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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서정 느껴볼 올 마지막 기회
산 아랜 형형색색 단풍, 마루금엔 호젓한 낙엽길
얼음골 꿀사과 익어가는 산내면 발례마을서 출발
천황 재약 가지 운문 영축 구만 화왕 관룡 비슬 등
밀양 양산 청도 창녕 대구 등 연봉과 밀양호 한눈에
밖에선 육산, 산속에선 골산…부드러운 낙엽길 감탄




단풍의 열기가 이제 한풀 꺾였다. 대자연의 섭리대로 이제 수목들은 월동 준비를 위해 끝물 단풍마저 훌훌 털어내고 있다. 그 곱디곱던 단풍이 한줄기 바람에 난분분 떨어지면 낙엽 융단길이 되어 뭇 객들을 유혹한다. 흔히 나라땅에서 최고의 낙엽 명소는 문경새재, 속리산 오리숲, 선암사 진입로, 함양 상림 등이 손꼽힌다. 이는 나들이 내지 산보 수준을 원하는 장삼이사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

산꾼들의 관점은 좀 다르다. 기껏 한두 시간쯤 되는, 그것도 부침이 거의 없는 밋밋한 낙엽길은 성에 차지 않는다. 너댓 시간을 오르내리며 아무도 밟지 않은 미답의 낙엽길을 여유롭게 걷고 싶은 것이다.

  
  정각산 아래 백운암 인근에는 아직도 울긋불긋한 단풍이 한창이다. 발 밑에는 갓 떨어진 낙엽이 쌓여 황금 카펫을 연상시킨다.

산 아래 낙엽 명소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산꾼들만의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산길을 찾던 산행팀의 레이더망에 괜찮은 근교산이 하나 걸렸다. 바로 밀양 정각산~실혜산이다.

얼음골 사과로 유명한 밀양 산내면에 위치한 정각산~실혜산은 소위 영남알프스의 언저리봉이다. 주변에 천황산 재약산 운문산 가지산 등 내로라하는 영남알프스 맹주들이 포진해 있어 상대적으로 지명도는 낮지만 오히려 이러한 사실이 장점으로 작용해 한적하다.

뜻밖에도 만추의 서정을 맘껏 느낄 수 있는 낙엽길이 산행 내내 이어진다. 산밑에는 덤으로 아직 노랗고 빨간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으며 산등성이에는 낙엽비가 우수수 떨어진다. 한 폭의 그림이다.

조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영남알프스를 넘보는 언저리봉이라 북쪽의 고헌 문복, 동쪽의 신불 간월만 빼고 웬만한 봉우리는 죄다 확인 가능하다.

산행은 산내면 임고리 발례마을~백운암~전망대~주능선(정각산·승학산 갈림길)~정각산(860m)~전망대(암봉)~송정자고개~끝방재~안부사거리~실혜산(828m)~정승봉 갈림길~억새군락지~원당지~산내면 원서리 원당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30분. 거의 외길인 데다 이정표가 곳곳에 서 있어 길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들머리인 발례마을의 끝은 '호반 테마랜드'. 마을 입구에서 걸어서 20분 걸린다. 간판 바로 옆에는 '백운암 1㎞, 정각산 3㎞'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바로 옆 산정 호수에는 아침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고, 주변에는 얼음골 꿀사과가 서리를 맞으며 당도를 높여 가고 있는 전형적인 평화스러운 시골전경이다.

산으로 진입하는 두 갈래 길 중 왼쪽 포장로로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정면 저 멀리 보이는 암봉 우측이 정각산이다. 25분 뒤 길 양측에 스님을 닮은 듯한 석장승이 서 있다. 아마도 백운암의 일주문 역할을 하는 듯하다. 곧 너른 주차장. 이끼 낀 고색창연한 돌계단을 밟고 산으로 오르면 색 바랜 낙엽 대신 방금 낙화한 울긋불긋한 낙엽 융단길이 기다린다. 황금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백년손님이 된 기분이다. 우측에는 부도탑이 보인다. 머리 뒤로 보이는 산은 왼쪽부터 육화산 구만산 북암산이다.

