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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여행/남원여행)지리산 구룡계곡~덕운봉 산행. 아홉마리의 용이 계곡의 폭포에 내려와 놀고 갔다는 지리산 구룡계곡

 

근교산&그너머 <684> 지리산 구룡계곡 ~ 덕운봉

명품 계곡길에 대간길 둘레길 어우러진 여름철 일급 코스

구룡계곡 하류 기점 원점회귀형 산행

챙이소 비폭등 구룡폭포 등 비경 만끽

백두대간 통과 국내 유일 마을도 거쳐

옛 사람 자취 밴 지리산둘레길로 하산

여름철 내내 가장 인기 있는 산행이 계곡산행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산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장마철에도 마찬가지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계곡의 그늘은 쉽게 지치기 마련인 산꾼의 피로를 덜어준다. 크고 작은 소와 폭포, 바위틈 으로 흐르는 맑고 시원한 물소리만 들어도 발걸음이 가볍다.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계곡산행에 나섰다. 지리산 자락 서북쪽 끝에 걸쳐 있는 전북 남원시 구룡계곡(九龍溪谷)과 덕운봉(德雲峰·745m)을 이은 코스다. 지리산의 계곡이라고 하면 흔히 뱀사골, 피아골, 대원사계곡, 대성골 등을 떠올리지만 구룡계곡은 지리산 주능선의 계곡들과는 또 다른 맛을 준다. 길이는 짧지만 굽이굽이 이어지는 수많은 소와 폭포가 만들어내는 비경은 여느 계곡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한국자연보존회가 선정한 '한국의 100명수(名水)'에 선정됐을 정도이니 계곡 자체만으로도 격조가 느껴지는 곳이다. 구룡계곡이라는 이름은 4월 초파일에 아홉 마리의 용이 내려와 계곡의 폭포에서 놀다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또 판소리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동편제에 속하는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수련을 쌓은 계곡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구룡계곡 최상류의 구룡폭포. 길이 30m짜리 와폭인 구룡폭포 중간 구름가 있다.

 

이번 코스는 계곡길은 물론이고 산중 고원의 들판길, 백두대간길, 지리산 둘레길 등 다양한 길을 한꺼번에 밟게 되는 '길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코스여서 더욱 이색적이다. 구룡계곡 산행을 할 때는 백두대간에 속하는 여원재(치)에서 시작해 수정봉, 덕운봉을 거쳐 구룡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통상적이지만 취재팀은 점점 늘어나는 자가용 이용자들을 염두에 두고 구룡계곡 원점회귀 코스를 만들었다는 점을 참고로 밝혀 둔다.

전체 산행은 남원시 주천면 호경리 지리산국립공원 북부관리사무소 앞 육모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육모정(춘향묘·용소)~삼곡교~구시소~챙이소~사랑의다리~비폭등~구룡폭포~구룡사 앞 갈림길~차도(천룡교)~회덕~노치마을 백두대간 합류점~노치샘~덕운봉 정상~구룡봉~노치산성~지리산 둘레길 합류 삼거리~구룡치~개미정지~내송마을 앞 도로로 이어지는 총 14㎞ 코스다. 걷는 시간만 5시간, 휴식과 식사를 포함하면 6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넉넉하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원점회귀 산행(개념도 참조)에 가깝다.



들머리인 구룡계곡 하류 육모정(六茅亭)은 남원시 주천면 호경리에 속한다. 경치가 너무 좋아 호경리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지는 동네다. 육모정은 조선 중기부터 지역 선비들이 모여 의리 예절 도덕을 기치 삼아 학문을 닦고 시대를 논하던 향약인 '원동계(源洞契)'와 관련이 깊다. 당초에는 계곡 바닥의 널따란 반석 위에 건립됐는데 지난 1961년 홍수 때 떠내려가자 1997년 계곡 옆 현재 위치에 다시 지은 것. 바로 앞 계곡의 용소(龍沼·제2곡)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건너편에 있는 용호정(龍湖亭)과 마주보고 있다.

