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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초입 여러 개의 바위가 포개져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주변 조망. 정면에는 향후 올라야 할 천태산 산줄기가, 발아래는 원동천과 배내골 가는 길이 펼쳐진다.


발목까지 덮히는 낙엽길도 환상적이다.


바위·물·숲의 어울림
길찾기는 쉽지만 오르는 길 기복
천태호·낙동강 펼쳐져 조망 최고




이번 주 산행지는 양산시 원동면 천태산(631m)~밀양시 삼랑진읍 금오산(761m).

부울경 지역에선 괜찮은 근교산으로 분류되지만 전국적으로 봐선 아쉽게도 이름 때문에 적잖은 손해를 보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천태산', '금오산'을 각각 클릭해 보면 이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천태산. 충북 영동, 전남 화순 및 강진, 그리고 양산에 하나씩 있지만 온라인의 십중팔구는 영동 천태산이 소개돼 있다.

영동 천태산(720m)은 비록 덩치는 크지 않지만 환상적인 암릉길과 시원한 조망, 공민왕과 노국대장공주의 애틋한 전설이 서린 영국사, 그리고 1300된 년 은행나무 등의 콘텐츠가 양산 천태산으로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

밀양 금오산의 사정은 더 딱하다. 이름만 들어도 가고픈 구미 금오산과 여수 금오산의 쌍두마차가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말의 충신 야은 길재의 충절이 서려 있는 구미 금오산은 수려한 산세에 도선굴 명금폭포 채미정 등 다양한 볼거리를 품고 있고, 남해 보리암과 함께 기도 효험이 빼어난 향일암을 품은 여수 금오산은 다도해 국립공원을 발아래 두고 있다.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하동 벌판에 나홀로 우뚝 선 금오산 또한 영호남 산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경주 남산 금오봉이 여태까지 금오산으로 남아 있었더라면 더욱 더 초라해졌을 법한 밀양의 금오산이다.

그렇다고 양산 천태산과 밀양 금오산은 크게 낙심할 필요는 없다.

명산이지만 산행시간이 길어봐야 서너 시간 남짓한 '아담 사이즈'의 동명이산(同名異山)들에 비해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쌍립한 이들 두 봉우리는 우선 종주 산행이 가능하다.

조망 또한 환상적이다. 천태산에선 영남의 젖줄 낙동강의 굽이치는 물줄기와 천태호가 손에 잡힐 듯하고, 이웃 금오산에선 안태호와 저 멀리 영남알프스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인적 드문 보석 같은 낙엽길은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다.

  
산행은 원동면 당곡마을회관~주능선~기도터~폐광산~247봉~550봉(멋진 전망대 둘)~너럭바위~무명봉 갈림길(돌무더기)~안부 좌측 천태산 갈림길~잇단 묘지~녹슨 망루(산불초소)~안부 사거리~철탑 2기~천태산(631m)~숭촌고개~포장 임도~전망대~암봉~금오산(761m)~약수암 입구~어영마을회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이정표가 하나도 없어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촘촘하게 달아 놓아 길찾기는 별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다만 등로의 기복이 심해 가족산행지보다는 건각용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코스를 무난히 종주했다면 국내 어느 산도 가능하리라고 확신한다.

들머리는 '범죄 없는 마을'이라 적힌 이정석이 서 있는 당곡마을회관. 이곳에서 원동역 방향으로 40m쯤 거슬러 급경사 포장로로 오르면 너른 터. 우측에는 낙동강을 가운데 두고 경부선 철로와 신대구부산고속도로가 나란히 달리고 강변에는 끝물 억새가 강바람에 하늘거린다. 정겨운 풍경이다. 강 건너 정면엔 무척산과 금동산.

