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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도중 바라본 낙동강 주변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낙동강 좌우에는 각각 경부선과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나란히 내달리고, 강으로 돌출된 낮은 봉우리가 고속도로에 뚫린 용산이다. 강 건너 높은 산이 토곡산이며 그 우측으로 용굴산 오봉산 금정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속도로와 만나는 우측 산줄기가 석룡산이다.




백운암을 거쳐 하산길에 만나는 부도.




무척산이 보이는 천지


백운암일주문

낙동강 조망 '무척' 멋있구나
천태 토곡 용굴 오봉 석룡 금동 동신어 백두산 등
낙동강 진면목 감상할 수 있는 주변 호위봉 중 으뜸
산행팀 4시간30여 분 걸리는 원점회귀 코스 첫 개척
경부선 철길·낙동강·신대구부산 고속도 나란히 내달려
오가는 중 용당나루터, 산정호수 천지, 백운암 등 눈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1300리를 굽이굽이 돌아 서부산에서 그 고단한 삶의 끈을 내려 놓는다. 그 낙동강이 나룻배가 다닐 정도로 제법 강다운 위용을 갖추게 되는 지점은 경북 상주. 이른바 낙동강 700리 뱃길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상주는 지난해 경북방문의 해를 맞아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뒤늦게나마 '낙동강 700리 이곳에서 시작되다'라 음각된 대형 기념비를 세웠다. 동시에 경천대를 낙동강 1300리 중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고 자랑한다.

경천대에서 내려다본 낙동강 물길이 상류 쪽 아름다운 지점이라면 하류 쪽은 삼랑진에서 옛 김해 용당나루터를 거쳐 양산 원동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라고 산행팀은 생각한다.

  
 

삼랑진 양산 쪽에는 나라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경부선 철길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반대편 김해 쪽에선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날씬한 여인네의 각선미를 연상시키듯 시원하게 내달리며 낙동강을 호위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낙동강 하류에는 적지 않은 봉우리들이 강을 호위하며 포진해 있다. 우선 삼랑진 양산 쪽에는 상류에서부터 천태산 토곡산 용굴산 오봉산 금정산이, 강 건너 김해 쪽에는 무척산 석룡산 금동산 동신어산 백두산이 낙동강 전망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산세나 지명도 접근성 그리고 주변 조망 등을 포함해 낙동강의 진면목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낙동강변의 대장봉은 누가 뭐래도 무척산. 이 무척산은 경부선 완행열차가 예의 기적소리를 울리며 자주 운행되던 지난 1960~1970년대 김해에서 버스를 타고 접근해 모은암~천지~정상~백운암을 거쳐 용당나루터로 하산,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넌 뒤 원동역에서 완행열차에 몸을 싣던 추억의 코스였다. 버스 타고, 나룻배 타고, 열차 타는 재미로 다니던 소위 '올드보이'들의 산행지였던 것이다.

산행팀은 앞서 언급한 기존의 무척산 코스 대신 원점회귀 코스를 새로 개척했다. 산행은 용산나루터와 인접한 상동면 여차리 용산후포마을~173봉~잇단 전망대~292봉(삼각점)~삼거리봉~주능선(무척지맥)~전망대~안부갈림길~정상·천지 갈림길~천지(기도원)~무척산(703m)~천지 갈림길~백운암~부도~용산후포마을 순. 식사 및 휴식시간을 제외한 걷는 시간만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여차리 용산마을(용산초등 앞)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 진행과 반대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좌측으로 도로가 보인다. 청룡산업(주) 가는 길이며 이를 알리는 입간판도 서 있다. 폐비닐집하장을 끼고 우측으로 가서 청룡산업을 지나면 이내 용산후포마을. 좌측 마을로 진입하지 않고 대숲이 보이는 정면으로 직진한다. 버스정류장에서 8분. 200m쯤 뒤 좌측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무덤 뒤로 열린 길은 약간 거칠지만 그런대로 오를 만하다. 때묻지 않은 낙엽길을 밟으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걷는 맛이 제법 운치가 있다.

