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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문 강에 삽을 씻는 농부마음 새기며 샛강 둑길 정처없이 걸으니
- 어디가 부산이고 어디가 경남인지 가도 가도 알 길 없어

- 갈대 휘날리는 흐린 하늘에 길을 묻는다
- 김해평야 전반부 코스 17㎞ … 5시간 남짓



 

   
제주도 바닷가의 올레길 못잖은 절경을 갖춘 가덕도 해안길. '대한민국 무역1번지'인 부산신항을 끼고 돌았던 역동적인 부둣길. 금관가야의 시조왕인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만남과 사랑을 음미하며 걸었던 보배산~굴암산~옥녀봉 능선길. 제 6코스까지 답사한 '부산 시계(市界)길'은 참 많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안고 있는 구간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제 4~6코스는 실제 산행코스와 다름 없어 만추의 근교산 풍경도 즐기면서 한적한 숲길을 걷기에도 딱 좋은 길이었다.


 




   
높낮이 없이 편안한 김해평야에는 은빛 갈대가 늦가을 정취를 뿜어낸다. 이창우 대장이 갈대군락을 지나고 있다.
이제 취재팀은 드넓은 김해평야를 관통하는 구간 답사에 돌입한다. 일곱번째 구간이다. 높낮이 없이 이어지는 들판길. 때로는 작은 샛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적한 마을 골목길을 지나거나 널따란 국도 밑 굴다리를 통과하기도 한다. 걷기에는 한없이 편하지만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길. 하지만 은빛 물결을 이루며 막바지 춤사위를 펼치는 갈대 숲 사이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맛은 일품이다. 게다가 그 흔들리는 갈대 위로 날아오르는 오리떼나 가을걷이 끝난 들판 논두렁을 한가로이 거닐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성급하게 날개를 펼치는 두루미를 발견할 때면 저절로 싱긋 미소짓게 되는 길이기도 하다.

출발지는 강서구 범방동 조만교(조만포다리)이고 종점은 김해시 안동 초선대(금선사)다. 다리를 건넌 후 왼쪽으로 꺾어 내려서서 조만강 하류 둑길을 따라 가다가 강서구 봉림동 정자앞~김해시 칠산동 경계판 앞 다리~금천버스정류장~4각정자~삼거리(강동교 앞)~금천교~식만교~활천15통회관~초선대로 이어지는 총거리 17㎞ 코스다. 평지이다보니 거리에 비해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다. 4시간 정도. 식사와 휴식 시간을 포함해도 5시간 내에 마무리 할 수 있다.



   
조만강의 지류 샛강에는 강태공의 후예들이 많다.
금병산 능선이 동쪽으로 뻗어내려 조만강과 만나는 곳에서 지방도 69호선이 지나는 조만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틀어 내려선다. 이어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굴다리를 건너면 둔치도롤 진입하게 되지만 시계길 코스는 오른쪽이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한동안 직진하다 보면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지선 아래 굴다리를 통과한다. 길 왼쪽으로는 김해시 주촌면과 장유면의 젖줄 역할을 하는 조만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계속 직진하면 인공낚시터를 지나자마자 길은 완연한 강둑길로 이어진다. 강둑 밑에서 세월을 낚는지, 붕어를 낚는지 알 수 없는 강태공의 후예들이 늦가을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갈대 무더기가 듬성듬성한 강둑을 따라 가다보면 조만강 본류에서 우측으로 가지 친 샛강 둑길을 따르게 된다. 샛강 건너편에는 화목하수종말처리장이 있다. 둑이 끝날 즈음 또 한번 굴다리를 통과하는데,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개울동교라는 작은 다리 위에 '경상남도 김해시 화목동'을 알리는 녹색의 광역시·도 경계판이 경남 땅임을 알려준다. 방금 전 따라 왔던 샛강이 부산과 경남의 경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행방향은 왼쪽 다리 쪽이 아니라 건축 설비자재가 마당에 쌓여있는 정면의 2층 건물 우측에 보이는 2시 방향 시멘트길이다. 길은 이내 들판 한복판으로 이어진다.



