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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수도'라는 별칭을 얻은 전남 보성에는 제암산 일림산 초암산 등 봄철 철쭉으로 이름 난 명산들이 많다. 그 와중에도 아주 낮지만 기암괴석과 숱한 볼거리, 빼어난 해안 풍경을 갖춘 '보석' 같은 산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득량만을 사이에 두고 고흥반도와 마주보고 있는 오봉산(五峰山·324m)이다. 실제 산행을 해 보면 의외로 볼거리와 기암절벽이 많고 풍광도 좋은데 해발 300m대에 불과한 낮은 높이로 인해 주목을 덜 받았을 뿐이다.







이 산의 상징 같은 존재인 칼바위는 같은 이름을 가진 전국의 칼바위 중 가장 거대하고 특이하며 얽힌 이야기가 많기로 유명하다. 칼바위 뿐 아니라 조새바위, 용추폭포, 풍혈 등을 볼 수 있고 전체적으로 거대한 암봉들이 연이어지는 산세와 계곡미까지 갖추고 있어서 혹자는 '작은 주왕산'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산꾼은 "조금만 규모가 더 컸으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을 산"이라고 말할 정도로 알차고 아름다운 산이다. 그래서 보성 오봉산은 차가운 겨울철, '따뜻한 남쪽나라'의 평화로운 들녘과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삼았던 득량만을 내려다보며 부담없이 한나절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작지만 옹골찬 산행지라 할 만하다.




■암봉 이어 계곡… 낮지만 옹골찬 산세

   

'근교산&그 너머' 이창우 산행대장이 칼바위를 지나 능선길로 오르고 있다. 뒤편 맨 왼쪽 날카롭게 갈라진 곳이 칼바위.

원점회귀로 진행되는 오봉산 코스의 들머리는 보성군 득량면 해평리 기남마을에 있는 해평저수지 둑 밑 주차장이다. 이어지는 코스는 도새등(독김재)~돌탑모듬~259.6m 삼각점봉~336m봉(GPS 수신기 표시고도)~337m봉(G)~359m봉(G)~칼바위 갈림길~칼바위~청암마을 갈림길~풍혈~오봉산 정상~오봉산성·용추폭포 갈림길~용추폭포2갈림길~용추폭포~칼바위주차장~해평저수지 순. 총거리 9㎞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휴식과 식사 경관감상 등의 시간을 포함하면 5시간30분가량 잡으면 된다.

저수지 주차장에서 등산로 안내판을 일별한 후 용추교를 건너자 마자 왼쪽으로 꺾어 민가 앞까지 간다. 민가 앞에서 오른쪽 삼나무 사잇길로 진입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삼나무길을 통과하면 무덤 앞 갈림길. 수많은 리본이 달린 우측길로 오른다. 100m 이상 이어지는 대나무 숲길은 운치가 그윽하다. 대숲이 끝나면 길은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고 20분 후 주능선 안부 고개인 도새등(또는 독김재)에 오른다.




우측으로 능선길을 따른다. 이제부터는 칼바위를 거쳐 정상에 이르기까지 득량만의 푸른 바다를 원없이 조망하며 걷게 된다. 5분쯤 가면 특이한 모양의 돌탑이 6개 모여 있는 곳에 이른다. 왼쪽으로는 득량만이 좀 더 넓게 드러나고 그 너머로 고흥반도가 좌우로 길게 뻗어있다. 고흥 최고 명산으로 꼽히는 팔영산도 멀찍이서 손짓한다. 우측으로는 산행 들머리와 해평저수지, 그리고 저수지 인근의 올록볼록한 봉우리들이 한 눈에 드러난다.



   

취재진이 득량만을 바라보며 능선길을 걷고 있다.

