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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산행과 억새산행은 가을 산행의 2대 백미다. 특히 억새산행만 놓고 본다면 부산을 비롯한 영남의 산꾼들은 그야말로 복 받은 사람들이다. 부산 시내만 살펴 봐도 승학산 백양산 금정산 철마산 등 가볍게 훌쩍 다녀올 만한 억새산행지가 즐비하다. 게다가 조금만 발품을 팔면 신불산 영축산 간월산 천성산 화왕산 경주 무장산 등 전국적 명성의 억새산행지를 다녀올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영남알프스 일대는 전국 최고의 억새평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이나 철원의 명성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광주 무등산 등을 모두 가봐도 가을의 신불평전이나 천황산 사자평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산꾼들은 보다 새로운 억새명산을 찾아 헤매기 일쑤다. 억새군락지의 규모 면에서야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처음 밟아보는 산에서의 새로운 느낌이 충분히 그 아쉬움을 상쇄해 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새로운 느낌의 억새산행지를 찾는 부산 울산 경남 산꾼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싶은 마음으로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은 이번 주 충남 제일의 억새산행지로 알려진 오서산(烏棲山·790.7m)을 찾았다.




■ 충남 제3위 봉우리… 10㎞ 남짓 4시간 걸려

   
충남 보령시와 홍성군의 경계에 우뚝 솟은 오서산은 서해 낙조를 감상하기 좋은 포인트로 알려져 있지만 정상부 능선에 펼쳐진 억새밭으로 인해 산꾼들에게는 가을철에 가장 인기가 높은 산이다. '근교산&그 너머' 이창우 산행대장이 정상 주변 억새밭을 통과하고 있다.
충남 보령시 청소면과 홍성군 광천읍의 경계를 이루는 오서산은 서해안의 산 답게 규모가 육중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둔산(879m) 계룡산(847m)에 이어 충청남도에서 세 번째로 높다는 점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계룡산 대둔산 등이 내륙으로 치우쳐 있는 데 반해 오서산은 천수만이 코 앞에 내려다 보이는 해안에 위치해 있고, 야트막한 바닷가 산들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옛날부터 서해 중부해안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에게는 '서해의 등대산'으로 통한 산이다.

따라서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서해 일몰과 천수만의 풍광이 더 없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정상 주변에서 오서정에 이르는 2㎞ 남짓한 능선에 넘실 대는 억새의 물결은 서해의 잔잔한 파도, 시원한 바람, 새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새롭고도 특이한 가을산의 풍경을 연출한다. 부산 기준으로 왕복 700㎞에 달하는 먼 거리이기는 하지만 원거리 당일 가을 산행지로 충분히 가볼만 한 산이다. 오서산이라는 이름은 예로부터 까마귀와 까치가 많이 서식했다고 해서 명명됐다. 요즘은 까마귀는 잘 보이지 않고 까치는 간간이 눈에 띈다.




산행은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 성연주차장에서 출발해 이곳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로 진행된다. 총거리 10㎞,산행시간은 휴식 포함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전세버스를 이용하는 산악회들은 주로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에 위치한 정암사(淨岩寺)에서 출발, 보령 관내인 성연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애용하지만 취재팀은 자가용 이용자의 차량 회수 용이성 등을 고려해 원점회귀 코스를 잡았다.



■ 정상~오서정 2㎞ 억새능선 걷는 맛 일품

   
산행 기점인 성연리 성동마을의 거대한 은행나무.
주차장에 있는 산행 안내도를 한 차례 훑어 본 후 성동마을 진입로를 따라 오른다. 인근에 칠갑산이 있어서일까. 이 마을에도 콩밭이 많다. 하지만 철이 철인지라 '콩밭 메는 아낙네'는 잘 보이지 않는다. 키 크고 둥치 굵은 은행나무 아래를 지날 때 어엿한 풍채를 자랑하는 육산(肉山)인 오서산 일대가 병풍처럼 둘러 서 있음을 알게된다. 10분 후 마을안 갈림길에서 '등산로(시루봉) peak 3.1㎞' 이정표가 가리키는 우측으로 길을 잡는다. 나중에 하산하게 되면 이 지점에서 다시 합류하게 된다는 점, 미리 알아두자. 간이 매점을 지나고 서서히 마을을 벗어나 오르막이 시작된다. 울창한 밤나무밭을 통과해 오르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시루봉 0.8㎞' 이정표를 보면서 오르는 길은 참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짙은 숲길. '국제신문 근교산 취재팀' 리본을 본 인근 산꾼들이 하산하면서 "아유, 반갑구먼유. 인터넷으로 기사 잘 보고 있는 팬이어유. 부산서 여기까지 참 멀리도 왔네유. 산행도 취재도 즐겁게 하고 가세유"라며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반가움을 표시한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비교적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15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이정표 상 '오서산 정상 2.3㎞' 방향으로 15분만 더 오르면 해발 559m인 시루봉이다. 어느새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다. 시루봉을 지나 정상까지는 이제 완만한 오르막 능선길이어서 크게 힘든 구간이 없다.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키 큰 나무들은 사라지고 주변 풍광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시루봉에서 출발해 30분쯤 가면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된 봉우리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국립 오서산자연휴양림으로 하산 할 수 있지만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와 있는 정상을 향해 능선길로 직진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억새의 향연이 펼쳐진다. 서해를 넘어 온 바람에 몸을 실은채 이리저리 춤 추는 억새가 장관이다.