 

육모정에서 산 쪽으로 보면 춘향묘가 멋스럽게 조성돼 있어 '춘향이의 고장' 남원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육모정에서 60번 지방도의 아스팔트 길을 따라 5분쯤 가면 삼곡교라는 다리가 나오는데 왼쪽 비석 아래로 내려서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10분쯤 가면 구시소라는 작은 소가 나온다. 말이나 소의 먹이를 담아주던 '구유'의 이 지역 사투리인 '구시'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2분 후 만나는 챙이소는 곡식을 빻아서 알갱이와 껍데기를 분리하던 '키'의 이 지역 방언이 '챙이'라는 점 때문에 이름 붙여졌다. 넓고 편평한 모양의 바위를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데 소 앞의 작은 바위인 '서암'과 어우러져 구룡계곡의 제4곡을 이룬다.

춘향의 묘로 육모정 앞에 자리를 하고 있다.

구룡교와 영모교를 건너 한 굽이 돌아 10분쯤 가면 제법 높게 걸린 다리가 하나 더 나오는데 그 이름이 절묘하다. '사랑의 다리'. 주변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구름다리에서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면 그 사랑이 정말로 이뤄질 것만 같다. 소설 속에서 춘향이와 몽룡이가, 아니면 영화 '방자전'에서처럼 춘향이와 방자가 이 다리 주변에서 사랑을 속삭였을까.

 

다시 계단을 오르내리며 5분만 가면 제5곡인 유선대(遊仙臺)에 닿는다. 널따란 바위 위에 금이 많이 그어져 있어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는 곳이다. 유선대에서 8분쯤 가면 지주대(地柱臺·제6곡) 구름다리다. 상류 2개의 계곡이 합쳐지는 곳으로 일단 오른쪽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통과하면 작은 언덕을 넘는데 곧바로 왼쪽 계곡 길로 이어진다.


구룡계곡 산행 중 만나는 챙이소.

 

골짜기는 더욱 깊어진다. 10분 후 높이 10m가량의 폭포가 멋진 비폭등(飛瀑嶝·제7곡)을 지나면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곧이어 칼날 능선이 이어지는데 우측 아래로 구룡계곡 깊은 물길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칼날능선을 지날 즈음 3개의 정육면체 바위가 포개져 있는 신기한 바위를 만나는데, 특별한 이름이 없어 이창우 산행대장이 '장군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계곡을 지키는 늠름한 장수의 모습을 닮았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면서. 다시 계단을 내려섰다가 5분쯤 가면 마침내 계곡의 최상류에 위치한 구룡폭포다. 꿈틀거리는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듯한 모양의 높이 30m짜리 와폭인 구룡폭포는 지리산에서도 하동 불일폭포 다음으로 긴 폭포로 이름이 높다. 긴 계단을 올라서 만나는 상단부 폭포 왼쪽 바위에 누군가 '방장제일동천(方丈第一洞天)'이라고 음각해 놓았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폭포 서쪽으로 난 오르막을 3분쯤 오르면 구룡사 앞 삼거리다. 길이 갑자기 넓어졌다. 연못을 끼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언제 그렇게 깊은 계곡을 지나왔느냐는 듯 들판길이 나온다. 임도를 따라 10분쯤 찬찬히 걸으면 천룡교 앞 아스팔트 도로에 닿는다. 정면에 보이는 높은 산줄기는 바래봉 세걸산 큰고리봉 정령치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북능선. 왼쪽으로 꺾어 아스팔트 길을 따라 회덕마을로 향한다. 회덕마을 입구 못 미쳐 지리산 둘레길 이정표를 만나면 둘레길 구간에 합류한 셈이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회덕마을 입구를 지나 좀 더 가면 소나무 10여 그루가 늘어선 곳에 둘레길 이정표가 하나 더 있다. 왼쪽 10시 방향 소로로 들어선다. 곧이어 나오는 이정표에서는 다시 왼쪽으로 90도 꺾어 산 아래 마을쪽으로 들어선다. 마을 뒷산이 덕운봉이다. 농로를 따라 들어가면 마을 입구에 산행 리본이 유난히 많이 매달린 이정표를 만나는데 이곳이 바로 백두대간 종주길에 합류하는 지점이다. 왼쪽으로 꺾어 30m가량 가면 또 한 번 갈림길. 왼쪽의 마을 안 정자나무를 향한다. 오른쪽은 운봉읍 방향으로 가는 지리산 둘레길 구간이지만 이곳에서 둘레길과 잠시 이별하고 백두대간길을 따르는 것이다.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노치마을의 당산나무.

