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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산~학일산 코스는 시종일관 낙엽융단길을 밟는 호사를 누리다가 온천욕으로 깔끔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학일산 정상에선 영남알프스 연봉이 보인다.


남산식육식당의 선홍빛 구이용 고기.

꽃도, 단풍도 사라진 겨울산 진짜 산이 보인다
쌓인 낙엽 밟고 날머리서 온천 즐겨
봉우리 10개 이상… 체력소모 많아




이번 주 산행지는 청도 대왕산~학일산.

온 세상을 온통 하얗게 만드는 눈이 없는 겨울산은 사실 좀 막막하다. 황량하고 을씨년스럽다. 경우에 따라선 상당한 인내를 요하기도 한다.

참꽃 진달래와 철쭉의 화사함도 없고 청량감을 가득 안겨주던 시원한 계곡도 결빙돼 요주의 대상이다. 온산을 순식간에 불태우던 단풍 또한 한 순간 자취를 감추었다.

굳이 이 시점에 발걸음을 청도 쪽으로 재촉하게 된 계기는 만산홍엽의 쓰라린 흔적인 낙엽 융단길을 하염없이 걸어보기 위해서다. 그 곱던 단풍도 대자연의 법칙 앞에선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달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허전함이 남을 경우를 대비해 날머리를 물좋은 온천으로 뽑았다. '낙엽과 온천'이 이번 산행의 테마인 셈이다.

  


산행은 경북 경산시와 거의 인접한 청도군 금천면 김전리~고갯마루(노거수)~448봉(비슬기맥 갈림길)~대왕산(606m)~삼각점봉(641봉)~돈치재~통내산 갈림길~학일온천 갈림길~학일산(693m·헬기장)~송림사(옛 연화사)~학일온천 순. 식사 및 휴식시간 빼고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차가 김전리에 있으면 20분 더 걸어야 한다. 그리 높지 않은 동네 뒷산 수준의 높이지만 크고 작은 봉우리가 10여 개나 이어져 가랑비에 옷 젖듯 은근히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중간에 탈출로가 열려 있어 체력에 맞게 산행을 할 수 있다.

들머리 김전리는 학일온천 입구에서 1.3㎞쯤 떨어진 마을. 길 왼쪽에 '대경오리마을'이라 적힌 빨간색 대형 입간판이 서 있다. 좌회전해 연이어 만나는 '석림원' 간판에서 10m쯤 더 가면 큰 소나무와 함께 오른쪽에 묘지 2기가 보인다. 그 사이로 열린 산길이 들머리다.

한 굽이 오르면 김전리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월성 최 씨묘. 이후 등로가 희미해 크게 왼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옮기며 오른다. 10여 개의 잇단 묘지를 지나면 낙엽길. 화려했던 옛 영화의 빛깔이 아직 남은 낙엽길은 신갈 또는 떡갈나무 낙엽이 주종으로, 어른 얼굴을 가릴 정도로 잎이 크다. 우측엔 개인 농장인 듯 철조망이 등로와 나란히 달린다. 꿩이 유난히 많아 여기까지 오는 데 벌써 5마리나 날갯짓을 하며 산행팀을 놀라게 했다.

20분 뒤 시야가 트이는 묘지에 이르면 대왕산은 대략 10시, 학일산은 7시 방향에 포진해 있다. 결국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게 된다.

이젠 등로가 좁아지며 송림길로 이어진다. 푹신푹신한 솔가리를 밟으며 힘겹게 무명봉을 하나 넘으면 고갯마루 사거리. 노거수가 터줏대감으로 자리해 있고 우측은 들머리 김전리, 좌측은 69번 지방도 옆 갈지리 방향이다.

이후 등로는 한눈에 봐도 된비알. 오름길 정점은 448봉. 사룡산에서 출발, 구룡산을 거쳐 대왕산으로 이어지는 비슬기맥 갈림길이어서 갑자기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오른쪽 구룡 사룡산 방향 대신 왼쪽으로 간다.

또 다시 낙엽능선길. 이 길은 '우 경산, 좌 청도'의 시·군 경계이기도 하다. 이제 학일산은 좌측. 우측에 위치한 봉우리 둘 중 오른쪽이 대왕산이다.

  




448봉에서 20분 뒤 갈림길. 왼쪽은 대왕산을 거치지 않는 우회길이어서 오른쪽 능선길을 오른다. 대왕산 상봉은 20분 뒤. 조망이 거의 없는 제법 너른 터 가장자리에는 경산에서 세운 정상석과 일제 때 경산 남산면민의 항일활동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항일 대왕산 죽창의거 전적비'가 경산 쪽을 바라보고 나란히 서 있다. 대왕산은 청도보다는 경산 쪽에 의미있는 산임을 보여준다.

진행 방향은 왼쪽. 북사면이라 바람이 몹시 차다. 등로는 오르락 내리락. 무명봉 하나를 살짝 넘으면 이내 삼각점봉인 641봉. 오른쪽은 삼성산 또는 선의 용각 비슬산으로 가는 비슬기맥길. 왼쪽으로 간다. 이 봉우리는 또 청도 매전면(정면) 금천면(왼쪽), 경산 남산면(오른쪽)이 만나는 삼면봉(三面峰)이기도 하다.

산허리길을 돌아 묘지가 있는 너른 터에 서면 우측으로 갈림길 하나. 천주산 가는 길이니 참고할 것.

계속 직진한다. 낙엽 융단길이 이어진다. 서걱서걱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겹다. 이제 왼쪽엔 산행 들머리 능선과 그 뒤로 반룡 발백 구룡산 등 영천 경산 청도 쪽 봉우리가 확인된다.

