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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얼마 전에 춘천의 102보충대로 입소한 아들놈으로부터 온 편지였다.
입소 후 애 옷도 받았고 훈련를 받기 위해 예하 부대로 내려 갔다는 연락을 추석날 아침에 전화로 받았다.
그 후 오늘 한통의 편지가 날아온 것이다.
애 엄마는 기다리던 아들놈의 편지를 버선발로 나가 받아 오더니 쭉 찢어서는 편지를 본 후, 그 후 아무 말이 없었다.


나만 멀뚱 쳐다보더니 하는 말 ‘그 아버지 아들 아니라 할까 싶어’하며 기가 찬 듯 나를 쳐다보고 있다. 도대체 편지지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기에 가만히 있는 나를 걸고 넘어 지는 걸까 싶어 편지를 받아 보니 진짜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 넓은 편지지에 딱 4줄의 글자가 적혀 있었고 글자 수를 헤아려보니 마흔다섯글자 였다.
아무리 적을께 없어도 그렇지 군에서 편지지 첫머리를 장식하는 ‘부모님 전상서’하면서 당연히 들어가는 문구는 ‘부모님과 동생에게’로 바뀌었고 그 다음에는 부모님 건강과 안부를 묻고 하나뿐인 동생의 안부를 물어야 하는게 수순인데 이 놈이 적어 보낸 편지 내용을 보니 ‘이래 저래 써봐야 바뀌는 것 없다’뿐이였다.
그리고 ‘휴가때 맛나는거나 많이 사주시길 바란다’와 ‘군대는 답이 없다’뿐이였다.
애 엄마는 눈을 씻고 봐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눈꼽만도 없어니 그 화살이 내게로 돌아온 것이였다.
 


입대하기전까지 애한테 쏟은 정성을 알고 있는 터라 많이 섭섭 하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들이 부모님한테 보낸 편지로 그것도 군에 가서 보낸 첫 편지의 내용이 하도 기가차서 빵 터지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군에 가는 아들들이여 부모는 자식의 편지를 얼마나 많이 기다리는데 성의를 보여서 보네주세요. 첫 편지의 내용이 적어 보낼게 없어도 2/3는 편지지를 채워서 보네주고 그래야 ‘그 아버지에 아들 아니라 할까봐’란 소리를 안 듣게 되니까...


훈련소의 아들과 훈련병의 모습. 가운데 줄 맨 왼쪽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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