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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여행/청도여행)청도 갓등산~학일산 산행. 500년 전 삼족당김대유 산책길이 갓등산~학일산 산길로 탄생하다

청도 갓등산~학일산

S라인 동창천 굽어보며 청정산길 걷다

<갓등산 정상을 내려와 동곡재를 지나 학일산으로 힘들게 오른후 만나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창천과 들머리도 확인되고. 그 뒤로 밀양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개척산행'에 관련된 것이다. 하긴 기사 속에 늘상 개척했다고 적혀 있으니 그렇게 물어보는 것도 당연할 듯 싶다. 엄격히 말해 산행팀의 개척산행은 사전적 의미의 '개척'과는 다르다. 무에서 유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는 그대로의 옛길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일종의 발굴의 개념인 셈이다.

산행팀의 개척산행은 예부터 쭈욱 길이 있었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다. 오래 전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산너머 장에 다녀오던 고갯길이나 마을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그런 길이다. 그 길이 수십년 동안 방치되면서 겉으로는 산길이 사라진 것으로 보일 뿐이다.


 


<갓등산 정상 직전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창천과 들머리 삼족대. 그 뒤로 밀양의 산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행지를 어떻게 정하느냐'. 다음으로 많이 받는 질문이다. 평상시 지나다니다 봉우리를 눈여겨보고는 지형도를 관찰하며 대략적인 산세를 판단하고 코스를 결정한다. 그게 전부다. 지난해 월간 '사람과 산' 인터뷰 때 산행팀이 이같이 대답하자 당시 그 기자는 깜짝 놀라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산행팀이 개척산행 때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답사를 하지 않는 산행팀은 이 때문에 산행 중 소위 '알바'를 많이 한다.

단적인 예 하나. 지형도조차도 무용지물인, 숲으로 꽉 막힌 급경사면으로 잡목과 잡풀을 헤치고 개척하며 나아가다 보니 바로 옆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산길이 뒤늦게 보이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 발견한 희미한 산길을 따라 내려가며 표시기를 단 후 애초 개척하며 힘겹게 올라온 길로 재차 올라오며 전에 달았던 표시기를 회수한다.

심할 경우 10분이면 올라설 구간을 산행팀은 제대로 된 길을 찾기 위해 1시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한 경우도 다반사다. 이러다 보니 때론 일몰에 걸려 예정된 산행을 마치지 못하고 그냥 돌아서기도 한다. 그럼 어쩌냐고요? 다가오는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다시 가야죠.

이런 과정을 거쳐 근교산 코스가 하나 완성되면 독자들은 신문을 들고 답습한다. 부·울·경 지역의 웬만한 반듯한 산길은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번 주 소개하는 청도 갓등산~학일산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개척산행지이다. 학일산은 경산시와 청도군의 경계에 위치한 북쪽의 대왕산이나 학일산보다 남쪽에 위치한 통내산과 이어 산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산행팀은 통내산의 동남쪽에 위치한 갓등산을 묶어 새 코스를 만들었다. 갓등산은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 검색해봐도 결과가 전혀 없는 봉우리다. 매전면 소재지에서 보면 이름 그대로 갓등을 닮았다.

산행은 청도군 매전면 금곡리 삼족대~고성 이씨묘~주능선~월성 최씨묘~367봉~평산 신씨묘(안부)~순천 김씨묘~전망대~갓등산~동곡재~차단기~삼각점봉(553m)~학일산(693m)~삼거리~옛 청도(학일)온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5시간10분. 학일산 정상까지는 이정표 하나 없는 청정 산길. 전체적으로 위엄을 줄 만큼 높지 않은 육산이며 능선에는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키재기를 하고 있어 이 겨울 워킹 산행지로 그저그만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날머리의 학일온천이 지난 4월 시설 노후로 인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들머리는 삼족대(三足臺). 밀양강 원류인 동창천이 내려다보이는, 동시에 갓등산의 맥이 동창천으로 수그러드는 기슭의 절벽에 위치한 이 정자는 조선 중종 때 삼족당 김대유가 관직을 사임하고 후진을 양성한 곳.


