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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여행/거제여행)거제 11명산 산방산. 청마 유치환선생이 걸어 간 산길을 따라 거제도 산방산오르기

'청마의 길' 따라올라 다도해에 빠지다

청마기념관 기점 삼은 5시간 원점회귀 코스

시인 묘소 거쳐 오르는 초반부 숲길은 개척 산행

정상부 암릉 전망대 연속… 바다 섬 조망 압권

부처굴 오색토 등 볼거리 풍부한 거제의 명산

 


 

 


경남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 청마기념관 뜰. 검정색 돌에 새겨진 청마(靑馬) 유치환 선생의 시 '거제도(巨濟島) 둔덕(屯德)골'을 읽다보면 저절로 가깝게 솟아있는 산방산(山芳山·507.2m)을 바라보게 된다. 우뚝한 정상부의 암봉들이 마치 장닭의 볏인 듯, 용의 등비늘인 듯 험해 보이지만 양팔을 활짝 벌린 것 같은 좌우 능선은 둔덕골과 골짜기 이쪽저쪽의 마을인 산방리와 방하리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산방산은 시인의 가슴속에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고향 뒷동산이다. '해 뜨면 밭 갈고(日出而耕) 어질게 살다 죽으리'라는 시인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세상과 작별한 후에는 '살아 생전 날 새고 다니던 밭머리, 부조(父祖)의 묏가에, 부조처럼 한결같이 묻히리니'라는 저 구절처럼 그는 고향 마을 뒷산인 산방산 자락 부모님 묘소 옆에서 평화롭고 깊은 잠에 들었다.

 


 거제 산방산 중턱의 257봉 바위전망대에서 거제와 통영 사이의 바다와 섬들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능선이 통영 미륵산 자락이고 그 앞의 섬은 한산도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이번 주에 찾아간 산방산은 '거제도 10대 명산' 가운데 가장 서쪽에 자리 잡은 산이다. 산방산이라는 이름은 봄이면 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수려한 암봉의 단풍이 더없이 아름답다고 해서 '뫼 산(山)' 자와 '꽃다울 방(芳)' 자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부의 3개 암봉이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삼봉산(三峰山)'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거제 10대 명산 가운데 낙조가 아름답기로는 으뜸으로 꼽히고 거제도의 많은 산들이 대개 그렇듯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많은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은 환상적이다. 또한 정상부 암봉에서 느끼는 아찔한 고도감과 암릉 산행의 짜릿한 재미는 거제도의 산들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게다가 한국 문단의 '큰 별'을 잉태한 명산인 거제도 산방산은 부산 경남의 산꾼들에게는 반드시 '가볼 만한' 근교산이다.

일반적으로 산방산 코스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산방리 보현사 입구에서 출발해 정상에 올랐다가 옥산재를 거쳐 옥산이나 옥동으로 하산하거나 그 반대 루트를 밟는 것이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그러나 취재팀은 청마 유치환 선생의 자취를 최대한 느끼며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코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산행 초반부 일부 구간에서 수풀을 헤치며 길을 뚫는 개척 산행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전체 산행은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 청마기념관 앞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진행된다. 청마기념관~청마 묘소(참배 후 150m 되돌아 가서)~산행로 진입(길 희미)~능선 갈림길~217봉 갈림길~안부 임도~사거리~257봉 바위전망대~490봉(일명 서봉)~오색토~산방산 정상~오색토~부처굴~전망바위~보현사입구~산방산비원~청마기념관 순. 총거리 8.3㎞로 길지 않은 코스지만 초반부 개척 산행 구간과 정상부 암릉구간의 진행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돼 걷는 시간만 4시간은 잡아야 한다. 휴식과 식사시간을 감안하면 5시간 안팎이다.


출발 전, 지난 2008년 4월 개관한 청마기념관에 들러 시인의 삶과 작품의 향기를 느끼고 기념관 옆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청마 생가도 방문해 본다. 아담한 초가집 지붕 너머로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산방산 정상부 암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청마기념관 주차장의 수령 350년 된 팽나무 앞에서 '청마묘소 1.2㎞' 표지판을 보고 오른쪽 들판길로 간다. 200m쯤 가다가 표지판이 가리키는 왼쪽으로 꺾어 산 밑자락에 닿으면 오른쪽으로 살짝 틀었다가 다시 왼쪽 개울을 건너 오르막을 탄다. 일명 '청마(靑馬)의 길'. 자동차가 다닐만한 넓은 임도를 따라 10분쯤 가면 건너편에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능선 마루에 닿는다. 청마 묘소다. '깃발' '행복' '바위' 등 청마의 대표작들을 새긴 시비와 시인의 흉상이 서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시인의 묘소에서 잠시 묵념을 하고 뒤돌아보면 한낮의 햇살에 반사된 거제만 푸른 바다의 비늘이 은빛으로 빛난다. 한산섬과 멀리 통영 미륵산도 눈에 들어온다.

