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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곰바위산~베틀봉

환청으로 귓가 맴도는 '바스락' 낙엽소리

장삼이사들은 포항 하면 우선 바다를 떠올린다. 바다를 낀 포항제철을 비롯해 해맞이로 유명한 호미곶이나 과메기의 구룡포, 북부해수욕장의 불꽃놀이,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등이 오랜 기간 반복 습득으로 인해 뇌리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항의 산은 어떨까. 크게 보면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낙동정맥이 포항을 동서로 갈라 놓고 있다. 바다 쪽인 동쪽은 영덕의 팔각산 바데산 동대산과 이어지는 내연산 향로봉 매봉 등이 약간의 지명도를 앞세워 산꾼들을 유혹하지만 나머지 산은 딱히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낙동정맥의 서쪽인 내륙으로 눈길을 돌리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포항의 북서쪽에 위치한 죽장면은 산의 물결이 일렁인다. 포항의 32개 읍면동 중 그 면적이 20%를 상회할 정도로 넓은 죽장면은 보현지맥과 팔공보현지맥이 수렴되는 오지 속의 오지. 산꾼들의 관점에서 보면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다.

산지가 대부분인 울산 울주군이나 부산 기장군과 비교되는 포항 죽장면의 외곽에는 포항 최고봉인 면봉산과 작은보현산이 각각 청송과 영천을 등지고 포진해 있고, 이 산들의 안쪽에는 이름이 다소 생소한 베틀봉과 곰바위산이 능선으로 이어져 우뚝 솟아 있다. 참고로 천문대가 위치한 보현산은 면봉산에서 능선으로 이어져 종주산행이 가능하다.

<곰바위산 하산 도중 만나는 전망대에서 본 보현산(가운데)과 그 우측 면봉산.>


그간 북적대는 단풍 산행으로 지친 산꾼들을 위해 이번 주 산행지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곰바위산~베틀봉을 찾았다.

흔히 면봉산 베틀봉 곰바위산 산행은 죽장면에서도 최고 오지로 손꼽히는 '두마리'에서 오르는 것이 지금까지 관례였으나 늘 새로운 산길을 찾아 나서는 산행팀은 이웃한 '봉계리'에서 출발했다.

<베틀봉 정상에 올라오고 있는 취재팀 뒤로 포항의 면봉산과 영천의 보현산이 솟아 있다.>

 산행은 죽장면 봉계리 마을회관(새목마을)~잇단 청송 심씨묘~곰바위산(895m)~망덕고개(베틀고개)~샘터~보현지맥 갈림길~구멍바위~전망대바위~베틀봉(934m)~863봉(삼각점)~함안 조씨묘~폐헬기장~보현지맥 갈림길~폐헬기장~두문마을 갈림길~잇단 묘지~두릅나무밭(산죽)~봉계리 마을회관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20분 안팎. 들머리에서 곰바위산을 지나 망덕고개까지의 2시간40분 정도는 이정표나 안내 리본 하나 없는 개척산행이며, 보현지맥 갈림길에서 원점회귀를 위한 1시간20분 정도의 하산로 또한 산행팀이 산길을 만들어 내려왔다. 사실상 개척산행임을 밝혀둔다. 해서, 산행팀은 초보 산꾼들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안내 리본을 달아 놓았다.

이번 산행은 특히 '낙엽 산행'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무릎까지 쌓인 수북한 낙엽은 때론 산길을 숨겨놓아 산행팀을 혼란스럽게 했지만 청정지역에서 밟아보는 올 첫 낙엽길은 오랫동안 갈색 추억으로 뇌리에 남을 만하다. 3시간여 동안 들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는 환청이 되어 산행기를 쓰는 지금까지 귀에서 맴돈다.

들머리는 봉계리 마을회관. 이번 산행은 이곳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여정. 처음 만나는 곰바위산은 보이지 않지만 베틀봉은 마을회관 우측 저 멀리 확인된다.

