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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369>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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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성(石火星). 굳이 우리 말로 바꾸자면 돌불꽃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웬만한 산을 섭렵한 산꾼이라면 ‘아!, 가야산’하고 곧바로 맞장구를 칠 것이다.


이 말은 예부터 가야산의 크고 작은 뾰족한 기암봉을 비유한 것으로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온 것. 출처는 알고 보니 조선 후기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 이 책에는 ‘합천 가야산은 끝이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선 모양새가 흡사 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다’고 적혀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어쩜 이렇게 적확한 표현을 썼는지. 뛰어난 관찰력이 없는 범부일지라도 이중환의 표현을 실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야산 전체를 총칭해 석화성이라고 하지만 그 중에서 기암봉들이 촘촘히 밀집해 있는 곳은 주봉인 상왕봉의 남동쪽 일대 공룡능선과 만물상능선으로 흔히 석화성의 백미라고 불린다. 설악산이나 금강산의 그것과 비교해 규모면에서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 점이 가야산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거대한 설악의 공룡능선 암봉은 막상 가까이 가면 그저 밋밋한 벽으로 다가오지만 가야산의 암봉 앞에 서면 암봉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근처 암봉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주봉은 상왕봉(象王峰·1430m) 또는 우두봉(牛頭峰). 상왕(象王)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의미하며 우두봉은 정상의 바위가 소의 머리를 닮아 붙여졌다.


산행은 성주군 백운동 매표소~백운1-4교~옛 백운동대피소(가야산 등산안내도)~백운암지~서성재~가야산성터~전망대~칠불봉~안부~상왕봉~석조여래입상~헬기장~옛 가야산대피소~토신골갈림길~마애불입상~용탑선원~해인사 순. 5시간30분~6시간 정도 걸린다. 현 시점에서 가야산에서 열린 유일한 등산로다.


매표소를 지나면 계곡으로 들머리가 열린다. 용기골이다. 계곡을 따라 백운교 4개를 잇따라 지난다.


백운1교에서 30분쯤 뒤 쉼터가 나온다. 옛 백운동대피소다. 정면에 ‘영남의 영산 가야산’이라고 적힌 커다란 안내판이 서있다. 그 옆에 ‘칠불봉 2.5㎞’ ‘상왕봉 2.7㎞’ 팻말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길이 약간 얼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5분 정도 가면 백운암지. 통일신라때 이 곳 용기골에는 해인사에 버금가는 금당사라는 절과 이에 딸린 100여개의 암자가 있었는데 백운암도 그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고 적혀있다. 20분쯤 더 가면 서생재. 제법 너른 평지로 네갈래길이 나있다. 왼쪽은 만물상능선 및 공룡능선 가는 길이고 정면은 마애불입상으로 가는 방향이다. 하지만 폐쇄돼 있다. 칠불봉으로 향하는 오른쪽 길을 택한다. 나무 계단을 지나면 곧 너덜길. 안내판을 보니 이는 가야산성터다. 이제 상왕봉까지는 1㎞.


가야산성터를 지나면 왼쪽에 탁 트인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정면 산 정상에 조그만 정상석이 튀어나온 오도산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비슬산 앞산 황매산이, 오른쪽으로 비계산 별유산 지리산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급경사의 연속. 이 때문에 철계단을 많이 설치해 놓았다. 철계단이 없으면 산행을 못할 정도로 주변에 눈이 아직 녹지 않았다. 두 개의 철계단과 집채만한 바위를 에돌아 오르면 석화성의 진면목이 기다리고 있다. 왼쪽 만물상능선, 오른쪽 공룡능선. 잔설이 희긋희긋한 석화성에 넋을 잃는다. 정말 돌불꽃이 공중에 솟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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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계단의 한 지점에 다다르면 정면 칠불봉, 뒤쪽 만물상 및 공룡능선, 오른쪽에 해인사가 모두 보인다. 곧 칠불봉(1433m)에 닿는다.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3년간 수도 후 생불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서성재에서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장쾌한 조망이 인상적이다.


서쪽으로 향적봉~무룡산~삿갓봉~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덕유능선과 그 밑으로 금원산 기백산 능선과 덕유산을 잇는 삼봉산 대덕산 초점산 능선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북쪽 코앞에는 성주 독용산이, 저 멀리 민주지산과 황악산이 하얗게 변해있다. 동쪽엔 팔공산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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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222호 마애불입상
 


주봉인 상왕봉(1430m)까지는 10분 거리. 그 사이가 도경계. 칠불봉은 경북 성주, 상왕봉은 경남 합천에 있다.


