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봉 정상에서 바라본 범어사의 모습

금정산은 정상인 고당봉(801m)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문화유산 등이 깨알처럼 박힌 부산의 어머니산이다. 혹자는 이방인들에게 한없이 넉넉하고 너그럽지만 시대적 불의와 외세의 위협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분노의 물결로서 저항했던 부산 사람들의 기상이 바로 금정산의 넉넉한 품과 웅혼한 기상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리고 금정산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선찰대본산(禪刹大本山)'이라고 불리는 1300년 호국고찰 범어사(梵魚寺)다. 신라 문무왕때인 서기 678년 의상 대사가 해동 화엄십찰중의 하나로 창건한 이후 고단했던 우리 역사의 중심에서 늘 흔들림없는 한국불교의 요람으로서, 호국불교의 성지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해 온 사찰이다.



금정산의 산내암자인 청련암의 모습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부산 금정구와 경남 양산시의 경계선 상에 있는 사배이산 전망대에서 북쪽을 조망하고 있다. 왼쪽의 큰 산줄기는 금정산 장군봉에서 양산 동면 다방리까지 이어지는 금정산 북능이다.

이번 주 답사한 '부산 시계를 걷다' 제10코스의 출발지가 바로 범어사다. 부산 시민들에게는 너무도 친숙하고 한편으로는 엄숙하기도 한 정신문화의 상징적 장소에서 출발해 범어사와 고당봉을 지키는 호위무사처럼 우뚝 서 있는 계명봉(鷄鳴峰·601.7m)을 지나는 길이다. 이어서 지경고개와 부산CC 뒷산인 사배이산(284m)과 이하봉(226m)을 지나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 송정마을에서 수영강 상류를 따라 북쪽으로 진행, 흔히 철마산 산행로의 기점으로 알려져 있는 철마면 임기리 임기마을 입구에서 마무리한다. 총거리 12.5㎞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휴식 등을 포함하면 5시간가량 걸린다.












◇ 지경고개 거쳐 수영강 상류로 가는 12.5㎞… 5시간 걸려

   

계명봉 정상에 서면 범어사와 고당봉 무명암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범어사 옛매표소 앞 버스정류소에서 경내로 진입하며 잠시 옷깃을 여민다. 삼국통일의 화룡점정을 찍었던 문무대왕과 의상대사가 왜구의 침략을 막아내고자 하는 일념으로 금정산에서 7일간의 기도를 한 결과 왜구를 무찌르고 절을 지었다고 전해지는, 그 창건 동기부터가 범상치 않은 호국사찰이다. 그리고 부산 시민들은 그냥 규모가 좀 큰 사찰 정도로만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범어사는 정세가 혼탁하던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 한국전쟁 전후 시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교의 선사상의 맥을 지켜내고 불교계의 정화운동 중심 사찰로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절이기도 하다. 이 절을 거쳐갔던 수많은 고승들 또한 이루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신라때의 의상대사와 원효대사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구한말 이후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스님들이 이절의 맥을 지켜왔다. 구한말 주지였던 오성월 스님이 '선찰대본산'이라 명명하고 당대 최고의 선승이었던 경허스님을 조실로 모신 바 있다. 또한 1919년 기미독립선언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일원이었던 만해 한용운 스님이 범어사에서 수도했다. 그 뿐인가. 만해와 함께 민족대표 33인으로 옥고까지 치렀던 용성 큰스님의 제자이자, 성철 스님의 스승으로서 한국 현대 불교의 정화운동을 주도하고 대한불교 조계종 초대 종정을 역임했던 동산 큰스님은 범어사를 상징하는 스님이다.

부산과 양산의 경계인 지경고개로 부산시의 녹동마을이 있다.

숱한 고승들의 사상과 말씀, 일화를 떠올리며 서서히 경내로 진입한다. 절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본격적인 코스 답사에 나설 때 동쪽의 청련암 방향의 길을 택해 오른다. 서늘한 바람에 부딪히는 댓잎들의 소리가 정겨운 대숲을 끼고 청련암 입구를 지난다. 동산 큰스님이 1920년대 후반 동편 대숲에서 오도(悟道)의 경지를 이뤘으며 평생 동안 그 대숲을 특히 아꼈다고 전해지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범어사 동편에는 유달리 대숲이 짙다.