봉계리 마을회관 왼쪽 포장로로 따라가며 산행은 시작된다. 봉계2교를 지나 이름없는 다리 앞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좌측 사과밭 쪽으로 향한다. 전봇대 앞에서 좌측 길로 올라서자마자 다시 좌측으로 길이 열려 있다. 입구는 꽤 묵었지만 이 지점만 찾으면 그럭저럭 옛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그재그 급경사길이다.

10여 분이면 지능선에 올라선다. 한숨 돌리고 다시 올라서면 청송 심씨묘를 시작으로 12분간 묘지 5기나 이어진다. 산행팀도 헤아리다 중도에 포기했다. 발밑에는 바스락거리는 낙엽길이 계속돼 정겹다.

청송 심씨묘에서 17분쯤 고로쇠수액을 채취한 비닐이 널브러져 있다. 경사가 더 심해지고 낙엽이 수북이 쌓여 차츰 체력소모가 심해진다.

일순간 길이 사라진다. 알고 보니 정면으로 집채만한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약간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오르면 그제서야 바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에돌아 올라온 셈이다. 무릎까지 덮는 낙엽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잠시 이탈했던 능선길, 다시 집채만한 바위 위 능선길로 복귀한다. 길 좌측으로 조그만 전망대 바위가 보인다. 좌측 앞으로 구암산과 그 뒤로 내연산 향로봉 삿갓봉 비학산 가사령 등이 확인된다.

반복되는 오르막 낙엽길. 청정 산길 위에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밟히는 이 낙엽들은 마치 새 기름에 갓 구운 새우튀김처럼 탐스럽기 그지없다. 그러기에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끼 낀 크고작은 바위들을 징검다리 삼아 폴짝 폴짝 건너다 보면 좌측으로 시야가 트이며 거대한 산의 물결이 일렁인다. GPS단말기는 이제 해발 800m가 넘었음을 알려준다.

잠시 경사가 사그러들면서 산길은 우측으로 꺾인다. 무명봉에 올라서면 처음으로 눈앞에 향후 올라설 봉우리들이 펼쳐진다. 1시 방향으로 곰바위산, 2시 보현산, 그 우측 앞으로 면봉산과 베틀봉이 확인된다.

산림청이 달아놓은 '고정표본 점' 안내판을 지난다. 아직도 나무엔 초록의 나뭇잎과 누렇게 색이 바랜 단풍 그리고 이제 생명을 다해 고공낙하를 기다리는 낙엽이 공존한다.

고정표본 점에서 급경사길을 15분쯤 오르면 또 하나의 봉우리 정점에 올라선다. 정상석 대신 '곰바위산'이라 표기된 이정표가 서 있다. 동시에 시야가 확 트이면서 정면으로 보현산, 그 우측으로 기상관측소가 위치한 면봉산과 베틀봉이, 좌측으로 작은보현산과 대태고개 수석봉이 확인된다. 작은보현산 뒤 높은 산은 영천 기룡산이다.

산행팀은 좌측 무학대(2㎞) 방향 대신 베틀봉(3㎞) 방향으로 직진하며 내려선다. 면봉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한눈에 펼쳐지고 발아랜 해발 500m에 이르는 산간분지 마을인 두마리가 보인다. 90세대 200여 명이 사는 이곳은 도로 사정도 나아진 데다 한우 축사와 특용작물 재배 등으로 더이상 오지가 아닌 듯 보인다.

<이번 여정은 '낙엽 산행'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시종일관 낙엽길을 걷는다. >

9분 뒤 산길 좌측으로 멋진 전망대가 기다린다. 앞서 본 주변 산세와 향후 오를 능선길이 손금보듯 훤히 확인된다. 월성 이씨묘를 지나면 임도급 너른 길. 좌측으로 150m쯤 가면 사거리에 닿는다. 지형도에는 베틀고개로 표기돼 있지만 주민들은 망덕고개로 부른다. 좌측은 두마리(2㎞), 우측은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봉계리, 산행팀은 베틀봉(2㎞)을 향해 직진한다. 독특한 모양을 한 인근의 망덕할매바위도 챙겨보자.