<강 건너편에서 본 삼족대와 삼족대에서 본 동창천 >

 

관광객들을 위해 설치한 화장실 옆 나무계단을 오르며 산행은 시작된다. 김대유 신도비와 팔작지붕을 한 삼족대에서 내려다본 동창천의 주변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특히 아침 햇살을 받은 동창천 금빛 물결이 마치 어느 CF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등산로는 키낮은 담벼락을 따라 가면 삼족대 뒤로 열려 있다.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이 쌓인 부드러운 산책로다. 500년전 삼족당 김대유가 책을 읽다 잠시 뒷짐을 지고 산책을 했던 옛길이 아니던가.

곧 지그재그 오름길로 변하더니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 산허리길 대신 좌측 능선길로 오른다. 양지 바른 터를 지나면서 산길은 된비알로 변한다.

고성 이씨묘를 지난다. 자연 그대로의 우리 민초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그런 산길이다. 사실상 올 처음 만나는 매서운 겨울바람. 혹 꽁꽁 언 피부에 잔 가지라도 스치면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무명봉을 살짝 오르면 비로소 앙상한 가지들 사이 10시 방향으로 갓등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암절벽이 중간쯤에 속속 박혀 있다. 고성 이씨묘에서 15분. 산세로 봐서 봉우리를 하나쯤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듯하다. 하지만 한 굽이 올라서면 향후 여정이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능선이 우측으로 휘어지기 때문이다. 빽빽한 송림터널도 지나고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된비알도 오르면 무덤 1기를 만난다. 사실상 능선에 올라섰다. 갓등산이 보이기 시작한 지 18분 뒤. 여전히 갓등산은 10시 방향, 그 자리에 위치해 있다.

직진한다. 곧 월성 최씨묘를 만난다. 반듯한 길은 없지만 수목 사이로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다시 무명봉을 넘으면 묘기 2기를 지난다. 급내리막길과 오르막을 반복하다 마른 억새숲을 지나면 지형도상으로 삼각점이 있는 367봉에 올라선다. 우측 발아래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리)이 보이고 그 뒤론 영남알프스 연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사자봉 억산 범봉 운문산 가지산 상운산 쌍두봉 문복산 옹강산이 확인되고 그 앞 정면의 봉우리가 개물방산, 그 뒤 저수지가 억산의 전설이 서려 있는 대비지다.

직진하며 내려선다. 거의 쏟아지는 수준이다. 이제 정면으로 갓등산이 보인다. 3분쯤 내려서면 주의지점으로, 산길은 능선을 따라 직진하는 길만 보인다. 갓등산은 좌측에 위치해 있는데, 해서 방향을 맞춰 산길을 만들어 내려서니 6분쯤 뒤 좌우가 지계곡인 능선길이 보인다. 결국 5분 뒤 평산 신씨묘가 있는 안부이자, 우측 금천면 동곡리와 좌측 매전면 금곡리를 오가는 일종의 고갯마루에 닿는다.

직진한다. 처음엔 낙엽과 솔가리가 수북한 반듯한 길이지만 차츰 애매모호해진다. 우측 발아래 철조망과 나란히 걷는다. 6분 뒤 순천 김씨묘와 농짝만한 바위를 지나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향한다. 쓰러진 나무를 통과하면 크고 작은 바위가 널브러진 급경사 낙엽길이 기다린다. 가뭄의 단비랄까. 좌측 저 멀리 전망대가 보인다.

순천 김씨묘에서 20여 분 뒤 전망대에 올라선다. 발아래 방금 온 능선길과 S자 굽어흐르는 동창천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동시에 앞서 본 영남알프스 연봉 모두와 사자봉 우측으로 구만산 육화산 중산 낙화산 보두산 종암산 덕암산 오례산성 대남바위산 효양산 통내산 등 경주 청도 밀양의 산들이 죄다 확인된다.

