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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여행/밀양여행) 밀양 계령산~가래봉 산행. 아홉마리의 용이 경주산을 두고 싸우는 밀양 계령산~가래봉 산행

내 고향 뒷동산에도 분홍빛 진달래 타오르겠지
단장리 마을 한 바퀴 돌아 오는 원점회귀 코스

총거리 8㎞에 산행시간 4시간 안팎부담 없어
들머리 인근 조선 후기 양반가 '허씨 고가' 볼만
마을 앞 솟은 '경주산' 용들이 다투는 여의주 형상


아무리 쌀쌀맞고 심술궂은 꽃샘추위도 '봄의 전령'이 뿜어내는 온기를 당할 수는 없나보다. 4월에 접어들면서 근교산은 온통 연두빛 새싹과 연분홍 진달래, 하얀 산목련, 연보라 제비꽃, 노란 개나리 등 봄의 상징들로 가득하다. 산꾼들이 두꺼운 방한복을 벗어던지고 가벼운 등산복으로 갈아입듯이 산과 봉우리들도 겨우내 걸쳤던 잿빛 겉옷을 털어낸다. 연한 색감의 총천연색 봄옷을 깔끔하게 단장하고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이번 주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경남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에 위치한 계령산(389.7m)~가래봉(일명 대곡산·502.2m) 코스에도 봄이 한창이다. 고도는 그리 높지 않은 산들이지만 들머리에서부터 산행 구간 주변에 이르기까지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만개해 산길을 걷는 이에게 싱그러운 봄 내음을 듬뿍 안겨준다. 조망이 뛰어난 것도, 그렇다고 골이 깊고 암릉이 빼어난 것도 아니지만 한적함 속에서 진달래 향기에 취해 걸을 수 있는 은근한 매력이 있는 산이다.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 마을 뒷동산 같은 느낌이랄까. 실제로 이번 코스는 단장리 마을을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진행된다. 부산 울산 등에서 1시간 안팎이면 접근할 수 있고 산행시간도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10분이면 충분하다. 때문에 몸도 마음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휴식 같은 코스'라 할 수 있겠다.

덧붙여 단장리 마을 중앙부에 있는 조선 말기 주택인 '허씨 고가(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10)'의 내력과 그 집 마당에 뿌리 내린 수령 100년 이상의 팽나무를 보면서 고향집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다. 마을 인근에 볼록하게 솟은 독립봉인 경주산(慶州山·212.6m)에 얽힌 이야기들을 음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들머리인 홍제중학교 정문앞

전체 산행은 단장면 단장리
버스
정류소가 있는 홍제중학교 정문에서 시작한다. 마을회관 앞을 거쳐 허씨 고가 앞 삼거리~토토요 위 갈림길~임도~능선(폐무덤) 갈림길~계령산~303~바람고개~광주 안씨묘~가래봉(대곡산) 정상~통정대부 김씨묘~가라골 갈림길~단장리 공터 순으로 진행된다. 총거리가 8㎞ 남짓한 짧은 거리다. 휴식시간을 포함해도 4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홍제중교 정문을 바라볼 때 오른쪽 담장 옆으로 난 길을 따른다. 곧이어 단장리 진입도로를 따라 좌회전,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길 옆 대추나무밭에 꽃다지 제비꽃 큰개불알꽃 등 봄꽃들이 알콩달콩 사이좋게 피어 길손을 맞아준다. 밀양시 단장면은 전국 대추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한 대추 생산단지이다. 마을회관 앞을 지나 공터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왼쪽에 높이 20m 남짓한 팽나무가 선 '허씨 고가'가 보이고 정면 담벽에는 '토토요 도예공방 250m'라는 노란색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이 안내판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오른쪽 골목길로 올라서야 하지만 잠시 왼쪽의 '허씨 고가'에 들러 그 내력을 살펴본다. 안내문에는 '분성 허씨 일족인 유학자 허채(許菜) 1890년께 김해에서 단장마을로 이주해 와 건립한 고택으로 뒤에는 대곡산, 앞에는 단장천과 경주산을 두고 서향으로 지어졌다'고 적혀 있다. 건립 초기에는 내외정(內外庭)으로 나뉘어 9개의 건물이 있는 대저택이었지만 지금은 4개의 건물만 남았다고 덧붙여져 있다. '허씨 고가' 앞에서 만난 단장리 전 새마을지도자 박영해(55) 씨는 "한때는 이 마을 땅 대부분이 허씨 댁 소유였을 정도로 부잣집이었다. 자손들 중에서 중소도시 시장급 이상의 인물도 많이 나왔고…"라며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박 씨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가래봉을 대곡산이라고 부른다. 산 아래 골짜기를 '큰골'이라고 부르는 것과 관계가 있다.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가뭄 때 저 산 정상에서 기우제를 지내곤 했다"고 덧붙인다. 박 씨와 얘기를 나누던 도중 만난 이 마을 주민 조성조(59) 씨가 "'근교산 취재팀'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데 너무 반갑다. 오늘 산행에 동행하고 싶다"며 따라나선다. 취재팀으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허씨고가


