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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봉에서 뒤돌아본 금귀봉



  

다시찾는 근교산팀이 송년산행지로 정한 곳은 거창의 금귀산~괭이봉 종주코스다. 황금빛 솔가리가 융단처럼 깔린 산길에다 암릉이 이어지는 「공룡능선」을 함께 달리는 이번 산행은 재미가 남다른 곳이다. 뿐만이 아니다. 능선에 오르면 주위의 명산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 와 시원스런 조망을 안겨준다. 이같은 매력 때문에 근교산 동호인들은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거창의 산군(山群)을 찾아 나선다.

거창 금귀산(金貴山·827m)은 근교산취재팀의 기준으로 볼 때 결코 낮은 산이 아니다. 그러나 1,000m급 산이 20곳이 넘는 거창에서 태어나서 「꼬마산」이 됐다. 키는 작지만 이 산은 거창사람들에게 신령스런 산이다. 마을사람들은 이산을 「금처럼 귀중한 산」으로 여긴다. 옛날 사람들은 이 산이 갓아래 받쳐쓰던 관인 탕건을 닮았다고 생각해 「탕건산」이라 부르기도 했고 거북형상과 같다고 해서 금구산(金龜山), 또는 구잠(龜岑)이라고도 불렀다.

산행코스는 「거창군 주상면 학리 원동마을~농원~610m봉~송이재배지~710m봉~금귀산~봉우재~암릉구간~범어치재~괭이봉~봉우당골~거창읍 양평리 당동마을」로 산행시간은 4시간~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번 산행을 짧게 잡은 것은 근교산동호인들이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산행을 즐기며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라는 의미다.

이번 산행은 크게 두 구간으로 나누어진다. 초입부터 금귀산까지는 황금빛 솔가리가 깔린 융단같은 길이어서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후반부인 금귀산에서 괭이봉까지는 오르내림이 심한 암릉구간이므로 산행시 체력안배를 잘 해야 한다. 바윗길 산행에 자신이 없다면 봉우재에서 땅재로 빠져 봉우당골을 거쳐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이 코스를 따르면 3시간30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서흥여객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한다. 서흥여객버스정류장은 터미널 출입구 왼쪽 네거리 교차로에서 합천방향으로 길을 잡아 15분정도 가야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고제선, 남산선 버스를 탄 뒤 원동학리에서 내린다. 하차하면 SK주유소가 눈에 들어온다. 「학동마을」 표석과 SK주유소 사이로 열리는 샛길로 방향을 잡는다. 50m 정도 들어가면 학리교가 있다. 이 다리를 건너 「외학마을」, 「학림농원」 표석을 잇따라 지난다.

길을 따라가는 사과밭이 산행자의 눈길을 끈다. 이 마을은 거창사과의 주생산지 가운데 한 곳이다. 「효자김공 3형제 효행기실비」(孝子金公3兄弟孝行紀實碑)를 지나 만나는 3거리에서 오른쪽으로 20분 가량 걸으면 콘크리트포장도로 끝의 농원에 닿는다. 농원건물을 통과하면 들머리다. 사과밭을 관통하는 왼쪽과 산사면을 오르는 오른쪽 어느 곳을 선택해도 좋다. 농원주인은 취재팀에 두 길 모두 개방했다. 하지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오른쪽 비탈길을 이용해 주기 바란다. 오른쪽 비탈길은 사람 한명이 지나가면 알맞을 정도다. 10여분 이 길을 오르면 양지바른 봉분 1기를 만난다. 이곳을 통과하면 산길이 넓어진다.

『야, 이것들을 갈퀴로 긁어서 아궁이에 넣으면 안방 한번 따뜻하겠다.』

취재팀 중 누군가가 땅바닥에 깔린 마른 솔가리를 보고서 탐을 낸다. 황금빛으로 물든 솔가리가 칼날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20분 뒤 좁지만 완만하던 능선이 갑자기 꿈틀거린다. 산길이 희미해지면서 경사가 급해지기 때문이다. 300m 정도 거친 숨을 내뱉으며 오르면 610m 봉이다. 3거리인 이곳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주능선으로 이어진다. 마른 잔가지 사이로 우뚝 솟은 봉우리 하나가 눈에 띈다. 금귀산 정상이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오르기는 만만찮을 것 같은 느낌이다.