마치 자연이 빚은 천연산성 같은 절벽을 왼쪽에 끼고 성곽 위를 걷는 기분으로 능선길을 따른다. 5분 후 삼각점이 있는 259.6m봉을 지나고 사다리를 살짝 내려서면 조새바위. 선사시대의 시조새를 닮은 특이한 형상의 조새바위는 오봉산의 수많은 기암의 하나로 마치 익룡이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듯하다. 조새바위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금릉마을. 취재팀은 능선을 따라 직진한다. 절경을 감상하며 20여분 걸으면 식사 장소로 안성맞춤인 암봉에 이르는데, GPS수신기 상 고도 336m봉이다.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면 다음 봉우리는 337m봉(GPS수신기 계측)이다. 우측으로 살짝 휘어지는 능선을 따라서 다시 한번 내려섰다가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치면 10분 후 돌탑 2개가 있는 359m봉에 닿는다. 돌탑에서 왼쪽으로 10m쯤 이동해야 봉우리 꼭대기에 서게 된다. 이곳에서 비로소 지형도상 337m봉 우측에 있는 칼바위를 볼 수 있다. 지리산 칼바위도 대단하지만 여러 개의 암괴가 떠받치는 가운데 날카롭게 솟은 오봉산 칼바위는 그 분위기와 규모가 사뭇 특이하다. 전국의 칼바위 중 최대 규모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게다가 그 아래 용추골 계곡과 건너편 산줄기의 절벽들까지 함께 드러나며 비로소 '작은 주왕산'이라는 별명을 실감하게 된다.













작은오봉산의 모습
■높이 30m 넘는 칼바위 장검 찬 장수인듯

   

훈훈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풍혈.

일단 돌탑 쪽으로 10m쯤 돌아섰다가 왼쪽으로 내리막을 이어가면 5분 후 칼바위갈림길.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오봉산 정상으로 향하는 우회로가 있지만 이정표상 칼바위 '0.18㎞' 표시를 보면서 직진한다. 10분 후 닿은 칼바위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칼바위 아래 왼쪽 오른쪽에 굴이 있는데 왼쪽을 장제굴, 오른쪽을 베틀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원효대사가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왼쪽 장제굴의 바위 문을 통과하면 사람 30여 명은 족히 기거할 수 있을 만한 넓은 공간이 열리고, 뻥 뚫린 하늘을 향해 시선을 옮기면 높이 30m가 넘는 칼바위가 마치 장검을 찬 장수처럼 늠름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다.

칼바위에서 놓쳐서 안되는 것이 있는데, 칼바위 중간 쯤의 움푹한 곳을 자세히 보면 드러나는 마애불이다. 무심코 보면 잘 찾을 수 없지만 장제굴 넓은 공간에 서서 한동안 집중하면 어느 순간 드러난다. 혹자는 농담처럼 "마음이 맑은 사람만 볼 수 있다던데…"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하튼 도대체 누가, 언제 저 곳에 저런 부처님 형상을 새겼는지 알 길이 없지만 신비로운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정상 바로 밑에 후끈한 바람 나오는 풍혈

   

꽁꽁 얼어붙은 용추폭포.

바위문을 통과해서 다시 나온 후 능선에서 칼바위로 내려온 길이 아니라 우측으로 오르는 길이 보이는데, 이 길로 5분쯤 오르면 다시 능선에 닿는다. 청암마을 갈림길이다. 오봉산 정상 1.5㎞ 표지판을 보고 직진, 능선길을 좀 더 따른다. 한동안 평범한 능선길이 이어지더니 바위를 짚고 3m쯤 올라 중간 봉우리에 선다. 이 봉우리에 오르면 용추골과 해평저수지, 칼바위와 337m봉 등이 한꺼번에 드러나며 한폭의 동양화 같은 풍광이 연출된다. 다시 길을 재촉하면 능선을 타고 가다가 정상에 오르기 직전, 산행로 우측에 후끈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바위 구멍이 보인다. 오봉산 '풍혈(風穴)'이다. 영남알프스 운문산 인근의 방음산, 김해 작약산 등에서 볼 수 있는 풍혈과 유사하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훈훈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풍혈의 특성처럼 가로 세로 1m가량의 바위 구멍에서 따뜻한 바람이 끊임없이 솟아난다. 온도와 습도가 높기 때문에 풍혈 주변은 푸른 이끼와 고사리가 마치 여름인 듯 무성하다.

조새바위
풍혈을 지나면 곧 돌탑 2개가 있는 정상에 닿는다. 2만5000분의1 지형도 상 고도는 324m이지만 정상석에는 해발 320m로 표시돼 있다. 2분 후 돌탑 3~4개가 서 있는 오봉산성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면 임도 같은 길이 한동안 이어지고 '용추폭포2 갈림길'에 닿는다. 10m쯤 직진한 뒤 '용추폭포1갈림길'에서 우측 좁은 길로 내려가면 계곡에 닿는데, 암벽으로 둘러싸인 왼쪽 깊숙한 곳에 용추폭포가 있다. 높이 10m가량으로 꽁꽁 얼어붙은 이 폭포는 여름이면 피서지로 인기를 끈다.