박 씨와 헤어진 후 '토토요'
방향
으로 길을 잡고 콘크리트 길을 따르는데 주변이 온통 대추나무로 덮여 있다. 부러울 정도로 예쁘게 지어진 민가를 지나고 7분 후 '토토요'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오른다. 30m 위 두 번째 집을 지나자마자 오른쪽 풀밭으로 길을 잡아 나가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벌써부터 진달래 천지다.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것도 적지 않다. 4월 중순께면 완전히 만개할 것 같다. 작은 능선을 따라 5분쯤 오르면 비포장 임도다. 허씨 고가 앞에서 만났던 박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이 산의 소나무들을 반출하기 위해 닦은 길이라고 한다. 이 길을 왼쪽으로 따라가면 바람고개까지 이어진다. 임도를 가로질러 곧장 산길을 치고 오르면 무덤 3개가 잇따라 나온다. 임도에서 폐무덤과 쓰러진 나무들이 흩어져 있는 능선 갈림길까지는 25분가량 제법 가파른 비탈을 치고 올라야한다. 처음으로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왼쪽 계령산 방향으로 능선길을 따르는데 곳곳에 쓰러진 나무둥치들이 널브러져 있어 가슴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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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후 계령산 정상. 주변에 크고 작은 나무가 있어 조망이 탁 트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단장천 너머 용암산과 백암봉 승학산 정각산 구천산 사자봉 재약산 등 큰 산들이 대부분 보이고 단장천 옆의 독립봉인 경주산도 내려다보인다. 산줄기가 주변 산들과 연결되지 않고 동떨어져 있는, 소위 '똥뫼산'인 경주산은 풍수지리에서 길지로 꼽히는 일명 '오룡쟁주형(五龍爭珠形)'의 혈자리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5마리 용에 비견되는 주변의 다섯 산줄기가 여의주에 해당하는 경주산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형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에서 만난 박영해 씨는 "마을 어른들은 옛날부터 아홉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형상으로 본다. '구룡쟁주형'으로 본 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룡쟁주형이나 구룡쟁주형이나 모두 풍수지리설에서는 길지로 해석하고 있다. 박 씨는 또 "일제 때 일본인들이 구룡쟁주형의 길지를 망치려고 산자락에 커다란 공동묘지를 만들어버려 안타깝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경주산의 한자 이름을 '다툴 경(), 구슬 주()'로 쓰고 있기도 하다.

