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 저문 강에 삽을 씻는 농부마음 새기며 샛강 둑길 정처없이 걸으니
- 어디가 부산이고 어디가 경남인지 가도 가도 알 길 없어

- 갈대 휘날리는 흐린 하늘에 길을 묻는다
- 김해평야 전반부 코스 17㎞ … 5시간 남짓



 

   
제주도 바닷가의 올레길 못잖은 절경을 갖춘 가덕도 해안길. '대한민국 무역1번지'인 부산신항을 끼고 돌았던 역동적인 부둣길. 금관가야의 시조왕인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만남과 사랑을 음미하며 걸었던 보배산~굴암산~옥녀봉 능선길. 제 6코스까지 답사한 '부산 시계(市界)길'은 참 많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안고 있는 구간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제 4~6코스는 실제 산행코스와 다름 없어 만추의 근교산 풍경도 즐기면서 한적한 숲길을 걷기에도 딱 좋은 길이었다.


 




   
높낮이 없이 편안한 김해평야에는 은빛 갈대가 늦가을 정취를 뿜어낸다. 이창우 대장이 갈대군락을 지나고 있다.
이제 취재팀은 드넓은 김해평야를 관통하는 구간 답사에 돌입한다. 일곱번째 구간이다. 높낮이 없이 이어지는 들판길. 때로는 작은 샛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적한 마을 골목길을 지나거나 널따란 국도 밑 굴다리를 통과하기도 한다. 걷기에는 한없이 편하지만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길. 하지만 은빛 물결을 이루며 막바지 춤사위를 펼치는 갈대 숲 사이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맛은 일품이다. 게다가 그 흔들리는 갈대 위로 날아오르는 오리떼나 가을걷이 끝난 들판 논두렁을 한가로이 거닐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성급하게 날개를 펼치는 두루미를 발견할 때면 저절로 싱긋 미소짓게 되는 길이기도 하다.

출발지는 강서구 범방동 조만교(조만포다리)이고 종점은 김해시 안동 초선대(금선사)다. 다리를 건넌 후 왼쪽으로 꺾어 내려서서 조만강 하류 둑길을 따라 가다가 강서구 봉림동 정자앞~김해시 칠산동 경계판 앞 다리~금천버스정류장~4각정자~삼거리(강동교 앞)~금천교~식만교~활천15통회관~초선대로 이어지는 총거리 17㎞ 코스다. 평지이다보니 거리에 비해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다. 4시간 정도. 식사와 휴식 시간을 포함해도 5시간 내에 마무리 할 수 있다.



   
조만강의 지류 샛강에는 강태공의 후예들이 많다.
금병산 능선이 동쪽으로 뻗어내려 조만강과 만나는 곳에서 지방도 69호선이 지나는 조만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틀어 내려선다. 이어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굴다리를 건너면 둔치도롤 진입하게 되지만 시계길 코스는 오른쪽이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한동안 직진하다 보면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지선 아래 굴다리를 통과한다. 길 왼쪽으로는 김해시 주촌면과 장유면의 젖줄 역할을 하는 조만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계속 직진하면 인공낚시터를 지나자마자 길은 완연한 강둑길로 이어진다. 강둑 밑에서 세월을 낚는지, 붕어를 낚는지 알 수 없는 강태공의 후예들이 늦가을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갈대 무더기가 듬성듬성한 강둑을 따라 가다보면 조만강 본류에서 우측으로 가지 친 샛강 둑길을 따르게 된다. 샛강 건너편에는 화목하수종말처리장이 있다. 둑이 끝날 즈음 또 한번 굴다리를 통과하는데,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개울동교라는 작은 다리 위에 '경상남도 김해시 화목동'을 알리는 녹색의 광역시·도 경계판이 경남 땅임을 알려준다. 방금 전 따라 왔던 샛강이 부산과 경남의 경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행방향은 왼쪽 다리 쪽이 아니라 건축 설비자재가 마당에 쌓여있는 정면의 2층 건물 우측에 보이는 2시 방향 시멘트길이다. 길은 이내 들판 한복판으로 이어진다.



