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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삼각점 봉우리에서 지리산 주능선 쪽으로 본 풍경. 우측 앞 봉우리가 촛대봉 전위봉, 그 왼쪽 뒤로 황장산, 그좌측 황장산, 그 뒤 우측에서 좌측으로 반야봉 임걸령 돼지평전의 능선이 노고단으로 이어진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산행팀은 참으로 황당한 시추에이션을 경험했다. 소싯적부터 산깨나 좀 탄다고 자부하던 60대의 한 산꾼이 고향 뒷산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니.

사연은 이랬다. 조영남의 노랫말처럼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화개장터가 자리한 하동 화개면 출신인 그는 월남전 참전과 대학시절을 제외하곤 줄곧 고향을 지켜온 그야말로 토박이 중 토박이다.

산은 이미 고교시절부터 다 해어진 미군 배낭을 어렵사리 구해 방학 때면 지리산은 물론이고 설악산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산을 섭렵한 자칭 산꾼이다.

그런 그가 눈 감고도 오르내려야 할, 화개장터에서 가장 가까운 촛대봉을 모르고 있었다. 삼신봉 형제봉 시루봉 깃대봉 칠성봉 분기봉 구제봉 옥산 등 하동의 산은 줄줄 꿰면서 말이다. 그도 그런 자신이 한심한 듯 '우째 이런 일이…'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젊은' 노인축에 속하는 자칭 산꾼이 그럴진대 산과 무관한 나머지 하동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없는 것이 없다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촛대봉'을 쳐보면 지리산 촛대봉과 경북 문경, 경기도 가평에 각각 하나씩 있다고 나온다. 그 똑똑하다는 네이버 지식iN도 하동 촛대봉은 금시초문이란다.

산행팀이 다녀온 하동 촛대봉은 이랬다.

동서로 길게 뻗은 지리산 주능선상의 삼도봉에서 지능선 하나가 남으로 뻗어 아름다운 벚꽃길인 19번 국도와 내달리는 섬진강에서 그 맥이 끝이 난다. 삼도봉에 이어 불무장등 통꼭봉 황장산을 거쳐 맨 남쪽에 솟구친 봉우리가 바로 촛대봉이다. 황장산과는 불과 2.6㎞ 떨어져 있다.

그러니까 19번 국도변에서 북으로 이 산줄기를 따라 오르면 맨 먼저 촛대봉을 밟고 이어 황장산 통꼭봉 불무장등을 거쳐 백두대간인 삼도봉에 닿는다. 하지만 지금은 지리산 국립공원 안으로는 비법정 탐방로여서 산행을 이어갈 수 없다.

해발 728m인 촛대봉은 화려하진 않지만 토종 소나무가 지천인 때묻지 않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조망 또한 일품이어서 지리산 연봉과 하동의 주요 산들을 빠짐없이 감상할 수 있어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산행은 화개터미널~화개삼거리(19번 국도)~가족묘~318봉~잇단 갈림길과 잇단 무덤~삼각점봉~기암(올빼미바위)~촛대봉~전망대바위~밤나무밭~무덤군~화개면 삼신리 온천모텔사우나.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정도. 날머리인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고 화개장터에서 장도 보고, 쌍계사 구경도 가능한 산행과 여행을 겸한 맞춤 코스이다.

화개터미널을 등지고 좌측 화개교를 건너지 않고 직전형 우측 도로를 따라 가면 19번 국도와 만나는 화개삼거리. 여기서 우측 구례 방향으로 50m쯤 가면 국도변 철망 사이로 산길이 열려 있다. 들머리다. 도로 건너편은 아름다운 섬진강. 아마도 터미널에서 최단거리 들머리일 듯싶다.

처음부터 가파른 된비알이지만 비교적 반듯하다. 이 길은 구례와 하동의 경계라서 이따금 만나는 갈림길의 경우 좌측은 구례, 우측은 하동 화개장터 방향임을 머릿속에 숙지해야 한다. 간혹 우측 저 멀리 화개장터에서 흘러나오는 스피커 소리도 들린다.

곧 가족묘. 주변 소나무들이 운치있다. 잠시 뒤돌아보면 백운산 밥봉과 매봉 형제봉이 손에 잡힌다. 좌측 대각선 방향으로 오른다. 소나무가 울창한 데다 산길마저 푹신푹신해 그저그만이다. 여기에 경사 또한 수그러진 데다 국립진주산업대가 친절하게 걸어놓은 나무이름 팻말을 일일이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체적으로 등로는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다. 약간 오르막이 심하다 싶으면 호젓한 평길이 기다리고 무료하다 싶으면 농짝만한 바위 등 크고 작은 바위가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또 양지바른 곳이면 어김없이 묘지가 있어 전체적으로 터가 좋은 곳임을 암시해준다.

