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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태극종주(2) 재약산 수미봉~사자봉

영남의 지붕, 영남알프스에도 서서히 봄이 찾아든다. 정상에는 아직도 눈더미가 희끗희끗하지만 산아랫녘 실개천에는 버들개지가 복실한 움을 하나둘씩 틔운다. 봄볕을 받은 잔설이 녹아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계곡 사이로 시원스런 물소리가 들려온다.
 
(사진1-재약산 수미봉과 사자봉 정상은 오밀조밀한 암릉구간이 나타나 산행의 맛을 더한다. 근교산 대원이 사자봉 멧부리를 지나가고 있다.)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두번째 구간이다. 이번 구간에서는 국내 최대의 억새벌판인 사자평을 지나 재약산의 수미봉과 사자봉을 넘는다. 수미봉과 사자봉이라는 지명은 아직 등산지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지도는 수미봉을 재약산으로, 사자봉을 천황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천황산은 일제때 붙여진 지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최근 산악인들은 두 봉우리를 재약산의 형제봉으로 부르고 있다.
 수미봉과 사자봉은 예로부터 `삼남의 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재약산 기슭은 광활한 억새평원 사이로 얼음골 표충사 층층폭포 금강폭포 등 수많은 명소를 간직하고 있다. 재약산의 준봉들은 산허리까지는 전형적인 육산이지만 주봉에 다가가면 암릉구간으로 돌변한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는 양산시 상북면 이천리 죽전마을. 지난 산행의 하산지였던 대리마을에서 원동방향으로 걸어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산행 구간은 `양산시 상북면 이천리 죽전마을~공동화장실~능선 삼거리~사자평~수미봉(1115.5곒)~사자재~사자봉(1189곒)~능선 삼거리~큰상투봉~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내촌마을'이다. 소요시간은 6시간~6시간30분. 태극종주 4개구간 중 가장 짧고 길도 좋아 당일 산행코스로도 그만이다.
 언양에서 배내골행 버스를 타고가다 죽전마을에서 내린다. 가든과 산장이 즐비한 이곳에는 관광객을 위한 공동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에서 원동 방향으로 몸을 틀면 사자평으로 오르는 산길이 열린다.
 조붓한 오솔길이 산허리를 타며 갈지자로 올라간다. 쉬엄쉬엄 발걸음을 옮기면 30분쯤 뒤 탁 트인 너럭바위에 닿는다. 너럭바위에서 4시 방향으로 태극종주 첫구간에서 초입으로 잡았던 태봉마을이 어렴풋이 보인다. 마을에서 솟아오른 능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정상이 차례로 머리를 내민다.
 30분 정도 더 오르면 사자평 고개다. 9시 방향으로 우뚝 솟아있는 산이 재약산 수미봉이다. 수미봉 아래 펼쳐진 너른 벌판이 사자평. 이곳은 가을이면 평원에 일렁이는 억새들이 파도같이 일대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광평추파(廣平秋波)라 했던가.
 고개에서는 두 갈래로 길이 나있다. 태극종주 2구간에서는 직진해 사자평으로 내려서야 한다. 고개에서 왼쪽으로 국제신문 리본이 붙여져 있다. 이곳은 지난 230회(본지 1월4일자)에 소개된 길로 코끼리봉을 거쳐 약무덤으로 가는 길이다.
 수백만평 너른 벌판 위에 길이 서너 갈래로 흩어진다. 당황하지 말고 억새밭을 가로지른다는 생각으로 큰길을 따라 걷는다. 평원 가운데 즈음에서 철조망을 만날 수 있다. 철조망을 왼쪽에 끼고 걸으면 곧 두어개의 작은 개울이 나타난다. 개울을 건너 계속 직진하면 자갈이 밭을 이룬 작전도로 삼거리다. 조금 더 직진해 전봇대와 너른 암반이 보이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선다. 이정표가 서있는 사이로 소나무 묘목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이곳은 하늘 아래 가장 높은 학교였던 고사리분교가 있던 자리다. 고사리분교는 지난 98년 폐교됐다. 지금은 그 흔적조차 없어져 학교를 기억하며 찾아오는 산꾼들을 아쉽게 한다.
 이정표는 재약산(1.0㎞) 진불암(1.0㎞) 층층폭포(0.7㎞)를 가리킨다. 재약산 길을 따라 15분정도 오르면 임도다. 임도를 곧바로 건너면 수풀 사이로 오르막 산길이 열린다. 수미봉 정상까지는 0.7㎞. 40여분 꼬박 올라야 하는 비탈길이다.
 수미봉 정상은 미끈하게 생긴 거대 암봉으로 둘러싸여 있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도 뛰어나다. 북쪽에서 동쪽으로 사자봉 운문산 가지산 문복산 고헌산 정상이 병풍을 두르듯 이어진다.
 하산길도 암반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암릉구간이다. 반석을 발걸이 삼아 로프를 잡고 내려와야 하는 길도 있다. 북쪽 비탈이어서 곳곳에 미끄러운 얼음이 숨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20여분 내려오면 돌부리는 사라지고 평원이 시작된다. 사자재다. 고갯길은 십자로로 갈라진다. 왼쪽은 표충사로, 오른쪽은 전술도로로 빠진다.
 