이때부터 수더분한 능선길. 안내 리본도 많이 걸려 있어 길찾기 걱정은 붙들어매고 여유를 갖고 걷는다. 5분 뒤 샘터 안내판이 보인다. 화살표 방향으로 돌아가보니 파란 뚜껑이 보인다. 갈수기라 물이 거의 없는 데다 위생상태도 좋지 못하다. 샘터 주변은 유난히 단풍나무가 눈에 띄지만 대부분 예의 붉은빛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말라가고 있다.

곧 두마리로 내려서는 탈출로가 좌측에 보이지만 무시하고 직진한다. 일순간 길이 좌측으로 휘면서 동시에 쓰러진 나무를 잇따라 통과한다. 한 굽이 오르면 경주 최씨묘를 지나고 이어 9분 뒤 독도에 유의해야 될 보현지맥 갈림길로 올라선다. 좌측은 곰내재를 거쳐 면봉산 보현산으로 이어지며, 산행팀은 우측 베틀봉으로 향한다. 이 길은 꼭두방재를 거쳐 낙동정맥과 만난다. 산행팀은 베틀봉을 지나 꼭두방재까지 가지 않고 도중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동쪽)으로 방향을 틀 예정이다.

6분 뒤 집채만한 바위, 일명 구멍바위 앞에 선다. 좌측으로 에돌아간다. 이창우 대장은 "예전엔 좌측으로 올라 바위 사이의 구멍을 통과해 구멍바위라 불렀지만 지금은 바로 올라갈 수 있어 그 이름이 퇴색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멍바위 바로 위엔 멋진 전망대가 또다시 기다린다. 좌측 곰바위산에서 방금 걸어온 능선길을 볼 수 있는 데다 앞서본 거의 모든 장면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간 안 보이던, 작은보현산과 이어지는 갈미봉과 수석봉 뒤 운주산도 확인된다.

전망대에서 몇 걸음만 더 올라가면 베틀봉. 정상석 대신 최남준 국제신문 2대 산행대장이 걸어놓은 '보현지맥 베틀봉 934m 준·희' 안내판이 걸려 있다. 마치 누굴 기다리듯 산 전체에 노란 손수건을 묶어놓은 듯하다.

솔직히 조망은 앞선 전망대보다 좋지 못하다. 베틀바위는 정면(북쪽) 우측으로 솟은 바위로 추정된다. 그 앞쪽에 위치한 앞서 본 구멍바위는 봉계리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 솟아 있기 때문이다.

급내리막길로 직진하며 하산한다. 고도가 높은지 북사면인지 하여튼 앙상한 가지에 낙엽이 온통 발목 이상을 덮을 정도다. 20여 분 뒤 삼각점이 있는 862봉, 다시 5분 뒤 함안 조씨묘를 지난다. 좌측 뒤 숲사이로 면봉산, 우측 뒤로 곰바위산이 보인다.

유순한 이 길로 계속 직진하면 꼭두방재를 지나 낙동정맥과 만나지만 산행팀은 이제 원점회귀를 위해 우측으로 방향을 꺾어야 한다. 보도블록이 보이는 폐헬기장을 지나 자연스럽게 직진길을 버리고 30도 우측 무명봉으로 살짝 올라야 한다. 정상에서 48분. 무명봉에서 우측으로 능선을 타고 내려선다. 우측으로 곰바위산과 베틀봉이 동시에 보인다.

봉분이 파헤쳐진 묘지를 지나면 7분 뒤 폐헬기장 앞 갈림길. 우측은 들머리 봉계리 새목마을 위 두문마을로 가는 길, 산행팀은 폐헬기장을 지나 좌측으로 간다. 청송 심씨묘를 지나면 급내리막. 이후 두 개의 낮은 봉우리를-이곳엔 안동 권씨묘가 각각 있다-를 살짝 넘고 두릅나무밭을 통과하면 도로에 내려선다. 도로에서 봉계리 마을회관까진 50m 떨어져 있다. 무명봉에서 55분 걸린다.