 

정자나무 아래에는 특이한 내용의 표지석이 있다.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국내 유일의 마을'이라는 내용이다. 얼핏 의미심장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 마을이 그 유명한 노치마을이다. 대간 능선이 통과하는 길 서쪽은 주천면에 속하고 오른쪽은 운봉읍에 속하는, '한 마을 2행정구역'의 특이한 마을이기도 하다. 정자나무 뒤로 돌아가면 종주꾼들에게 생명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샘터인 '노치샘'이 있는데 물 맛이 참 달다. 골목을 통과해 마을 뒤로 오르면 수령 500년된 소나무 다섯 그루가 나란히 서 있는 당산제전. 매년 칠월 백중에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15분가량은 된비알을 타며 한바탕 땀을 쏟은 후 순한 능선길을 5분만 더 가면 덕운봉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다. 진행 방향으로 30m쯤 가서 만나는 움막에서 구룡폭포 구룡사 방향인 왼쪽 내리막 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백두대간에서 이탈하게 되는 셈이다. 움막에서 계속 직진하면 수정봉, 여원재로 이어지는 대간 종주길이다.

왼쪽 내리막을 10분가량 타면 안부가 나오는데 다시 15분쯤 오르막을 치면 739봉.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어 걷기 편하다. 3분 후 728.2봉에 닿는데 지역 주민들은 이 봉우리를 일명 '구룡봉'으로 부른다. 5분 후 산성 흔적이 역력한 봉우리를 넘는데 이곳이 삼국시대부터 백제와 신라의 경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노치산성이다. 사실 덕운봉과 노치마을과 회덕마을, 정령치 만복대 등은 삼한시대와 삼국시대를 거치는 동안 중요한 국경 방어지역이었고 노치마을의 경우 한국전쟁 때 공비 토벌 명목으로 마을이 전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 비운의 고장이기도 하다.

구룡계곡 제7곡인 비폭등.

 

노치산성을 지나면 오르막은 거의 없다. 10분 후 김녕 김씨묘을 지나 7분쯤 더 가면 T자형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 지점이 다시 지리산 둘레길 1코스(주천~운봉 구간)와 합쳐지는 곳이다. 이 길은 옛날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는 가장 빠른 길로서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운봉과 달궁 주민들이 남원장을 오갈 때 이용했던 '지리산 옛길'이다. 길은 소달구지가 지나가도 될 만큼 넓고 부드럽다. 작은 돌멩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끔해 차라리 맨발로 걸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5분 후 구룡치를 지나고 10분만 더 가면 '14번 이정표' 기둥이 서 있는 솔정자 갈림길. 이곳에서 왼쪽 내리막을 탄다. 여전히 길은 편안한 둘레길이다. 주변 솔숲과 어우러져 걷는 맛이 일품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 정비가 잘 돼 있어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걷기에도 안성맞춤일 것 같다.


유선대로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 한다.

10분 후 임도 앞의 12번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개미정지까지는 20분쯤 걸리는데 이곳을 지나면 마을에 거의 다 내려온 셈이다. 10분 후 내송(일명 안솔치)마을 입구 큰 도로 이정표에 도착, 산행을 마무리한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 구간은 길 상태가 다른 구간에 비해 비교적 완벽한 옛길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 이유는 옛날부터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길이었기 때문에 주변 마을 사람들이 매년 백중을 전후해 구역을 나눠 꾸준히 정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떠나기 전에

- 노치마을, 백두대간 종주꾼 잊지 못할 쉼터

백두대간 종주 산꾼들의 생명수 역할을 하는 노치샘.