   
가을 걷이 끝난 김해평야는 재두루미 백로 천국.
저 멀리 보이는 작은 민가를 지나 그 우측 뒤편 키 큰 나무를 향해 걷는다. 추수 끝난 들판은 내년 봄을 준비하기 위해 겨울철 숨고르기에 돌입하고 있다. 민가를 지나자 길은 S자로 이어지더니 우측으로 꺾어진다. 200m쯤 가서 '봉죽길243번나길 1→138'이라는 표지판이 부착된 전신주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틀면 몇채의 민가를 지난다. 시멘트길 왼쪽의 하천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수양버들 가지는 간간히 바람에 못이겨 하늘거린다. 이 시멘트길이 끝나는 곳에서 '봉죽길243번길' 표시가 돼 있는 전신주가 서 있는 아스팔트 포장길을 만난다. 좌우로 차량 왕래가 제법 있는 편이다. 길 건너 정면에는 작은 정자가 보인다. 일단 왼쪽으로 꺾어 300m쯤 가면 '원광마린' 간판이 보인다. 왼쪽으로 꺾은 후 200m가량 가서 다시 원광마린 표시를 따라 오른쪽으로 꺾는다. 이후 요트 선채가 있는 원광마린 앞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면 작은 다리를 건너고 3분 후 정면 밭 너머에 보트 여러 척이 보이는 T자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는다. 7분쯤 걸으면 수로 조절장치가 있는 아스팔트길 삼거리. 왼쪽으로 2분쯤 가면 정면에 '경상남도 김해시 칠산동' 경계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 20m 앞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이어지는 하천둑길을 따른다.



민가 한 채를 지나자마자 작은 하천을 따라 금천버스정류장 앞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길은 평야를 가로지르는 '부산시계길 제7코스'의 아름다움이 가장 도드라지는 구간이다.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은빛 솜털을 휘날리는 갈대와 들판 이곳 저곳에서 앉았다 날아올랐다를 반복하는 백로와 재두루미. 또 양지바른 강가에 자리 잡고 낚싯대 드리운 강태공들과 그들의 무료함을 위로하려는 듯 그 앞에서 한가로이 헤엄치다가 갑자기 편대비행을 편치는 오리떼에 이르기까지. 30분 정도 걷는 동안 펼쳐지는 풍경들은 미처 컷별로 자르지 않은 잘 찍은 슬라이드(포지티브) 필름의 연속컷을 보는 듯하다.



   
경남 유형문화재 78호인 김해시 안동 초선대 마애불.
금천버스정류소 앞에서는 도로를 건너 직진, 우측으로 휘어지는 강둑길로 이어간다. 죽동교를 지나면 오른쪽 또 한번의 버스정류소와 4각 정자를 만난다. 잠시 쉬거나 점심 식사를 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이어서 5분 후 강동교를 건너기 직전 삼거리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버리고 우측 시멘트 강둑길로 방향을 잡는다. 차량통행 제한 표지판이 있는 쪽 길이다. 왼쪽 하천 바닥에는 군데 군데 오리떼가 노닐다가 날아오르기를 반복한다. 국도14호선 아래 굴다리를 통과해 7분쯤 가면 차량 통행이 많은 금천교 앞 도로다. 도로 건너 정면으로 직진해야 하지만 횡단보도가 왼쪽 다리 건너 50m쯤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약간 에둘러야 한다. 다시 강둑길을 따라 가면 한차례 더 굴다리를 통과해 직진한다.




정면에 서낙동강 중류의 섬인 중사도가 보이는 식만교에 닿으면 일단 왼쪽으로 다리를 건넌 후 '제운산업' '성인농장'간판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다시 거슬러 올라야한다. 다소 번거롭지만, 부산과 김해의 경계길을 따르려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한국농어촌공사 식만양배수장 앞을 지나 계속 직진, 15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 90도로 꺾는다. 정면의 신어산과 약간 우측 먼 곳의 돛대산을 보면서 비닐하우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우측으로 재차 틀어 강신자슈퍼와 활천15통회관 앞을 지나 삼거리에 닿는다. 일단 부산시계길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이어지지만 이번 코스의 시계길 구간은 이곳에서 끝낸다. 이제 부산김해경전철 역사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10분쯤 가면 하천 건너 우측 야트막한 언덕 아래 '초선대 금선사(招仙臺 金仙寺)'라는 곳이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닿을 수 있다. 부산사람들은 아는 이가 많지 않겠지만 김해시민들에게는 유서깊은 곳이다.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있고 그 뒷동산은 아담한 소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 떠나기 전에

- 수로왕 맏아들 거등왕 전설 깃든 초선대엔 가락국 향기 가득

제7코스 종착점인 김해시 안동 소재 초선대(招仙臺). 멀리서 보면 야트막한 구릉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수백년 묵은 소나무가 우거졌고 언덕 아래에 돌로 대를 쌓은 흔적이 있다.