여기서 4분이면 너른터인 지점에 올라선다. 갓등산이다. 정확한 정점은 좌측 바로 위 바위다. 정면 우측 뒤 봉우리 부분만 조금 보이는 것이 학일산이며 발아래 소나무에 가려 희미하게 보이는 도로가 매전면과 금천면을 잇는 도로, 그 정점이 동곡재다.

직진한다. 3분쯤 뒤 우측으로 꺾어 내려선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지붕 좌측이 목표지점이지만 아쉽게도 길이 없다. 그야말로 개척산행으로 '알바'는 기본이다. 30분이면 (주)나다 건물 주차장 옆에 닿는다. 가장 난코스이다. 주차장을 거쳐 도로로 내려와 길을 건너면 동곡휴게소. 하지만 산행팀은 우측 주차장으로 가지 않고 직진, 곧바로 동곡재 정점에 내려선다. 길을 건너 50m쯤 좌측으로 가면 임도급 길이 열려 있다. 길 건너편에는 '매전면'이라 적힌 입간판이 서 있다. 그러니까 금천면과 매전면의 경계인 셈이다.

차단기를 지나 10m 지점에서 우측 산길로 올라선다. 묘지 5기를 지난다. 경사는 심하고 산길은 반듯하지 않지만 오르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18분쯤 뒤 좌측으로 들머리와 동창천이 다시 보이며, 여기서 20분 뒤 무명봉에 올라선다. 3분 뒤엔 우측으로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과 날머리인 학일온천이 보인다.

이어지는 산길은 크고 작은 봉우리의 연속으로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무명봉에서 15분이면 삼각점봉에 올라선다. 정면으로 학일산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몇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

삼각점봉에서 14분 뒤 전망대를 만난다. 우측 채석장 뒤로 운문댐과 반룡산 발백산 장육산 사룡산 단석산 등이 확인된다.

헬기장인 학일산 정상은 삼각점봉에서 43분. 마른 억새숲을 지나 마지막 피치를 올리면 만난다. 정면으로 앞서 만난 전망대서 본 반룡산 등 청도 경주의 산이, 우측으론 가지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이 펼쳐진다.

하산길은 두 갈래. 두 길 모두 옛 학일온천에서 만난다. 산행팀은 직진한다. 9분 뒤 삼거리. 좌로 가면 통내산 대왕산 삼성산 백자산 방향, 산행팀은 우측으로 내려선다. 간벌 후 정리를 하지 않아 지저분하지만 길은 뚜렷하다. 학일온천까지는 42분 걸린다.

◆ 떠나기 전에

- 고기 대신 버섯 넣은 청도만의 자랑 일명 '사찰자장' 아시나요


맛집 한 곳 소개한다. 청도 금천면 소재지인 동곡리 금천새마을금고 옆에 위치한 '강남반점'(054-373-1569). 지난 1994년 유홍준 교수의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2'에 이 식당이 소개되면서 일약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 아직까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도 전국에서 취재요청이 들어와 거절하기 바쁘단다.

 

'강남반점은 운문사 비구니 학인스님들의 단골집으로 고기를 넣지 않은 스님용 짜장면을 시켜야 더 맛있다'는 이 한 문장이 시골 한 구석의 평범한 중국집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이다.

"오래전 운문사에는 매월 초하루에 수업이 없어 대부분의 학승들이 이곳에 와서 외식 겸 회식을 자주해 스님들을 위해 자장면을 만들어 본 것이 계기가 됐지요. 지금이야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운문사행 버스가 있지만 예전에는 동곡으로 와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릴 동안 우리집에 와서 식사를 자주 했어요."

맛의 비결은 간단하다. 고기 대신 5가지 종류의 버섯과 신선한 채소를 사용하고, 파 양파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 담백하다. 주인 장기철(51) 씨는 "항간에 '스님자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는 스님들에 대한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 '사찰자장'으로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앞에는 '원조 사찰자장'으로 적혀 있다.