가족묘에서 37분쯤 뒤 지능선 분기점. 좌측 구례 외곡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올라갈 땐 상관없지만 하산할 때 헷갈리는 지점이다. 참고하길. 여기서 10분 뒤 갈림길. 좌측 능선길로 올라 무덤을 지나면 이내 갈림길. 좌측길도 반듯하지만 우측으로 우회하자마자 다시 좌측으로 오른다. 원래 주능선은 첫 갈림길에서 다 죽어가는 송림으로 직진해야 하지만 여의치 못해 길을 돌려놓은 것이다. 이 길만 찾으면 정상 가는 길은 아무 문제없을 듯하다.

이어지는 오름길. 파헤쳐진 무덤을 지나면 또 갈림길. 이 길 역시 올라올 땐 그냥 직진만 하면 되지만 내려올 땐 우측길이 더 넓어 착각하기 십상. 역시 참고하길.

이제 산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6분 뒤 시야가 트이면서 삼각점봉에 선다. 앞에서부터 촛대봉(정상이 아니고 전위봉임) 황장산, 시선을 좌측으로 돌리면 왕시루봉 문바우등 질등, 그 우측 뒤로 노고단 돼지평전 반야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전남 전북 경남이 만나는 삼도봉은 황장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때부터 낙엽길로 변하면서 시야가 더 넓어져 왼쪽부터 형제봉 벽소령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 촛대봉이 확인된다. 10분 뒤 갈림길. 바닥에 '황장산'이라고만 적힌 조그만 이정표가 누워있다. 직진하면 화개면 삼신마을, 산행팀은 좌측 황장산 촛대봉 방향으로 간다. 돌로 둘러쳐진 독특한 무덤을 지나면 한적한 소로가 기다린다. 공부하다 머리를 식히며 걷는 절 뒤 스님들의 산책로를 연상시킨다.

9분 뒤 다시 시야가 트이면서 엄청나게 큰 바위가 길을 막는다. 얼핏 봐도 높이 4, 너비 1.6m쯤 돼 보인다. 무슨 이름을 지어 줄까 고민하다 정면 바로 앞에서 보니 영판 올빼미를 닮았다. 이제부턴 넌 올빼미 바위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정면 형제봉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신선봉 원강재 시루봉이 보인다.

이곳에서 25분이면 촛대봉 정상에 선다. 도중 바위 위 소나무가 인상적인 큰 바위군과 지난해 12월말 반달가슴곰과 함께 지리산국립공원 깃대종으로 선정된 히어리도 지난다.

뜻밖에도 구례군에서 세운 정상석이 서 있다. 숲에 가려 조망은 좋지 않지만 정상석 뒤 한 방향으로만 다행히 열려 있다. 정면 독바위를 기점으로 왼쪽 쇠통바위 삼신봉이, 오른쪽으로 시루봉 원강재 형제봉이 보인다.

하산은 정상석 뒤로 내려선다. 급경사길로 좁다란 진달래 터널이다. 하산길은 화개천과 정상부에서 본 지리산 연봉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소나무가 멋진 전망대 한 곳을 제외하곤 볼거리가 거의 없다. 늘푸른 산죽과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을 잇따라 지나면 큰 바위가 등로를 막고 있다. 정상에서 30분. 우측으로 크게 우회해 내려서면 8분 뒤 앞서 언급한 멋진 전망대. 지리산 연봉에서 흘러내린 청정수가 대성골 빗점골을 타고 내려오다 합수하는 화개천과 그 주변 산자락에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그 유명한 화개골 야생차밭의 조화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5분 뒤 갈림길. 반듯한 우측 대신 좌측으로 내려선다. 이때부터 차츰 길이 희미해진다. 앞선 갈림길에서 20분 뒤 밤나무밭에 들어선다. 약간 우측으로, 나침반으로 남위 140도 방향으로 가로질러 가면 이내 잇단 무덤을 만난다. 맨 끝 무덤에서 열린 산죽터널을 통과하면 산을 벗어나면서 온천모텔사우나에 닿는다. 정상에서 1시간20분 걸린다.