'동국여지승람' '숭선전지' 등의 문헌에 따르면 초선대는 가락국 제2대 왕인 거등왕이 돌을 쌓아 대를 만든 곳으로 인근 칠점산(七点山)의 신선인 참시선인을 초대해 국정 자문을 받고 바둑을 두었으며 그의 거문고 연주를 듣기도 한 곳으로 전해진다. 거등왕은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과 그의 왕후 허황옥 사이에 태어난 11명의 왕자 가운데 장남으로, 동생 왕자 중 7명이나 불가에 귀의해 성불을 이루게 했지만 자신은 건국초기의 국사를 기꺼이 짊어져야 했던 인물이다. 기록에는 왕이 앉았던 돌을 연화탑이라 하는데 가운데에 수십장 높이의 돌을 우뚝 세우고 거등왕의 초상화를 그려 놓았다고 돼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78호이기도 한 초선대 마애불은 높이 5.1m짜리 초대형 마애불로, 김해지방 최대 석불이다. 이 마애불이 거등왕의 초상화일까. 고려시대 아미타여래마애불 양식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혹시 아는가? 거등왕도 성불을 해서 부처로 변했는지.


# 교통편

- 도시철도 하단역서 마을버스 타고 갔다가 경전철 타고 귀가

차량 회수가 불편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버스정류소에서 조만포행 강서7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 직전 조만포에서 하차한다. 오전 6시부터 밤 11시10분까지 40분~1시간 간격 운행. 종착지인 초선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부산김해경전철 인재대역이 있다. 경전철을 타고 가다가 대저역에서 부산도시철도 3호선을 이용하거나 사상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탈 수 있어 편리하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2011년 10월12일과 11월23일 걸어 보았습니다. 그때의 사진으로 정리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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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지사동(智士洞)의 마을 이름은 원래 학식 높은 선비가 글을 읽는 다는 의미의 소위 '고사독서형' 명당터라는 것에서 유래됐다. 그만큼 예로부터 이름 있는 선비가 많이 배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동네다. 그러나 지금은 원래의 마을 흔적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부산과학산업단지'라는 이름을 가진 첨단 산업지대로 변모했다.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부품, 특수금속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과 부산테크노파크 등의 첨단산업 지원 기관들이 들어섰다.

    이같은 마을 환경의 변화는 산으로 둘러싸인 부산의 서북쪽 끝 오지마을에 불과했던 지사동을 서부산권 발전의 어엿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적어도 겉으로 만큼은 원주민들이 겪었을 실향의 아픔을 찾기 힘들다.

     






    ◇ 지사동 북쪽 굴암산 자락 타는 10.5㎞ 코스

       
    부산 시계길 종주 답사에 나선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부산과 김해 진해가 만나는 지점인 삼시봉에서 전망대인 망해정으로 향하고 있다. 멀찍이 가덕도, 부산신항, 거가대교 등이 한 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조망이 압권이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부산 시계(市界)를 걷다' 제5코스로 바로 이 지사동을 둘러싸고 있는 부산 경남의 경계길을 답사했다. 과거에 비해 부산의 서북쪽 끝마을로서의 존재감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는 지사동은 서쪽의 굴암산(屈岩山·662.7m)과 동북쪽의 옥녀봉(玉女峯·333m), 남쪽의 보배산(479.5m)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과 산 사이의 크고 작은 고개는 경남 김해와 진해(현 창원시 진해구)의 여러 마을들과 지사동이 연결되는 통로였다. 서쪽의 너더리고개(또는 너드리고개)를 경계로 진해 웅천과 연결되고, 남쪽의 두동고개를 통해 웅동, 북쪽의 곰티재를 통해 김해 장유와 연결된다. 그리고 이 봉우리들이 연결되는 산줄기가 바로 부산과 경남의 경계를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시계길 답사라고 하지만 사실상은 산행이라고 해야 할 만큼 코스 대부분이 산길이다.







       
    너더리고개 직후의 전망바위.
    제4코스의 경계길 마지막 지점이었던 너더리고개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강서구 지사동 마을버스 종점까지 가야한다. 전체 코스를 간략하게 요약해보면 지사동 매일정기 앞 마을버스 종점~너더리고개~339m봉~사거리갈림길~전망대(522m)~삼시봉(부산 김해 진해 경계점)~망해정(613m)~삼시봉~갈림길~전망대~철탑~율하고개~갈림길~묘지전망대~김녕 김씨묘~삼거리~곰티고개~지사동 이원쏠루텍 버스정류장으로 연결된다. 총거리 10.5㎞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 휴식 식사 등을 포함하면 5시간쯤 걸린다.