◇ 고당봉 원효봉 범어사 한 눈에 뵈는 계명봉 조망 일품

   

부산과 양산의 경계를 나눈다고 해서 붙은 지경고개의 옛 경계표지석.

청련암 입구에서 우측으로 가팔라 보이는 계단길이 나 있는데, 계명암 가는 길이다. 하지만 취재팀은 좀 더 임도를 타고 직진한다. 이내 내원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직진한 후 5분 후 이정표 앞에서 임도를 이탈 우측 안부로 올라선다. 고개 너머의 양산시 동면 사송리 사배마을 이름에서 따 온 사배고개다. 낙동정맥 종주 구간에 속하는 사배고개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장군봉, 고당봉 방향이고 우측 오르막은 계명봉 정상 가는 길이다. 계명봉 정상 쪽으로 15분쯤 오르면 갈림길이 있는데 오른쪽 오솔길은 계명암 가는 길이다. 왕복 2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취재팀은 직진, 10분만에 계명봉 정상에 닿는다. 홀로 다니는 산꾼들의 모임인 '산새들의 합창'에서 세워 놓은 정상석이 눈에 띈다. 부산에 있었던 7개의 봉수대 가운데 금정산 유일의 봉수대인 계명봉수대 터는 정상이 아니라 동남쪽으로 약 1㎞ 떨어진 504m봉에 있다. 계명봉에서는 고당봉과 원효봉 원효석대 의상대 무명암 의상봉 등이 한눈에 들어올 뿐 아니라 특히 금정산을 병풍 삼아 의연하게 앉아있는 범어사와 청련암 내원암 대성암 금강암 원효암 등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사배이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면 사송리와 면소재지, 멀리 양산시내까지 조만된다. 좌측으로는 하산한 계명봉과 금정산 북릉인 장군봉의 모습

   

범어사에서 본 계명봉. 계명봉은 금정산과 범어사의 파수병이다.

하산은 정상석 뒤편 내리막을 택한다. 산 밑에 확연히 드러난 부산CC를 보면서 가파른 내리막을 타면 중간에 전망대를 지난다. 철마산과 낙동정맥 능선이 이어진 천성산까지 보인다. 20분가량 내리막을 따르면 어느새 고도는 한참 낮아져 있다. 이윽고 개간지 뒤편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틀어 20m쯤 간 후 우측으로 비스듬히 나 있는 내리막 오솔길을 타면 5분 후 강아지 울음소리가 귀에 익은 농원 건물 앞 시멘트길에 닿는다. 우측으로 내리막을 타고 내려서면 3분 후 조선시대부터 있었다는 '동래-양산 경계석'이 눈에 띈다. 옛날의 지역간 경계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배이산의 편안한 능선길~~~

◇ 동래 양산 경계 알려주던 옛 표지석 지경고개서 만나

   

조선시대 동래를 방문한 중앙 관리를 송별했다는 송정마을 입구 풍경.

경계석에서 10m쯤 가다가 오른쪽 대숲 옆 오솔길로 빠져나가면 부산과 양산의 경계이자 신식 경계표지판이 있는 지경고개다. 왕복 6차선 도로로 확장돼 있다. 오른쪽 녹동마을 쪽으로 150m쯤 이동,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왼쪽 아래에 있는 정자 쉼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경부고속도로를 횡단하는 녹동육교를 건너 부산CC후문 왼쪽의 소나무 옆으로 난 산행로를 타고 사배이산으로 향한다. 대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지고 바닥에는 낙엽이 얕게 깔린, 산책하기에 딱 좋은 산길이다. 낙동정맥 구간에 속해 있어 수십 개의 리본이 곳곳에 달려 있다.