이제 숲으로 향한다. 거친 송림길이다. 옛 무덤터를 지나면 능선에 닿고 여기서 5분 뒤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기도터. 직진한다. 일순간 산이 파헤쳐져 있는 곳이 나타난다. 옛 폐광지역이다. 복원하기 위해 드문드문 소나무를 심어 놓았지만 하세월이 될 것 같다. 덕분에 향후 넘어야 할 만만찮은 잇단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숲길. 오른쪽 거대 봉우리는 토곡산이다. 정점에 텐트와 깃발이 휘날리는 247봉은 가볍게 오르고, 두 번째 봉우리는 오른쪽 산허리를 돌아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치고 오르면 닿는다. 25분 걸린다. 정점에는 작은 바위 쉼터가 있다.

이제 능선을 타고 서서히 오른다. 시야가 트이고 정면의 뾰족봉도 손에 잡힌다. 농짝만한 잇단 바위를 각각 에돌면 우측에 멋진 전망대. 여러 개의 바위가 포개져 있다. 발아랜 최근 완공된 배내골 가는 길이, 정면엔 우리가 가야 될 그림 같은 산줄기가, 오른쪽엔 토곡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또 하나의 집채만한 바위를 에돌아 낙엽길로 오르면 마침내 뾰족봉 정상. 두 번째 봉우리에서 33분. 양측에 전망대가 포진해 있다. 왼쪽엔 낙동강과 방금 올라온 크고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위에서 바라보니 대략 네댓 개. 그러고 보니 육산의 공룡이다.

 

이제 발목을 덮는 카키색 낙엽길. 앞선 고행길의 보상인 듯 끝물 단풍과 어울려 아름답기 그지없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또한 정겹다. 마냥 걷고 싶을 뿐이다. 너럭바위를 지나 돌무더기가 있는 또 다른 무명봉까지 낙엽길이 이어진다. 일순간 10시 방향 저 멀리 천태호 댐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등로 좌측의 잇단 탈출로는 웅연폭포와 천태사를 거쳐 천태호쪽으로 가는 길이다.

5분 뒤 V자 갈림길. 왼쪽은 산허리를 도는 수월한 길, 직진하면 능선을 타는 길로 이 등로는 안부 사거리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후자를 택해 오른쪽으로 에돌아 이끼 낀 바위와 잇단 묘지를 지나 녹슨 망루가 서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아직도 멀고 먼 길이 남았다. 이때부터 천태산 직전 안부 사거리까지의 25분 정도는 완만한 내리막 낙엽길로 비교적 순탄하다. 도중 11시 방향으로 비로소 천태산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엄청 큰 둥그스런 바위를 머리에 인 천태산 상봉은 안부에서 13분 뒤. 도중 대형 철탑 2기를 지난다. 북으로 향후 오를 금오산과 영남알프스 연봉, 남으로 천태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로 직진한다. 5분 뒤 갈림길. 뚜렷한 왼쪽길은 천태호 방향, 금오산은 오른쪽 방향. 전체적으로 내리막길이지만 중간중간 보석 같은 낙엽길이 기다린다. 30분 뒤 숭촌고개. 천태산과 금오산을 잇는 고갯길이다.

'금오산 약수암'이라 적힌 이정표를 보고 포장로를 따라 간다. 곧 우측으로 산길이 보이지만 결국 이 길과 만나니 무시하자. 12분 뒤 오른쪽 키 큰 리기다 소나무 바로 직전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있다. 이 길만 찾으면 금오산까지는 만사형통. 하지만 급경사 오름길이라 무척 고통스럽다.

30분 뒤 정상 직전 암봉. 바로 오름길이 보이지만 이후 험해 왼쪽으로 에돌아 간다. 13분 뒤 암봉에서 오른쪽으로 에돌아 내려서면 상봉 직전에 닿고, 여기서 20m쯤 오르면 금오산 정상.