 



청마 유치환 시인과 그의 형이자 극작가인 동랑 유치진이 태어난 생가와 기념관.

 

시비 광장에서 100m쯤 되돌아 내려가면 오른쪽 산으로 접어드는 산행로 입구가 보인다. 근교산 안내 리본을 잘 봐야 한다. 야생화인 옥녀꽃대가 산길 주변에 여러 송이 피어 있다. 10분 동안 여러 개의 묘를 지나 맨 위 진주 유씨 묘를 통과하면 길이 사라진다. 수풀을 헤치고 올라야 하는 그야말로 고난의 시작이다. 최대한 촘촘하게 안내 리본을 부착하며 길을 개척한다. 10여 분 후 작은 지능선에서 희미하나마 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1분 뒤 키 작은 배롱나무 여러 그루가 선 무덤을 지나고 또다시 흐릿한 길을 뚫고 오른다. 그러기를 10여 분. 217.2봉 능선 갈림길에 닿으면 비로소 수풀을 헤치는 '고난의 행군'은 일단락된다. 정면 멀리 우뚝 솟은 산방산 정상부를 바라본 후 왼쪽으로 길을 잡아 나간다. 완만한 내리막이다. 10분 후 전망이 탁 트이는 김해 김씨 묘에서 바라본 산방산과 그 앞 257봉 바위 전망대의 모습이 참 우람하다.

곧바로 임도 사거리다. 왼쪽 방하마을과 오른쪽 상죽전마을을 연결하는 길이다. 산행로는 직진이다.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임도가 아니라 산길 사거리. 이곳에서 무덤 쪽으로 직진해 10m쯤 가다가 왼쪽 능선으로 살짝 올라서면 길은 뚜렷하다.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정겹다. 10분가량 오르막을 치면 깎아지른 절벽을 왼쪽으로 우회해 257봉 정상 직전 바위전망대에 선다. 왼쪽 발아래 상죽전마을, 오른쪽 아래로는 방하마을이 보이고 고개를 들면 취재팀이 거쳐온 능선 너머로 한산도와 미륵산, 주변 섬과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왼쪽 멀리로는 북병산과 노자산 가라산으로 이어지는 거제지맥의 남쪽 명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거제 산방산 산행 초반부에 들리는 청마 유치환 시인의 묘소 앞 시비광장과 묘지 .

 

257봉을 넘어 편평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5분 뒤 북쪽을 바라보는 또 다른 전망바위를 만난다. 발아래 보현사와 정면의 산방산 정상부 암봉과 절벽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안부 갈림길에서는 직진. 정상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전주 이씨 묘를 지나 가파른 길을 10분쯤 오르면 숨을 고를만한 능선 쉼터에 닿는다. 지형도 상 301봉 주변이다. 그 흔한 리본조차 보이지 않는 한적한 길이어서 좋다. 하지만 왼쪽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빼어난 풍광이 더욱 매력이다. 쉴 새 없이 계속 오르면 무릎이 턱에 닿을 만큼 급한 경사로가 이어진다.

20분 후 양쪽 바위 사이 갈림길이 나온다. 일단 왼쪽 길을 택해 바위전망대에 서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절경이 펼쳐진다. 이곳이 암릉길의 시작점이다. 곧바로 6~7m 길이의 로프를 잡고 암벽을 타고 오른 뒤 계속되는 암릉을 넘는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전망대여서 일일이 열거하는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 두 번째 로프구간을 통과한 후 오른쪽으로 꺾어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통과하면 우뚝한 바위 암봉인 490봉 정상이다. 아래쪽에서 보면 마치 이곳이 산방산 정상인 줄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일명 '서봉'으로 불리는 곳이다. 북쪽 가까운 곳에 정상이 보이고 서봉과 정상 사이에 또 다른 암봉인 493봉이 보인다. 이들 3개 봉우리 사이에는 동굴 속 석순을 연상케하는 날카로운 수직 바위들이 솟아나 있다.

능선길 중간 전망대에서 북쪽을 보면 산방산 정상부 암봉이 우뚝하다.

 

살짝 내려서면 작은 안부 갈림길이다. 정면의 수직 바위를 오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갑자기 길이 끊어지면서 로프를 잡고 거의 수직에 가까운 벼랑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너무 위험해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와 왼쪽 내리막으로 우회한다. 40m가량 내려섰다가 오른쪽으로 돌아 나가면 삼거리에 닿고 다시 20m쯤 오르면 이정표다. 왼쪽으로 0.1㎞만 가면 정상이다. 반대편 내리막으로 100m쯤 가면 지역민들이 옛날부터 기우제를 지냈던 무제터(일명 무지개터)가 있지만 후일을 기약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이정표에서 20m만 가면 '오색토(五色土)'라는 특이한 안내판이 있다. 수억 년간 쌓인 황사로 인해 흙색이 푸르고 희고 검고 누렇고 붉은 다섯 가지 색으로 변했다는 곳이다. 오색토를 지나면 곧바로 정상이다. '거제의 금강산'이라는 별칭답게 산방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말 그대로 '일망무재'의 절경이다. 계룡산 선자산 북병산 앵산 등 거제의 명산들은 물론, 통영 미륵산과 벽방산, 고성 거류산 구절산 등이 사방으로 펼쳐지고 다도해 푸른 바다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작은 섬들 또한 점점이 이어진다.

