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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행/곡성여행)곡성 동악산 형제봉~대장봉 산행. 산에서 음악과 춤추는 소리가 들렸다는 곡성 동악산 형제봉~대장봉



계곡 암릉 유적 갖춘 호남 명산
야생화 만발한 이 봄에 더욱 좋더라
도림사서 형제봉 대장봉 도는 원점회귀
여유 있게 걸어도 5시간내 충분히 완주
반석 즐비한 청류동계곡·공룡능선 절경
동악산 정상과 연결한 당일 산행도 가능



 

정면에 보이는 능선이 공룡능선이고 그 뒤 높은 마루금은 동악산 정상과 신선바위를 연결하는 능선이다.

 

 


"산은 곧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 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

 

 

지난 3월 입적한 법정 스님의 수상집 '물소리 바람소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저 주말에 잠시 짬을 내 산행을 하는 범인의 입장에서야 한평생 산속에서 살다 가신 스님의 말씀이 의미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할지라도 4월에 산행을 하다보면 그 뜻을 어렴풋이나마 실감하게 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봄 산행은 나른한 일상의 강약을 전해주는 '삶의 악센트'. 갖가지 꽃이 피어나 눈이 즐겁고, 온갖 새소리와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면 귀가 즐겁다. 또한 따뜻한 햇살과 바람을 쐬며 겨우내 거칠어졌던 피부가 촉촉하게 깨어나고 솔숲의 맑은 공기를 맡으면 코가 뻥 뚫린다. 오감 만족의 산행이 가능한 시기가 바로 요즘과 같은 봄철이다. 봄 산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아무래도 팍팍한 코스를 피하고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짧고 한적한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이번 주 답사한 전남 곡성의 동악산(動樂山) 형제봉(750m)은 코스도 별로 길지 않으면서 울창한 솔숲, 만발한 야생화, 적당한 암릉, 아름다운 계곡, 빼어난 풍광, 고찰의 향기 등을 두루 만끽할 수 있다. 동악산 정상(736.8m)과 형제봉을 잇는 종주산행도 가능하겠지만 봄철 산행의 여유를 한껏 부려본다는 측면에서 형제봉과 바로 옆 대장봉만 엮은 원점회귀 산행을 택했다. 동악산 정상과 신선바위 코스는 지난 2003 9(355) 한 차례 소개한 바 있기도 하다. 곡성의 진산이기도 한 동악산은 천년고찰 도림사(道林寺)와 청류동계곡, 형제봉 공룡능선, 청계동계곡 등의 명소를 품고 있어 당일 산행지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산이다. 동악산은 신라 무열왕 7(660) 원효대사가 도림사를 창건할 때 아침저녁으로 산에서 음악과 춤추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동악산 정상보다 높은, 사실상의 최고봉인 형제봉은 노고단 반야봉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부능선과 남서쪽의 무등산 조계산 등 큰 산들을 모두 조망할 수 있어 멋진 전망대 역할도 한다.

선승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는 도림사 경내

전체 산행은 도림사 입구 주차장에서 출발, 도림사~2철교 위 동악산 갈림길(왼쪽으로)~길상암~공룡능선 위 갈림길~부채바위~형제봉(동봉)~안부 헬기장~대장봉(서봉)~대장봉 갈림길~배넘어재~5철교~공룡능선 입구 갈림길~동악산 신선바위 갈림길~2철교 갈림길~도림사~주차장 순으로 진행된다. 총거리 10.2㎞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걸린다. 풍경 감상과 휴식, 식사 시간 등을 포함해도 넉넉 잡아 5시간이면 충분하다.