역시 일망무제로 산의 물결이 일렁인다. 정상석을 보고 9시 방향으로 구천산과 만어산이, 12시 방향으로 가례봉과 명필봉, 그 뒤로 운문산 가지산 천황산(사자봉) 재약산(수미봉)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발아래 안태호는 금빛 물결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하산은 정상석 우측 마른 억새 사이로 내려선다. 쏟아지는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15분 뒤 약수암 주차장. 잠시 약수암에 들른 후 포장로 대신 포장로 입구 오른쪽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선다. 두 번의 갈림길에서 왼쪽 모두 매봉 가는 길이므로 계속 직진만 하자. 마지막 하산길은 통상 무미건조하지만 20분 동안의 이 길은 뜻밖에 황홀한 낙엽길이다. 산길을 벗어나 날머리 어영마을회관까지는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천태산 웅연폭포 쪽이 더 험해

  

흔히 천태산과 금오산은 바위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코스에서 금오산은 이를 어김없이 보여줬지만 천태산은 그렇지 못했다.

천성산 영축산과 함께 양산의 3대 명산으로 불리는 천태산은 원래 큰 바위를 태산같이 쌓아놓은 것 같다 해서 명명됐다. 이를 확인하려면 천태사에서 웅연폭포 쪽으로 올라오면 된다.

천태산 정상은 양산과 밀양의 경계. 정상석은 금오산과 마찬가지로 밀양시에 세워 놓았다. 즉 정상석을 기준으로 천태호쪽은 양산 원동이고 정상석을 포함한 위쪽은 밀양 삼랑진이다.

정상석과 관련, 여담 하나. 밀양시가 금오산에 정상석을 세우기 오래 전 경남고의 모 기수 동기생들이 이곳에 정상석을 세우고 그들의 모산으로 정했다 한다. 세월이 흘러흘러 시가 정상석을 세우기 위해 금오산에 올라보니 시유지에 불법(?)으로 세운 정상석이 하나 서 있지 않은가. 이후 시는 수소문 끝에 해당 경남고 동기회에 정상석의 철거명령 최고장을 보냈다. 현재의 정상석 옆 철거 자국은 바로 당시의 웃지 못할 해프닝 때문에 남은 흔적이다.



# 교통편

- 원동행 무궁화호 오전 한 차례

부산역에서 원동행 경부선 무궁화호는 오전 7시25분에 단 한 차례 있다. 부전역에선 경전선 무궁화호가 있다. 오전 5시55분, 6시55분. 각각 3100원. 원동역 앞에선 천태산행 마을버스 1번을 타고 당곡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6시35분, 8시, 9시30분, 10시50분. 1000원.

또 지하철 2호선 호포역(종점)에서 내려 세원여객 137번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인 소원동상회(055-382-5287)에서 내린다. 오전 7시20분, 10시. 900원. 여기서 버스 진행 방향으로 가다 삼거리에서 삼랑진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만나는 첫 번째 마을이 당곡이다.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날머리 어영마을회관 앞 슈퍼에서 원동행 마을버스는 오후 7시45분 단 한 차례 있다. 이 버스를 타고 원동역에 앞선 소원동상회에서 내려 호포역 가는 137번 버스(오후 8시30분)로 갈아타면 된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원동마을버스(055-382-5459)에 문의하면 된다. 오후 8시30분 이전의 출발 시간은 오후 6시30분이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화명동~호포역 앞에서 물금 방면 좌회전~원동 물금 좌회전~호포교 건너~원동 물금 직진~양산 물금 원동 우회전 뒤 양산 가는 큰 길(우측은 양산물금지구 택지개발 현장)은 버리고 왼쪽 옛날 길로 들어서자마자 좌회전~삼정아파트 쪽 좌회전~낙동강변 드라이브길·지방도 1022번~삼랑진 원동~원동~밀양 삼랑진 좌회전한 뒤 1022번 지방도 표지판 지나 첫 번째 마을 당곡 순. 하산 뒤 당곡마을로 가기 위해선 어영마을회관 앞 슈퍼(055-382-9611) 할머니에게 문의하면 해결해 준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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