 


덕운봉 아래에 자리 잡은 남원군 주천면 덕치리 노치(蘆峙)마을은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산꾼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마을로 마음속 깊이 간직할 것으로 보인다. 북에서 남으로 길을 잡은 종주꾼들이 험산준령을 수없이 넘어 결국 마지막 '방점'인 지리산 문턱에 닿았을 때 만나는 곳으로, 종주길 유일의 마을이기 때문이다. 마을 뒤 당산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며 들판 건너 보이는 지리산 서북능선을 바라보고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으며 등산화 끈을 다시 맸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노치마을의 원래 이름은 '갈재'다. 만복대에서 큰고리봉 세걸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에 허드러진 갈대가 잘 보였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한자 이름으로 바꾸다 보니 '노치'가 된 것이다. 한국전쟁 기간 마을이 전소됐지만 수령 약 500년에 이른다는 당산나무만은 불에 타지 않은 것으로 전해 온다.

 


산행 후 들릴 만한 맛집 한곳을 소개한다. 구룡계곡 하류 들머리에서 주천면 쪽으로 5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육모정 바베큐가든'. 토종 흑돼지를 재료로 한 '양념불고기백반'과 황기 삶은 물에 도토리묵과 갖은 고명을 얹은 후 밥과 곁들이는 '묵밥'이 저렴하면서도 맛이 있기로 유명하다. 대형 야외 마루도 완비돼 있다. (063)626-6044

 

◆ 교통편

- 남원행 직행버스 하루 4회 운행, 첫 차 타야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원행 직행(무경유) 버스는 오전 9시, 11시30분 등 하루 네 차례 운행한다. 요금 1만2500원, 2시간40분 소요. 진주 함양 인월 운봉 경유 시외버스는 오전 6시20분과 오전 7시35분 출발 버스가 있는데 남원까지 4시간이 소요되고 요금도 1만7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남원터미널에서 들머리인 구룡계곡 육모정까지는 30분 간격으로 330번 시내버스가 운행한다. 산행 후에는 내송마을 입구에서 주천면소재지까지 10분가량 걸어서 시내버스 편으로 남원터미널로 간 후 부산행 버스(막차 오후 5시30분)를 타면 된다. 막차를 놓칠 경우 진주(막차 오후 6시35분) 경유 버스를 타면 된다.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남해고속도로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옮겨탄 후 함양분기점에서 다시 88고속도로로 옮겨탄다. 남원IC에서 내리자마자 좌회전 한 후 2㎞쯤 가면 국도 19호선을 타고 구례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5분 후 주천면 육모정 방향 60번 지방도로 빠져나가 표지판을 보고 직진하면 10분 내에 육모정 앞에 닿는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사진=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http://yahoe.tistory.com)

글=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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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폭정(觀瀑亭)에서 바라본 구룡폭포. 이 폭포는 개성 박연폭포, 설악산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 나라 3대 폭포로 손꼽힌다.



구룡대에 서면 세존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쉬어가는 길목마다 발길 잡는 비경이
구룡폭포까지는 트레킹하듯 평탄
앙지대·옥류동 등 코스 곳곳 절경
세존봉 직전 30분간 계단 이어져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옛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자는 금강산을 다녀온 뒤 조물주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 기기묘묘한 조화의 끝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강을 빼놓고 백두나 한라, 지리나 설악만으로 한국의 산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사실 또한 실감했다.

중국 북송의 시인 소동파는 "고려에 태어나서 금강산을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다"라고 읊었고, 육당 최남선은 "금강산을 읊은 시를 다 모으면 도서관을 하나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후기 화가 최북은 구룡연에서 "비로소 죽을 곳을 찾았구나"라고 말한 뒤 곧바로 구룡연에 뛰어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금강산은 목숨을 바치고 싶은 진경으로 일컬어져 왔다.

금강산은 주봉인 비로봉(1638m)을 정점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이 남북으로 길게 내달린다. 이 백두대간의 서쪽을 내금강, 동쪽을 외금강이라 하며 해금강은 동해안을 따라 길게 펼쳐진 푸른 소나무로 덮인 섬바위군을 말한다.

