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다시찾는 근교산 <> 합천 허굴산

 


합천에도 봄은 왔다.

합천의 봄은, 산 밑이라면 「바다」를 연상시킬만큼 거대하고 푸른 합천호의 정경과 그 둘레를 꿈길처럼 치장하는 벚꽃길로 피어난다. 산 위에서라면 많은 이들이 황매산(1,108m)정상 평전을 뒤덮는 철쭉군락을 떠올린다.

봄풍경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 버린 이같은 명소들 틈새에서 좀 한갓지고 여유롭게 돌아볼만한 또 다른 산행로를 캐내볼 수는 없을까.

합천군 대병면에 들어가보면 무척 색다르고 동시에 매우 친숙하게 느껴지는 풍경을 접할수 있다. 높지않은 세 개의 잘생긴 봉우리가 병풍처럼 마을을 호위하고 있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친숙함이라면, 그 세 개의 산들이 모두 울퉁불퉁하고 씩씩하기 그지없게 생긴 바위산이라는 점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허굴산 악견산 금성산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일대는 지대가 높고 산세가 험한 곳이었다. 바깥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합천땅 안에서는 경치좋고 물 좋기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던 지역이다. 합천댐이 들어선 지금 「물 좋다」는 자랑거리 하나는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임진왜란때 민중의 영웅으로 이름을 떨친 의병장 곽재우 장군의 전설이 곳곳에 살아있는 세 개 봉우리들의 위용은 「의구」하다.

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은 이 봉우리들 중 하나인 허굴산(虛山·681.8m)을 다녀왔다. 허굴산은 고도로 볼 때는 낮은 축이지만 산세만큼은 비범한 면모를 갖췄다. 산 전체가 거대한 암괴와 암릉으로 이뤄져 있어 바위산 특유의 「산 타는 맛」, 「탁 트이는 경치」, 「온몸으로 기어오르는 재미」 등 산행자에게 다양한 감흥을 안겨 준다. 다른 산과 능선이 연결되지 않는 독립된 봉우리 형국이어서 산행시간은 4시간 가량으로 매우 짧다. 길도 단순하다. 여유있게 걷고 쉬고 즐겨가며 온 몸으로 「봄기운」을 맛보려는 동호인들에게 딱 맞는 코스다.

산행경로는 합천군 대병면 양리 송정마을∼농로∼(산길진입)∼(암릉구간올라섬)∼용바위∼정상(산불감시초소)∼옛성터∼555m봉∼임도를 거쳐 초입과 멀지 않은 대병면 장단면으로 내려선다.

양리 송정마을입구에 하차하면 마을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입구에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 안내대로 걷다 커다란 기와집앞의 첫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100m쯤 가다 길이 오른쪽으로 꺾이는 지점에서 길을 무시하고 직진해 콘크리트로 된 수로시설 위로 개울을 건넌다. 정면으로 보이는 허굴산 아랫자락에 산길이 뚜렷하게 보인다.

허굴산은 이 지역의 많은 동호인들이 심심찮게 찾고 있는 산이어서 길이 또렷하고 산악회의 리본도 잘 정돈되어 있다. 길을 잃거나 헤맬 염려는 거의 없다.

조금 산길을 타고 올라서자마자 이내 정상까지 곧장 이어지는 암릉길이 시작된다. 바위로 덮힌 산들의 특징은 조망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 경치가 속이 시원할 정도로 쾌청하다는 점과 바위 기어오르는 재미와 스릴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거북모양의 바위, 탁자모양의 바위, 거대한 벽같은 바위가 이어지고 산 자체도 티없이 깨끗하다. 하산후 마을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지만 허굴산 능선의 큰 바위들은 대부분 전설이 얽힌 이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름표나 표식 따위는 전혀 없어 취재팀으로선 무척 아쉬웠다.

40여분 가량 올랐을 때 커다란 바위밑에 지어진 움막을 만난다. 움막쪽을 무시하고 오른쪽으로 살짝 꺾어야 능선으로 길이 이어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원해지는 조망을 탁 트인 전망대 위에 서서 살펴보았다. 눈길이 가장 먼저 빨려드는 봉우리는 정면(길)을 기준으로 10시 방향의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 그 왼쪽으로 웅석봉이, 그 앞쪽으로 감암산과 모산재가 보인다. 12시 방향은 황매산이고 그 왼쪽 능선이 베틀굴,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2시방향) 눈앞의 큰 암봉이 금성산, 그 오른쪽이 악견산이다.

30여분 더 타고 올라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안부에 닿자 오른쪽으로 갈라진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이 곳이 「용바위」다. 취재팀이 리본으로 따로 표식을 해두었다. 「용을 써서 오른다」고 용바위인데 바위의 갈라진 틈새를 뛰어 건너면 장수한다는 전설이 얽혀있다.

용바위에서 약 20여분 다가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허굴산정상에 닿는다. 중간에 청강사에서 올라오는 오솔길을 두군데 만난다. 정상도 조망이 훌륭하다. 그렇지 않다면 산불감시초소가 들어섰을리도 없을 것이다. 합천군들의 산을 다 둘러볼 수 있고 멀리로 합천호 푸른 물빛도 손에 잡힐 듯하다.

올라선 방향을 기준으로 직진하면서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은 뜻밖에 꽤 묵은데다 잡목의 기습과 방해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길이 또렷해 크게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산을 시작한지 60분 정도면 넉넉하게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곧 마을에 닿는다.

▲산행정보 문의=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051-500-5150∼1) 이창우 산행대장(백두산장 051-852-0254)/글·사진 조봉권기자

# 교통편

부산사상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1~2)
 거창시외버스터미널(055-942-3601)


우선 합천까지 들어가야 한다. 부산서 합천까지는 약 2시간 가량 소요되는 비교적 먼길이므로 일찍 출발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사상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 7시40분, 8시20분 등에 출발하며 평균 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7천1백원.

합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그 곳에서 바로 군내버스로 갈아탈 수 있다. 산행초입인 대병면 양리마을로 들어가려면 「용주선」이라고 적힌 노선버스를 타면 된다. 대병면 양리 송정마을앞 하차. 오전 7시30분, 8시, 8시20분, 9시40분, 10시30분, 11시30분 등. 택시요금은 1만8천원이나 돼 이용하기가 다소 부담스럽다. 이번 산행은 소요시간이 짧은 편이라 조금 늦게 출발해도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하산길은 합천군 대병면 장단리로 이어진다. 하산해서 삼산초등학교를 지나 마을앞을 지나는 도로까지 나오면 가정집과 비슷해 눈에 거의 띄지 않는 구판장이 있어 차편을 문의해 볼수 있다. 합천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매시 40분마다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며 막차는 오후 6시40분께. 합천까지 20㎞ 거리로 30여분 소요. 1천3백원.

합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는 오후 4시, 4시30분, 5시, 5시50분, 6시20분, 7시(막차). 진주행 버스가 오후 6시50분, 8시10분에 있어 부산행 막차를 놓쳤다면 「탈출로」로 삼으면 된다. 3천7백원.


참고로 교통편은 변동사항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문의 하세요






입력: 2002.01.17 16:42 / 수정: 2006.11.24 11:48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