청도 김 씨, 고성 이 씨, 밀양 박 씨 등의 묘지와 쓰러진 나무를 잇따라 지나면 '운동 후 스트레칭' 모습이 코팅된 용지가 나무에 걸린 무명봉. 이때부터 능선이 오른쪽으로 휘며 낙엽 융단길이 계속된다. 그러다 지도 상의 441봉에서 서서히 왼쪽으로 휘며 가파르게 떨어지다 고갯마루에 닿는다. 돈치재다. 고도가 낮아 아직 푸름이 남아있다.

한 굽이 오르면 왼쪽에 흰 밧줄이 하산길을 안내한다. 김전리행 원점회귀길이다. 참고하길.

아직도 갈길이 멀다. 청도 김 씨묘를 지나면서 길이 묵어 약간 헷갈린다. 잡풀 숲에선 우측으로 우회하고 억새 군락지에서 좌측으로 간다. 이렇게 30여 분.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오른쪽은 매전면 뒷산인 통내산 가는 길. 산행팀은 왼쪽으로 간다.

역시 등로는 오르락 내리락. 미답의 낙엽 융단길이 40분 정도 이어진다. 힘이 꽤 드는 된비알 송림길을 지나면 농짝만한 바위군. 올라서면 대왕산 우측 뒤로 초래봉 환성산 팔공산 관봉이 확인된다.

10분 뒤 삼거리봉. 왼쪽으로 내려서면 학일온천. 무난하고 쉬운 길이다. 이전에 이 길을 소개한 적이 있는 산행팀은 오른쪽 정상으로 향한다. 8분이면 헬기장인 상봉에 닿는다. 자연석을 다듬어 만든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삼각점은 엉터리로 세워놨다. 참고하길. 시야가 트인 부분으로 암봉인 지룡산을 기준으로 왼쪽 문복산 옹강산 구룡산 발백산 사룡산이, 오른쪽으로 쌍두봉 상운산 가지산 운문산 억산이 확인된다.

하산은 왼쪽(동남쪽)으로 내려선다. 태풍 탓에 쓰러진 나무와 덤불숲을 애써 뚫으면 물마른 계곡. 20m쯤 내려오다 왼쪽 낙엽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비로소 길다운 길을 만난다. 여기서 8분 뒤 송림사(옛 연화사). 대웅전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 묵은 임도급 산길. 우측으로 내려선다. 묘지 2기가 있는 능선 안부와 옛 광산을 잇따라 지나 20여 분 내려오면 학일온천에 닿는다. 송림사에서 대략 30분.



# 떠나기전에

간단한 산행 후 온천욕을 하려면 학일온천에서 출발, 학일산까지 왕복하면 된다. 산길도 뚜렷하다. 2시간30분 걸린다. 이 길로 오르면 학일산 정상 직전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8분 소요된다.

또 한 가지. 대왕산 및 학일산 정상석에는 각각 해발 641, 637m로 적혀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2006년 발행한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각각 606, 693m로 표기돼 있다.

겨울산행 후 온천욕은 최고의 보약. 날머리 청도(학일)온천(054-373-5701)은 시설은 소박한 시골의 조그마한 온천이지만 물 하나만은 전국에서 알아준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국내 3대 온천에 단골 손님으로 빠지지 않는다.

유황천인 이곳은 동네 사람들의 치아가 흙황색으로 변색돼 있는 것을 계기로 발굴 조사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학일온천은 온냉탕 및 샤워기 물, 심지어 화장실 물도 온천수일 정도로 유량이 풍부하다. 또 200m 깊이에서 솟기 때문에 대장균이 없어 그대로 음용할 수 있다. 아토피 습진 무좀 등 피부 질환 및 위장병 환자에 특히 효험이 있어 단골들은 온천욕 후 큰 물통으로 물을 떠 간다. 입욕료는 4500원. '근교산&그 너머' 신문지면을 제시하면 두 사람에 한해 500원씩 할인해 준다. 온천 좌측에는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잔치국수(2000원)도 판매한다.

맛집 한 곳 추천한다. 경산시 남산면 남산식육식당(053-852-5124). 학일온천~경산 방향~상대온천~남산면소재지 내 남산초등교 맞은편의 남산파출소 뒤편에 위치해 있다. 차로 7분 거리.

매일 소 한 마리가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싱싱한 고기 그 자체가 맛의 비결이다. 된장찌개 또한 기가 막히다. 구이 1만4000원, 안창 1만7000원(이상 150g). 번호표를 발급 받아 30분 정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 교통편

- 날머리서 김전리까지는 20분 가량 걸어가야

  

부산역에서 청도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7분, 7시25분, 7시50분, 9시5분에 출발한다. 4900원. 청도역 맞은편에 있는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9시10분, 10시20분. 2600원. 동곡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김전리에서 내린다.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000원. 하차 지점에서 들머리 '대경오리마을' 입간판이 서 있는 곳까지는 불과 100m 떨어져 있다.

날머리 학일온천 앞에선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 김전리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20분쯤 걸린다. 김전리에서 동곡행 버스 역시 20~30분마다 있다. 동곡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20분, 6시10분, 7시40분에 출발한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5시55분, 6시45분, 7시46분, 8시41분, 밤 10시6분, 새마을호(7200원) 열차는 오후 5시15분에 한 번 있다.

동곡정류장 입구에는 개인택시 사무실(054-372-3066)이 있다. 김전리까지는 5000원, 김전리에서 택시를 부를 경우 6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경주 운문 20번 좌회전~대구 경산 69번 좌회전~경산 남산~청도(학일)온천 입구 지나 대경오리마을 빨간색 입간판 좌회전 순. 김전1리 경로당 앞 주차.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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