# 교통편


- 100% 원점회귀 코스여서 승용차 이용하면 편리

100% 원점회귀 코스라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대중교통편은 있지만 상당히 불편하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터미널에서 안동행 시외버스를 타고 죽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8시45분, 11시40분. 6700원. 70분 걸린다. 죽장에서 들머리 봉계리까지는 개인택시(054-243-2655, 011-9730-2655)를 이용하면 된다. 7000원. 죽장에서 경주행 버스는 오후에는 6시 단 한 차례뿐이다. 경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천IC~경주 영천 20번 좌회전~포항 영천 경주 좌회전~포항 20번~건천터널~경주 포항~경주터널~포항~말구불터널~안강읍~안강 925번 우회전~안강 68번 좌회전(선리치골프클럽)~경주 안강 우회전~포항 안강~갑산리 우회전~포항 영덕 68번~기계 68번~기계 서포항IC~신광 청하 서포항IC~강동면~청송 기계 서포항IC 좌회전 31번~포항시 기계면~청송 기계~청송 죽장~한티터널~죽장면~청송 죽장~청송 현동 좌회전~현내 봉계 두마 면봉산 베틀봉 무학사 좌회전~봉계리 베틀봉 우회전~봉계리 마을회관 앞 주차장 순.

# 떠나기 전에

<포항죽장면에는 사과로도 유명하다. 기후 변화가 심하여 사과의 당도가 뛰어나다.>

- 수목 웃자라 들머리 봉계리에선 베틀바위 선명하게 안 보여

여담 하나. 예부터 경북 내륙에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두고 "이 사람, 청송 두마에서 왔나?"라고 했다 한다. '두마'는 지금의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를 이르는 말. 그만큼 두마리가 오지 속의 오지였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좋은 예다.

지금은 어떨까. 산행팀은 두마리와 이웃한 봉계리에서 산행을 시작했고, 산행 중엔 발아래 두마리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산행 후엔 죽장면사무소 공무원 한 분과 통화했다.

산행 중 내려다본 해발 500m의 산간 분지마을인 두마리는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속설을 깡그리 뒤엎었다. 파란 지붕의 대형 한우축사와 퇴비사가 즐비했고, 특용작용을 위한 비닐하우스도 눈에 띄었다. 산위에서 보면 소규모 공단이 들어선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죽장면사무소에 따르면 두마리에는 현재 90세대, 2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도로 사정도 좋아 깊은 두메 산골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고 전했다. 오히려 이웃한 봉계리가 더 열악하다고 말했다. 주민은 두마리의 절반도 안 되는 38세대에 80여 명에 불과한 데다 젊은층이 거의 없다. 죽장면 23개 리 중에 하옥리 침곡리와 함께 이제는 오지 속의 오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론 "이 사람, 청송 봉계에서 왔나?"로 바뀌어야 될 판이다. 그만큼 아직도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밤마다 선녀가 내려와 베를 짰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베틀바위. 이와 관련 봉계리 심성대 이장은 "마을에선 베틀봉을 '베틀 기(機)' '바위 암(岩)' 자를 써 '기암봉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심 이장은 "어렸을 땐 베틀봉이란 이름을 있게 한 베틀바위가 보였지만 지금은 나무들이 웃자라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봉계리 마을회관에서 보면 곰바위산은 보이지 않지만 베틀봉은 마을회관 우측 저 멀리 우뚝 솟은 봉우리다. 마을회관 우측 바로 옆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하산로이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사진=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글=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봉계리 새목마을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취재팀. 마을 회관 좌측으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간다.

새목마을의 풍경으로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산행 들머리로 두번째 다리를 건너 공사중인 세번째 다리를 건너지 직전 좌측 사과밭을 돌아간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메달려 있다.