백운암 쪽으로 보석 같은 낙엽길을 걷는다. 잠시 후 병풍바위 아래 투박한 돌담으로 둘러싸인 백운암에 닿는다. 백운암이라 적힌 조그만 당우 한 채와 삼층탑이 전부인 고즈넉한 암자이다.

암자를 뒤로 한 채 '갈 지(之)'자형 낙엽 융단길로 오른다. 점차 경사가 심한 된비알로 변한다. 끝물 단풍과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오르다 보면 그리 힘이 들지 않는다. 20분 뒤 그간 안 보이던 바위들을 연이어 만난다. 재밌는 점은 바위의 규모가 처음엔 농짝, 뒤이어 집채, 대저택 순으로 커지지만 우회로가 있어 큰 무리는 없다.

백운암에서 40분 정도 바짝 오르면 첫 전망대. 발 아래 '호반 테마랜드'가, 3시 방향으로 정각산 상봉이 보이며 정각산 좌측 암봉의 왼쪽 뒤 뾰족봉인 가지산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청도귀바위 쌍두봉, 왼쪽 앞으로 운문산 억산 북암산 구만산 육화산 용암봉 화악산 남산 비슬산 화왕산 관룡산 등 밀양 청도 대구 창녕 등의 내로라하는 봉우리가 반원을 그리며 죄다 확인된다. 10분이면 주능선에 올라선다. 이정표가 서 있다. 우측은 단장면 또는 승학산 방향, 산행팀은 좌측 정각산 방향으로 간다.

잠시 우측으로 보이는 경사진 조망바위에서 이번엔 남쪽의 산들을 확인하자. 왼쪽 저 멀리 보이는 밀양호의 바로 뒤 매봉을 기준으로 우측으로 뾰족봉인 금오산 무척산 구천산 만어산 밀양시내, 그 뒤로 종남산 덕대산이 역시 반원을 그리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발 아랜 단장면 사연리이며 물길은 단장천이다.

이제 정각산으로 향한다. 오르락내리락, 15분이면 정상에 선다. 조그만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지만 조망은 시원치 않다. 도중 한 번 만나는 우측 탈출로는 단장면 범도리 골마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하산은 직진하며 내려선다. 곳곳에 탈출로가 있지만 주등산로인 능선만 줄곧 따라가며 주변 조망을 감상한다고 생각하면 큰 무리는 없다. 4분 뒤 폐금광굴을 거쳐 구천마을 가는 갈림길, 무시하고 직진한다. 5분 뒤 등로 우측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 선다. 정면으로 천황산 재약산 재약봉 향로산이, 그 뒤 저 멀리 영축산 함박등 죽바우등 시살등이, 천왕산 왼쪽으로 능동산과 구천산 운문산 가지산도 보인다.

곧 전망대인 조망바위. 앞서 본 조망과 큰 차이가 없다. 보석같은 낙엽길로 13분쯤 가면 너른 터. 송정자고개다. 왼쪽은 발례마을 탈출로. 억새가 휘날리는 옛 헬기장을 지나면 갈림길. 정승골 가는 길이다. 계속 직진한다. 10분 뒤 또 갈림길. 알고 보니 정면에 집채만한 바위가 떡 하니 막고 있다. 우측은 우회길, 산행팀은 좌측 바위를 넘어가는 길로 간다. 밧줄 잡고 오르는 길이 아니라 그저 약간 거친 돌길에 틈새길을 통과하는 정도이다. 도중 우측으로 정승골 정승마을이 보인다.

