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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강서여행)부산시계길 지사동 곰티고개~조만포다리. 돈(마권세)이 무엇인지 부산경남 경마공원으로 뒤죽박죽된 부산시계길 6코스

 

근교산&그너머 <750> 제6코스 : 지사동 곰티고개~조만포다리

부산 市界를 걷다- 옥녀봉 금병산 넘은 산길, 강물로 목 축이고 들판에 눕다



  
   



취재팀은 이번 주 제6코스를 답사하면서 서부산권의 마지막 산길 구간이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별로 높지도 않은 산길이 이렇게 멋진 조망과 한적함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부산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지만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옹골찬 산행코스를 발견, 소개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고무된 것이다.

강서구 지사동 곰티고개~녹산동 조만포다리 앞에 이르는 제6코스는 앞서 밝힌대로 '부산 시계길' 가운데 서부산권의 산길이 끝나는 구간이다. 이후로는 김해평야의 들길을 따라가서 낙동강을 건너고 금정산으로 올라서게 된다. 따라서 비록 구간도 짧고 해발 고도 또한 300m 안팎에 불과한 구간이지만 이번 코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 서부산권 마지막 산길 구간 9.5㎞ 답사

   
부산 시계길 종주에 나선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강서구 지사동 뒷산인 옥녀봉 정상 부근 전망바위를 지나고 있다. 정면 능선은 굴암산 화산 용지봉 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고 그 아래는 장유와 율하신도시다.
출발지는 제5코스의 종착점이었던 강서구 지사동 경남은행 인근 이원솔루텍버스정류소. 이후 곰티고개~전망대~옥녀바위~옥녀봉~360봉 직전 삼거리~태정고개~동래정씨 가족묘 앞 이정표~금병산~조만포다리(조만교) 순으로 연결된다. 총거리는 9.5㎞,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 정도다. 휴식과 식사 시간 등을 포함해도 5시간이면 충분하다. 엄밀하게 말해 이 코스는 옥녀봉 금병산 연계 산행코스라고 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부산 일대와 김해 장유쪽 풍광이 빼어나고 산행로는 지난해 부산 강서구에서 시행한 희망근로사업으로 깔끔하게 정비돼 있어 걷기에도 아주 편하다. 또 비록 낮은 산이기는 하지만 넘실대는 '단풍의 물결'을 타고 실컷 가을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원솔루텍 버스 정류소에서 경남은행 쪽으로 길을 잡는다. 이 길을 따라 직진해서 서서히 경사진 길을 오르면 공사장을 통과하고 곧이어 옥녀봉 등산안내도가 설치된 붉은 지붕 민가를 만난다. 10여년 전 이곳에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고 살고 있다는 집 주인은 "지사동이 비록 산업단지가 됐지만 터널이 뚫리고 교통여건이 좋아지게 되면 향후 강서구 일대의 또 다른 신도시가 될 것"이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민가를 지나면서 길이 산행로 모양으로 좁아지고 잠시 후 당산나무가 서 있는 곰티고개에 닿는다.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지사마을 학생들이 산너머 김해 장유에 있는 중학교에 가려면 필수적으로 넘어야 했던 부산 경남 경계선상의 고개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완만한 오르막으로 약 1㎞, 20분가량 걸렸다.

이정표와 벤치가 설치돼 있는 곰티고개에서 '옥녀봉 1.4㎞' 표시를 보면서 우측으로 꺾어 오르면서 본격적인 경계길 답사가 시작된다.




◇ 옥녀봉 직전 전망대 서니 지나온 길 한눈에

   
옥녀봉 정상부의 옥녀바위에서는 가덕도가 보인다.
수십년 이상 쌓였을 산길의 낙엽층 위에 올가을 새로 떨어진 낙엽들이 또 한겹을 이룬다. 산꾼의 발길에 바스라지는 낙엽의 파편들은 스스로 길의 나이테가 되어 땅과 하나가 된다. 작은 봉우리를 살짝 넘으면 또 한번의 안부사거리. 좌우로 길이 있지만 직진한다. 한바탕 더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소나무 둥치 사이로 눈앞 1시 방향에 우뚝한 봉우리가 보인다. 바로 옥녀봉 정상부 일대다. 경사가 꽤 급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길을 가다보면 다행스럽게(?)도 길은 급경사면을 우측으로 살짝 비틀며 이어진다. 봉우리 정상부에 닿기 직전, 왼쪽 바위 쪽으로 꺾어 오르면 가뿐 숨을 돌릴 수 있는 전망대다. 김해시 장유면 장유신도시와 율하신도시, 굴암산과 화산 용지봉 등이 훤하게 드러난다. 또 우측으로는 남해고속도로의 냉정고개와 창녕 일대의 산들까지 아련하게 드러나며 멋들어진 조망에 일조한다. 전망대 아래쪽으로는 울긋불긋하게 물든 나뭇잎들이 만추(晩秋)의 산꾼을 유혹한다.