   
가을 걷이 끝난 김해평야는 재두루미 백로 천국.
저 멀리 보이는 작은 민가를 지나 그 우측 뒤편 키 큰 나무를 향해 걷는다. 추수 끝난 들판은 내년 봄을 준비하기 위해 겨울철 숨고르기에 돌입하고 있다. 민가를 지나자 길은 S자로 이어지더니 우측으로 꺾어진다. 200m쯤 가서 '봉죽길243번나길 1→138'이라는 표지판이 부착된 전신주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틀면 몇채의 민가를 지난다. 시멘트길 왼쪽의 하천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수양버들 가지는 간간히 바람에 못이겨 하늘거린다. 이 시멘트길이 끝나는 곳에서 '봉죽길243번길' 표시가 돼 있는 전신주가 서 있는 아스팔트 포장길을 만난다. 좌우로 차량 왕래가 제법 있는 편이다. 길 건너 정면에는 작은 정자가 보인다. 일단 왼쪽으로 꺾어 300m쯤 가면 '원광마린' 간판이 보인다. 왼쪽으로 꺾은 후 200m가량 가서 다시 원광마린 표시를 따라 오른쪽으로 꺾는다. 이후 요트 선채가 있는 원광마린 앞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면 작은 다리를 건너고 3분 후 정면 밭 너머에 보트 여러 척이 보이는 T자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는다. 7분쯤 걸으면 수로 조절장치가 있는 아스팔트길 삼거리. 왼쪽으로 2분쯤 가면 정면에 '경상남도 김해시 칠산동' 경계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 20m 앞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이어지는 하천둑길을 따른다.



민가 한 채를 지나자마자 작은 하천을 따라 금천버스정류장 앞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길은 평야를 가로지르는 '부산시계길 제7코스'의 아름다움이 가장 도드라지는 구간이다.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은빛 솜털을 휘날리는 갈대와 들판 이곳 저곳에서 앉았다 날아올랐다를 반복하는 백로와 재두루미. 또 양지바른 강가에 자리 잡고 낚싯대 드리운 강태공들과 그들의 무료함을 위로하려는 듯 그 앞에서 한가로이 헤엄치다가 갑자기 편대비행을 편치는 오리떼에 이르기까지. 30분 정도 걷는 동안 펼쳐지는 풍경들은 미처 컷별로 자르지 않은 잘 찍은 슬라이드(포지티브) 필름의 연속컷을 보는 듯하다.



   
경남 유형문화재 78호인 김해시 안동 초선대 마애불.
금천버스정류소 앞에서는 도로를 건너 직진, 우측으로 휘어지는 강둑길로 이어간다. 죽동교를 지나면 오른쪽 또 한번의 버스정류소와 4각 정자를 만난다. 잠시 쉬거나 점심 식사를 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이어서 5분 후 강동교를 건너기 직전 삼거리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버리고 우측 시멘트 강둑길로 방향을 잡는다. 차량통행 제한 표지판이 있는 쪽 길이다. 왼쪽 하천 바닥에는 군데 군데 오리떼가 노닐다가 날아오르기를 반복한다. 국도14호선 아래 굴다리를 통과해 7분쯤 가면 차량 통행이 많은 금천교 앞 도로다. 도로 건너 정면으로 직진해야 하지만 횡단보도가 왼쪽 다리 건너 50m쯤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약간 에둘러야 한다. 다시 강둑길을 따라 가면 한차례 더 굴다리를 통과해 직진한다.




정면에 서낙동강 중류의 섬인 중사도가 보이는 식만교에 닿으면 일단 왼쪽으로 다리를 건넌 후 '제운산업' '성인농장'간판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다시 거슬러 올라야한다. 다소 번거롭지만, 부산과 김해의 경계길을 따르려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한국농어촌공사 식만양배수장 앞을 지나 계속 직진, 15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 90도로 꺾는다. 정면의 신어산과 약간 우측 먼 곳의 돛대산을 보면서 비닐하우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우측으로 재차 틀어 강신자슈퍼와 활천15통회관 앞을 지나 삼거리에 닿는다. 일단 부산시계길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이어지지만 이번 코스의 시계길 구간은 이곳에서 끝낸다. 이제 부산김해경전철 역사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10분쯤 가면 하천 건너 우측 야트막한 언덕 아래 '초선대 금선사(招仙臺 金仙寺)'라는 곳이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닿을 수 있다. 부산사람들은 아는 이가 많지 않겠지만 김해시민들에게는 유서깊은 곳이다.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있고 그 뒷동산은 아담한 소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 떠나기 전에

- 수로왕 맏아들 거등왕 전설 깃든 초선대엔 가락국 향기 가득

제7코스 종착점인 김해시 안동 소재 초선대(招仙臺). 멀리서 보면 야트막한 구릉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수백년 묵은 소나무가 우거졌고 언덕 아래에 돌로 대를 쌓은 흔적이 있다.



