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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287> 거창 삼봉산

 

비 오는 날의 백두대간. 운무는 연봉을 휘감고 돌고, 인적 없는 황톳빛 산길에는 촉촉한 기운이 스며든다. 봄비는 남도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봄을 머금고, 백두대간 깊은 골짜기에 흩뿌린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들에게 이땅의 산하가 어느때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느냐고 물어보라. 셋 중 하나는 우윳빛 운무가 무채색으로 드리워진 ‘가랑비 오는 날’을 꼽을 터이다.(사진-봄비가 촉촉히 내린 날 봄을 맞으러 삼봉산을 찾았다 . 산행 기점인 상수내마을에서 바라본 덕유연봉들 .)

태백산에서 내륙으로 몸을 비튼 백두대간이 한동안 숨을 죽이다 덕유산에 이르러 갑자기 솟구쳐 오른다. 거창과 무주를 경계짓는 삼봉산은 이같은 덕유연봉(德裕連峰)이 시작되는 첫머리봉. 그래서 인가 마을사람들은 삼봉산을 ‘덕유원봉’이라 부르며 자긍심을 내보이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삼봉산은 3개의 봉우리를 연꽃처럼 얹고 있다. 비오는 날, 그 연꽃이 만개라도 할까 싶어, 거창 삼봉산을 찾아간다.

산행구간은 ‘거창군 고제면 상수내 마을~고랭지채소밭~임도~1032곒봉~주능선 삼거리~금봉암 삼거리~덕유삼봉산(三峰山·1,254곒)~주능선 삼거리~소사마을’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4시간 가량.

거창시장 앞에서 고제행 버스를 타고 가다 상수내 마을 앞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면 37번 국도상이다. 빼재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대진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거창과 무주를 잇는 주요국도였다. 버스에서 내리면 ‘상수내’ 마을 이정석이 서 있다. 이정석을 지나 마을로 간다. 심심산골에 위치한 상수내 마을은 이방인들에게는 고향으로 회귀한 듯한 감흥을 준다. 창고에는 장작이 그득 쌓여있고, 돌담 사이로 감나무가 높은 키를 뽐낸다. 감나무 끄트머리에는 까치집이 얹혀있고, 누렁이는 객을 향해 별 적의없이 한번 짖어본다.

마을은 산비탈에 들어서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끝까지 올라야 산길이 시작된다. 마을내 키 큰 감나무를 지나면 대밭이 보인다. 대밭을 지나면 담배를 말리는 연초장이 있다. 산길은 연초장 뒤로 열려 있다.

논배미와 밭뙈기가 산비탈을 따라 켜켜이 들어서 있다. 산길은 이를 지나 구불구불 올라간다. 작은 개울을 건넌 뒤 개울을 오른쪽에 두고 발걸음을 옮긴다. 호두나무를 지나 비탈을 치고 오르면 너른 고랭지 채소밭이다. 밭 뒤로 임도가 지나간다.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20곒 정도 걸어가자.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실핏줄 같은 오솔길이 보일 것이다.

길은 뚜렷하다. 산중턱에 고로쇠 채취장이 있어 마을사람들이 자주 오르락 거리기 때문이다. 단, 최근 돌풍이 불었는지 고목들이 넘어져 길을 막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살짝 에돈 뒤 원길을 찾으면 된다.

1시간 가량 올라가면 능선에 오른다. 능선 언저리에서 산길이 희미해진다. 고로쇠 채취가 능선 바로 아래까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잡목을 헤집고 10분 정도만 가자.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 이곳이 1032곒봉이다.

길이 다소 좋아진다. 산의 왼쪽 허리를 지난다는 생각으로 15분 가량 가면 백두대간 주능선의 삼거리에 닿는다. 오르막인 오른쪽이 삼봉산 가는 길. 내리막은 빼재로 떨어진다. 백두대간 주능선길에는 대간종주에 나선 산악회 혹은 개인의 리본이 많이 붙어 있다.