용추폭포에서 계곡 옆 산행로를 따라 하산하는 길은 편안한 산책로같은 분위기다. 좌우로 청송 주왕산을 연상케하는 암벽들이 즐비하다. 10여분 후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면 길은 확연히 넓어지고 칼바위주차장을 지나 해평저수지 옆 도로를 따르면 15분 후 출발지점인 저수지 밑 주차장에 닿는다.



◆떠나기전에

- 마애불상 얼굴은 원효대사 자화상설
- 학계선 조성시기 고려 초기로 추정

   

오봉산 마애불상은 뚜렷한 복발과 커다란 귀 등 전형적인 불상의 특성을 보인다.

오봉산 칼바위 중간에 새겨져 있는 마애불상 모양의 인물과 관련한 여러가지 설이 있다. 일단은 칼바위 아래 수도하던 원효대사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것이라는 설이 눈에 띈다. 구전에 따르면 원효대사는 칼바위와 오봉산 일대의 오묘한 형상에 매료돼 바위 아래 동굴에서 수도를 한 후 다시 길을 떠나기에 앞서 손가락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은 누가 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뚜렷한 복발과 두툼한 입술, 커다란 귀와 곡선형의 아미, 희미하나마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수인을 보여주는 점 등으로 미뤄 미륵불 또는 여래불로 본다는 설이다.

이와 같은 불교적 의미의 유래설과 별도로 조선 태조 이성계가 그린 자화상이라는 설도 있다. 고려 말 남해안에 자주 침입하던 왜구를 토벌하기 위해 오봉산성을 쌓고 전투를 벌이던 이성계가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은 것이라는 설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설에도 불구하고 전남 지역 학계에서는 일단은 불상으로 파악하고 조성시기 또한 고려 초기쯤으로 보고 있다.





◆교통편

- 순천IC 내려 시내 지나간 뒤 보성 방향

이동 시간과 거리 등을 고려할 때 당일 산행을 위해서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내려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자 마자 여수 장흥 순천만 방향 왼쪽 도로를 탄다. 곧바로 17번 국도를 버리고 우측 순천 벌교 순천만 방면 도로를 타고 직진, 순천시내를 5㎞가량 관통한다. 이후 고가도로를 타기 직전 벌교 순천만 방향으로 우회전, 순천청암대학 앞까지 간다. 이후 보성 벌교 방면으로 좌회전, 2번 국도를 타고 39㎞가량 직진한다. 보성군 득량면 군두사거리에서 충절사 방면으로 좌회전, 1.6㎞쯤 이동 후 삼거리에서 득량면사무소 방향으로 왼쪽 길을 택해 1.8㎞쯤 가면 해평교를 건넌다. 해평교를 건너자 마자 오른쪽 '용추골 칼바위' 표지판을 보면서 우회전 400m쯤 가면 기남교를 건넌다. 이어지는 삼거리에서 우측 길을 택해 200m쯤 가면 기남마을 2구 표지석이 있는데 그 앞에서 좌회전, 마을을 통과해 직진하면 해평저수지 앞 주차장에 닿는다. 북부산IC 기준 편도 약 2시간40분 소요. 저녁은 보성읍내의 보성녹차떡갈비(061-853-0555)가 먹을만하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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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계길 답사의 발걸음이 마침내 그 중간 기점인 낙동강 수계를 건넜다. 가덕도에서 시작해 부산신항과 서낙동강 유역의 김해평야 들판길을 가로지르는 등 그동안 서부산권에서 주로 걸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동부산권 시계길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첫번째 관문은 바로 금정산(金井山·801m)이다. 부산 시민들에게는 너무도 친숙한 '부산의 진산'을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부산의 젖줄'인 낙동강 변 호포에서 시작해 금정산을 넘어 부산 최대 사찰인 범어사(梵魚寺)까지 이어지는 이번 제9코스는 편안하면서도 정겨운 길이다. 굳이 산꾼이 아니더라도 부산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걸어 봤을 듯한 산길을 따라 걷는다. 한나절 동안 큰 부담 없이 금정산 산행을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길이다. 발걸음 옮길 때마다 드러나는 풍광 속에서 부산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특히 강 바다 산 온천 등을 한꺼번에 품고 있는 '사포지향(四抱之鄕)'의 도시 부산의 멋도 흠뻑 느낄 수 있다.