현재 외국인에게 개방된 곳은 구룡연, 만물상, 삼일포 및 해금강 코스. 대략 3~4시간 걸려 손쉽게 다녀오는 트레킹 내지 관광코스다.

해서, 산행팀은 외금강에서 으뜸가는 절경으로 손꼽히는 구룡연 코스를 거쳐 외금강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세존봉으로 올라 동석동 계곡으로 하산했다. 구체적인 경로는 온정리~주차장~목란관~금강문~옥류동~구룡대 갈림길~구룡폭포(관폭정)~사자목~세존봉 정상~세존봉 전망대(천화대)~직벽 철계단~합수목~동석동~주차장 순. 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해 7~8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은 북측에서 직접 운영하는 식당인 목란관을 지나면서 사실상 시작된다. 구룡폭포까지는 말이 산행이지 계곡을 따라 거닐며 잇단 절경을 감상하는 탐승에 다름 아니다.

구룡연 코스에서 공기가 가장 맑다는 수림대를 지나면 앙지대(仰止臺).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병풍처럼 둘러쳐진 주변 기암절벽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북측 안내원이 머리 위 기암절벽 중간에 꼭꼭 숨은 자라바위와 도마뱀바위를 찾아준다.

산삼과 녹용이 녹아 흐른다는 삼록수를 한 잔 마시고 조금 더 오르면 금강문. 집채만한 바위가 엉켜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놨다. 본격 금강산으로 진입하는 문이다. 구룡폭포까지 절반 거리쯤에 위치해 있다.

숨어있던 비경이 이때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한 굽이 꺾어 돌면 시야가 트이면서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었다는 무대바위를 만나고, 뒤이어 아름다운 옥류동이 기다린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구슬처럼 흘러내린다고 명명된 이곳은 금강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옥류담과 와폭(58m)으로 구성돼 있다. 머리 위론 세존봉 천화대가, 반대편엔 옥녀봉이 감싸 안고 있는 골안 풍경은 더없이 황홀하다. 기암절벽의 바위 틈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의 의연함도 주변 경관의 운치를 더해준다.

조그만 초록빛 못이 비단 실로 꿰어 놓은 듯 연이어 있다고 명명된 연주담을 지나면 세존봉 절벽을 타고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높이 139m의 비봉폭포. 봉황이 날개를 펴고 꼬리를 휘저으며 하늘 높이 날아가는 형상이라지만 폭포의 존재이유인 물줄기가 너무 가는 것이 흠이라면 흠. 여기서 20m 떨어진 지점에는 무봉폭포가 있다. 춤추는 봉황 형상이라지만 높이가 20m에 불과해 오랫동안 눈길을 끌지는 못한다.

10분쯤 뒤 갈림길. 직진하면 이번 구룡연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구룡폭포와 구룡연. 맞은편은 폭포 관람 장소로, 정자 관폭정이 있다. 주차장에서 대략 1시간40분 소요.

개성 박연폭포, 설악산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 나라 3대 폭포로 손 꼽히는 높이 74m, 너비 4m의 구룡폭포를 보노라면 예부터 왜 그토록 많은 시인묵객들이 발품을 팔아 이곳을 찾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량이 특히 많은 이 폭포 아래의 구룡연은 오랜 세월 파이고 파여 깊이가 무려 13m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구룡폭포 위는 팔선녀가 목욕을 했다는 '금강산 팔선녀' 전설이 깃든 상팔담. 8개의 담소가 굽이치는 비경이다. 상팔담은 앞선 갈림길에서 우측 구룡대로 가면 한눈에 볼 수 있다. 왕복 1시간 걸린다.

관광객은 대개 관폭정에서 발걸음을 되돌린다. 산행팀은 이제 세존봉 등반길에 오른다. 관폭정 왼쪽으로 길이 열려 있다. 여기서부턴 북측 안내원과 현대아산 조장이 길안내를 한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고행의 돌계단에 이어 철계단이 이어진다. 위를 보면 계단의 끝이 안보일 정도다. 각각 15분씩 30분 정도 오로지 계단을 오르면 고개 정상. 일명 사자목이다. 가장 힘든 구간이라 생각했는데 북측 안내원이 좀 더 힘든 코스가 남았단다.