15분쯤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대. 사송리 사배마을과 병풍 같은 장군봉 능선, 양산 시내, 경부고속도로와 남락고개를 넘나드는 지방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낙동정맥 284m 희·준' 푯말이 선명한 사배이산 정상. 사배마을 앞산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살짝 내려서면 안부 갈림길. 이 곳에서 낙동정맥과 이별한다. 왼쪽 내리막으로 이어가면 낙동정맥길인데, 취재팀은 완만한 능선길로 직진한다. 봄이면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10분쯤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 내리막은 무시하고 우측 1시 방향 능선길로 직진하면 곧바로 해발 226m인 이하봉이다. 왼쪽 능선을 타고 제법 가파른 길을 10분쯤 내려서면 돌무더기가 마당에 쌓여있는 조경업체에 닿는다. 우측으로 나가 KTX선로 방벽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50m쯤 가면 양산 동면우체국 앞 버스정류소를 지난다. 곧바로 횡단보도를 건너 인도를 따라 다시 왼쪽으로 100m쯤 가면 송정사거리. 우측 철마 방향으로 꺾어 200m쯤 가다가 철마교를 건너면 다리 끝 우측에는 송정마을과 홍법사 표지석이, 왼쪽에는 낙안사 표지석이 보인다. 왼쪽의 낙안사 표지석을 보면서 수영강 상류를 따라 북쪽으로 진행한다. 이제부터는 줄곧 강변을 따라 가는 길이다. 오른쪽에는 철마산이 손에 잡힐 듯 성큼 다가오고 수영강 상류는 온통 갈대 투성이다. 만수농원과 미래화훼단지 앞을 지나고 입석교 옆을 통과해서 계속 강을 왼쪽에 끼고 직진하면 미나리밭 둑길이 나온다. 임도 대신 미나리밭과 수영강 사이 좁은 길을 좀 더 따르면 다시 넓은 길과 합쳐지고 이윽고 임기2교에 닿는다.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 100여m 이동하면 오늘의 날머리인 임기마을 표지석 앞 정자에 닿는다.


양산시 동면과 부산시 철마면 두구동의 모습. 그뒤로 철마산이 우뚝하다.

# 떠나기 전에

- 계명암 창건 일화·자웅석계, 호국사찰 의미 되새겨

계명봉(鷄鳴峰)은 한 때 독립된 산으로 취급돼 계명산으로 불리기도 했고 지금도 일부 지형도에는 계명산으로 기재돼 있다. 그만큼 유서 깊은 이력을 지닌 봉우리다. 특히 범어사 창건 이전에 이미 의상대사가 이 봉우리 중턱에 올라 어디에 절을 지을지 고민하던 중에 하늘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서 그 자리에 절을 짓고 계명암(鷄鳴庵)이라고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래서 범어사 본찰보다 계명암의 창건이 더 앞선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계명암에는 '범어3기'로 불리는 원효석대, 자웅석계, 암상금정 중 자웅석계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암수 한 쌍의 닭 모양을 한 바위가 바다 건너 지네 모양의 대마도를 쪼고 있는 형상으로, 왜구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상징물이다. 닭은 지네와 상극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암닭 모양의 바위를 파괴해 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수탉바위만 남아 있다.

계명암의 모습과 전설속의 닭인 수닭 모습

한편 신라 문무왕18년(678년) 창건된 범어사는 호국사찰로 유명한데, 특히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가 이 절을 사령부로 삼아 승병활동을 했고 1919년 3·1운동 때는 만해 한용운 스님의 지시에 따라 학생과 스님들이 범어사학림의거로 불리는 독립만세운동을 펼쳤다. 특히 전국의 만세운동에서 사용될 태극기를 범어사에서 만들었다는 일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 교통편

-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하차 후 90번 버스 이용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5, 6번 출입구로 나와 범어사 순환노선인 90번 버스를 타고 범어사 옛 매표소에서 내린다. 답사 후에는 임기마을 표지석에서 7번 국도까지 100m쯤 이동해 부산 방향 버스를 타면된다. 대부분의 버스가 노포동역까지는 가기 때문에 이용하기 편리하다.

홍법사의 웅장한 모습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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