 

 

 

 

단장마을의 전경과 그 뒤로 승학산과 정각산의 모습


계령산 정상부터는 능선을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길로 진행된다. 371봉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왼쪽을 보면 멀리 흰덤산과 구만산이 보이고 오른쪽 안법천 건너로는 만어산 칠탄산 종남산 산성산 용두산 등 밀양 시가지와 삼랑진읍 인접 산봉들도 선명하다. 10분 후 371봉을 거쳐 10여 분만 더 가면 안부. 직진해 다시 고갯마루를 15분쯤 오르면 안법리 주민들이 기우제를 지냈다는 303봉을 넘는다. 재차 내리막을 타고 200m쯤 가면 바람고개 사거리이다. 해발 250m 안팎인 바람고개에서 가래봉까지는 수직고도 250m가량의 된비탈을 올라야 한다. 그나마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구간이다. 하지만 1㎞ 남짓한 거리이기 때문에 30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중간에 있는 광주 안씨 묘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도 있다. 대곡산이라고 불리는 가래봉 정상에서는 저 아래 경주산이 뚜렷이 보인다. 또한 가래봉 정상은 삼거리 역할도 한다. 오른쪽 능선길은 당고개를 거쳐 금오산 천태산 구만산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

하산은 왼쪽 능선길을 따라 내려선다. 여전히 진달래 지천이다. 15분 후 통정대부 김녕 김씨 부부묘를 지나 8분만 더 가면 주능선을 버리고 왼쪽 계곡 방향으로 비스듬히 떨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 왼쪽 길을 따라 30분가량 내려서면 가라골 계곡에 닿는다. 햇볕 바른 곳에 노란 양지꽃이 피어있다. 곧이어 경주산을 바라보며 대추나무밭을 통과, 단장마을 공터에 도착해 산행을 마무리한다
.




단장 마을 주민인 박씨와 조씨 그리고 경주산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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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할미와 경주산에 얽힌 세금 이야기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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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 '윤씨촌닭농장' 직접 기른 토종닭 백숙 일품

계령산과 가래봉이 자리 잡은 경남 밀양시 단장면은 표충사 입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주변이 첩첩산중인 청정 구역이다. 이번 주 산행 들머리 겸 날머리인 단장리 마을에는 마치 제주도의 오름 하나를 가져다 놓은 듯한 독립봉인 경주산(慶州山)이 있다. 이 산과 관련한 재미있는 전설을 소개한다. 옛날 마고할미가 경주에서 산 하나를 지고 석남재를 넘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런데 짐끈이 끊어져 이 산을 떨어뜨려 버렸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의 경주산이라는 것. 하지만 이후 경주 사람들이 해마다 이 마을에 와서 "우리 동네 산이 여기에 있으니 세금을 내야 하오"라며 납세를 요구했다. 그 일이 반복되자 어느 가난한 노파가 걱정을 하며 탄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손자가 "할머니 걱정 마세요. 경주 사람들에게 우리는 필요 없으니 이 산을 도로 가져가라시면 해결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전하자 경주 사람들은 더 이상 세금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산행 후 들를 수 있는 맛집 한 곳을 소개한다. 산행 날머리 부근인 단장마을 가라골에는 '윤씨촌닭농장(055-353-6028)'이라는 별장형 식당이 있다. 직접 기른 토종닭으로 옻닭백숙을 담아내는데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 곳으로 소문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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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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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부
터미널서 밀양 직행 매시 정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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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으로 신대구부산 밀양IC내려 우회전

밀양버스터미널에서 단장행 농촌버스 및 표충사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매시 정시에 출발하는 직행(신대구부산고속도로 이용) 버스를 타는 것이 편하다. 요금은 4000, 50분 소요. 경부선 열차를 탄다면 밀양역에서 하차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해야 한다. 밀양터미널에서는 표충사행 버스를 타고 가다 단장마을 입구(동국대사범대학 부속 홍제중 정문)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735, 845, 1010, 1120분 등에 있다. 산행을 마치면 홍제중 정문 건너편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를 탄다. 오후 330, 430, 5, 510, 630분 등에 탈 수 있다. 요금은 1200(농촌버스) 1400(일반버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를 빠져나가 곧바로 울산 언양 방향으로 국도 24호선을 타고 우회전한다. 확장이 마무리돼 고속도로처럼 시원하다. 금곡교차로에서 단장 표충사 방향(1077번 지방도)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빠져나간 후 금곡교를 건너 표충사 쪽으로 직진하면 1분 후 단장마을에 닿는다
.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http://yahoe.tistory.com)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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