   
조만강과 서낙동강이 만나는 조만포와 둔치도.
전망대에서 능선을 따라 가면 조금 전의 우회로와 만나고 2분쯤 더 가면 휴식을 위한 벤치와 이정표. 우측에는 우뚝한 바위가 있다. 누군가 '옥녀봉(玉女峰)'이라는 표시를 해 두었다. 하지만 해발 333m인 옥녀봉 정상은 이곳에서 약 50m쯤 더 가야 만날 수 있다. 그 전에 일단 우측 바위에 올라본다. 이번에는 지사동 일대와 배필정고개, 보배산, 두동고개, 너더리고개, 굴암산 삼시봉 등 취재팀이 밟고 온 구간이 대부분 눈에 들어온다. 또 멀리로는 가덕도 연대봉과 진해 웅천만, 시루봉, 용산 등도 드러난다. 직전 전망대와는 또 다른 풍광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기막힌 느낌의 전망대다. 취재팀은 옥녀봉 정상부에 있는 바위라고 해서 가칭 '옥녀바위'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바위에서 내려와 50m쯤 가면 잘린 나무 둥치들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옥녀봉 정상이다. 이곳에서 내리막을 10분쯤 가면 안부 사거리.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 태정고개라고 표시된 지점이다. 하지만 실제 태정고개는 이곳이 아니라 1㎞ 정도 더 가야 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김해 장유면 장유리, 오른쪽은 강서구 미음동이다.



◇ 억새 낙엽 반기는 유순한 길 가을느낌 물씬

   
앙증맞은 억새군락이 산길에 가을 정취를 더한다.
부산 시계길은 '묘음정사 2.4㎞'라는 이정표 표시 방향으로 직진해야 한다. 15분쯤 지났을까. 나무계단을 연거푸 올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즈음 만나는 360m봉 정상 100m 앞 삼거리에서 길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무심코 정상 쪽으로 오르기 십상이지만 반드시 우측으로 꺾어 내리막을 타야한다. 이제부터는 별 힘들이지 않고 숲길 산책하듯 내달릴 수 있는 길이다.

15분 후 만나는 안부사거리가 진짜 태정고개다. 왼쪽 길로 내려서면 태정마을이 나온다. 취재팀은 직진. 한적하고 걷기 편한 능선길의 연속이다. 7분 후 이정표 오른쪽에 동래 정씨 가족묘가 있는데, 그 앞으로 전망이 탁 트였다. 가까운 곳에 부산경남경마공원과 둔치도가 눈에 들어오고 서낙동강과 김해평야 일대, 승학산, 영도 봉래산 등도 훤하다.



   
옥녀봉과 금병산을 잇는 능선길은 부드럽게 휘어진다.
다시 길을 이어가면 7분후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90도로 꺾어야 한다. 산책로같은 산길을 따라 25분쯤 느긋하게 걸으면 해발 242.5m인 금병산(錦屛山). 글자 그대로 비단으로 병풍을 두른 듯, 알록달록 색칠한 나뭇잎이 펑퍼짐한 봉우리를 물들이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건설로 인해 변경된 부산 경남 경계선은 금병산에서 우측 능선으로 떨어지게 돼 있지만 길이 없다. 취재팀은 구 경계길인 능선을 따르기로 한다. 살짝 내려서서 능선을 이어가면 20분 후 벤치와 이정표가 있는 가동고개. 이정표 상 '조만포다리 1㎞' 방향으로 직진, 15분 쯤 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1시 방향으로 내려서면 날머리인 조만포다리(조만교) 앞에 닿는다. '부산 시계길'의 서부산권 산길 구간은 이곳에서 끝난다.


# 떠나기 전에

- 경마공원 둘러싼 갈등에 경계선 뒤죽박죽
- 10여년 전 극한 지역갈등 떠올라 씁쓸



제6코스의 막바지인 금병산과 그 주변은 부산시와 경남도 사이의 극단적인 지역 갈등이 빚어졌던 현장이다. 물론 그 결과로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기형적 경계선 조정이 이뤄졌다. 갈등의 소재는 바로 금병산 아래에 자리잡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이었다. 지난 1995년 5월 부산시가 부산아시안게임 유치를 계기로 경마장을 건설해 대회 기간 중에는 승마경기장으로 사용하고 대회 이후 경마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한국마사회에 건의하자 몇달 후 경남도가 공동 경마장 건설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 시도간 갈등이 표면화 됐다. 부산과 경남 양측 모두 경마장에서 얻을 수 있는 마권세 수익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

결국 약 4년에 걸친 밀고 당기기 끝에 결국 1999년 5월 당시 안상영 부산시장과 김혁규 경남지사가 '행정구역 경계 조정'이라는 협상안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지역간 이권다툼 때문에 광역시도간 행정구역 경계를 조정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2000년1월부터 원래 김해시 장유면 수가리에 속했던 가동마을은 부산시 강서구로 편입되고 당초 강서구 범방동에 속했던 장전마을은 장유면으로 편입됐다. 물론 이같은 경계선 조정은 경마장의 트렉을 관통하는 경계선을 그음으로써 양 시도에서 마권세를 절반씩 나눠갖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당초에는 금병산 정상에서부터 조만포나루터까지 산줄기를 따라 부드럽게 그어졌던 경계선은 허물어지고 현재의 기형적인 모양이 된 것이다. 하지만 취재팀은 원래 있던 경계를 따라 걸었다. 지역 갈등 해소와 화합을 염원하면서.



# 교통편

- 답사 후 조만포에서 하단행 마을버스 이용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에서 강서구 지사동 행 '강서 12번' 마을버스를 타거나 구포역 구포시장 등에서 지사동 행 '강서 7-2번'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강서 12'번 마을버스는 오전 5시50분부터 오후 10시55분까지 35~50분 간격(주말 기준)으로 운행하고 '강서 7-2'번 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평일은 1시간, 주말은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종점까지 가지 않고 지사동 경남은행 인근 이원쏠루텍 버스정류소에서 하차한다. 날머리인 조만포나루터 앞에서는 하단역까지 가는 강서 7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밤 11시(막차)까지 30~3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요금 1000원.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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