 

 

산행 기점인 곡성군 곡성읍 월봉리의 도림사(道林寺) 입구 주차장에서 청류동계곡 옆 포장도로를 따라 도림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벚꽃이 만발하다. 거기에 청류동 계곡의 반석과 맑은 계류가 조화를 이루며 운치를 더한다. 전남기념물 제101호로 지정돼 있는 청류동계곡은 옛날부터 수많은 시인묵객과 고승들이 다녀간 곳으로 여름철에는 피서객들로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계곡은 배넘어재 아래까지 이어지는데 5개의 철교와 9개의 대형 반석, 셀 수 없이 많은 담소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골짜기다. 5분 후 매표소를 지난다. 성인 기준 입장료는 1500. 누군가에게는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매표소에서 5분만 가면 도림사다. 돌담 위에 선 누각과 왕벚나무에서 핀 화려한 벚꽃이 조화를 이루며 한적하고 멋들어진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림사는 '도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숲을 이루었다'고 해서 그 같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얼레지,개별꽃,현호색


도림사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 시작. 낡은 등산안내판을 일별한 후 오르는데 삼각형 모양의 한 바위에 원효대사 도선국사 서산대사 등의 이름이 음각된 바위를 지난다. 산길 주변에서는 연분홍 진달래가 '수줍은' 미소를 보내고 있다. 곧바로 제1철교를 건너 만나는 널따란 반석에는 한시(漢詩) 구절들이 빼곡하다. 이렇게 풍광 좋은 곳에서라면 그 누구라도 시인이 되고 말겠다.

곧바로 제2철교를 지나면 '동악산 갈림길'이다. 이 지점이 크게 봐서 왼쪽의 형제봉과 오른쪽의 동악산 정상부로 나뉘는 갈림길인 셈이다. 길상암터를 향해 왼쪽 지계곡인 길상골로 들어선다. 어른 2명이 겨우 안을 수 있을 정도로 굵은 둥치의 고목이 즐비하고 아름드리 적송이 빼곡한 이 계곡 길은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좀처럼 걸음걸이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 너덜바위로 이뤄진 길바닥에 수많은 야생화가 피어 있어 행여 밟을세라 조심조심 걷기 때문이다. 청색과 보라색이 섞여 있는 현호색, 6, 7개의 흰색 잎이 앙증맞은 지름 1㎝ 안팎의 개별꽃, 보랏빛 선명한 제비꽃, 햇빛을 받으면 고개를 들었다가 구름이 끼면 고개를 숙이는 얼레지 등. 수많은 야생화를 만나 그 향기를 맡으며 어느새 '춘심'이 깊어진다.



 

 

 

갈림길에서 40분쯤 천천히 오르면 돌탑과 약수터가 있는 길상암터다. 원효대사가 지었다는 길상암은 아쉽게도 지난 1960년대 없어졌다고 한다. 길상암터에서 오르는 길은 두 개다. 왼쪽으로 돌아서 능선을 타는 길과 약수터 앞을 거쳐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 왼쪽 능선길은 부채바위로 곧바로 오를 수 있지만 꽤 험하다. 취재팀은 쉬운 오른쪽 계곡길을 택한다. 50m만 오르면 대나무숲에 감싸인 암자터가 있고 왼쪽에는 움막도 있다. 공룡능선 위 갈림길까지는 7분가량 걸린다. 왼쪽으로 가야 하지만 잠시나마 공룡능선을 타는 맛이라도 느낄 겸 오른쪽으로 200m쯤 진행해본다. 바위 절벽이 아찔한, 고도감 있는 전망대에 올라 주변 경관을 살피니 가슴이 후련해진다. 북쪽에 우뚝 솟은 동악산 정상부와 남서쪽의 형제봉 대장봉까지 이어지는 조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일명 '동악산 공룡능선'이라 불리는 이 능선은 설악산 공룡능선에 빗대어 명명된 곳. 규모와 높이 면에서는 비교가 안될 만큼 작지만 날카로운 암릉이 늘어서 있어 '작은 공룡능선'이라 할만하다. 순간적으로 영남알프스의 '간월공룡' '신불공룡' '천태공룡'이 떠오른다. 악천후 때는 절대로 접근하지 말아야 할 곳이다.

