 약 2시간 20분 걸린다. 8천5백원. 합천읍에서는 군내버스 평학선 노선을 이용한다. 오전 9시, 9시30분, 10시30분.
평학마을에서 합천읍까지는 오후 4시10분, 5시40분, 6시10분 등이 있다. 지나가는 곳이므로 버스시간은 다소 유동적이다.
자가운전을 한다면 삼가에서 합천읍으로 들어가지 말고 합천댐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 한다. 합천댐 회양유원지에서 합천읍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회양교를 건너고 바로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합천댐
합천댐 건너 등머리와 금성산을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