재미있는 점은 장 씨 부부가 전국의 사찰로 출장을 자주 간다는 것. 특히 요즘과 같은 동안거 때는 출장이 잦다. 많을 땐 한 달에 17번도 간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찾기 전에는 반드시 가게문을 열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장 씨의 머릿속에는 전국 사찰의 위치와 특징 그리고 주석하고 있는 스님들을 거의 다 꿰고 있다. 종교를 담당한 적이 있는 기자가 봐도 불교계에 종사하는 웬만한 사람보다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설악산 백담사와 해남 대흥사도 다녀왔다는 장 씨는 "앞으로도 불자들이 원한다면 전국 어디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경우 범어사 대성암이나 송광사 말사인 광안동 화엄사, 최근에는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영도구노인복지관 등도 다녀갔다 한다. 사찰자장 5000원.

◆ 교통편

 

- 무궁화호에 이어 운문사행 버스 타고 삼족대서 하차

부산역에서 청도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5분, 7시55분, 9시10분, 10시30분에 출발한다. 1시간 소요. 4800원(금~일요일 5000원). 청도역 맞은편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삼족대 앞에서 내린다. 오전 7시40분, 9시20분, 10시10분, 10시50분. 3500원.

날머리 학일온천 앞에선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 금천면 김전리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20분쯤 걸린다. 김전리에서 동곡행 버스 역시 20~30분 간격으로 있다. 동곡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20분, 6시10분, 7시40분에 출발한다. 2900원.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5시51분, 6시15분, 6시40분, 7시52분, 밤 9시40분에 있다. 학일온천에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동곡의 개인택시(054-372-3066)를 이용해야 한다. 삼족대까지 1만 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경주 운문 좌회전 20번~매전면~매전면사무소 지나~매전면 처진소나무 지나~경주 운문 20번~삼족대 순.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사진=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글 =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삼족대를 지나면 만나는 솔숲으로 짙은 솔향에 발아래 갈비가 수북하여 옛 정취를 듬북 맛볼 수 있다. 삼족당 김대유도 이길을 걸어 소나무 향을 맡지 않았을까?

갓등산 정상 직전의 바위 전망대에서 본 367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급한 내리막을 내리서면 능선을 버리고정념으로 떨어지는 3개의 능선중에 맨 왼쪽으로 내려서면 풍산신씨가 있는 고개와 만난다.

 

아래 푹 꺼진 부분이 사거리 안부로 좌측이 금천면 동곡리로 내려서는 길로 산길이 뚜렷하게 현재도 나있다. 우측은 금곡리로 하산을 할 수 있지만 사람의 흔적이 뜸한지 산길이 묵어 있다. 그 뒤로 개물방산이 연결되는 억산,범봉, 운문산,가지산등 영남알프스가 펼쳐진다.



삼족대와 등산로 입구 그리고 매전교와 동창리인 매전면 소재지가 확인되며 S라인 물결이 동창전으로 밀양강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우측의 산군은 통내산, 그뒤 왼쪽은 효양산,오례산성등 청도 밀양의 산을 볼 수 있다.

갓등산 정상에서 바라본 학일산으로 뻗은 능선, 맨 우측 삼각형으로 보이는 산이 학일산이며 좌측으로 뻗은 능선이 통내산으로 연결된다.

아래 보이는 건물이 동곡휴계소이며 금천면으로 청도와 경산의 산군을 볼 수 있다.

동곡재로 금천면과 매전면을 가르는 고개의 정점이다. 앞에서 2번째 전봇대와 3번째 전봇대 사이로 내려와 금천면 안내판 건너편의 임도길로 접어든다.

동곡재를 지나 만나는 전망대로 갓등산과 그아래 (주)나다 공장건물이 보인다.

예전에 없던 학일산 표지목으로 대구 산악인 김문암씨가 설치하였다한다.