이제 등로는 완만한 흙길. 10여 분 뒤 쓰러진 아름드리 고사목이 등로를 막아 넘어선다. 이후 산길은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 30분쯤 뒤 첫 개울을 건너면 오름길다. 10여 분 뒤 비로소 세존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번엔 북측 안내원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 '마의 30분' 철계단.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철계단의 끝이 바로 세존봉 상봉이다. 이어 왼쪽으로 70m 정도 엇비슷한 높이의 뾰족 암봉이 하늘을 향해 꽃잎처럼 펼쳐져 있다. 그 끝은 세존봉 전망대라 불리는 일명 천화대다. 외마디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발 아래가 천길단애인 이곳에 서면 금강산 주봉인 비로봉을 비롯, 집선봉 채하봉 삼일포 온정리 그리고 장전(고성)항이 한눈에 펼쳐진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세존봉으로 되돌아와 우측 하산길로 접어든다. 또 철계단이다. 세존봉 코스를 만들면서 현대아산이 지난해 새로 놓은 92m짜리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이다. 10분 뒤 철계단을 내려와 동석동으로 향한다.

인공 시설물 구간은 끝나고 이제부터 여느 산과 다름없는 숲길이 이어진다. 2시간쯤 뒤 두 물길이 만나는 지점에 절묘하게 위치한 합수목폭포와 배바위라 불리는 흔들바위를 잇따라 지나면 산행종점인 동석동 다리에 닿는다. 합수목폭포에서 1시간40분 걸린다. 긴장이 풀렸는지 산행 말미에는 약간 지루함이 느껴진다.



# 떠나기전에

- 세존봉 등산 사전예약 필수… 수능 끝낸 고3생 위한 상품도

 



구룡폭포 직전 갈림길에선 이정표가 서 있다. 직진하면 구룡폭포, 오른쪽으로 가면 상팔담 가는 길이라고 적혀있다. 정확히 말하면 상팔담 보러 가는 길이다. 다시 말해 구룡대에 올라 발 아래 펼쳐진 상팔담을 감상하는 것이다. 시종일관 철계단으로 오르며 왕복 1시간 정도는 잡아야 된다.

상팔담은 구룡폭포 위쪽으로 8개의 큰 구멍이 난 듯한 소(沼)가 일정 간격을 두고 계속 이어져 내려오면서 비경을 연출한다. 상팔담은 예부터 전해오는 '선녀와 나무꾼' 전설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구룡대에 서면 또 상팔담뿐 아니라 세존봉과 구정봉 옥녀봉 관음연봉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저 멀리 고성항도 시야에 들어온다.

부산에서 금강산 관광 상품은 크게 두 가지. 1박 3일, 2박 3일 상품이 있다. 최소 12일 전에 신청을 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 정기운행 수송업체인 새부산관광(051-851-0600)은 수능시험을 끝낸 고3생을 위한 2박3일 상품을 내놓았다. 출발일은 이달 15, 20, 22일 세 차례. 26만5000원(학부모 동반시 요금 동일).

1박3일 상품은 내년부터 매주 금요일 야간에 정기적으로 출발한다. 20만1000~22만8000원(성인기준).

만일 세존봉 등산을 원한다면 사전 예약이 필수. 예약을 하지 않으면 세존봉 코스에 절대 오를 수 없다.

그간 금강산 상품을 판매하던 철도청 부산지사(051-440-2174)는 12월에는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단체 240명 이상이 신청할 경우 임시열차를 운행할 계획이다.

온정각에서 금강산 온천과 교예공연은 빠뜨리지 말자. 1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금강산 온천 노천탕에선 집선봉 소반덕 채하봉 세존봉 비로봉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고, 평양 모란봉 교예단이 선보이는 교예공연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요금은 별도로 내야 한다.

끝으로 반가운 소식 한 가지를 전한다. 현대아산측에 따르면 내년 봄부터는 내금강 관광이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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