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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 장군이 단칼에 쪼갰다는 가운데가 '쩍' 갈라진 단석이 바로 옆에 있는 정상에 서면 경주의 최고봉답게 경주 시가지(우측 돌탑 뒤)와 선도산 남산 토함산 동대봉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반대편으론 백운산 고헌산 등 낙동정맥과 신불산 간월산 가지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 주능선이 손에 잡힐 듯하다.





돔 형태의 인공지붕이 덮여 있는 국보 제199호인 신선사 마애불상군.


김유신 숨결 느껴지는 경주 최고봉
정상석 옆 반토막 난 1m 단석 눈길
신선사 국보 마애불상군 감탄 연발
백운산 고헌산 등 낙동정맥 한눈에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산 중에는 역사 속의 인물과 인연이 깊은 경우가 왕왕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미 금오산과 야은 길재.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과 함께 고려말 삼은(三隱)으로 불리는 야은 길재는 조선이 건국되자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며 고향인 구미 금오산으로 내려와 후진 교육에 힘썼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로 시작되는 시조는 그가 초야에 묻혀 지내다 옛 도읍지 송도를 돌아보며 망국의 한을 읊은 노래이다.

의령의 진산 자굴산은 남명 조식을 떠오르게 한다. 말년엔 지리산 기슭으로 옮겨와 산천재를 짓고 후학을 양성했지만 28세 때 자굴산 명경대에서 글을 읽으며 뜻을 세웠다.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의 안타까운 전설이 서려있는 월악산이나 고려말 이성계에게 끝까지 저항하며 지조를 지킨 안동장군 이미숭의 절개가 흐르는 고령 미숭산 등도 같은 맥락이다.

산행팀이 이번에 소개하는 경주의 최고봉 단석산(斷石山·827m)은 김유신 장군과 인연이 깊다. 삼국사기 김유신열전에 따르면 김유신은 17세 때 삼국통일의 염원을 담고 단석산에서 수련하던 중 난승(難僧)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아 단칼에 큰 바위를 쪼갰다. 실제로 단석산 정상에는 김유신이 칼로 베어냈다는 큰 바위가 있다.

산행은 경주 내남면 비지1리(학동마을) 구판장(또는 마을회관)~단석산 등산안내도~사곡지~절골~낙동정맥 주능선 사거리~단석산 갈림길~신선사 갈림길~신선사~통천문~헬기장~단석산 정상~갈림길~전망대~잇단 무덤~사거리(비지고개)~입암산·백석암 갈림길~입암산 정상~경주김씨묘~비지1리 구판장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정도. 주능선으로 오르는 계곡길과 입암산 이후 하산길은 거의 개척 수준이라 길찾기가 까다롭다.

  
 

비지1리 구판장 앞에서 포장로를 따라 간다. 정면 '한 일(一)' 자 능선은 낙동정맥. 250m쯤 뒤 세 갈래길. 가운데로 향한다. 빛바랜 단석산 등산안내도를 지나 다리를 건너 100m쯤 가다 곡각지점에서 포장로를 버리고 우측 논 쪽으로 간다. 계속 직진하면 방주교회와 OK그린목장.

정면 절골못이라 불리는 사곡지의 둑을 기준으로 왼쪽 골짜기가 절골, 오른쪽이 화장골이다. 산행팀은 사곡지 좌측으로 절골을 택한다. 차츰 길이 좁아진다. 계류를 건너 오른 뒤 또 건넌다. 겨우내 얼었던 계곡물이 녹아 시원하게 흐른다. 이내 갈림길. 우측으로 계류를 건너 옛 농지였던 너른 터를 가로질러 파평 윤씨묘를 지난다. 묵은 길이라 낙엽이 수북하다.

이때부터 계곡을 따라 걷는다. 유량도 적고 묵은 길을 일일이 찾아 계류도 수 차례 건너야 하는 녹록지 않은 구간이다. 잡목을 헤치고 산딸기 등 가시나무를 뚫고 때론 산허리를 돈다.