들머리에서 20여 분. 길은 차츰 좌측으로 휘면서 시나브로 173봉에 닿는다. 그 정점엔 참호같은 큰 구덩이가 눈에 띈다. 7분 뒤 양지바른 무덤 좌측으로 길이 보이지만 무시하고 무덤 뒤로 직진한다. 경사가 더 심해지고 길은 더 까칠해진다. 한 굽이 오르면 누군가 공을 들이고 있는 듯한 자연산 분재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이어지는 오름길. 10분 뒤 좌우측엔 제법 위용을 갖춘 전망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낙동강으로 돌출된 용산이 금오산 향일암에서 본 거북머리를 연상시키고, 우측 무척산 줄기에서 좌측으로 석룡산 신어산 금동산 금정산 장군봉 오봉산과 강 건너 용굴산 토곡산 천태산 금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가히 낙동강 전망대로 불릴 만하다.

무명봉을 지나면 길이 좌측으로 꺾이면서 본격 무척산으로 이어진다. 삼각점을 지나면 역시 거친 오름길. 15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천태산 좌측으로 그간 안 보이던 금오산 구천산 만어산도 확인된다.

삼각점에서 30분이면 삼거리봉에 올라선다. 우측은 무척산 북릉 코스(근교산 331회 참조)의 들머리인 생림면 안양리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향한다. 등로 좌측엔 방금 지나온 능선이, 우측엔 삼랑진 뒤로 종남 화악 남산 등 밀양 청도의 봉우리들이 멋진 산그리메를 그려놓고 있다.

삼거리봉에서 무척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까지의 35분은 애오라지 된비알의 연속. 도중 두 차례나 밧줄이 매여 있을 정도로 급경사길이다. 이 구간만 통과하면 이후 산행은 무난하다. 좌측 무척산으로 향한다. 5분 뒤 전망대. 앞서 봤던 주변의 조망과 함께 들머리도 보인다. 이어지는 산길 주변 소나무는 대쪽처럼 쭉쭉 뻗은 데다 아름드리 소나무도 눈에 띈다. 10여 분 뒤 특이한 삼지(三枝)형 소나무가 서 있는 사거리 안부에 내려선다. 직진하면 119구조대 신고 표지목과 '무척지맥'이라 적힌 팻말이 눈에 띈다. 우측으로 가야 되지만 잠시 직진, 전망대를 다녀온다. 오행바위라 불리는 이곳은 여차리의 기도원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낙동강과 향후 하산길 능선이 한눈에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2분이면 갈림길. 직진하면 정상 , 우측은 천지 방향. 산행팀은 천지못을 돌아 정상에 오른 뒤 직진 방향으로 내려온다. 6분이면 기도원을 지나 산상 호수인 천지에 닿는다. 가락국 수로왕을 장사지낼 때 자꾸 능에 물이 고이자 한 신하가 주변 고을 높은 산에 못을 파면 물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 예언, 그의 말대로 못을 파니 물이 나지 않았다고 전해온다. 바로 그 못이 천지라는 것. 보면 볼수록 신비감을 더해주는 평화스러운 못이다. 천지 옆에는 '모은암 1.7㎞, 정상 1.2㎞'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정상까지는 25분. 정상 직전 삼거리에선 '여덟말고개' 방향으로 가야 된다. 정상은 조망의 산이라 불러도 될 만큼 환상적이다. 서쪽 공원묘지 뒤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을 품고 있는 독립봉인 봉화산이 보이고, 그 왼쪽인 남서쪽으론 불모산과 그 우측 뒤로 장유 비음 정병 무학 천주산이, 밀양 창녕 쪽인 북서쪽의 낙동강 건너에는 종암 덕암 종남 덕대 화왕 관룡 영취산이, 정상석 뒤 토곡산 좌측 뒤로 축전산 채바우골만당 염수봉 오룡산 죽바우등 영축 신불 간월산이, 북으로 천태산 금오산 뒤 저 멀리 운문 천황 재약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의 맹주도 확인된다. 금정산은 동쪽으로 보인다.

하산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백운암 방향으로 내려선다. 천지못 갈림길과 무척지맥 이정표를 잇따라 지나 직진하면 백운암으로 내려서는 침목계단을 만난다. 10여 분이면 백운암에 닿는다. 엄청난 규모의 기암절벽 아래 위치한 백운암에 서면 역시 낙동강이 장관을 이룬다.