'동국여지승람' '숭선전지' 등의 문헌에 따르면 초선대는 가락국 제2대 왕인 거등왕이 돌을 쌓아 대를 만든 곳으로 인근 칠점산(七点山)의 신선인 참시선인을 초대해 국정 자문을 받고 바둑을 두었으며 그의 거문고 연주를 듣기도 한 곳으로 전해진다. 거등왕은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과 그의 왕후 허황옥 사이에 태어난 11명의 왕자 가운데 장남으로, 동생 왕자 중 7명이나 불가에 귀의해 성불을 이루게 했지만 자신은 건국초기의 국사를 기꺼이 짊어져야 했던 인물이다. 기록에는 왕이 앉았던 돌을 연화탑이라 하는데 가운데에 수십장 높이의 돌을 우뚝 세우고 거등왕의 초상화를 그려 놓았다고 돼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78호이기도 한 초선대 마애불은 높이 5.1m짜리 초대형 마애불로, 김해지방 최대 석불이다. 이 마애불이 거등왕의 초상화일까. 고려시대 아미타여래마애불 양식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혹시 아는가? 거등왕도 성불을 해서 부처로 변했는지.


# 교통편

- 도시철도 하단역서 마을버스 타고 갔다가 경전철 타고 귀가

차량 회수가 불편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버스정류소에서 조만포행 강서7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 직전 조만포에서 하차한다. 오전 6시부터 밤 11시10분까지 40분~1시간 간격 운행. 종착지인 초선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부산김해경전철 인재대역이 있다. 경전철을 타고 가다가 대저역에서 부산도시철도 3호선을 이용하거나 사상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탈 수 있어 편리하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2011년 10월12일과 11월23일 걸어 보았습니다. 그때의 사진으로 정리를 하였습니다.)

     

     


     


    728x90
    
    728x90
    ☞(부산여행/강서여행)부산시계길 지사동 곰티고개~조만포다리. 돈(마권세)이 무엇인지 부산경남 경마공원으로 뒤죽박죽된 부산시계길 6코스

     

    근교산&그너머 <750> 제6코스 : 지사동 곰티고개~조만포다리

    부산 市界를 걷다- 옥녀봉 금병산 넘은 산길, 강물로 목 축이고 들판에 눕다



      
       



    취재팀은 이번 주 제6코스를 답사하면서 서부산권의 마지막 산길 구간이라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별로 높지도 않은 산길이 이렇게 멋진 조망과 한적함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부산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지만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옹골찬 산행코스를 발견, 소개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고무된 것이다.

    강서구 지사동 곰티고개~녹산동 조만포다리 앞에 이르는 제6코스는 앞서 밝힌대로 '부산 시계길' 가운데 서부산권의 산길이 끝나는 구간이다. 이후로는 김해평야의 들길을 따라가서 낙동강을 건너고 금정산으로 올라서게 된다. 따라서 비록 구간도 짧고 해발 고도 또한 300m 안팎에 불과한 구간이지만 이번 코스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 서부산권 마지막 산길 구간 9.5㎞ 답사

       
    부산 시계길 종주에 나선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강서구 지사동 뒷산인 옥녀봉 정상 부근 전망바위를 지나고 있다. 정면 능선은 굴암산 화산 용지봉 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고 그 아래는 장유와 율하신도시다.
    출발지는 제5코스의 종착점이었던 강서구 지사동 경남은행 인근 이원솔루텍버스정류소. 이후 곰티고개~전망대~옥녀바위~옥녀봉~360봉 직전 삼거리~태정고개~동래정씨 가족묘 앞 이정표~금병산~조만포다리(조만교) 순으로 연결된다. 총거리는 9.5㎞,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 정도다. 휴식과 식사 시간 등을 포함해도 5시간이면 충분하다. 엄밀하게 말해 이 코스는 옥녀봉 금병산 연계 산행코스라고 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부산 일대와 김해 장유쪽 풍광이 빼어나고 산행로는 지난해 부산 강서구에서 시행한 희망근로사업으로 깔끔하게 정비돼 있어 걷기에도 아주 편하다. 또 비록 낮은 산이기는 하지만 넘실대는 '단풍의 물결'을 타고 실컷 가을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원솔루텍 버스 정류소에서 경남은행 쪽으로 길을 잡는다. 이 길을 따라 직진해서 서서히 경사진 길을 오르면 공사장을 통과하고 곧이어 옥녀봉 등산안내도가 설치된 붉은 지붕 민가를 만난다. 10여년 전 이곳에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고 살고 있다는 집 주인은 "지사동이 비록 산업단지가 됐지만 터널이 뚫리고 교통여건이 좋아지게 되면 향후 강서구 일대의 또 다른 신도시가 될 것"이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민가를 지나면서 길이 산행로 모양으로 좁아지고 잠시 후 당산나무가 서 있는 곰티고개에 닿는다.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지사마을 학생들이 산너머 김해 장유에 있는 중학교에 가려면 필수적으로 넘어야 했던 부산 경남 경계선상의 고개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 완만한 오르막으로 약 1㎞, 20분가량 걸렸다.

