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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대에서 바라본 빼어난 조망. 발 아래는 무릉리, 왼쪽 상단 임도는 금오산 약수암으로 이어지고 그 뒤 뾰쪽봉이 금오산이다. 정면에 보이는 능선이 오른쪽 가래봉을 거쳐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숨은 능선길이며 그 뒤로 구천산과 만어산도 확인된다.






주 메뉴는 비빔밥 파전 외에 한방 오리백숙(사진) 및 닭백숙.



야생화 가득 핀 미답의 산길
밀양사람들도 금시초문인 무명봉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도 표기안돼
쭉쭉 뻗은 홍송과 묵은 산길 일품
재약산 단장천 등 주변 풍광 탁월




밀양 명필봉과 취경산은 밀양사람들도 금시초문인 그야말로 무명의 산이다.

대추와 밤이 특산품인 단장면 사연리에 위치한 이 두 산은 흔히 '동화전 뒷산'으로 불린다. 밀양에서 표충사 가는 1077번 지방도변에 위치한 재약산 미나리꽝과 마주보며 산 아래로는 다슬기가 아직도 많이 잡히는 단장천이 유유히 흐른다.

해발은 우리땅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500m대로 위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머니의 품같이 포근한 산이지만 아쉽게도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지형도엔 표기돼 있지 않다.

해서 산행팀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산행 전 마을 촌로들에게 두 봉우리에 대해 여쭤봤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대체로 마을에서 바라볼 경우 정면에 보이는 산이 명필봉이고, 명필봉 우측 산줄기 뒤-마을에선 보이지 않는-높은 봉우리가 취경산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잊을만 하면 바위 전망대가 터줏대감처럼 앉아 있고, 굽이치는 단장천과 밀양의 대표적 산인 영남알프스 재약산과 천황산의 위용도 새삼 느낄 수 있다. 명산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곧게 뻗은 송림을 걷노라면 마치 동양화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 만큼 운치 또한 있다.

무엇보다 이 두 봉우리의 자랑은 다소 역설적이지만 무명봉만이 내세울 수 있는 미답의 산길이다. 딱딱하면서 반질반질한 금정산길과 달리 다소 거친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다. 속된 말로 '발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산행은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전망대~명필봉(543m)~벼락덤이·취경산 갈림길~벼락덤이(삼각점)~벼락덤이·취경산 갈림길~570봉~사거리~취경산(573m)~취경대(568m)~월성 손씨묘~동화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안팎. 이정표 하나 없는 묵은 산길이어서 촘촘히 매단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참고하자.

  
 
동화마을 정류장에서 하차, 조그만 '동화마을' 이정석과 동화교 사이 우측으로 열린 포장로를 개울을 따라 걷는다. 개울 건너 '동화사'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간다. 길 양변에는 대추나무가, 발밑엔 씀바귀 머구 등 산나물과 광대나물 개불알풀 등이 보인다. 또 한 번의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간다. 15m쯤 뒤 만나는 갈림길은 동화사 가는 갈림길이며, 두 갈림길 사이에 묘지가 있다. 참고하길.

파란 지붕의 가옥과 노란 물탱크를 지나자마자 우측 산으로 오른다. 본격 들머리다. 첨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보랏빛 각시붓꽃과 취나물이 눈에 띈다.

세 번째 묘지에서 두 갈래길. 직진하면 309봉, 우측으로 간다.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산허리길이다. 7분 뒤 주능선이자 안부 갈림길. 왼쪽은 1077번 지방도 방향, 우측 오름길로 향한다.

10여 분 뒤 밧줄이 보이는 부처손이 지천인 바위 전망대로 오른다. 뒤돌아보면 낮은 뾰족 봉우리가 이 능선의 끝자락이며, 그 봉우리에 비록 가려 있지만 단장천이 휘어지는 지점에 곰소 휴양지가 있다. 좀 더 올라 전망대 우측 끄트머리에 서면 발아랜 들머리 사연리와 단장천이, 정면엔 가래봉과 그 왼쪽 만어산이 보인다. 단장면 소재지 뒤 조그만 독립봉인 경주산 뒤로 까치산 용암산 백암봉 용암봉 승학산 등도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솔가리와 카키색 낙엽 그리고 잔가지들이 뒤섞인 묵은 등로이다.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미답의 산길을 걷는 이 기분, 경험자만이 알 것이다.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막는다. 험하지 않아 직접 올라도 되고 우회길도 있다. 이번엔 더 큰 규모의 바위가 기다린다. 오르면 작은 바위들이 뒤엉켜 있고, 거기서 한 번 더 오른 이후 편안하고 푹신푹신한 솔가리길이 이어진다.

7, 8분 뒤 등로 우측으로 약간 벗어나면 조그만 전망대. 발아래 성지골과 그 뒤 취경산자락이 보인다. 산길은 여전히 묵었지만 예서부터 곧게 뻗은 소나무가 시선을 빼앗는다.

명필봉은 소위 스쳐가는 봉우리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해서 산행팀은 노란 리본에 '명필봉 정상'이라 적은 리본 두 장을 나란히 달아놨다. 숲에 가려진 명필봉의 허전함을 보상하기 위해 바로 아래 우측 지점에 전망대가 있다. 눈앞엔 향후 오를 봉우리인 취경산 등 예닐곱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펼쳐진다. 발아래 꼬불꼬불한 임도는 밤나무 농사를 위해 개설된 듯하다.

비탈진 암봉을 내려서면 다시 묵은 산길. 고려청자처럼 매끈하진 않지만 막사발처럼 투박하면서도 거칠다. 때론 쓰러진 나무도 넘고 잡목 땜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길섶엔 귀한 보랏빛 꼬깔제비꽃이 숨어 있고 나무 밑둥엔 이끼가 고색창연하다. 취나물도 지천이고 새소리도 정겹다.

