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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도에서 차안에서 바라본 호구~송등~괴음


호구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좌측 봉우리가 보리암을 품은 금산, 앵강만에 떠있는 작은 섬이 서포 김만중이 귀향와서 구운몽을 썼다는 노도, 그 우측 조금 보이는 산이 설흘산이다.


한라산 왕관릉 처럼 생긴 호구산 정상



참복회


참복탕


마늘복튀김


복까스


한려수도·지리산 펼쳐진 남해 최고 전망대
금산 망운산 설흘산에 가려 덜 알려진 숨은 명산
북 지리·금오산 강진만, 남 설흘·금산 앵강만 한눈에
서포 김만중 유배생활 중 구운몽 쓴 노도 발 아래
용문사 대신 산너머 다정리 출발 원점회귀코스 개척




사바세계에선 봄이 왔다고 하지만 첩첩산중엔 아직도 잿빛의 겨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살을 에는 시베리아발 북서계절풍이 대자연의 섭리에 맞게 한층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시나브로 지나갔다. 바야흐로 봄이다. 겨우내 접어 두었던 지팡이를 꺼내 이른 봄 산행을 떠나보자.

모처럼 떠나는 산행, 이왕이면 봄이 일찍 찾아온 따뜻한 남쪽나라 '보물섬' 남해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삼이사들에게 얼핏 떠오르는 남해의 산은 보리암을 품은 금산, 남해 최고봉인 망운산, 암수바위로 유명한 가천마을 뒷산인 설흘산 정도.

산행지는 이들 세 산의 지명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호구산(虎丘山). 산세는 금산 등 남해의 유명 산에 견주어도 전혀 뒤질 게 없다. 이웃한 송등산 괴음산 등과 함께 이미 호구산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 준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볼 것이 많다는 의미이다.

  
 

남해도의 두 섬이 이어져 있는 잘룩한 허리춤에 위치한 호구산은 서포 김만중이 유배생활을 한 노도가 떠 있는 앵강만의 북쪽에 있으며 동서쪽에 각각 금산 설흘산이 포진해 있다.

호구산은 특히 조망이 환상적이다. 지리산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비롯 이웃한 여수 사천 고성땅이 한눈에 확인된다.

지금까지 호구산 산행은 산 남쪽에 위치한 신라 천년고찰 용문사를 기점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산행팀은 새 루트 개척을 위해 산 너머 반대편인 다정저수지 쪽에서 올랐다.

산행은 이동면 다정리 다정회관~다정저수지~안골샘~너덜~호구산·송등산 갈림길~호구산(619m)~잇단 염불암 갈림길~용문사 갈림길~송등산(617m)~귀비산·괴음산 갈림길~삼거리봉(괴음산·다정리 갈림길)~괴음산(605m)~삼거리봉~다정저수지~다정회관 순. 휴식 및 식사 시간을 빼고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다만 삼거리봉에서 원점회귀를 위해 다정리로 향하는 하산길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산길이라 초보에겐 상당히 벅차다.

이동면 다정마을 정류장에 내려 다정마을 이정석을 끼고 좌측 마을로 향한다. 10분 뒤 마을회관인 다정회관. 이 회관 좌측 포장로를 따라 걷는다. 정면으로 보이는 암봉이 호구산이다. 국내 마늘 생산의 6%를 차지하는 고장답게 밭에는 파릇파릇 돋아난 마늘잎이 저멀리 보이는 강진만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10분 뒤 만나는 다정저수지 좌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200m쯤 올라오면 좌측에 남해산악회가 세운 호구산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목이 서 있다. 들머리다. 정상까진 1.86㎞. 저수지 건너편의 길다란 산줄기가 이번 산행의 하산로다.

  

푸름을 간직한 울창한 편백숲 사이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후 발밑이 돌길로 변하면서 차츰 경사가 가팔라진다. 제법 긴 너덜을 지나면 '안골샘'이라 적힌 표지목이 서 있다. 들머리서 25분. 산길 흔적이 있는 우측으로 20m쯤 가면 이끼 낀 돌틈 사이로 물이 졸졸 흐른다. 이게 안골샘인가 싶다.

계속되는 지그재그 오름길. 규모가 제법 큰 너덜을 가로지른다. 조망이 뜻밖에 괜찮아 도중 발걸음을 멈춘다. 우측 저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한 일(一)'자로 펼쳐지고 그 우측 앞 철탑이 서 있는 봉우리가 하동 금오산이다.