하산은 정상석 밑으로 내려선다. 워낙 급경사인데다 눈 덮인 바위가 살짝 얼어 있어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한 발 한 발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길 옆 큰 바위에도 두꺼운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30분 뒤 보물 264호 석조여래입상을 지나면 헬기장과 옛 가야산대피소가 잇따라 나온다. 대피소 자리에는 구상나무를 심어 쉼터를 조성했다. 가야산의 또하나의 명물인 산죽밭도 지난다. 눈덮인 평탄한 산길 사이로 초록 댓잎에 하얀 눈이 얹힌 산죽이 인상적이다.


곧 갈림길. 토신골은 휴식년제로 막혀있어 직진한다. 계곡을 한 번 건너면 주변에 곧게 뻗은 홍송이 보이고 그 왼쪽에 보물 222호인 마애불입상이 서있다. 높이가 5.8m인 마애불과 주변 아름드리 홍송의 조화가 일품이다.


이제부턴 본격 하산길. 계곡을 건넌 뒤 계곡과 나란히 걷는다. 용탑선원까지는 40분 정도 걸리고 해인사 일주문은 10분 후에 닿는다.



- 합천 가야산? 성주 가야산? 주봉 자리 놓고 두지역 신경전


백운동 매표소에서 해인사 쪽으로, 또는 그 반대 방향으로 산행을 하면서 등산안내도와 정상석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한가지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익히 알려진대로 가야산의 최고봉은 상왕봉으로 해발 1430m. 하지만 경북 성주군 백운동 쪽에서 올라오다 보면 하나같이 칠불봉이 1433m로 가장 높다고 적혀 있다. 칠불봉 정상석 아래 적힌 ‘가야산(칠불봉) 전설’이나 옛 백운동 대피소 앞의 ‘영남의 영산 가야산’ 등산안내도에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가야산에서 가장 높은’이라는 수식어가 칠불봉 앞에 따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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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칠불봉 정상.
 


상왕봉은 경남 합천군에, 칠불봉은 경북 성주군에 위치해 있다. 두 봉우리 간격인 200m 사이에 도 경계선이 지나간다.


성주군의 이같은 노력은 바로 합천 가야산이 아니라 성주 가야산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가야산 면적의 61% 정도가 성주군에 포함돼 있어 칠불봉이 상왕봉보다 높다는 사실만 인정되면 확실하게 성주 가야산으로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산의 면적이 얼마나 포함돼 있느냐 보다는 주봉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산 앞에 그 지방의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성주군의 노력은 몇 가지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성주군의 주장대로 해발고도가 3m나 낮다는 상왕봉 정상의 정상석은 답사자들은 잘 알겠지만 상왕봉의 최고점이 아니라 최고점 아래 평평한 곳에 설치돼 있다. 실제 최고점과 정상석이 놓인 두 지점간의 간격이 3m 이상이라는 것이 목격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또 한가지. 국토지리정보원의 유권해석. 이에 따르면 성주군이 주장하는 칠불봉의 높이인 1433m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때문에 현재로선 가야산 주봉은 상왕봉이라는 것.


한 관계자는 “경상도의 지형도 수정작업이 실시되는 내년에 반드시 재측량을 해 이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산꾼들은 성주군의 노력을 높이 사고 있다. 성주쪽의 등산로가 합천쪽의 그것보다 훨씬 잘 정비돼 있기 때문이다.



- 교통편



부산 서부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거창행 시외버스를 탄 후 고령에서 내린다. 오전 7시,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10시 출발. 8600원. 1시간50분 정도 걸린다. 고령시외버스터미널(054-954-4455)에서 산행 들머리인 백운동행 버스는 오전 9시40분(1850원), 9시45분(2000원), 11시40분(1850원)에 있다.


날머리인 해인사 입구에는 부산행 버스가 없어 고령까지 와서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20분 간격으로 있으며 오후 7시50분이 막차. 2700원. 고령에서 서부버스터미널까지는 오후 4시40분, 5시20분, 5시55분, 6시45분, 7시2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는 남해고속도로~칠원분기점~구마고속도로~현풍IC~좌회전~국도5번~위천삼거리 좌회전~88고속도로 성산IC~해인사IC~백운동 순으로 가면된다.


가야산으로 가기 위해 이용되던 옥포분기점이 폐쇄됐기 때문에 현풍IC에서 나와야 된다. 날머리 해인사에서 들머리 백운동까지는 택시(055-932-7321, 011-512-7325)로 이동해야 한다. 20여분 걸리며 1만5000원 정도 나온다 .

참고로 교통편은 변동사항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문의 하세요

/ 글, 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 문 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51)245-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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