◇ 부산의 정점 넘어 천년고찰까지 11㎞ 산행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올해 마지막 산행이자 '부산 시계를 걷다' 제9코스 답사 도중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 미륵봉에서 주변 풍광을 살피고 있다. 가까운 곳에 금정산성 북문광장이 보이고 멀리 취재팀이 앞으로 가야 할 기장군 일대 산줄기와 동해가 보인다.

제9코스의 출발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이다. 코스를 요약하면 호포역-임도입구(차단봉)~갈림길(임도이탈)~작은 칼바위~전망대~연속된 갈림길~금정산 남서릉(산성)~미륵봉~고당봉(금정산 정상)~장군봉 옹달샘~장군평전(갑오봉)~사배고개~범어사 입구 순이다. 총거리는 11㎞에고 최대 표고차는 790m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휴식과 식사 시간을 포함하면 5시간30분쯤 걸린다. 해 짧은 겨울철이라도 밝을 때 답사를 마치고 동래온천에서 산행의 피로까지 말끔하게 씻고 귀가하기에 적당한 거리와 시간이다.

부산과 경남의 경계는 제8코스 종착지였던 대저수문에서부터 낙동강 본류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데 금곡역과 호포역 사이 어느 부분의 한 지점에서 땅으로 올라온다. 따라서 제9코스의 출발점도 물길을 벗어나 도로가 이어지는 부분으로 잡았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에서 35번 국도변 인도를 따라 금곡역(부산 방향) 쪽으로 5분쯤 걸어가면 왼쪽 금정산 쪽으로 차단봉이 설치된 임도가 보이고, 국도 건너편에는 부산시와 경남 양산시의 경계 표지판이 보이는 지점이 나온다. 이곳에서 임도로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답사가 시작된다.





   

답사 초반 오르막에서 만난 금정산 칼바위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오르다 잠깐 뒤를 보면 도시철도 너머로 흐르는 낙동강 물길이 눈에 들어온다. 10분쯤 갔을까. 임도가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는데, 시멘트길을 버리고 이 흙길로 진입한다. 한층 더 두터워진 낙엽에 발이 푹푹 빠진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겨울철이면 유독 익숙해지는 산길의 속삭임이다. 5분쯤 오르면 오른쪽에 송전철탑이 보이는 지능선 사거리다. 왼쪽으로 꺾어 능선을 따른다. 그 많은 금정산 등산로 중에서도 이 길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그렇게 많이 묻은 곳이 아닌 까닭에 한적하고 평화롭다.

약간은 흐릿한 듯하지만 길을 따르는데는 큰 무리가 없이 서서히 오르면 10분후 송전철탑을 지나고 다시 10분쯤 가면 지리산 중산리 칼바위를 축소해 놓은 듯한 일명 '금정산 칼바위'를 만난다. 정면에서 보면 삼각뿔 모양이고 측면에서 보면 납작한 판석의 형태를 띠고 있다. 칼바위를 뒤로하고 13분쯤 더 오르면 뚜렷한 산행로와 만난다. 금곡역 쪽에서 오르는 여러 갈래 길 가운데 하나다. 왼쪽으로 꺾어 바위 무더기 틈 산행로를 지나면 첫번째 전망바위가 나온다. 전방에 우뚝한 고당봉의 위용이 뚜렷하고 아래쪽으로는 낙동강과 김해평야일대가 시원하게 드러난다.




   

미륵봉과 고당봉 중간에 있는 입석

여유있게 20분쯤 더 걷기 좋은 길을 따라 오르면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갈림길. 이 곳은 부산시와 양산시의 경계선이 지나는 지점이다. 합류된 길을 따라 25분쯤 가다보면 직진하는 넓은 길과 오른쪽 좁은 길로 갈라지는데, 우측 좁은 길을 따른다. 3분 후 좌우로 지나가는 임도를 만나면 일단 우측으로 꺾는다. 낙엽 아래 고인 물이 얼어붙어 바닥이 제법 미끄러우니 조심하자. 2분 후 사거리에서 다시 왼쪽으로 꺾어 능선을 따라 오르면 3분 후 금정산 남서릉길에 닿는다. 봄철에는 산성 석벽을 따라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곳이다.