이렇게 30여 분. 등로 좌측 소나무 아래 영남알프스가 훤히 보이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10시 방향 구천산과 도래재를 시작으로 11시 천황산, 11시30분 재약산, 정면 향로산, 1시 백마산과 바드리마을, 2시 향로봉, 발아랜 여전히 단장천.

시원한 주능선 송림길이 순간 좁은 산허리길로 이어진다. 7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벼락덤이, 우측은 취경산. 잠시 벼락덤이를 다녀온 뒤 취경산으로 향한다. 삼각점이 있는 벼락덤이는 13분이면 닿는다. 시야가 트이는 암봉인줄 알았건만 꽉 막힌 숲 속이다. 대신 벼락을 맞은 듯한 나무들이 쓰러져 있을 뿐이다. 벼락덤이에서 계속 직진하면 매봉을 거쳐 영축산까지 이어진다. 참고하길.

  



발길을 돌려 이젠 취경산으로 향한다. 벼락덤이·취경산 갈림길에서 왼쪽 산길로 오른다. 꽤 묵었지만 찬찬히 보면 길이 있다. 14분 뒤 정점인 573봉. 이젠 직진하며 내려선다. 거의 개척수준이다.

안부 사거리를 지나 계속 직진, 다시 한 굽이를 오르면 일순간 산길이 반듯해지며 취경산에 닿는다. 주변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역시 스쳐가는 봉우리로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워 리본 뒤에 '취경산'이라고 적어놨다. 주변에 3, 4개의 작은 바위가 모여 있는 것이 힌트라면 힌트.

이제 본격 하산. 곧게 솟은 키 큰 적송들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어 잇단 전망대. 취경산에서 10분. 앞서 본 조그만 바위 전망대와 달리 발아랜 수십m 낭떠러지다. 아래쪽으론 무릉리, 저 멀리 뾰족봉인 금오산과 구천산 만어산이 조망되는 멋진 곳이다. 해서 여길 '취경대'라 명명한다. 마을에선 취경대가 있는 봉우리를 취경산이라 불렀다. 산행팀은 지형도 상의 등고선 간격을 확인하고 실제 높이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점을 취경산, 전망대를 취경대로 구분했다.

이어지는 내리막길. 주옥 같은 지그재그길이다. 30분 뒤 임도. 산아래 위치한 '행복한 숲속 요양병원'이 설치한 스피크에서 클래식음악이 들려온다. 9분 뒤 도로에ㅍ 닿으면 곧장 숲으로 들어가고, 다시 도로를 만나면 우측으로 간다. 이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월성손씨 문중묘. 방금 지나온 명필봉~취경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직진하면 갈림길. 우측 밤나무밭을 지나 민가 파란 물탱크를 지나 개울길로 내려오면 동화교에 닿는다. 임도에서 25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민박 겸한 '휴정' 부산 산꾼들의 아지트

  

경남 밀양시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 정류장 바로 옆에는 민박을 겸한 '휴정'(休情·055-356-3878, 016-880-6881) 이란 쉼터가 있다. 낮은 돌담에 옛날 황토방과 조그만 찻집을 갖춘 전형적인 시골집으로 제법 운치가 있다. 도로변 재약산 미나리 1호점 맞은편이다.

하산 후 산행팀은 비빔밥 등 간단한 요기를 위해 이곳에 들러는 순간 깜짝 놀랐다. 주인장 배정희 씨는 지난해 10월 '근교산& 그 너머' 500회 특집으로 본사가 주최한 일본 나가노현 북알프스 산행에 동행한 부산 푸른산악회의 열성 아줌마 회원이 아니던가. 세상 참 좁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배 씨는 자식들이 자립할 만큼 성장하자 지난해 5월 이곳으로 이주했다. 평소 산행을 다니면서 봐둔 곳이라 이주를 결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단다. 알고 보니 그는 국제신문 근교산 마니아였고 이곳은 부산 산꾼들의 소위 말하는 아지트였다. 손님 중 80%가 부산 산꾼들이란다.

가마솥에 당귀 구지뽕 삼백초 오가피 등을 달인 물에 오리나 닭을 고운다. 밥도 그 약물에 짓는다. 쌈은 상추와 깻잎 외에 오가피순 씀바귀 산달래 등 계절에 맞게 나온다. 나물이나 약초는 관련 전문가인 배 씨 이외에도 부산의 지인들이 평소 산행하면서 직접 캐온 것을 사용한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묵은지나 깻잎도 기가 막히다. 3만5000원. 오리백숙 약물과 함께 나오는 밥은 공짜다. 특히 5월 초까지는 길 건너 위치한 재약산 청정 미나리(㎏당 7000원)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백숙 외에도 손님들이 원할 경우 삼겹살이나 오리고기를 마당에서 직접 구워먹을 수 있게 준비도 해준다. 민박의 경우 성수기인 여름엔 주변 민박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인당 2만 원을 받지만 평소에는 식사를 할 경우 잠도 공짜로 재워준다.

배 씨는 "이곳은 피로에 지친 산꾼들이 식사를 하면서 휴식도 하는 만남의 장으로 이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교통편

- 서부터미널서 밀양행 시외버스 매 정시 출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단장 표충사 1077번~금곡교 지나~단장면 면사무소 지나~사연리 동화마을('재약산 미나리' 대형 간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55분 소요.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를 타고 동화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 11시40분. 1800원. 동화마을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4시10분, 5시, 5시40분, 6시30분, 7시20분, 8시(막차)에 출발한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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