뒤돌아보면 세목마을의 전경이 펼쳐진다. 파란색은 사과를 하는 과수원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초입을 올라서면 인적이 끊어 진지 오렌 됐는지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무덤가에도 수북이 낙엽이 덮혀 가을의 정취를 자아 낸다.

취재팀이 낙동정맥의 능선과 향로봉 동대산등 해안쪽의 산들을 바라보고 있다.

발아래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번산길은 낙엽 산행길이다. 하루산행 내내 낙엽을 밟는 낙엽산행이다.

곰바위봉 상봉으로 갈림길이다. 좌측은 무학대로 내려서는 하산길. 베틀봉은 직진형 우측길로 내려간다.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 마을로 오지의 두메마을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에게 희자되는 말이 "청송 두마에서 왔나"하는 말이다.

곰바위봉을 내려서면 전망대가 여럿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면봉산 보현산 그리고 두마리마을

망덕고개로 내려서는 오솔길로 가을의 정취를 물신 풍긴다.

 지형도상의 베틀고개로 주민들은 망덕고개로 불리고 있는 것 같다. 십자길의 안부로 우측은 원점회귀로 봉계리 새목마을로 내려가고 좌측은 두마리로 내려간다. 베틀봉은 직진능선길...

망덕고개에서 20m근방에 있는 독특한 모양의 망덕 할매바위

베틀봉 오름길의 단풍나무


개구멍바위. 베틀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개구멍을 통과해야 올랐지만 현재는 좌우로 우회로가 나 있다.


보현지맥의 베틀봉정상과 삼각점

베틀바위로 봉계리 새목마을에서는 볼 수 있었다지만 웃자란 마무 때문에 지금은 보기가 힘들다 한다.

이번 베틀봉 곰바위산행은 상수리나무로 발아래 수북한 낙엽을 원 없이 걸어 보는 산행이다.

하산길에 접어 들면 우측으로 베틀봉을 볼 수 있다.

봉계리 마을회관. 출발지점에 있다.

들머리 좌측으로 사과 과수원을 하시는 할아버지로 사과를 몇개 구입할여고 갔더니 낙과한 사과를 먹으라고 흔쾌히 주신다. 사과 값을 드릴여고 해도 한사코 받기를 거부하시는 할아버지. 산행 내내 맛있는 사과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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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베틀봉~면봉산

베틀봉 정상 아래 전망대에서 본 면봉산과 보현산, 아래 푹 꺼진 곰내재와 면봉상 정상의 기상레이더기지, 그 좌측으로 보현산 좌측으로 뻗은 능선이 작은보현산 수석봉으로 이어진다. 

“이 사람, 청송 두마에서 왔나?”



경북 사람들이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두마란 지금의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를 이르는 말. 두마는 두메를 의미한다. 얼마나 깊은 산골이었으면 마을 이름이 ‘두메’란 말인가.

면봉산 정상은 억새 천지다. 해질녘 겨울 기운을 머금은 햇살이 억새풀 위로 쏟아지면 금가루를 뿌린 듯한 환상적인 실루엣이 드러난다.

1천m급 고산에 둘러싸인 두마리는 해발고도가 5백m에 이르는 산간분지. 죽장면 소재지에서도 시오리나 달려와야 다다르는 오지 중의 오지다. 이곳을 너그럽게 감싸안고 있는 걸출한 두 봉우리가 면봉산과 베틀봉이다.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면봉산은 보현산보다 더 좋니더. 일단 올라가 보소. 산세가 기가 막힐 껍니더.”

두마리에는 산도 사람도 한치의 때 묻음이 없다. 마을 노인은 처음 보는 산꾼을 붙들고는 한참이나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포항시와 청송군을 경계짓는 면봉산은 포항에서 가장 높은 산. 이웃한 베틀봉과 잇는 능선은 그야말로 유순하고 부드러워 포항 산꾼들이 첫손 꼽는 워킹 산행지다.