◇ 호포·금곡역 사이 임도 진입… 호젓한 코스



   

고당봉으로 연결된 계단을 오르는 이창우대장(위), 장군평전으로 가는 금정산 주능선 잣나무길

일단 남서릉 마루금에 올라선 후 왼쪽(북쪽) 고당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100여m 가면 우측으로 미륵사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능선길 우측으로 빼어난 전망대가 이어진다. 미륵사를 감싸고 있는 암봉인 미륵봉에 오르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는 광활한 조망이 펼쳐진다. 정상인 고당봉이 코 앞에 솟아있고 금정산성 북문광장과 원효봉 의상봉 대륙봉 상계봉 등 등 금정산의 대표적인 봉우리들이 줄을 잇고 그 너머 동쪽으로는 달음산과 일광산 회동아홉산 장산 해운대 수영만 광안대교 황령산 뿐 아니라 이기대와 영도 봉래산과 태종산까지 부산의 크고 작은 산들이 도열한다.

미륵봉에서 고당봉 쪽으로 10분쯤 가면 바위 하나가 수직으로 우뚝 서 있는데, 이른바 '입석'이다. 낙동강 자락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수도승 같기도 하고 고당봉을 지키는 수문장 같기도 하다. 이제 고당봉은 지척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서로 어깨를 맞댄 듯한 암봉인 고당봉으로 오르려면 우측에 보이는 나무계단을 통해야 한다. 계단을 오르면 전망데크와 정상석 직전 '고모령신당(枯母靈神堂)'을 지나면 고당봉 정상이다. 고당봉 정상을 기준으로 북동쪽은 경남 양산땅이고 나머지 서쪽과 남쪽은 부산 땅이다. 양산천이 낙동강과 합류되는 호포가 내려다 보이고 고개를 들면 북쪽 가까운 곳에 장군봉을 비롯한 금정산 북릉과 더 먼 곳으로 시살등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자락과 천성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 고당봉 오르면 '4포지향' 부산 참 멋 실감

   

산 너머에 강이 있고, 더 멀리 서쪽 지평선 너머로 한 해가 진다. 장군평전에서 바라본 금정산 고당봉과 일몰 모습.

하산은 올라온 나무 계단의 왼쪽으로 가설돼 있는 원형계단 쪽으로 이뤄진다. 계단을 내려서자마자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탄다. 10분 후 널찍한 안부삼거리에서 이정표상 범어사 방향인 우측으로 10m쯤 가다가 다시 만나는 Y자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한다. 산죽과 잣나무가 어우러진 예쁜 길이다. 5분 후 가산리마애여래입상 가는 갈림길을 지나 계속되는 내리막을 타고 걷다보면 송전철탑을 지나 안부에서 다시 약간 오르막을 탄다. 옹달샘 약수터인 장군샘에서 목을 축이고, 우측으로 난 오르막을 15분쯤 타면 장군평전 끄트머리의 갑오봉(718m) 삼거리에 닿는다. 북쪽으로는 장군평전과 장군봉 뒤로 보이는 울룩불룩한 근육질의 산세가 산꾼을 유혹하지만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 계명산(봉)을 보면서 내리막을 탄다. 꽤 긴 내리막이다. 25분쯤 열심히 내려가면 계명산으로 오르기 직전 안부 4거리인 사배고개다. 왼쪽으로 가면 양산시 동면 사송마을이지만 이곳에서 부산시계길에서 이탈, 오른쪽 범어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청련암을 지나면 부산의 대표적인 사찰이자 천년가람인 범어사 본찰이다. 현재는 사찰 출입 차량 통제 역할만 하고 있는 옛 매표소까지는 5분이면 된다. 경내에 밝혀진 등불이 길안내를 해준다.



# 떠나기 전에

- 범어사 밑 북한음식점 돼지국밥 먹을 만

특별히 겨울철 산행 후에 들릴만 한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북한식 돼지국밥과 찐만두 만두백반 등이 맛깔스러운 북한국밥집이다. 정식

상호는 '북한음식(051-508-3035)'. 범어사 옛 매표소 입구에서 순환버스를 타고 내려가다가 종점 직전인 '어린이놀이터' 정류소에서 하차, 진행방향으로 20m쯤 가면 노랑 간판에 '북한음식'이라고 적혀있는 식당이 보인다. 이 집의 특징은 북한식으로 조리한 국밥과 만두에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가자미식혜의 절묘한 조화다. 고기만 넣은 돼지국밥과 순대를 섞은 순대국밥은 육수가 한약재를 첨가한 것 같은 깔끔한 맛 때문에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는 찾아볼 수 없다. 돼지국밥에 익숙한 부산 사람들의 입맛에도 딱이다. 게다가 삭힌 가자미와 무우를 고추가루에 버무린 가자미식혜는 그 특유의 감칠맛으로 국밥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북한 음식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부산에서 몇 안되는 식당이다. 북한식 돼지 수육과 녹두빈대떡도 괜찮다. 막걸리가 저절로 생각나는 음식들이다.