이렇게 40여 분. 운지버섯이 가득 자란 쓰러진 고목을 지날 즈음 계곡도 그간 숨겨 놓은 와폭 등 절경을 하나씩 내놓는다. 멀게만 느껴지던 낙동정맥 능선이 어느새 눈앞에 와 있다.

점차 유량이 줄면서 발아래 계곡 쪽엔 과거 물을 가둔 흔적으로 추정되는 석축이 보인다. 사실상 계곡 막바지. 생각보다 긴 절골은 90분쯤 지나야 끝이난다. 집채만한 바위를 지나 마지막으로 계류를 건너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이때 '반환점'이라 적힌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곧 반듯한 등로를 만난다.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5분쯤 가면 낙동정맥 사거리. 왼쪽은 수의동 방주교회 백운산 고헌산. 산행팀은 우측으로 오른다. 7분 뒤 갈림길. 왼쪽은 땅고개 사룡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산행팀은 우측 단석산 방향으로 향한다. 단석산은 낙동정맥에서 약간 비켜나 있다.

이어지는 능선길. 좌측 저 멀리 숲 사이로 사룡산이 보인다. 10분 뒤 다시 갈림길. 직진하면 단석산 정상, 산행팀은 국보 제199호 마애불상군이 위치한 신선사를 둘러보기 위해 왼쪽으로 내려선다. 이 길은 또한 단석산 산행의 대표적 들머리인 우중골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독립가옥 한 채를 지나 임도 수준의 제법 너른 길로 가다 보면 우측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리본도 많이 걸려 있다. 신선사까지는 20분. 전체적으로 오름길이나 꼬불꼬불한 솔가리길이라 그리 힘들지 않다.

산모퉁이를 돌면 'ㄷ'자 모양의 거대 암벽을 덮고 있는 돔형태의 인공지붕이 눈길을 끈다. 신선사 마애불상군이다. 10m쯤 되는 각 암벽에, 그것도 1500여 년 전에 여래상 등 다양한 불상과 보살상을 새긴 선조들의 불심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신선사에서 정상까지는 대략 35분. 나무뿌리가 도처에 드러날 만큼 등로가 황폐해져 있다. 금정산이 연상된다. 통천문과 진달래터널, 그리고 헬기장을 잇따라 거친다.

마른 억새평원인 정상에는 크고 작은 바위와 돌탑이 널려 있고, 그 가운데 중심부가 쩍 갈라진 높이 1m쯤 되는 단석(斷石)이 정상석 바로 옆에 서 있다. 무엇보다 경주의 최고봉답게 조망이 빼어나다. 북동쪽으로 건천읍과 그 뒤로 구미산, 동쪽으로 경주시가지. 그 앞으로 선도산과 철탑이 서 있는 벽도산, 그 뒤로 근육질의 바위산인 남산의 금오봉과 고위봉 마석산 치술령 연화산이, 금오봉 뒤로 동대봉산 토함산 삼태봉이, 동대봉산 앞으로 보문단지도 확인된다. 남쪽으로 봉우리 셋이 나란한 백운산과 그 우측으로 영남알프스 고헌산과 문복산, 그 사이 뒤로 신불산과 간월산, 문복산 뒤로 억산 가지산 운문산이, 북서쪽으로 만봉산 석두봉이 보인다. 가히 산의 물결이다.

하산은 남동쪽으로 향한다. 100m쯤 뒤 갈림길. 왼쪽 선명한 길은 방내리 가는 길, 산행팀은 우로 간다. 5분 뒤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낙동정맥 상의 피라미드 건물인 방주교회와 OK그린목장, 그 뒤로 백운산과 고헌산이 손 앞에 잡힐 듯하다. 이어 만나는 전망대에선 정면의 입암산과 그 우측으로 들머리인 학동마을과 사곡지가 동시에 보인다.