너덜을 지나 약간 더 오르면 이번엔 폭이 50~60m쯤 돼 보이는 너덜이 밧줄에 의해 인도된다. 하산길 산꾼들이 길 잃을 것을 염려한 배려인 듯싶다. 조망은 더 넓어져 우측 턱밑으로 창선도 대방산과 그 뒤 저멀리 삼천포 와룡산과 화력발전소도 보인다.

이어지는 오름길. 일순간 산죽보다 키가 큰 가는 줄기의 시누대숲 앞에 선다. 산행은 좌측 호구산 방향으로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 우측 송등산 방향으로 향할 예정이다.

좌측 호구산 방향으로 가면 이내 갈림길. 정상은 정면에 위치해 있지만 길이 없어 좌우로 우회하도록 돼 있어 어느 길로 가도 상관없다. 산행팀은 좌로 올라 우측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진달래 터널을 지나 바위 틈새를 힘겹게 오르면 마침내 정상. 갈림길에서 9분. 호구산 봉수대가 서 있는 정상은 웬만한 헬기장보다 너른 암봉 평지로 사위가 막힘 없이 시원하다. 남으로 한려해도 국립공원으로 이어지는 앵강만과 그 한가운데 서포 김만중이 귀양와 구운몽을 집필한 후 숨을 거뒀다는 작은 섬 노도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앵강만 좌우측은 각각 금산과 설흘산, 설흘산 뒤로 여수땅, 설흘산 앞으로 산행팀이 향후 가야할 송등산과 괴음산이, 발 아랜 용문사가 보인다. 북으론 강진만 우측으로 창선교와 창선도 대방산, 앞서 봤던 지리산과 금오산, 북서쪽으로 남해읍내와 망운산이 확인된다. 나라땅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조망이다.

하산은 정상석 아래 멋진 소나무 옆 아래로 길게 매여 있는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곧 갈림길. 좌측 석평 앵강고개 공동묘지 방향으로, 용문사를 기점으로 하는 원점회귀 코스여서 산행팀은 우측 염불암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몇 걸음 못가 염불암 갈림길. 그러니까 호구산 기존 등로는 용문사에서 출발, 염불암을 거쳐 이 길로 올라와 방금 지나온 석평 쪽으로 하산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염불암 갈림길을 지나면 앞서 지나온 시누대 앞 갈림길. 이제 송등산을 향해 직진한다. 한동안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능선길을 걸으며 지금까지 봐 왔던 경관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좌측으론 금산 앵강만 노도, 우측으론 송등산 괴음산 강진만이 숲사이로 보인다.

이후 염불암, 용문사, 다정리로 빠지는 샛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애오라지 직진형 능선길로만 오르락내리락 걷는다. 35분쯤 뒤 잠시 뒤돌아보면 호구산 정상은 한라 왕관릉을 빼닮았고, 용문사 쪽 남면의 두곡 월포해수욕장과 금산 아래 주차장 인근의 복곡저수지도 약간 보인다.

송등산은 남면 두곡 갈림길을 지나 15분이면 올라선다. 호구산에선 1시간. 정상 가는 길은 키 큰 진달래 나무가 도열해 있다. 하산은 북릉길로 귀비산 명산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다정저수지가 정면에 보이는 걸로 봐서 이제 반환점을 도는 듯하다. 암릉길이라 밧줄이 매어져 있고 곳곳에는 나무를 베어 등산로를 정비한 흔적이 역력하다.

15분 뒤 남해 남면 상수원 보호구역 팻말을 지나자마자 갈림길. 왼쪽 귀비산 명산봉 방향 대신 우측 남해지맥 산줄기인 괴음산 방향으로 향한다. 급내리막 후 모처럼 편평한 길을 걸으면 괴음산 갈림길인 삼거리봉. 송등산에서 35분. 좌측은 괴음산을 거쳐 남해읍 평리 외금마을로 하산 가능하지만 산행팀은 괴음산을 다녀와 삼거리봉에서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 다정리로 내려선다. 괴음산까지는 편안한 능선길로 왕복 20분 걸린다. 괴음산에서 본 호구산은 송등산에서 본 모습과 달리 뾰족한 피라미드를 닮았다. 마치 김해 쪽에서 본 금정산 고당봉이 그런 것처럼.