    이정표와 벤치가 설치돼 있는 곰티고개에서 '옥녀봉 1.4㎞' 표시를 보면서 우측으로 꺾어 오르면서 본격적인 경계길 답사가 시작된다.




    ◇ 옥녀봉 직전 전망대 서니 지나온 길 한눈에

       
    옥녀봉 정상부의 옥녀바위에서는 가덕도가 보인다.
    수십년 이상 쌓였을 산길의 낙엽층 위에 올가을 새로 떨어진 낙엽들이 또 한겹을 이룬다. 산꾼의 발길에 바스라지는 낙엽의 파편들은 스스로 길의 나이테가 되어 땅과 하나가 된다. 작은 봉우리를 살짝 넘으면 또 한번의 안부사거리. 좌우로 길이 있지만 직진한다. 한바탕 더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소나무 둥치 사이로 눈앞 1시 방향에 우뚝한 봉우리가 보인다. 바로 옥녀봉 정상부 일대다. 경사가 꽤 급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길을 가다보면 다행스럽게(?)도 길은 급경사면을 우측으로 살짝 비틀며 이어진다. 봉우리 정상부에 닿기 직전, 왼쪽 바위 쪽으로 꺾어 오르면 가뿐 숨을 돌릴 수 있는 전망대다. 김해시 장유면 장유신도시와 율하신도시, 굴암산과 화산 용지봉 등이 훤하게 드러난다. 또 우측으로는 남해고속도로의 냉정고개와 창녕 일대의 산들까지 아련하게 드러나며 멋들어진 조망에 일조한다. 전망대 아래쪽으로는 울긋불긋하게 물든 나뭇잎들이 만추(晩秋)의 산꾼을 유혹한다.



       
    조만강과 서낙동강이 만나는 조만포와 둔치도.
    전망대에서 능선을 따라 가면 조금 전의 우회로와 만나고 2분쯤 더 가면 휴식을 위한 벤치와 이정표. 우측에는 우뚝한 바위가 있다. 누군가 '옥녀봉(玉女峰)'이라는 표시를 해 두었다. 하지만 해발 333m인 옥녀봉 정상은 이곳에서 약 50m쯤 더 가야 만날 수 있다. 그 전에 일단 우측 바위에 올라본다. 이번에는 지사동 일대와 배필정고개, 보배산, 두동고개, 너더리고개, 굴암산 삼시봉 등 취재팀이 밟고 온 구간이 대부분 눈에 들어온다. 또 멀리로는 가덕도 연대봉과 진해 웅천만, 시루봉, 용산 등도 드러난다. 직전 전망대와는 또 다른 풍광이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기막힌 느낌의 전망대다. 취재팀은 옥녀봉 정상부에 있는 바위라고 해서 가칭 '옥녀바위'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바위에서 내려와 50m쯤 가면 잘린 나무 둥치들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옥녀봉 정상이다. 이곳에서 내리막을 10분쯤 가면 안부 사거리.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 태정고개라고 표시된 지점이다. 하지만 실제 태정고개는 이곳이 아니라 1㎞ 정도 더 가야 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김해 장유면 장유리, 오른쪽은 강서구 미음동이다.



    ◇ 억새 낙엽 반기는 유순한 길 가을느낌 물씬

       
    앙증맞은 억새군락이 산길에 가을 정취를 더한다.
    부산 시계길은 '묘음정사 2.4㎞'라는 이정표 표시 방향으로 직진해야 한다. 15분쯤 지났을까. 나무계단을 연거푸 올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즈음 만나는 360m봉 정상 100m 앞 삼거리에서 길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무심코 정상 쪽으로 오르기 십상이지만 반드시 우측으로 꺾어 내리막을 타야한다. 이제부터는 별 힘들이지 않고 숲길 산책하듯 내달릴 수 있는 길이다.