# 교통편

-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서 하차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에서 하차한다. 역 앞 35번 국도에서 출발, 금곡역 방향(부산 방향)으로 인도를 따라 5분쯤 걸어가면 임도 차단봉이 나타난다. 산행 후에는 날머리인 범어사 옛 매표소 아래 버스정류소에서 범어사 순환버스를 타고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까지 갈 수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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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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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찾는 근교산 <287> 거창 삼봉산

     

    비 오는 날의 백두대간. 운무는 연봉을 휘감고 돌고, 인적 없는 황톳빛 산길에는 촉촉한 기운이 스며든다. 봄비는 남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봄을 머금고, 백두대간 깊은 골짜기에 흩뿌린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들에게 이땅의 산하가 어느때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느냐고 물어보라. 셋 중 하나는 우윳빛 운무가 무채색으로 드리워진 ‘가랑비 오는 날’을 꼽을 터이다.(사진-봄비가 촉촉히 내린 날 봄을 맞으러 삼봉산을 찾았다 . 산행 기점인 상수내마을에서 바라본 덕유연봉들 .)

    태백산에서 내륙으로 몸을 비튼 백두대간이 한동안 숨을 죽이다 덕유산에 이르러 갑자기 솟구쳐 오른다. 거창과 무주를 경계짓는 삼봉산은 이같은 덕유연봉(德裕連峰)이 시작되는 첫머리봉. 그래서 인가 마을사람들은 삼봉산을 ‘덕유원봉’이라 부르며 자긍심을 내보이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삼봉산은 3개의 봉우리를 연꽃처럼 얹고 있다. 비오는 날, 그 연꽃이 만개라도 할까 싶어, 거창 삼봉산을 찾아간다.

    산행구간은 ‘거창군 고제면 상수내 마을~고랭지채소밭~임도~1032곒봉~주능선 삼거리~금봉암 삼거리~덕유삼봉산(三峰山·1,254곒)~주능선 삼거리~소사마을’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4시간 가량.

    거창시장 앞에서 고제행 버스를 타고 가다 상수내 마을 앞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37번 국도상이다. 빼재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대진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거창과 무주를 잇는 주요국도였다. 버스에서 내리면 ‘상수내’ 마을 이정석이 서 있다. 이정석을 지나 마을로 간다. 심심산골에 위치한 상수내 마을은 이방인들에게는 고향으로 회귀한 듯한 감흥을 준다. 창고에는 장작이 그득 쌓여있고, 돌담 사이로 감나무가 높은 키를 뽐낸다. 감나무 끄트머리에는 까치집이 얹혀있고, 누렁이는 객을 향해 별 적의없이 한번 짖어본다.

    마을은 산비탈에 들어서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끝까지 올라야 산길이 시작된다. 마을내 키 큰 감나무를 지나면 대밭이 보인다. 대밭을 지나면 담배를 말리는 연초장이 있다. 산길은 연초장 뒤로 열려 있다.

    논배미와 밭뙈기가 산비탈을 따라 켜켜이 들어서 있다. 산길은 이를 지나 구불구불 올라간다. 작은 개울을 건넌 뒤 개울을 오른쪽에 두고 발걸음을 옮긴다. 호두나무를 지나 비탈을 치고 오르면 너른 고랭지 채소밭이다. 밭 뒤로 임도가 지나간다.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20곒 정도 걸어가자.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실핏줄 같은 오솔길이 보일 것이다.

    길은 뚜렷하다. 산중턱에 고로쇠 채취장이 있어 마을사람들이 자주 오르락 거리기 때문이다. 단, 최근 돌풍이 불었는지 고목들이 넘어져 길을 막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살짝 에돈 뒤 원길을 찾으면 된다.

    1시간 가량 올라가면 능선에 오른다. 능선 언저리에서 산길이 희미해진다. 고로쇠 채취가 능선 바로 아래까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잡목을 헤집고 10분 정도만 가자.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 이곳이 1032곒봉이다.