백운암에서 하산길은 셋. 절 입구 가로등 앞에 놓인 이정표가 안내하는 계곡길이 하나요,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것이 또 하나. 두 길은 중간에서 만나며 백운동이 종착지다. 산행팀은 원점회귀를 위해 150m쯤 임도를 따라 가다 급커브길에서 좌측으로 열린 산길로 내려선다. 6분 뒤 부도탑. 이끼 낀 고색창연한 돌이 조합을 이룬 이 부도탑은 아쉽게도 안내판 하나 없다. 하산길 좌측은 산행팀이 올라온 능선으로, 7부 능선쯤의 곳곳에는 기암절벽이 걸려 있고 우측 백운동으로 이어지는 능선 또한 이에 필적할 만큼 수려하다.

개척을 각오하고 택한 하산길은 고도를 낮출수록 다행히(?) 온순해진다. 되레 등로 정비를 위해 나무를 벤 흔적이 역력하다. 대숲을 지나 청룡산업(주) 정문 인근 컨테이너 박스 뒤로 내려오며 산을 벗어난다. 들머리인 용산후포마을과는 불과 150m 거리다.


  
 

◆ 교통편

- 구포역 인근에서 여차(리)행 버스 타고 용산마을서 하차

구포역에서 나와 우측으로 100m쯤 가면 만나는 재활용센터 앞 시외버스정류장에서 김해여객(055-337-3751) 여차(리)행 버스를 타고 용산마을(용산초등 앞) 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6시50분, 8시10분, 10시10분, 11시10분. 2800원. 이곳에서 구포로 나오는 버스는 오후 2시50분, 4시50분, 5시40분, 8시50분에 있다.

구포역까지는 지하철 2호선 구명역에서 내려 '구포역' 방향으로 올라와 골목길(입구에 이정표 있음)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백양터널~대저분기점 지나~대동TG 맨 우측 '상동 대동' 방면~굴다리 통과~상동 69번 우회전~생림 상동~무척산 장척계곡~상동면 표지판~여차 감로~매리취수장 지나~용산마을 입구에서 '성신테크' '청송가든' 방향~상동수양관 지나자마자 만나는 갈림길서 우회전, 성신테크 방향~상동면 폐비닐집하장 지나~청룡산업(주) 지나~용산후포마을 순.


◆ 떠나기 전에

- 고속도로에 의해 뻥 뚫린 용산 보며 산행 내내 안타까워

신어산 불모산과 함께 김해의 3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무척산(無隻山)을 한자로 그 의미를 풀어보면 '한 쌍이 될 짝이 없는 산'. 경관이 무척 아름다워 주변에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식산(食山)으로도 불린다. 북풍을 막아주고 낙동강 물줄기를 끌어들여 김해고을을 먹여 살리기 때문이란다.

무척산은 가락국의 전설이 서려 있는 유서 깊은 산이다. 산이 품고 있는 모은암 천지 백운암이 이를 입증한다.

모은암(母恩庵)은 가락국의 김수로왕의 장자이자 제2대 왕인 거등왕이 그의 어머니 허왕후를 위해 지었다. 참고로 아버지인 김수로왕을 기리기 위해선 천태산에 부은암(父恩庵)을 지었다. 백운암은 가락국 불교 중흥을 위해 무척대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산정호수 중 하나로 영지(靈池)인 천지(天池) 또한 김수로왕의 왕릉과 관련이 있다.

무척산은 산세가 독특하다. 모은암을 품은 서면은 곳곳에 기암절벽과 암봉이 마치 만물상을 연상시키듯 서 있어 김해 암벽등반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반면 백운암을 안고 있는 동면은 바위가 비교적 적은 반면 숲이 울창하다.

또 한 가지. 낙동강으로 불쑥 튀어나온 용산(龍山)은 산행 내내 시야에 들어온다. 앉은 터가 명당이라 예부터 이곳 상동면 여차리 용산마을 사람들은 무덤도 안 썼을 정도였다. 하지만 수 년 전 신대구부산 고속도로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용산을 관통했다. 그리고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던지 터널 위로 동물이동통로를 만들어 살짝 덮어 놓았다. 그 사연을 알고 있는 산행팀은 산행 내내 용산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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