20여분 힘겹게 올라서면 「송이버섯채취지」라는 팻말과 만나는데 50m 전방에 710m봉이 솟아 있다. 710m봉을 직접 오르지 않고 정상 아래서 왼쪽으로 꺾어 능선길을 이어간다. 앙상한 소나무숲이 우거진 곳으로 접어들면 산은 깊어진다. 소나무군락의 호위를 받으며 오르는 맛이 남다르다. 40여분 따라오던 소나무들이 숨이 찬 듯 주저앉기 시작한다. 조망은 여기서부터 열린다. 왼쪽 계곡너머로 보해산이 머리를 오롯이 드러내는 순간 금귀산 정상에 올라선다.

  

 금귀산 정상의 조망은 거창군민들이 신성스럽게 여길 만큼 눈부시다. 12시 방향으로 흰대미산·보해산이, 2시 가야산, 4시 오도산, 6시 감악산, 9시 기백산, 11시 남덕유산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금귀산 정상부근에는 와편과 사기그릇 파편이 적잖이 모습을 보인다. 가야시대의 산성터로 추정하고 있다는 마을주민들의 언급이 실감난다. 정상의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50여m 곧바로 떨어지면 봉우재다. 「땅재 0.5km, 범어치재 2km」라 적힌 이정표가 있다. 가족들과 함께 한 산행자라면 이곳에서 땅재로 하산해도 좋다. 1시간이면 봉우당골에 닿는다.

취재팀은 그러나 거창의 명물인 바윗산을 포기할 수 없었다. 범어치재를 지나 괭이봉으로 산길을 잡는다. 범어치재로 빠지는 순간부터 드라마틱한 암릉 산행이 시작된다. 기다렸다는 듯 삐죽삐죽 비어져나온 바위가 앞길을 가로막는다. 뒤를 돌아보면 기암괴석으로 갑옷을 두른 금귀산의 또다른 모습에 탄성이 절로 새어나온다. 바위틈새로 조망도 시원스레 열린다. 내리막이어서 힘은 들지 않지만 미끄러질 위험도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산길을 이어가야 한다. 아래로 내려다 보면 천길 낭떠러지가 곳곳에 터잡고 있다.

암릉 산행을 시작한지 40분만에 안부로 내려선다. 이곳에서 잠시 다리근육을 풀어주고 차림새를 여미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다. 뒤이어 마지막 암릉이 동호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분 오르막길을 이으면 오롯이 솟은 두개의 바위 봉우리와 마주친다. 이번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괭이봉이다.

첫번째 봉우리는 1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해 주위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을 만큼 크고 넉넉하다. 암반에 올라서면 멀리는 거창의 명산들이, 가깝게는 금귀산의 전경이 시야를 떠나지 않는다. 10m 거리를 두고 두번째 바위봉우리가 나란히 솟아있다. 괭이봉이란 이름은 두 봉우리가 나란히 한 모습이 흡사 고양이 눈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봉을 내려서면 두 갈래길이다. 왼쪽 급경사 구간으로 떨어지는 산길이 하산로다. 10여분 정신없이 아래로 내려오면 무덤군을 만난다. 인도가 있는 봉우당골까지는 무덤과 계단식 논을 지나 30분 정도 걸린다.

▲산행정보 문의=다시찾는 근교산팀(051-500-5150~1) 이창우 산행대장(백두산장 대표 051-852-0254·홈페이지 www.yahoe.co.kr)

  



# 교통편

이번 산행은 서두르는 것이 좋다. 목적지까지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거창까지 평일에는 2시간40분 정도 걸리지만, 주말에는 3시간30분이나 걸린다. 첫차는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한다. 이후오전 7시50분, 8시30분, 9시20분 등. 요금은 1만1천6백원.

거창에서 산행기점으로 가는 연계버스를 타기 위해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흥여객버스정류장으로 옮겨간다. 걸어서 15분 정도. 이곳에서 고제선 혹은 남산선을 탄다. 고제선은 오전 9시30분, 10시20분, 11시30분 등에, 남산선은 오전 8시30분, 11시10분에 있다. 요금은 700원. 소요시간 15분.

봉우당골로 하산하면 콘크리트포장도로를 따라 양평리 당동마을, 양평마을을 차례로 지나야 한다. 마을까지 들어오는 버스는 오후 7시에 있다. 따라서 40분 가량 걸어 1084번 지방도까지 내려오는 것이 낫다. 가조에서 거창읍내로 들어오는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요금은 700원. 택시를 이용하면 4천5백원 정도. 거창개인택시 055-944-4414.

거창에서 부산으로 오는 버스는 오후 5시20분, 6시, 6시40분 등에 있다

참고로 교통편은 변동사항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문의 하세요

박병률기자
입력: 2002.01.17 16:36 / 수정: 2006.11.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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