◆ 교통편

- 서부터미널서 구례행 시외버스 타야 편리

하동행 시외버스를 타면 하동터미널에서 화개터미널행 버스로 한 번 갈아타야 하며, 구례행 버스를 타면 곤양 내지 진교를 경유하지만 한번만 타면 된다.

하동행 시외버스는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2시간30분 걸리며 9900원. 하동터미널에서 화개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9시30분, 9시50분, 10시30분, 10시55분에 있다. 1800원. 구례행 시외버스를 타고 화개터미널에서 내린다. 오전 7, 8, 10시. 3시간 걸리며 1만1700원.

날머리 온천모텔사우나 앞에서 화개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10분, 3시30분, 4시10분, 5시, 5시20분, 5시40분, 6시10분, 6시40분에 있다. 여기서 방법은 두 가지. 갈아타지 않고 부산으로 곧장 가는 시외버스는 오후 4시45분, 5시35분, 6시45분에 있다. 또 화개에서 하동행 버스는 오후 3시25분, 4시15분, 4시45분, 5시35분, 6시20분, 6시45분에 있다. 하동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오후 4시30분, 5시30분, 6시30분, 7시30분(막차)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 하동IC~하동 19번~구례 쌍계사 하동~하동포구터널~구례 하동 쌍계사~남원 구례~구례 화개 쌍계사~화개 쌍계사 방향 우회전 순.


◆ 떠나기 전에

- 쌍계사 입구 수석원식당 영양돌솥밥 일품

  

3개 도에 걸쳐 있는 삼도봉(1499m)에서 불무장등(1446m)을 거쳐 통꼭봉(904m) 황장산(942m) 촛대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통꼭봉 바로 아래에서 신분이 갈린다. 통꼭봉까지가 지리산 국립공원 권역이고 그 아래 황장산 촛대봉은 아쉽게도 국립공원 밖이다. 산깨나 탄다는 하동사람들의 대부분은 황장산까지는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촛대봉을 알고 있는 경우는 아예 없었음을 밝혀둔다. 촛대봉 정상석엔 722m로 표기돼 있지만 새 지형도에는 728m로 적혀 있다.

날머리 온천모텔사우나(055-883-7101)는 모텔과 온천을 겸하는 휴식공간. 게르마늄 유황광천수인 이곳의 녹차탕은 노폐물 제거에 도움이 된다. 국제신문 '근교산& 그너머' 기사가 실린 신문을 갖고 올 경우 목욕비 500원을 할인해준다.

사우나에서 화개장터까진 1.4㎞, 쌍계사는 1.2㎞. 목욕 후엔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이기도 한 화개장터에서 장을 보거나 쌍계사 구경을 해도 좋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벚꽃길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차가 재배되기 시작한 차 시배지이다. 828년 신라 흥덕왕 때 사신으로 당나라에 갔던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다 이곳에 심은 것이 국내 차 역사의 효시가 됐다고 한다. 실제로 쌍계사 아래 장죽전(長竹田)에 차 시배지가 있다. 인근에는 수령 천년이 넘는 야생 차나무(도기념물 제264호)도 있다. 이 차나무에서 딴 녹차 100g은 지금도 2000만 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맛집 두 곳 소개한다. 쌍계사 입구 쌍계교 바로 앞에 위치한 '쌍계 수석원 전시식당'(055-883-1716). 소문난 영양 돌솥밥집(사진)이다. 장수 곱돌에 찹쌀 멥쌀 흑미 차조 쑥쌀 대추 검은콩 등 잡곡을 넣고 지리산 약수로 밥을 짓는다. 반찬은 지리산 깊은 골짝에서 채취한 취나물 고사리 등 산나물이 나오지만 이 집의 별미는 바로 물갓김치. 담백하면서도 톡 쏘는 갓김치 고유의 맛이 은은하게 살아 있다. 8000원. 청국집 전문점도 있다. 화개장터에서 하동IC로 가는 19번 국도변의 깔끔한 한옥인 무량원(055-883-7459)이다. 6000원. 청국장 판매도 한다. 6인분 한 덩어리 5000원.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사용자 삽입 이미지삼각점 봉우리에서 지리산 주능선 쪽으로 본 풍경. 우측 앞 봉우리가 촛대봉 전위봉, 그 왼쪽 뒤로 황장산, 그좌측 황장산, 그 뒤 우측에서 좌측으로 반야봉 임걸령 돼지평전의 능선이 노고단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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