오천 정씨묘를 지나면 갈림길. 우측은 절골 방향, 산행팀은 좌측으로 간다. 잇단 무덤과 송림길을 지나면 사거리. 왼쪽 방내리, 오른쪽은 비지리, 산행팀은 백석암 방향으로 간다. 15분 뒤 능선 갈림길에선 좌측 백석암 쪽 대신 우측 입암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3분 뒤 입암산 정상. 스쳐가는 봉우리로 그 일대에서 제일 높다. 5분 뒤 다시 갈림길. 왼쪽 백석마을, 산행팀은 오른쪽 학동마을 쪽으로 내려선다.

아뿔싸! 이때부터 아예 길이 없다. 다만 능선길 우측이 학동마을이라는 큰 방향만 잡고 내려설 뿐이다. 수목 간격이 넓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다. 경사가 무척 가파른 쪽은 가급적 피하며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조심해서 내려선다. 리본을 아주 촘촘히 달아 놓았다. 35분쯤 정신없이 내려오면 경주 경씨묘를 끝으로 산을 벗어난다. 여기서 들머리 마을회관까지 10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우중골 코스 대신 비지리 원점회귀

단석산 산행의 90% 이상은 경북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 우중골에서 출발해 신선사 마애불상군을 보고 정상에 오른 뒤 진달래능선을 따라 가다 천주암를 거쳐 건천읍 방내리로 하산한다. 그 역으로도 가능하다. 이미 이 길을 소개한 산행팀은 이 산 반대편인 내남면 비지1리(학동)에서 단석산을 돌아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택했다.

단석산 코스에서 신선사를 빼면 '앙꼬없는 찐빵'. 해서 산행팀은 정상 직전 갈림길에서 20분쯤 걸리는 정상으로 곧바로 가지 않고 신선사를 거쳐 정상으로 올라가는 75분쯤 걸리는 고행의 길을 택했다. 물론 체력이 부치면 정상으로 바로 가도 상관없음을 밝혀둔다.

김유신 장군은 단석산 이외에도 경주와 그 인근의 여러 산에서 수련을 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경주와 인접한 울주군 백운산 정상 아래 석굴에서도 수련을 했으며, 경주시내에 위치한 망산과 선도산에서도 말을 타고 훈련을 했다고 고향이 경주인 이창우 산행대장이 어린 시절 마을 어른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단석산은 삼국통일 이전에는 동쪽 토함산, 서쪽 선도산, 남쪽 남산, 북쪽 소금강산과 함께 신라인들이 신성시해 오악(五岳) 중 중악(中岳)으로 모셔졌다.


# 교통편

- 노포동 터미널서 경주행 버스 10분 간격

  

노포동 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4000원.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332번 버스를 타고 학동(비지1리)에서 내린다. 오전 6시56분, 8시24분, 10시37분. 35분 걸리며 1500원. 날머리 학동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2시25분, 5시5분, 7시10분(막차)에 있다. 경주터미널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5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경주IC~시청 시의회 좌회전~동국대 버스터미널 경주대학교 좌회전~건천 경주대학교 4번 좌회전~서천교 건너~무열왕릉 좌회전~무열왕릉~광명기사식당 앞 광명5길, 백석사 방향 좌회전(광명GS주유소 직전)~철길 건너 굴다리 통과~제1화천교~한미정공 화강서당 경주재일농산 방향~화천2교 건너자마자 갈림길서 오른쪽~경부고속철도 공사 구간~화천보건진료소, 경주초등 화천분교 잇따라 지나~제3화천교~내남면~비지 방향 오른쪽~학동마을 이정석~학동(비지) 버스정류장 앞 갈림길에서 오른쪽~비지1리 구판장(마을회관 및 경로회관) 순. 비지1리를 학동마을이라 부르는 이유는 버스정류장 옆 '숲속명상학교'가 옛 학동초등학교였기 때문이다.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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