하산은 다시 오색토와 삼거리를 거쳐 보현사 방향으로 잡는다. 매년 삼월삼짇날(음력 3월3일) 참꽃축제가 열리는 북쪽의 진달래평원 방향으로 가도 되지만 임도를 4㎞가량 타야 하기 때문에 곧장 보현사로 내려서는 것이 시간도 단축하고 볼거리도 많겠다는 판단에서다. 내리막을 15분가량 타면 오른쪽에 작은 석굴암 형태의 부처굴이 있다. 본존석조좌불과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등 3기의 불상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모두 사라지고 현재는 최근 설치한 작은 불상 3기가 있다. 부처굴에서 5분만 내려가면 갈림길이 있는데 왼쪽 오르막은 부처굴을 통하지 않고 정상부로 오르는 길이다. 3분 후 산방산비원과 산방리 방하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다. 비스듬히 널찍한 전망바위를 가로질러 슬랩구간을 통과하면 보현사 입구 도로 옆 이정표까지 15분쯤 걸린다. 우측 마을길로 300m쯤 가면 산방산비원 정문 앞이다. 출발지인 청마기념관까지는 도로를 따라 15분가량 걸어야 한다.

◆ 떠나기 전에

- '거제 10대 명산'을 아십니까? 아니, 11대 명산이라고요?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에는 바다와 부속섬도 좋지만 유명한 산들도 많다. 특히 '거제 10대 명산'은 해발 500m 안팎에 불과하지만 내륙 어디에 옮겨 내놓아도 산세의 기품 면에서 모자라지 않는다. 게다가 천혜의 바다 조망까지 갖고 있으니 산꾼들로부터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참고로 '거제 10대 명산'을 높이순으로 열거해 보자면 섬 내 최고봉인 가라산(585m)을 비롯해 계룡산(566m) 노자산(565m) 옥녀봉(554.7m) 앵산(507.6m) 산방산(507.2m) 선자산(507.0m) 북병산(465.4m) 국사봉(464m) 대금산(437.5m) 등이다. 일부에서는 10대 명산에다 최남단 여차 홍포 해안의 망산(397m)을 더해 '거제 11대 명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망산을 시발점 삼아 북쪽으로 가라산 노자산 북병산 옥녀봉 국사봉 대금산으로 이어지는 일명 '거제지맥' 남북 종주길이 지난 2004년 봄 (주)대우조선해양 내 산악회인 우정알파인클럽에 의해 개척됐다. 총 50㎞에 달하는 이 구간은 2004년 이후 거제도 산행을 원하는 이들이 꼭 완주하고 싶어하는 '로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서쪽의 산방산에서 시작되는 동서 종주 코스는 완전하게 정비되지 못하고 있다. 남북 종주길 개설 당시 우정알파인클럽 회장을 맡아 '대역사'를 주도했던 김상철 현 대한산악연맹 거제시연맹 전무는 "오랫동안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여러 가지 논란 때문에 코스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아직 미완성인 채 남아있다"며 "적절한 지원만 이뤄진다면 올해 안이라도 거제 동서 종주 코스 개설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교통편

 

- 신·구 거제대교 건너자마자 둔덕 방면으로 우회전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1)에서 거제 고현행 버스는 오전 6시2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1만2600원, 2시간30분 소요. 고현버스터미널에서 둔덕면 산방행 시내버스를 이용, 방하리 청마기념관 앞에서 하차한다. 오전 8시, 11시, 오후 2시, 5시 등 하루 6회 운행하며 50여 분 소요. 산행 후 고현행 시내버스는 오후 3시25분, 6시25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구지선 내서IC에서 내려 두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곧바로 통영 거제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고성과 통영을 거쳐 신거제대교나 구거제대교를 건너자마자 1018번 지방도를 타고 둔덕면 방향으로 우회전, 10분쯤 가면 둔덕면 면소재지 농협 앞 4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산방산비원 청마생가 표지판을 보고 직진하면 3분 후 청마생가 방향인 오른쪽으로 꺾어 청마기념관 앞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http://yahoe.tistory.com)

글=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산방산과 300년 된 노거수가 청마유치환 기념관 앞에 서 등산로 입구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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