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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를 곁에 두고도 예삿고개 보듯해 미안허이
해발 1258m, 수도~가야 종주능선에 위치
미답의 숲 터널 지나면 빈바랑골 폭포 장관
거친 암릉 지나 정상, 수도 · 가야산 한 눈에

 
  수도재를 지나 올라서는 능선에서 본 좌일곡령(왼쪽)과 국립공원 가야산(가운데). 그 우측으로 가야공룡능선이 이어진다.


제 이름은 좌일곡령입니다.

'고개 영(嶺)' 자로 끝나 고갯마루로 간혹 오해를 받곤 하지만 명색이 산이랍니다. 그것도 해발 1258m나 되는 꽤 높은 암봉이랍니다.

경남 거창에 있지요. 구체적으로 거창 가북면과 경북 김천 증산면을 가로지르는 총 길이 24㎞나 되는 소위 수도~가야 종주능선 상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길은 평균 1000m 이상의 고봉준령의 마루금으로, 백두대간이나 영남알프스에 견줄 만큼 산꾼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많은 산꾼들, 심지어 저를 한 번 밟고 지나간 사람들조차도 절 알지 못합니다. 조망이 기가 막힌 저의 정수리에 걸터 앉아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을 터인데도 바로 이웃한 펑퍼짐한 단지봉은 기억해도 암봉인 저 좌일곡령은 끝내 금시초문이랍니다. 정말 곡소리나게 울고 싶습니다.

 


 



정상석이 없어서 그렇지 2만5000분의 1 지형도나 웬만한 산행지도에 제 이름 넉자가 빠진 곳은 한 곳도 없는 데도 말입니다. 외길 능선인 단지봉에서 불과 4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한 눈에 봐도 전망 좋은 암봉인 저를 왜 알아보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름 때문인가요.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요.

같은 영(嶺) 자 돌림인 망부석 전설로 유명한 치술령(隧述嶺·796m)이나 설악의 마등령(馬登嶺·1327m)은 안 가보고도 너무나 잘 알지 않습니까.

 
  높이 20m쯤 되는 빈바랑골의 백미 빈바랑 폭포. 이 계곡을 통해 김천의 수도암과 청암사, 합천 해인사로 각각 이어져 '바랑'이라 명명됐는가. 하여튼 속세의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오라는 뜻인지 '빈'바랑이다.
산꾼들을 대상으로 저를 알리고 싶어도 부끄럽게도 제가 저 자신을 잘 몰라 그렇게 하질 못합니다. 제 이름이 어이해서 '봉'이 아닌 '령'으로 붙여졌는지, 혹 이름과 관련된 전설이나 사연이 있는지, 또 한자 이름은 무엇인지 등 태생의 비밀을 알고 싶습니다.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기가 막히게도 좌대곡령이라 표기돼 있답니다.

그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온 저 좌일곡령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영남알프스의 고헌산이나 문복산을 두고 한수 이남에서 1000m급 봉우리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못받는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이는 배부른 소리라고. 절 두고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신단 말입니까.

며칠 있으면 새로 뽑히는 거창군수님께 정상석 하나 세워달라는 민원이라도 낼까 봅니다.

산행은 가북면 홍감버스정류장~홍감마을~축사~계곡(빈바랑골)~빈바랑 폭포~주능선(수도재)~좌일곡령~용암봉(1125봉)~목통령~상개금(마을) 순. 순수 걷는 시간은 4시간30분 안팎이며, 숨은 비경을 간직한 빈바랑골은 과거 태풍 당시 상흔 때문인지 곳곳에 길이 들쭉날쭉해 길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홍감버스정류장에서 마을로 오르는 포장로를 150m쯤 가면 갈림길. 우측으로 간다. 길섶엔 붓꽃과 찔레꽃이, 홍감마을에선 담홍빛 금낭화와 목단이 반긴다. 오동나무에도 보랏빛 꽃이 예쁘다. 꽃잔치다.

마을 뒤 산줄기가 수도~가야 능선이지만 동네 뒷산처럼 느껴진다. 잠시후 T자 갈림길. 왼쪽으로 간다. 저 멀리 단지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내 세 갈래길. 맨 왼쪽길로 내려선다. 근처 사과밭을 바라보며 축사를 지나면 흙길로 들어선다. 우측으로 방향을 잡으면 산길로 들어선다. 빈바랑골 진입로이자 본격 들머리다.

미답의 숲 터널이다. 국립공원이었으면 아마도 '길 유의' 표지판이 있음직할 정도로 거칠다. 좀 더 오르면 수정같이 맑고 유량이 풍부한 계곡으로 길이 붙는다. 예상치 못한 계곡산행이다. 과거 태풍에 의한 사태 때문인지 일부 구간은 길이 끊겨있다. 해서, 계곡을 이리저리 수 차례 건넌다. 길을 못찾으면 그냥 계곡을 따라 거슬러 가도 상관없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이곳엔 도롱뇽도 발견된다. 백색의 너른 암반에 주변의 숲도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빈바랑골의 백미는 폭포. 산길 바로 옆에 있다. 높이 20m, 폭 3m쯤 돼 보이는 이 폭포는 규모나 유량, 그리고 숲과의 조화 등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들머리서 50여분.