    길이 다소 좋아진다. 산의 왼쪽 허리를 지난다는 생각으로 15분 가량 가면 백두대간 주능선의 삼거리에 닿는다. 오르막인 오른쪽이 삼봉산 가는 길. 내리막은 빼재로 떨어진다. 백두대간 주능선길에는 대간종주에 나선 산악회 혹은 개인의 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백두대간 길은 고산준령에 들어선 ‘고속도로’ 같다. 큰 경사도 없이, 별다른 잡목도 없이 시원스레 능선길이 이어진다. 1시간 가량 백두대간 길을 따라 걷는다. 억새 산죽 고사목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잡목이 사라진 곳에는 시원한 조망이 기다리고 있다.

     
    두번에 걸쳐 삼거리를 만난다. 둘 다 금봉암으로 빠지는 길이다. 계속해서 능선을 타면 바위전망대를 지나 삼봉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덕유삼봉산’이라 씌어 있다.

    정상은 폭이 좁지만 주변 경관은 확 트여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서쪽으로 향적봉을 비롯, 덕유산의 주요연봉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을 지나 계속해서 산길을 잇는다. 일부 바윗길이 있지만 가볍게 비켜나간다. 응달에서는 굳어버린 잔설이 희끗희끗하다. 30분이면 하산을 결정하는 삼거리다. 오른쪽 내리막으로 살펴보자. 다소 급한 경사길이 계곡을 헤집으며 아래로 내닫고 있다. 조심조심 내려달아 30분이면 산죽이 많은 완경사 구간에 닿는다. 긴장했던 발을 풀며 푹신한 흙길을 따라 걷는다.

    임도에 잠시 닿았다 맞은편 산길로 다시 붙는다. 작은 언덕을 넘어서니 대단위 고랭지 채소밭이다. 밭의 왼쪽을 100여곒가량 따르면 숲 사이로 내려닫는 산길을 발견할 수 있다. 산길 끝은 다시 채소밭. 이를 지나 임도를 만나면 곧 소사고개에 닿을 수 있다.

    소사고개로 무주와 거창을 잇는 1089번 국도가 지나고 있다. 왼쪽으로 꺾어 소사마을로 가면 쌍봉초등학교 소사분교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 글·사진=김용호·박병률 기자



    -------------------------------------------------교통편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가 첫차로, 40~50분 간격으로 떠난다. 요금 1만1천6백원. 2시간40분 소요.

    거창시외버스터미널 입구로 나와 왼쪽으로 튼 뒤 5분 정도 걸어 중앙교 앞까지 간다. 중앙교에서 성은아파트를 보며 거창시장 쪽으로 간다. 10분 정도 걸어 두번째 버스정류장까지 가면 ‘고제선’ 버스를 탈 수 있다. 고제선 버스를 탄 뒤 ‘상수내’마을에서 내려야 한다. 버스는 오전 7시40분, 10시20분 등에 정류장을 지나간다. 버스요금 1천6백50원. 소요시간 1시간 가량.

    산에서 내려오면 고제면 소사마을이다. 오후 4시50분, 6시, 7시10분 등. 요금 2천1백50원.

    사람이 없는 날은 마지막 버스가 마을까지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늦게 하산했다면 서흥여객(055-944-3720)에 전화를 걸어 버스를 요청해 놓는 것이 좋다.
    참고로 교통편은 변동사항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문의 하세요



    -----------------------------------------------떠나기전에


    삼봉산은 거창의 진산이다. 거창 고읍지 및 조선환여승람 거창군 산천조에도 ‘삼봉산은 거창 북쪽 오십리에 있으며 무주로부터 대덕산 서쪽 가지이다’라고 적혀 있다. 해발 1,254곒의 거봉으로 봉우리가 셋이라서 삼봉(三峰)이란 이름을 얻었다. 정상의 주봉을 중심으로 투구봉 노적봉 칠성봉 신선봉 석불바위 장군바위 칼바위 등으로 이름붙은 자연산경과 금봉암(金鳳庵)이 어우러져, 소금강의 신비경을 연상케 한다.

    삼봉산의 봄은 눈을 안고 있다. 양지에는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응지에는 잔설이 짙게 남아 있다. 특히 주능선에서 소사고개로 내려닿는 길은 아직도 돌부리에 잔얼음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kyh73@kookje.co.kr  입력: 2002.03.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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