    15분 후 만나는 안부사거리가 진짜 태정고개다. 왼쪽 길로 내려서면 태정마을이 나온다. 취재팀은 직진. 한적하고 걷기 편한 능선길의 연속이다. 7분 후 이정표 오른쪽에 동래 정씨 가족묘가 있는데, 그 앞으로 전망이 탁 트였다. 가까운 곳에 부산경남경마공원과 둔치도가 눈에 들어오고 서낙동강과 김해평야 일대, 승학산, 영도 봉래산 등도 훤하다.



       
    옥녀봉과 금병산을 잇는 능선길은 부드럽게 휘어진다.
    다시 길을 이어가면 7분후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90도로 꺾어야 한다. 산책로같은 산길을 따라 25분쯤 느긋하게 걸으면 해발 242.5m인 금병산(錦屛山). 글자 그대로 비단으로 병풍을 두른 듯, 알록달록 색칠한 나뭇잎이 펑퍼짐한 봉우리를 물들이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건설로 인해 변경된 부산 경남 경계선은 금병산에서 우측 능선으로 떨어지게 돼 있지만 길이 없다. 취재팀은 구 경계길인 능선을 따르기로 한다. 살짝 내려서서 능선을 이어가면 20분 후 벤치와 이정표가 있는 가동고개. 이정표 상 '조만포다리 1㎞' 방향으로 직진, 15분 쯤 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1시 방향으로 내려서면 날머리인 조만포다리(조만교) 앞에 닿는다. '부산 시계길'의 서부산권 산길 구간은 이곳에서 끝난다.


    # 떠나기 전에

    - 경마공원 둘러싼 갈등에 경계선 뒤죽박죽
    - 10여년 전 극한 지역갈등 떠올라 씁쓸



    제6코스의 막바지인 금병산과 그 주변은 부산시와 경남도 사이의 극단적인 지역 갈등이 빚어졌던 현장이다. 물론 그 결과로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기형적 경계선 조정이 이뤄졌다. 갈등의 소재는 바로 금병산 아래에 자리잡은 부산경남경마공원이었다. 지난 1995년 5월 부산시가 부산아시안게임 유치를 계기로 경마장을 건설해 대회 기간 중에는 승마경기장으로 사용하고 대회 이후 경마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한국마사회에 건의하자 몇달 후 경남도가 공동 경마장 건설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 시도간 갈등이 표면화 됐다. 부산과 경남 양측 모두 경마장에서 얻을 수 있는 마권세 수익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

    결국 약 4년에 걸친 밀고 당기기 끝에 결국 1999년 5월 당시 안상영 부산시장과 김혁규 경남지사가 '행정구역 경계 조정'이라는 협상안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지역간 이권다툼 때문에 광역시도간 행정구역 경계를 조정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2000년1월부터 원래 김해시 장유면 수가리에 속했던 가동마을은 부산시 강서구로 편입되고 당초 강서구 범방동에 속했던 장전마을은 장유면으로 편입됐다. 물론 이같은 경계선 조정은 경마장의 트렉을 관통하는 경계선을 그음으로써 양 시도에서 마권세를 절반씩 나눠갖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당초에는 금병산 정상에서부터 조만포나루터까지 산줄기를 따라 부드럽게 그어졌던 경계선은 허물어지고 현재의 기형적인 모양이 된 것이다. 하지만 취재팀은 원래 있던 경계를 따라 걸었다. 지역 갈등 해소와 화합을 염원하면서.



    # 교통편

    - 답사 후 조만포에서 하단행 마을버스 이용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에서 강서구 지사동 행 '강서 12번' 마을버스를 타거나 구포역 구포시장 등에서 지사동 행 '강서 7-2번' 마을버스를 이용한다. '강서 12'번 마을버스는 오전 5시50분부터 오후 10시55분까지 35~50분 간격(주말 기준)으로 운행하고 '강서 7-2'번 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평일은 1시간, 주말은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종점까지 가지 않고 지사동 경남은행 인근 이원쏠루텍 버스정류소에서 하차한다. 날머리인 조만포나루터 앞에서는 하단역까지 가는 강서 7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밤 11시(막차)까지 30~3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요금 1000원.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