산행 코스는 ‘두마리 마을회관~당산나무(느티나무)~삼거리~베틀고개(망덕고개)~묘지~능선삼거리~베틀봉(934m)~능선삼거리~곰내재~헬기장~면봉산(眠峰山·1113m)~임도~두마리 마을회관’으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5시간~5시간30분.


지형도상의 베틀고개지만 마을에서는 망덕고개로 불린다. 우측 바위는 베틀고개 우측 20m지점에 있는 망덕할매바위

산행은 두마리 마을회관 앞을 기점으로 삼는다. 마을 입구 쪽으로 50여m 되돌아 내려간다. 노란 물통을 지나면 멋들어진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는 삼거리를 만날 수 있다. 왼쪽 오르막 길이 가야할 길.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구멍가게를 지나 100여m 올라가면 삼거리가 있다.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박스 건물이 보이는 오른쪽 임도로 꺾는다.

산길로 접어들기 전, 산을 먼저 조망해 보자. 임도에서 2시 방향에 보이는 고갯마루가 1차 목표지점이다. 그곳이 베틀고개. 임도에서는 몇 번의 갈래길이 나온다. 가장 오른쪽 길만을 택해 걸어간다. 무덤 5기를 지나 15분 정도 가면 서서히 길이 옅어진다. 5분여 더 오르면 지형도상의 베틀고개에 다다른다. 두 마리 마을에서는 망덕고개로 불리고 있다.

이곳이 중요지점. 왼쪽으로 틀어 임도를 버려야 한다. 50여m 숲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숲 속에서 다시 임도를 만난다. 그러나 잡목이 자라 그리 깨끗치는 않다. 우측으로 샘터 표지판을 뒤로하고

임도길이 지금은 오솔길로 변했고 산길을 서서히 올라가는가 싶더니 길이 흐려진다. 오솔길이 오른쪽으로 슬그머니 흘러간다. 태풍으로 인해 나무가 넘어져 길을 막고 있다. 50여m를 가면 다시 오르막이다. 그 끝에 너른 묘터가 있다. 경주 최씨묘와 경주 정씨묘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 뒤 곽씨묘를 지나자 낙엽이 수북한 길이 이어진다. 10여분 오르면 능선 삼거리다. 오른쪽은 베틀봉 가는 길. 왼쪽은 베틀봉서 되돌아 내려와 면봉산으로 가는 길이다.

예전에는 이 개구멍을 통과해 산길이 나 있었지만 지금은 좌우로 산길이 나 있다

오른쪽으로 5분여 올라가면 바위전망대다. 바위전망대는 개구멍 같은 작은 바위 통로를 품고 있다. 이를 지나 너럭바위 위로 올라 서면 보현산 면봉산 등 두마리 마을을 둘러싼 고산이 한번에 조망된다.

바위전망대에서 10여분 더 올라가면 베틀봉 정상이다. 서쪽으로 이어갈 면봉산의 능선이 기운 차다.

정상에서 되돌아 내려온다. 유순한 능선 삼거리를 지나면 곧 내리막. 100여m 정신없이 떨어지면 경사가 완만한 안부가 기다리고 있다. 산 왼쪽 기슭을 타고 도는가 싶더니 곰내재에 닿는다. 곰내재는 죽장면과 현동면을 잇는 임도가 지나간다.

임도를 지나 건너편 산길로 곧장 붙는다. 길이 다시 솟구쳐 오른다. 10여분 땀 깨나 흘려야 하는 오름길이다. 일단 능선에 닿으면 넉넉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다. 평지보다 더 편편한 흙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10여분 정도 넉넉한 산길을 걸어 가면 다시 오르막이다. 정상을 향해 치고 오르는 마지막 된비알.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 전경으로 100여가구가 살고 있는 두메산골마을이다.

10분여 발길을 위로 옮기면 헬기장에 닿는다. 경사길은 다시 이어져 20분 가량 올라간다. 두번째 헬기장에 오르면 멀리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에는 억새가 지천이다. 생기 잃은 억새라도 저무는 겨울 햇살을 받으면 금세 금빛 억새로 바뀐다.