하산시 바라본 김전리로 대왕산의 들머리이며 일반 대중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앙의 산은 경산의 용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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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산~학일산 코스는 시종일관 낙엽융단길을 밟는 호사를 누리다가 온천욕으로 깔끔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


학일산 정상에선 영남알프스 연봉이 보인다.


남산식육식당의 선홍빛 구이용 고기.

꽃도, 단풍도 사라진 겨울산 진짜 산이 보인다
쌓인 낙엽 밟고 날머리서 온천 즐겨
봉우리 10개 이상… 체력소모 많아




이번 주 산행지는 청도 대왕산~학일산.

온 세상을 온통 하얗게 만드는 눈이 없는 겨울산은 사실 좀 막막하다. 황량하고 을씨년스럽다. 경우에 따라선 상당한 인내를 요하기도 한다.

참꽃 진달래와 철쭉의 화사함도 없고 청량감을 가득 안겨주던 시원한 계곡도 결빙돼 요주의 대상이다. 온산을 순식간에 불태우던 단풍 또한 한 순간 자취를 감추었다.

굳이 이 시점에 발걸음을 청도 쪽으로 재촉하게 된 계기는 만산홍엽의 쓰라린 흔적인 낙엽 융단길을 하염없이 걸어보기 위해서다. 그 곱던 단풍도 대자연의 법칙 앞에선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달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허전함이 남을 경우를 대비해 날머리를 물좋은 온천으로 뽑았다. '낙엽과 온천'이 이번 산행의 테마인 셈이다.

  


산행은 경북 경산시와 거의 인접한 청도군 금천면 김전리~고갯마루(노거수)~448봉(비슬기맥 갈림길)~대왕산(606m)~삼각점봉(641봉)~돈치재~통내산 갈림길~학일온천 갈림길~학일산(693m·헬기장)~송림사(옛 연화사)~학일온천 순. 식사 및 휴식시간 빼고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6시간 안팎. 차가 김전리에 있으면 20분 더 걸어야 한다. 그리 높지 않은 동네 뒷산 수준의 높이지만 크고 작은 봉우리가 10여 개나 이어져 가랑비에 옷 젖듯 은근히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중간에 탈출로가 열려 있어 체력에 맞게 산행을 할 수 있다.

들머리 김전리는 학일온천 입구에서 1.3㎞쯤 떨어진 마을. 길 왼쪽에 '대경오리마을'이라 적힌 빨간색 대형 입간판이 서 있다. 좌회전해 연이어 만나는 '석림원' 간판에서 10m쯤 더 가면 큰 소나무와 함께 오른쪽에 묘지 2기가 보인다. 그 사이로 열린 산길이 들머리다.

한 굽이 오르면 김전리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월성 최 씨묘. 이후 등로가 희미해 크게 왼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옮기며 오른다. 10여 개의 잇단 묘지를 지나면 낙엽길. 화려했던 옛 영화의 빛깔이 아직 남은 낙엽길은 신갈 또는 떡갈나무 낙엽이 주종으로, 어른 얼굴을 가릴 정도로 잎이 크다. 우측엔 개인 농장인 듯 철조망이 등로와 나란히 달린다. 꿩이 유난히 많아 여기까지 오는 데 벌써 5마리나 날갯짓을 하며 산행팀을 놀라게 했다.

20분 뒤 시야가 트이는 묘지에 이르면 대왕산은 대략 10시, 학일산은 7시 방향에 포진해 있다. 결국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게 된다.

이젠 등로가 좁아지며 송림길로 이어진다. 푹신푹신한 솔가리를 밟으며 힘겹게 무명봉을 하나 넘으면 고갯마루 사거리. 노거수가 터줏대감으로 자리해 있고 우측은 들머리 김전리, 좌측은 69번 지방도 옆 갈지리 방향이다.

이후 등로는 한눈에 봐도 된비알. 오름길 정점은 448봉. 사룡산에서 출발, 구룡산을 거쳐 대왕산으로 이어지는 비슬기맥 갈림길이어서 갑자기 리본이 많이 걸려 있다. 오른쪽 구룡 사룡산 방향 대신 왼쪽으로 간다.