이때부터 줄골 내리막. 20분 뒤 무덤 3기가 보이는 너른 안부사거리인 끝방재에 내려선다. 이정표가 서 있다. 우측 정승골과 좌측 임도 대신 무덤 바로 옆 산길로 오른다. 이때부터 밀 성 손씨묘 등 잇단 묘지 4기를 지나면 이내 부드러운 낙엽길로 변하며 다시 안부사거리에 도달한다. 끝방재에서 40분. 왼쪽은 미륵골을 거쳐 산내면소재지인 송백 가는 길, 오른쪽은 실혜산을 거치지 않고 정승봉으로 질러가는 길, 산행팀은 직진한다. 이제 본격 실혜산으로 향하는 오름길이다. 9분이면 무명봉에 올라서고, 다시 12분이면 실혜산(828m)에 도착한다. 모 단체가 '정각산 실혜봉'라 적은 안내판이 서 있다. '실혜산', '정각산 실혜봉'. 사실 산행팀도 무엇이 맞는지 확신이 안 선다. 근거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밀양시문화원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하산은 직진한다. 100m쯤 내려서면 갈림길. 오른쪽은 정승봉 구천산(영산) 천황산 가는 길, 산행팀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운문산이 손에 잡힌다.그 우측으로 아랫재 가지산 백운산, 좌측으로 범봉 억산이 보인다.

하산로는 아주 가파르다. 아니 쏟아진다. 35분쯤 뒤 만나는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내려선다. 여기서 10여 분 뒤 돌길 쯤에 와선 길이 애매모호해진다. 그냥 돌길을 따라 간다.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지나면 밤나무밭. 우측으로 간다. 예상치 못한 억새군락지와 묘지를 잇따라 지난다. 마지막 묘지에서 좌측으로 가면 3분 뒤 산을 벗어나며 원당지(院堂池)에 내려선다. 여기서 마을을 지나 '원당마을' 이정석이 서 있는 24번 국도까지 8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인골산장, 오리고기도 먹고 얼음골 사과도 싸게 사고

4년 전 산행팀은 정각산에 한 번 올랐다. 당시에는 대추로 유명한 단장면 구천리 구천마을에서 출발, 폐금광굴을 거쳐 정상에 오른 후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로 하산했다. 이번에 새로 소개하는 코스와는 20분 정도 겹친다.

정각산에서 실혜산으로 가는 주능선 우측 계곡은 정승골. 산행팀은 실혜산에서 산내면 원당마을로 하산했지만 주능선을 타고 계속 내달리면 국제신문 산행팀이 명명한 정승봉과 구천산으로 이어진다. 이 능선을 선으로 그어보면 U자를 꺼꾸로 세워 놓은 형상이며 그 가운데로 정승골이 위치해 있다. 참고로 구천산 못 미쳐 갈림길에서 도래재로 내려서면 천황산 재약산으로 산행을 계속할 수 있다.

정승골에는 정승마을이 있다. 40, 50년 전만 해도 경주 최 씨 집성촌이었던 이곳은 6가구가 살던 지난 2000년이 돼서야 전기가 들어왔을 정도로 워낙 오지이다. 경남에서 가장 늦게 전기가 들어왔다고 한다. 당시 주민들이 냉장고를 구입하는 모습이 TV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외지인들이 들어와 계곡 입구에 펜션이 들어서 있다. 단장면에 따르면 17가구가 산다고 한다.

맛집 한 곳 소개한다. 봉의저수지 입구 인골산장(055-353-6531). 산꾼들에겐 아주 유명한 집이다. 후덕한 주인 부부의 마음씨와 별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오리고기, 닭 및 오리백숙, 흑염소 등이 주메뉴. 직접 키워 현장에서 잡아 요리해 약이나 진배없다. 주말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 이곳에선 또 얼음골 사과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도 한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발례마을행 버스 오전 단 한 차례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1시간 단위로 출발한다. 1시간 걸리며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발례마을행 농어촌 버스는 오전 10시55분 단 한 차례 있고 종점 직진 '호반 테마랜드' 입구에서 하차한다. 30분 걸리며 1700원. 날머리 원당마을 인근 원서리 버스정류장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4시15분, 4시50분, 5시40분, 6시15분, 6시50분, 7시45분(막차)에 있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 정시에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 국도~산내면사무소 용전리~동천교~임고교~'호반 테마랜드' 우회전~'호반 테마랜드' 입구 순.

들머리와 날머리가 제법 떨어져 있어 승용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산내면의 개인택시(055-352-7550)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호반 테마랜드 입구에 주차해도 되고, 아니면 날머리인 원당마을 건너편이자 석골사 입구에 위치한 원당마을회관 옆에 주차해도 된다. 어디서 부르든 택시비는 1만 원.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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