   
시루봉에서 정상으로 향하다 뒤돌아본 풍경.
3분 후 닿은 오서산 정상에는 높이 2m 안팎의 큰 정상석과 그보다 조금 작은 정상석 2개가 나란히 서서 산 아래 천수만을 바라보고 있다. 서쪽 보령 방향은 천수만과 원산도 등 서해안의 크고 작은 섬들이, 동쪽은 고추로 유명한 청양군의 농촌마을들이 훤하다. 진행 방향 능선을 따라 시선을 좇아가면 멀리 오서정 자리에 설치된 전망데크가 보인다. 능선을 따르는 길은 흔들리는 억새를 친구 삼아 신나게 내달릴 수 있는 구간이다. 5분 후 금북정맥에 합류되는 갈림길을 만난다. 우측으로 가면 공덕고개로 내려서게 되지만 취재팀은 '정암사 2.5㎞' '오서정 1.0㎞' 이정표를 따라 정면 바위 왼편을 비켜 직진한다.






■ 천수만 등 서해 바다 바라보는 조망도 일품

   
오서산 정상에서 주위를 돌아보면 사방 거칠 것 없다.
10분 후 '성동마을 2.4㎞'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 좀 더 가면 쉰질바위 갈림길을 통과한다. 다시 7분 후 '성연 용못' 갈림길에서 잠시 멈춰서 지도를 확인한다. 직진한 후 오서정 전망데크에 들렀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서 왼쪽 성연 용못 방향으로 하산해야 하는 주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부터 3분 후 닿는 오서정 전망데크에 이르는 구간의 억새밭이 정상 부근에 비해 훨씬 더 풍성한 느낌을 주고 주변 풍치도 빼어난 느낌이다. 전망데크에서 직진해 왼쪽으로 휘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내려 서면 정암사까지 가거나 던목고개를 거쳐 아차산까지 갈 수 있다.

전망데크에서 다시 갈림길로 돌아오면 본격적인 하산이다. 잠시 후 돌탑을 지나 10분쯤 가면 갈림길을 만나는데 무조건 직진해야 한다. 유순한 산길은 마치 산책로를 걷고 있는 느낌이다. 30분 후 화장실과 산행안내도가 서 있는 문수골 임도에 닿으면 직진하지 말고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꺾는다. 신암터마을의 '오서산 시남산장' 표지석 앞을 통과하면 임도 갈림길을 만나는데 우측 주차장 방향 임도를 따른다. 10분쯤 가면 출발할 때 거쳤던 성동(성골)마을 은행나무 인근 갈림길에 닿는다. 천수만 너머 서해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의 불그스럼한 빛그림자가 사위를 감싼다.



◆ 떠나기 전에

- 1박2일로 '신비의 바닷길' 무창포 가 볼만

   
오서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1.5㎞가량 떨어진 오서정 주변의 억새밭이 가장 풍성한 느낌을 준다.
충남 보령은 사실 부산 시민들로서는 당일에 다녀오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오서산 산행을 계획할 때 아예 1박2일 정도로 계획을 짜서 하루는 산행을 하고 하루는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다. 보령은 여름철 머드축제로 유명하지만 '서해안의 해운대'라고 불리는 대천해수욕장도 유명하다. 또한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신비의 바닷길 현상이 일어나는 곳 가운데 서해안에서 최고로 꼽히는 무창포해수욕장도 좋다. 바닷길 갈라지는 현상은 여름철이 아닌 계절에도 지속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볼거리가 될 듯하다. 매월 음력 보름날과 그믐날을 전후 해 하루 2~3회씩 해변에서부터 석대도까지 1.5㎞의 바닷길이 열린다. 바닷길을 따라가며 게 조개 등을 잡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바닷길을 볼 수 있는 날짜와 시간은 보령시 문화관광홈페이지(http://ubtour.go.kr/index.jsp)를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





◆ 교통편

- 대중교통 이용 불편, 편도 4시간 잡아야



산행 기점인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 산행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고속도로를 5차례나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다. 우선 대구부산고속도로를 이용, 동대구에서 경부고속도로로 옮겨 탄 후 대전의 회덕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탄다. 6분 후 유성JC에서 당진대전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31㎞쯤 가서 서공주JC에서 다시 서천공주고속도로를 타고 청양 서천 방면으로 간다. 20㎞쯤 가서 만나는 청양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간 후 학암삼거리에서 정산 공주 방면으로 우회전, 4㎞쯤 가다가 서정리사거리에서 칠갑산로를 보면서 청양 보령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3㎞쯤 가서 천장삼거리에서 청양 보령 방면(칠갑산로)으로 우측 도로를 타고 12㎞쯤 간 후 탄정삼거리에서 보령 대천해수욕장 방면으로 청양우회로를 타고 좌회전한다. 36번 국도다. 이후 11㎞쯤 가다가 화성면쪽 우측(강고지1길)으로 빠져나가 610번 지방도로를 타고 화성면 소재지로 들어선다. 화성우체국 인근 화성삼거리에서 화강-신산로 청소방면으로 우회전(610번 지방도), 6.5㎞쯤 가다가 용두삼거리에서 오서산 청소 방면으로 우회전, 4㎞쯤 가면 주차장에 닿는다. 4시간 소요.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 국제신문
  •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 여기로 들어가시면 본인이 촬영한 오서산 억새산행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200&key=20111014.2202819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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