       
    삼시봉 인근의 망해정. 왼쪽 봉은 굴암산 정상이다.
    지사동 마을버스 종점에서 골짜기 쪽 임도를 따라 오른다. 너더리마을이라고 불리는 이 마을도 원주민은 오간데 없고 무언가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너더리골에 자생하던 수령 500년짜리 팽나무는 여러 해 전에 고사했다고 하는데,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들머리로부터 임도를 따라 7분쯤 가서 만나는 임도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해 10분쯤 더 간다. 우측으로 가지를 치는 임도 갈림길에서 직진, 100여m쯤 더 가면 임도를 버리고 우측 숲으로 진입하는 산행로가 보인다. 리본 몇 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찾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이 숲길로 들어서서 5분만 오르면 부산과 경남의 경계선에 위치한 너더리고개다. 직진해서 고개를 넘어가면 진해 웅천쪽으로 내려서게 되는데 취재팀은 우측으로 능선길을 따라 오른다. 길은 썩 편하지만은 않은 야생의 모습을 띠고 있다. 5분 후 왼쪽 웅천 방향이 탁 트이는 전망바위를 만나, 잠시 바위 위에서 풍경을 훑어본다. 발 아래로 저만치 군부대가 눈에 들어오고, 시선을 살짝 들어보니 진해 동부권의 크고 작은 산줄기가 올망졸망 서로 얽히며 키를 재고 있다.



    ◇ 너더리고개서 삼시봉 오른 후 줄곧 내리막

       
    가을 산길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망개가 빨갛게 익었다.
    이어지는 능선길도 크고 작은 잡초와 가시덩쿨이 뒤엉켜 여전히 불편하다. 10분쯤 가다가 능선의 날등을 왼쪽으로 살짝 비켜서 난 널찍하고 편한 길을 따라 오른다. 경계선에서 경남 권으로 조금 들어서 있기는 하지만 걷기에는 한결 수월하다. 10여분 가다가 사거리갈림길에서 우측 능선길을 따라 오르면 곧바로 원래의 능선길과 합류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능선길을 따르는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서서히 경사가 급해진다. 25분쯤 꾸준하게 오르면 갑자기 전방이 탁 트이는 전망대. 2만5000분의 1 축척 공식지형도에 522m봉으로 표시된 곳에 닿는다. 눈 앞으로 굴암산 정상과 삼시봉, 망해정 등이 이어지는 산줄기가 마치 굳센 성벽처럼 버티고 있고 오른쪽 아래로는 지사동 일대와 멀리 김해평야 일대까지 눈에 들어온다.




       
    삼시봉에서 곰티고개로 가는 길은 줄곧 내리막이다. 활짝 핀 구절초가 취재팀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살짝 내려선 후 안부를 지나 다시 20분쯤 가파른 오르막을 치면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이 바로 일명 '삼시봉'이다. 물론 공식 지형도상에는 표시가 없다. 옛 진해시와 김해시 그리고 부산시 등 3개 시가 만나고 헤어지는 지점이라고 해서 지역 산꾼들과 인근 주민들에게만 삼시봉으로 불린다. 부산 시계를 따라가야하는 취재팀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서야 하지만, 왼쪽 약 80m 떨어진 613m봉의 정자인 망해정(望海亭)에 잠시 들른다. 정자에 올라 주변을 살피면 서북쪽으로 화산, 불모산, 웅봉, 시루봉, 천자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확연히 드러나고 북쪽으로는 김해 장유신도시와 용지봉 등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용지봉 8부능선상에는 수로왕비 허황옥의 오빠인 장유화상(본명 허보옥)이 창건했으며 허왕후의 일곱 왕자가 세속과의 인연을 끊고 장유화상을 따라가 처음 수도를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때 이 암자에서 고시공부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 곰 출현 잦았다는 곰티고개서 우측 길 하산