이제 다정마을로 내려선다. 처음엔 산길의 흔적이 있지만 차츰 고도를 낮출수록 잡목 가지가 얼굴을 때리고 넝쿨숲을 뚫고 나와야 하는 고행길의 연속이다.

오랫동안 자연 재해에 그대로 방치됐는지 곳곳에 쓰러진 나무가 희미한 산길마저 숨겨놓고 있다. 한마디로 산너머 산이다. 50분쯤 뒤엔 크고작은 암봉이 나타나면서 숲 사이로 다정저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허나, 다 왔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산지점은 보이지만 산길이 일순간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비탈진 계곡보다는 힘들지만 오로지 능선길로 내려서야 한다. 다리 힘깨나 쓰는 장정들도 무척 버거워할 정도로 무척 힘들다. 넉넉잡아 2시간이면 산을 벗어나 다정저수지 우측으로 내려선다. 여기서 다정회관까지 10분 걸린다.


◆ 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사천IC서 나와 삼천포 창선 고성 방향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남해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20분부터 40~5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20분 걸리며 1만400원. 남해터미널에서 이동면 다정리행 군내버스는 오전 8시10분, 8시55분, 9시10분, 9시40분, 10시, 10시50분, 11시5분에 있다. 1000원. 날머리 다정마을 정류장에서 남해터미널행 버스는 10분 간격으로 있다. 남해 8개 노선 중 4개 노선이 이곳을 경유하기 때문이다. 남해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5분, 5시30분, 6시20분, 7시2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사천IC~삼천포항 창선 남해 고성 남일대해수욕장 방향으로 줄곧 직진하다~창선 삼천포대교 유람선선착장 방향 우회전~창선·삼천포대교~미조 상주~남해 미조~창선교~이동 남해 방향 1024번 우회전~하동 남해읍~남해~농촌진흥청과 '보물섬 마늘나라' 잇따라 지나~남해군 보물섬 대형 광고 입간판 앞에서 좌회전(길 건너 '다정마을 이정석'과 '다정마을 버스정류장' 보임)~다정회관 앞. 다정회관 좌우측에 주차하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햇살복집, 남해 특산물 마늘 유자 곁들인 복 요리 일품

  


호구산 정상석에는 뜻밖에도 '납(猿)산'이라 표기돼 있다. '납'은 원숭이의 옛말이고 원숭이는 한자로 '猿(원)'이니 이름만으론 원숭이와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猿山'이라 적혀 있다. 호구산(虎丘山)은 그 이후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 이름에 원숭이와 호랑이가 등장하는 것은 북쪽인 남해읍에서 봤을 때 원숭이가 서 있는 모습이라느니 호랑이가 누워있는 형상이라느니 하지만 사실 산행팀은 아무리 봐도 수긍이 가질 않는다.

또 한 가지. 정상석에는 626.7m로 표기돼 있지만 최근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619m로 적혀 있어 이를 따랐음을 밝혀둔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햇살복집(055-867-1320).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활처럼 해변을 감싸고 있는 삼동면 물건리 방조어부림이 내려다 보이는 물미해안도로(3번국도) 우측 언덕배기에 위치한 복요리 전문점이다.

이집 안주인 전미아(52) 씨는 미조항에서 어장을 경영하던 부친 밑에서 자라 어릴 적부터 복어를 자주 접했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전 씨는 이후 한식 일식 복요리 자격증을 취득, 3년 전 이곳에 문을 열었다. 이곳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남해 최고의 복요리 전문점으로 알려진 데는 바로 남해 특산물인 구수한 마늘과 유자 소스를 첨가한 복요리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마늘복수육 마늘복튀김 마늘복껍질무침 마늘복수육 마늘복어육회 등이 주 메뉴. 어린이를 위해 개발한 복가스도 아주 담백하고 맛있다. 지난해 열린 제1회 전국마늘요리 창작경연대회와 부산서 열린 2007 부산 건강 및 음식박람회에 참가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전 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경성대 복어 최고 전문가 과정과 일본 복어전문학교 연수를 통해 이론과 실기를 겸해 한 단계 도약했다.

그냥 복국을 시켜도 복국과 함께 김가루와 양념장 참기름을 얹은 냉면그릇이 하나 더 나온다. 여기에 복국속의 콩나물과 미나리를 건져 넣고 밥을 비빈 다음 복껍질무침을 곁들여 먹는다. 남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남해군청과 삼동면에서도 이처럼 생긴지 얼마 안 된 식당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귀띔한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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