 사자재에서 직진해 다시 비탈을 탄다. 오르막 끝머리, 봉긋 솟은 바위봉우리가 사자봉이다. 사자봉 멧부리에 가까워질수록 암반층이 두터워진다. 정상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정상은 우둘투둘한 바위봉우리로 멀리서 보면 마치 사자처럼 보인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사자봉이다.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서쪽으로 떨어지면 한계암을 거쳐 표충사로 간다. 암봉을 돌아 200여곒 내려오면 `T'자형 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왼쪽으로 꺾어 능선을 타도록 한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얼음골로 곧장 빠져나간다.
 길이 점점 뚜렷해진다. 가리마처럼 타진 한가닥 길은 억새와 산죽, 소나무군락을 헤치며 뻗어있다. 10여분 뒤 철쭉이 지천으로 깔린 바위암릉 구간을 만난다. 큰상투봉이다. 만물상을 새겨 놓은 단애의 아름다움이 영남알프스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20여분 더 길을 내려오면 황토가 토실토실 다져진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틀어 하산 능선을 탄다. 모롱이가 뚜렷하고 길이 잘 다져져 발걸음이 가볍다. 30여분 내려오면 길이 희미해지는 산죽밭이다. 산죽밭을 가로질러 200여곒 내려오면 사람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30여분 더 내려닿으면 경주이씨의 가족묘를 지나 임도에 닿는다.
 임도에서 왼쪽 오르막은 도래재를 넘어 표충사로 가는 길이다. 산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오른쪽 내리막을 따라 내촌마을로 내려간다. 포장도로를 따라 30여분 더 가면 버스를 탈 수 있는 국도에 닿을 수 있다./글긿사진=박병률기자brpark@kookje.co.kr 산행정보 문의=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051-500-5150~1) 이창우 산행대장(011-563-0254 긿 www.yahoe.co.kr)

==========교 통 편========


 명륜동 동부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언양행 버스를 탄다. 오전 6시30분부터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은 2천6백원. 소요시간 1시간.
 언양에서 배내골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에는 한대밖에 없다. 오전 8시 45분. 석남사, 배내고개를 지나 죽전마을까지 요금은 630원. 소요시간 1시간. 만약 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2만~2만5천원 정도 든다.
 산을 내려오면 밀양 산내면 남명리 내촌마을이다. 남명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석남사행·밀양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석남사행 버스는 오후 6시께가 막차. 요금 1천5백원. 석남사에서는 언양으로 가는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있다. 요금은 630원. 언양에서 부산까지 직행은 오후 8시30분, 완행은 밤 9시40분이 막차다.
 밀양행 버스는 오후 7시께가 막차. 요금 2천3백원. 밀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밀양역으로 이동한다. 밀양역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요금은 800원. 택시로는 3천원 정도백원. 소요시간은 47분이다..
  입력: 2001.03.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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