백두대간 길은 고산준령에 들어선 ‘고속도로’ 같다. 큰 경사도 없이, 별다른 잡목도 없이 시원스레 능선길이 이어진다. 1시간 가량 백두대간 길을 따라 걷는다. 억새 산죽 고사목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잡목이 사라진 곳에는 시원한 조망이 기다리고 있다.

 
두번에 걸쳐 삼거리를 만난다. 둘 다 금봉암으로 빠지는 길이다. 계속해서 능선을 타면 바위전망대를 지나 삼봉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덕유삼봉산’이라 씌어 있다.

정상은 폭이 좁지만 주변 경관은 확 트여 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서쪽으로 향적봉을 비롯, 덕유산의 주요연봉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을 지나 계속해서 산길을 잇는다. 일부 바윗길이 있지만 가볍게 비켜나간다. 응달에서는 굳어버린 잔설이 희끗희끗하다. 30분이면 하산을 결정하는 삼거리다. 오른쪽 내리막으로 살펴보자. 다소 급한 경사길이 계곡을 헤집으며 아래로 내닫고 있다. 조심조심 내려달아 30분이면 산죽이 많은 완경사 구간에 닿는다. 긴장했던 발을 풀며 푹신한 흙길을 따라 걷는다.

임도에 잠시 닿았다 맞은편 산길로 다시 붙는다. 작은 언덕을 넘어서니 대단위 고랭지 채소밭이다. 밭의 왼쪽을 100여곒가량 따르면 숲 사이로 내려닫는 산길을 발견할 수 있다. 산길 끝은 다시 채소밭. 이를 지나 임도를 만나면 곧 소사고개에 닿을 수 있다.

소사고개로 무주와 거창을 잇는 1089번 국도가 지나고 있다. 왼쪽으로 꺾어 소사마을로 가면 쌍봉초등학교 소사분교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 글·사진=김용호·박병률 기자



-------------------------------------------------교통편


부산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를 탄다. 오전 7시가 첫차로, 40~50분 간격으로 떠난다. 요금 1만1천6백원. 2시간40분 소요.

거창시외버스터미널 입구로 나와 왼쪽으로 튼 뒤 5분 정도 걸어 중앙교 앞까지 간다. 중앙교에서 성은아파트를 보며 거창시장 쪽으로 간다. 10분 정도 걸어 두번째 버스정류장까지 가면 ‘고제선’ 버스를 탈 수 있다. 고제선 버스를 탄 뒤 ‘상수내’마을에서 내려야 한다. 버스는 오전 7시40분, 10시20분 등에 정류장을 지나간다. 버스요금 1천6백50원. 소요시간 1시간 가량.

산에서 내려오면 고제면 소사마을이다. 오후 4시50분, 6시, 7시10분 등. 요금 2천1백50원.

사람이 없는 날은 마지막 버스가 마을까지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늦게 하산했다면 서흥여객(055-944-3720)에 전화를 걸어 버스를 요청해 놓는 것이 좋다.
참고로 교통편은 변동사항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문의 하세요



-----------------------------------------------떠나기전에


삼봉산은 거창의 진산이다. 거창 고읍지 및 조선환여승람 거창군 산천조에도 ‘삼봉산은 거창 북쪽 오십리에 있으며 무주로부터 대덕산 서쪽 가지이다’라고 적혀 있다. 해발 1,254곒의 거봉으로 봉우리가 셋이라서 삼봉(三峰)이란 이름을 얻었다. 정상의 주봉을 중심으로 투구봉 노적봉 칠성봉 신선봉 석불바위 장군바위 칼바위 등으로 이름붙은 자연산경과 금봉암(金鳳庵)이 어우러져, 소금강의 신비경을 연상케 한다.

삼봉산의 봄은 눈을 안고 있다. 양지에는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응지에는 잔설이 짙게 남아 있다. 특히 주능선에서 소사고개로 내려닿는 길은 아직도 돌부리에 잔얼음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 문의=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 051-500-5150, 245-7005

kyh73@kookje.co.kr  입력: 2002.03.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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