 

 


갈림길로 돌아와 형제봉을 향해 5분만 가면 부채바위 직전 전망대 갈림길에 닿는다. 길상암터에서 왼쪽으로 돌아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부채바위는 멀리서 봤을 때 부채처럼 생겼다고 하는데 실제로 보면 돼지족발을 닮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채바위에서 철계단을 타고 내려서면 석문을 지나고 다시 철계단을 올라야 동악산 산군의 최고봉인 형제봉 정상에 닿는다. 철계단 구간은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인이 배출됐다고 해서 '성출봉', 또는 북봉(동악산 정상) 서봉(대장봉) 등과 구별해 '동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형제봉 정상에서는 부채바위에서 이어지는 공룡능선과 청류동계곡 길상골 동악산 정상과 신선바위 등이 조망된다. 멀리 곡성읍과 섬진강 지리산 능선까지 모두 바라볼 수 있다.

왼쪽(동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형제2봉을 거쳐 하산길이지만 대장봉을 향해 오른쪽 길을 택한다. 철계단과 가파른 내리막 암릉을 거쳐 10분 만에 안부 헬기장에 닿는다. 대장봉으로 오르는 오르막길과 오른쪽 우회로가 있다. 대장봉을 향해 된 비알을 탄다. 10분 후 대장봉(744.5m) 정상. 왼쪽의 최악산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이곳에 서면 남서쪽 멀리 무등산과 순천 조계산 등이 눈에 띈다. 하산은 오른쪽 내리막길로 잡는다. 울창한 적송숲과 포근한 흙길이 어우러진 편안한 길이다. 8분 후 우회로와 다시 만난 뒤 10분쯤 더 내달리면 대장봉 갈림길. 오른쪽 내리막은 청류동계곡의 제5철교 부근으로 떨어지는 코스인데 험로다. 능선을 계속 타고 내려가면 10분만에 배넘어재에 닿는다.

 

 

 

이곳 배넘어재에서 능선을 따라 직진하면 동악산 정상과 신선바위를 거쳐 하산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재팀은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도림사로 하산하는 길이다. 15분 후 제5철교를 지나면서 산죽밭이 나타난다. 10분 후 공룡능선 입구 갈림길(감나무 표시 있는 곳)을 지나면 3분 뒤 4철교 앞에서 계곡을 횡단한다. 이정표를 확인하고 5분쯤 가면 왼쪽 동악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잇따라 나온다. 두 번째 갈림길에는 신선바위와 동악산 방향 주 등산로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진달래 산목련 생강나무꽃이 어우러진 계곡길을 따라 30분가량 걸으니 도림사를 거쳐 주차장에 도착한다.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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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도림사 특이한 나무 2그루 꼭 보길

 

 

동악산 형제봉 산행의 기점 역할을 하는 도림사는 660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후 신라 헌강왕 2(876)에 도선국사가 중건을 한 고찰이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22호로 지정돼 있으며 문화재로는 보물 제1341호인 도림사 괘불이 있으며 최근에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운영 사찰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도림사에서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볼거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2그루의 나무다. 우선 앞쪽의 제법 큰 나무는 보광전 앞 계단을 오르기 직전 왼쪽에 보면 두 뿌리를 가진 나무가 하나로 붙은 '연리지(連理枝)'. 두 몸이 하나가 된다고 해서 '사랑나무'로도 불리는 이 나무는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또 연리지에서 2m 뒤 화단에는 여체의 매끈한 몸매와 흡사한 줄기를 가진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영락없는 양팔을 높이 치켜든 여인의 형상을 하고 있어 이 나무를 살펴본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도림사 보광전 앞, 당간지주 뒤 화단의 인체를 닮은 나무와 연리지

 


교통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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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도로 곡성IC 내려 읍 쪽으로 우회전

부산서부
버스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를 이용한 뒤 구례버스터미널에서 곡성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부산발 구례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13600, 3시간 소요. 구례버스터미널에서 곡성까지는 광주행 또는 전주행 버스를 타고 가다 곡성에서 내리면 되는데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요금은 2700원이다. 곡성읍에서 도림사 입구까지는 군내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20분 간격으로 탈 수 있다. 10분 소요.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호남고속도로 곡성IC에서 내린 후 27번 국도를 타고 곡성 방향으로 우회전한 후 곡성읍 방향으로 가다가 도림사 입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도림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부산에서 2시간30분가량 걸린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http://yahoe.tistory.com)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청류동 계곡의 이름 없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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