       
    곰티고개에서 직진하면 옥녀봉, 오른쪽은 지사동이다.
    다시 '삼시봉'으로 복귀,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내리막이다. 이제부터 걷는 능선길의 왼쪽은 김해 땅이고 오른쪽은 부산 땅이다. 577m봉을 지나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따른다. 좀 더 내려서서 송전철탑을 지나고 계속 내리막을 타고 가면 20분 후 안부인 율하고개에 닿는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김해시 장유면 율하리 율하신도시다. 이어지는 길은 거의 임도수준의 널따란 길. 갈림길에서 직진한 후 계속 편안한 길을 따라가면 한 순간 왼쪽 묘지 앞쪽이 확 트인다. 안내도 상에 '묘지전망대'라고 표시된 지점. 남해고속도로 서부산 지선과 김해평야, 그 너머로 무척산 임호산 등 김해시가지 일대의 크고 작은 산들도 한 눈에 들어온다. 계속 널따란 길을 따라 15분쯤 가면 아래 위로 사이좋게 자리잡은 김녕 김씨묘에서 임도가 끝난다. 봉분 앞을 통과해 길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살짝 틀어 올랐다가 삼거리에서 우측길을 따른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곰티고개(곰티재). 옛날에 곰이 자주 출몰했다고 해서 곰티고개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장유, 직진하면 옥녀봉으로 올라서게 되지만 취재팀은 이곳에서 경계길 답사를 마무리하고 우측 지사동 쪽으로 내려선다.

    3분 후 붉은 지붕 민가를 지난 후 넓은 길을 따라 15분 정도 천천히 내려서면 종착점인 지사동 '이원쏠루텍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태풍도 피해 갈만큼 살기 좋았다는 지사동, 개발 광풍 못피해 400여명 주민들 뿔뿔이…

    "1970년대 후반 중학교 다닐 때는 곰티고개를 넘어서 김해 장유면의 장유중학교를 다녔지. 편도 7㎞쯤 되려나. 하루에 왕복 40리 가까운 길을 매일 걸어다닌 셈이지. 그래도 우리 동네 학생들은 단 1명도 지각하는 일이 없었다고.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이 좋게 살았지. 산이 방풍막 역할을 해 주니까 태풍이 불어닥쳐도 안전했고,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살기는 썩 괜찮은 마을이었다고."

    이번 주 답사한 부산 시계길 제5코스의 기점인 부산 강서구 지사동.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배재한 국제신문 사회1부장은 지사동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 한 쪽이 먹먹해진다고 한다. 살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공장만 즐비한 낯선 동네가 되버렸다는 아픔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70여 호 400여 명의 주민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원주민 세대가 단 한집도 없다. 원주민들은 모두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다. 그를 포함한 지사동 원주민들은 고향 마을이 수몰된 것도 아니건만 사실상의 실향민이 된 셈이다.

    배 부장은 "분성 배씨 집성촌이기도 한 지사동은 지혜로운 선비가 많이 사는 곳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너무도 순하고 어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주민들은 부산과학산업단지 입주에 따라 고향을 떠나야 했을 때, 다른 동네에서 숱한 반발에 부딛혔던 부산시 공무원들조차 놀랐다고 할 정도로 비교적 순순히 고향을 내 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태풍도 피해가던 마을이었지만 '개발이라는 이름의 풍파'는 결코 피할 수 없었고, 평생 땅만 파먹고 살던 사람들은 낯선 도회지로 쫓겨나듯 나가서 무작정 장사에 손댔다가 망한 이도 적지않다. 잃어버린 고향만 생각하면 마음이 시리고 아프다"고 덧붙였다. '지사동 사람들'은 매년 10월 말 낙동강변에 모여 '수구초심'의 한을 달랜다고 한다. 과연 언제까지 '개발의 뒤안길'에서 힘 없는 민초들이 눈물을 흘려야 할지….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의해 고향을 등져야 했던 지사동 사람들의 아픔이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후략)"고 읊었던 야은 길재의 마음과도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하다.


    # 교통편



    - 하단역·구포역에서 강서 마을버스 타야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에서 강서구 지사동 매일정기 앞 마을버스 종점까지 운행하는 '강서 12번' 마을버스를 타거나 구포역 구포시장 등에서 지사동 행 '강서 7-2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강서 12'번 마을버스는 오전 5시50분부터 오후 10시55분까지 35~50분 간격(주말 기준)으로 운행하고 '강서 7-2'번 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평일은 1시간, 주말은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날머리에서 귀가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 마을버스들을 이용하면 된다.

    자가용 이용자의 경우 을숙도 지나 서낙동강 녹산수문 삼거리에서 우회전, 부산경남경마공원 쪽으로 간다. 이후 세산삼거리에서는 부산신항 진해 방면으로 좌회전(69번 지방도)한다. 1.5㎞쯤 가면 지사동 부산과학산업단지로 진입하는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해서 계속 직진하면 지사동 과학산단을 관통, 마을버스 종점까지 갈 수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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