산죽과 잡목을 헤치고 계곡 건너기를 수 차례. 폭포에서 35분쯤 뒤 계곡 왼쪽 지점에서 일순간 길이 사라진다. 계곡쪽 대신 왼쪽 숲방향으로 크게 시계 방향으로 돌면 다시 길을 만난다. 비교적 양호한 길이다. 산죽 및 낙엽길도 만난다. 이제 계곡과 결별, 본격 능선으로 향한다. 지형도 상 좌일곡령은 크게 보아 우측 방향에 있다. 참고하길.

25분이면 능선에 닿는다. 수도재다. 왼쪽은 단지봉 수도산 수도암 청암사, 오른쪽은 좌일곡령 가야산 방향. 나물 채취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취나물 곰달피 등이 배낭에 가득하다.

이제 우측으로 향한다. 순탄한 길이다. 이제까진 계곡산행이었지만 이후론 조망의 산행이다. 머리 뒤로 단지봉, 오른쪽으론 오두산 미녀봉 별유산 의상봉 보해산 박유산 등 거창의 산들과 지리산 천왕봉도 흐릿하지만 확인된다. 한 굽이 오르면 가야산과 그 오른쪽으로 가야공룡 남산제일봉 남산깃대봉 매화산이, 또 한 굽이 넘으면 비로소 암봉인 좌일곡령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다가갈수록 순탄하던 길이 암릉길로 변한다. 몇 차례 용을 쓰고 올라서면 마침내 좌일곡령. 수도재에서 23분. 소문대로 조망이 환상적이다. 능선 뒤로 펑퍼짐한 단지봉과 돌탑이 뚜렷한 수도산 및 수도암이 보이고, 수도산 왼쪽으로 양각산, 그 뒤로 덕유산 향적봉, 그 오른쪽으로 지봉 삼봉산 대덕산 민주지산 황악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도~가야 능선쪽으론 분계령 두리봉 가야산이, 그 왼쪽으로 석항령 형제봉 독용산도 확인된다.

하산길은 약간의 암릉지대로 다소 거친 산세가 이어진다. 능선 왼쪽은 김천 증산면, 오른쪽은 거창 가북면으로, 도경계인 셈이다. 능선 하산 지점인 목통령까진 1시간 정도 걸리는 데다 이정표 하나 없어 약간은 무료하다. 하지만 목통령엔 이정표가 있어 지나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산죽길로 쭉 이어지는 능선길에는 가북저수지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대와 암봉인 일명 용(두)암봉(1125m)을 지난다. 물론 삼각점이 있는 이곳에 올라설 수 있지만 대개 왼쪽으로 에돌아간다.

목통령에서 상개금마을은 35분이면 내려간다. 도중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의 푸름이 상쾌하다. 목통령에는 '식수, 왕복 15분 거리'라 적힌 안내문이 나무에 걸려있다. 샘터가 아니라 낙엽송숲 지나 길 우측 30m 지점에 위치한 계곡물을 의미한다. 야영객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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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기전에...

- 온천욕 후 어탕국수 한 그릇

- 놓치지 말자! 거창의 명물

 
근교산 취재팀은 수도~가야산 종주능선 상의 봉우리를 이전에 몇 차례 소개했다. 거창 단지봉(근교산 341회) 가야산(〃 369회) 김천 수도산(〃 470회)이 그것이다. 참고하길. 김천에서 시작할 경우 수도암(내지 청암사)~단지봉~좌일곡령~가야산 순이다. 통상 2박3일 걸린다.

산꾼들로부터 산 속의 산이라 불리는 거창의 산에 오면 어탕국수(사진)와 온천을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먼저 거창의 진미인 어탕국수. 대명식당(055-942-1005)이 잘 한다. 미꾸라지 망태 등 민물 잡어를 푹 고아 뼈를 제거한 뒤 풋배추 부추 우거지 등을 넣고 끓인 다음 국수를 말아 먹는다. 취향에 따라 마늘과 다진 고추, 산초가루'를 곁들이면 더 맛이 있다. 밥도 서비스로 제공될 만큼 인심도 후덕하다. 5000원. 제일탕에서 2분 거리.

물이 매끄럽고 부드러운 가조온천도 놓쳐선 안 될 명소. 원조인 제일탕은 현재 휴업상태다. 찜질방 등 시설 보완을 위해서다. 제일탕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백두산온천도 물 좋기로 두 번째라면 서러운 온천이다. 강알칼리성 온천으로 비누가 필요없을 정도로 물이 매끄럽다.



# 교통편

- 부산→거창 첫 버스 오전 7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는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에 있다. 2시간40분 걸리고 1만1900원. 산행 들머리인 홍감마을행 군내버스는 오전 7시10분, 9시40분, 11시에 있다. 2300원. 군내버스를 타는 대동정류소는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나와 왼쪽으로 간 후 만나는 사거리에서 우측 다리를 건너 시장 입구 맞은 편에 있다. 15분 걸린다.

날머리 상개금마을 팔각정 앞에서 거창행 버스는 오후 3시40분, 6시10분(막차)에 있다. 거창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40분, 5시20분, 6시, 6시40분(막차)에 출발한다. 막차를 놓쳤다면 서대구행 버스를 이용한 후 지하철을 타고 동대구역으로 가서 부산행 열차를 이용하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 현풍IC~대구 고령 방향~88고속도로 성산IC 진입, 고령 광주 방향~가조IC~1091번 지방도 가조 방향 우회전~김천 거창 방향 좌회전~가조 가북~가북 우회전~용암~홍감버스정류장 순. 날머리에서 차가 있는 들머리까진 막차인 오후 6시10분 차를 이용하자.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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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06.05.25 15:32 / 수정: 2007.02.27 오후 7: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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