오르막 길을 100여m 가량 오르면 마침내 정상이다. 1천m가 넘는 면봉산 정상. 그 멧부리에 서니 사방으로 조망이 탁 트인다. 정상에 서면 북쪽 아래 기상레이더 관측소가 있으며 남서쪽으로는 보현산이 능선을 살짝 떨구었다가 날갯짓 하듯 묵직하게 솟아 있다. 멀리는 주왕산 팔공산 등이 첩첩이 산그림자를 드리운다.

하산은 보현산 쪽이다. 억새밭 사이로 외길이 내려간다. 20여분 낙엽 사이로 힘차게 떨어지던 산길이 슬그머니 왼쪽 기슭으로 꺾어 든다. 밤티재다. 그대로 직진하면 보현산 날갯죽지를 따라 다시 오를 수 있다.

베틀봉으로 올라가는 우측으로 만나는 샘터 표지판, 갈수기에는 물 구하기가 힘이 든다

길은 산허리를 감싸안 듯 느린 비탈을 따라 왼쪽으로 흘러 내린다. 20여분 삭정이를 헤쳐 내려오면 임도다. 죽장 두마리와 영천 시계를 잇는 길이다. 임도에서 내리막인 왼쪽을 따라 내려간다. 굽이굽이 에돌던 길은 상촌을 거쳐 40여분 뒤 두마리 마을회관 앞으로 되돌아온다.

/ 글·사진= 박병률 기자

/ 취재협조= 설송산악회


▶ 떠나기전에

포항 최북단에 위치한 두마리는 죽장면에서 세번째로 큰 마을이다. 면봉산 베틀봉 작은 보현산, 수석봉으로 둘러싸인 고원에 100여 가구가 모여 산다. 하지만 여느 마을처럼 아이들이 없어 지난 95년 죽장초등학교 두마리분교는 폐교됐다.

홍만종은 순오지(旬五志)에서 이 마을이 콩(豆)과 삼(麻)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두마(豆麻)’가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은 고랭지 텃밭마다 심은 사과와 채소, 고추가 주요 수입원이다.

조선 광해군 때의 풍수지리학자인 성지(性智)는 두마리를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피란지로 손꼽았다. 1천m급 고산들이 첩첩이 방벽 쌓듯 마을을 감싸고 있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한말에는 의병활동의 근거지로, 해방 이후에는 빨치산 활동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70년대 경북 일대에 무장공비가 출현하자 산기슭에 있는 가옥들은 모두 이주시켜지기도 했다. / 이창우 산행대장(www.yahoe.co.kr)

▶ 교통편

베틀봉 정상. 보이는 능선을 따라가면 보현지맥으로 꼭두방재로 이어진다.

100% 원점회귀 코스라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대중교통편은 있지만 상당히 불편하다.

부산 노포동종합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000원. 경주터미널에서 안동행 시외버스를 타고 죽장에서 내린다. 오전 8시30분, 8시45분, 11시40분. 6700원. 70분 걸린다. 죽장에서 들머리 두마리까지는 개인택시(054-243-2655, 011-9730-2655)를 이용하면 된다. 죽장에서 경주행 버스는 오후에는 6시 단 한 차례뿐이다. 경주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10분마다 있으며 막차는 밤 9시5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천IC~경주 영천 20번 좌회전~포항 영천 경주 좌회전~포항 20번~건천터널~경주 포항~경주터널~포항~말구불터널~안강읍~안강 925번 우회전~안강 68번 좌회전(선리치골프클럽)~경주 안강 우회전~포항 안강~갑산리 우회전~포항 영덕 68번~기계 68번~기계 서포항IC~신광 청하 서포항IC~강동면~청송 기계 서포항IC 좌회전 31번~포항시 기계면~청송 기계~청송 죽장~한티터널~죽장면~청송 죽장~청송 현동 좌회전~현내 봉계 두마 면봉산 베틀봉 무학사 좌회전~두마리 면봉산 베틀봉 좌회전~무학사~두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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