또 다시 낙엽능선길. 이 길은 '우 경산, 좌 청도'의 시·군 경계이기도 하다. 이제 학일산은 좌측. 우측에 위치한 봉우리 둘 중 오른쪽이 대왕산이다.

  




448봉에서 20분 뒤 갈림길. 왼쪽은 대왕산을 거치지 않는 우회길이어서 오른쪽 능선길을 오른다. 대왕산 상봉은 20분 뒤. 조망이 거의 없는 제법 너른 터 가장자리에는 경산에서 세운 정상석과 일제 때 경산 남산면민의 항일활동 중심지였음을 보여주는 '항일 대왕산 죽창의거 전적비'가 경산 쪽을 바라보고 나란히 서 있다. 대왕산은 청도보다는 경산 쪽에 의미있는 산임을 보여준다.

진행 방향은 왼쪽. 북사면이라 바람이 몹시 차다. 등로는 오르락 내리락. 무명봉 하나를 살짝 넘으면 이내 삼각점봉인 641봉. 오른쪽은 삼성산 또는 선의 용각 비슬산으로 가는 비슬기맥길. 왼쪽으로 간다. 이 봉우리는 또 청도 매전면(정면) 금천면(왼쪽), 경산 남산면(오른쪽)이 만나는 삼면봉(三面峰)이기도 하다.

산허리길을 돌아 묘지가 있는 너른 터에 서면 우측으로 갈림길 하나. 천주산 가는 길이니 참고할 것.

계속 직진한다. 낙엽 융단길이 이어진다. 서걱서걱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겹다. 이제 왼쪽엔 산행 들머리 능선과 그 뒤로 반룡 발백 구룡산 등 영천 경산 청도 쪽 봉우리가 확인된다.

청도 김 씨, 고성 이 씨, 밀양 박 씨 등의 묘지와 쓰러진 나무를 잇따라 지나면 '운동 후 스트레칭' 모습이 코팅된 용지가 나무에 걸린 무명봉. 이때부터 능선이 오른쪽으로 휘며 낙엽 융단길이 계속된다. 그러다 지도 상의 441봉에서 서서히 왼쪽으로 휘며 가파르게 떨어지다 고갯마루에 닿는다. 돈치재다. 고도가 낮아 아직 푸름이 남아있다.

한 굽이 오르면 왼쪽에 흰 밧줄이 하산길을 안내한다. 김전리행 원점회귀길이다. 참고하길.

아직도 갈길이 멀다. 청도 김 씨묘를 지나면서 길이 묵어 약간 헷갈린다. 잡풀 숲에선 우측으로 우회하고 억새 군락지에서 좌측으로 간다. 이렇게 30여 분.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오른쪽은 매전면 뒷산인 통내산 가는 길. 산행팀은 왼쪽으로 간다.

역시 등로는 오르락 내리락. 미답의 낙엽 융단길이 40분 정도 이어진다. 힘이 꽤 드는 된비알 송림길을 지나면 농짝만한 바위군. 올라서면 대왕산 우측 뒤로 초래봉 환성산 팔공산 관봉이 확인된다.

10분 뒤 삼거리봉. 왼쪽으로 내려서면 학일온천. 무난하고 쉬운 길이다. 이전에 이 길을 소개한 적이 있는 산행팀은 오른쪽 정상으로 향한다. 8분이면 헬기장인 상봉에 닿는다. 자연석을 다듬어 만든 조그만 정상석이 서 있다. 삼각점은 엉터리로 세워놨다. 참고하길. 시야가 트인 부분으로 암봉인 지룡산을 기준으로 왼쪽 문복산 옹강산 구룡산 발백산 사룡산이, 오른쪽으로 쌍두봉 상운산 가지산 운문산 억산이 확인된다.

하산은 왼쪽(동남쪽)으로 내려선다. 태풍 탓에 쓰러진 나무와 덤불숲을 애써 뚫으면 물마른 계곡. 20m쯤 내려오다 왼쪽 낙엽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비로소 길다운 길을 만난다. 여기서 8분 뒤 송림사(옛 연화사). 대웅전을 오른쪽에 두고 왼쪽 물마른 계곡을 건너면 묵은 임도급 산길. 우측으로 내려선다. 묘지 2기가 있는 능선 안부와 옛 광산을 잇따라 지나 20여 분 내려오면 학일온천에 닿는다. 송림사에서 대략 30분.



# 떠나기전에

간단한 산행 후 온천욕을 하려면 학일온천에서 출발, 학일산까지 왕복하면 된다. 산길도 뚜렷하다. 2시간30분 걸린다. 이 길로 오르면 학일산 정상 직전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8분 소요된다.

또 한 가지. 대왕산 및 학일산 정상석에는 각각 해발 641, 637m로 적혀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2006년 발행한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각각 606, 693m로 표기돼 있다.

겨울산행 후 온천욕은 최고의 보약. 날머리 청도(학일)온천(054-373-5701)은 시설은 소박한 시골의 조그마한 온천이지만 물 하나만은 전국에서 알아준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국내 3대 온천에 단골 손님으로 빠지지 않는다.

유황천인 이곳은 동네 사람들의 치아가 흙황색으로 변색돼 있는 것을 계기로 발굴 조사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학일온천은 온냉탕 및 샤워기 물, 심지어 화장실 물도 온천수일 정도로 유량이 풍부하다. 또 200m 깊이에서 솟기 때문에 대장균이 없어 그대로 음용할 수 있다. 아토피 습진 무좀 등 피부 질환 및 위장병 환자에 특히 효험이 있어 단골들은 온천욕 후 큰 물통으로 물을 떠 간다. 입욕료는 4500원. '근교산&그 너머' 신문지면을 제시하면 두 사람에 한해 500원씩 할인해 준다. 온천 좌측에는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잔치국수(2000원)도 판매한다.

맛집 한 곳 추천한다. 경산시 남산면 남산식육식당(053-852-5124). 학일온천~경산 방향~상대온천~남산면소재지 내 남산초등교 맞은편의 남산파출소 뒤편에 위치해 있다. 차로 7분 거리.

매일 소 한 마리가 그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싱싱한 고기 그 자체가 맛의 비결이다. 된장찌개 또한 기가 막히다. 구이 1만4000원, 안창 1만7000원(이상 150g). 번호표를 발급 받아 30분 정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 교통편

- 날머리서 김전리까지는 20분 가량 걸어가야

  

부산역에서 청도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47분, 7시25분, 7시50분, 9시5분에 출발한다. 4900원. 청도역 맞은편에 있는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동곡정류장에서 내린다. 오전 9시10분, 10시20분. 2600원. 동곡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김전리에서 내린다. 20~30분 간격으로 있다. 1000원. 하차 지점에서 들머리 '대경오리마을' 입간판이 서 있는 곳까지는 불과 100m 떨어져 있다.

날머리 학일온천 앞에선 버스가 정차하지 않는다. 김전리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20분쯤 걸린다. 김전리에서 동곡행 버스 역시 20~30분마다 있다. 동곡에서 청도행 버스는 오후 4시15분, 5시20분, 6시10분, 7시40분에 출발한다. 청도역에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는 오후 5시55분, 6시45분, 7시46분, 8시41분, 밤 10시6분, 새마을호(7200원) 열차는 오후 5시15분에 한 번 있다.

동곡정류장 입구에는 개인택시 사무실(054-372-3066)이 있다. 김전리까지는 5000원, 김전리에서 택시를 부를 경우 6000원.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밀양 청도 25번~경주 운문 20번 좌회전~대구 경산 69번 좌회전~경산 남산~청도(학일)온천 입구 지나 대경오리마을 빨간색 입간판 좌회전 순. 김전1리 경로당 앞 주차.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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