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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행/강진여행)강진 만덕산 산행. 백련사 동백숲과 만덕산 봄 향기에 취하다.


근교산&그너머 <716> 강진 만덕산
남도의 끝자락 다산(茶山)의 자취 좇으며 봄 속으로
해발 400m대…낮지만 속 꽉찬 골산, 암릉 오르내리며 강진만 조망 만끽
다산초당·백련사 동백숲 품은 명산, 4시간내 완주…20일께 동백꽃 만개

'남도 답사 1번지'인 전남 강진과 해남은 산꾼들에게도 인기가 아주 높은 곳이다. 대흥사를 품고 있는 해남 두륜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유명한 산들이 즐비한 까닭이다. 호남의 다른 산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 산들은 날카로운 암봉으로 이어진 칼날 능선과 기암괴석을 끼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산봉 전체의 규모는 크지 않으면서도 빼어난 암릉미를 가진 것이 호남 산들의 대체적인 특징이다. 유순한 능선의 육산(肉山)이 많은 영남 산들의 특징과 대비된다. 강진 해남의 산들은 이 같은 호남 산의 특징에 더해 시원한 바다 조망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산꾼들로부터의 인기도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학문적 성취가 빛을 발한 다산초당과 백련사 동백숲 등을 품은 강진 만덕산은 수많은 암봉으로 이뤄진 조망 좋은 산이다. 통샘거리봉을 지나는 취재팀 왼쪽 멀리 강진만과 장흥 천관산이 보인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번 주 강진의 만덕산(萬德山·408.6m)으로 봄 맞이 산행을 떠났다. 해발 400m대로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만덕산은 크고 작은 암봉 7~8개를 넘나들면서 아기자기한 암릉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고 강진만을 비롯한 주변 풍광을 원없이 바라보며 걷는 맛 또한 일품이다. '작지만 옹골찬 산'인 셈인데, 발길 닿는 곳마다 천혜의 조망처여서 산행지도에 별도로 '전망대' 표시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게 한다.

특히 만덕산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생활을 하며 수많은 저서를 남긴 다산초당(茶山草堂)과 국내 최고의 동백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백련사(白蓮寺) 동백숲(천연기념물 제151호)을 품고 있는 명산이다. 산행 막바지 동백숲 우거진 백련사에서 다산초당까지 이어지는 800m의 숲길을 걸으면 싱그러운 남도의 봄기운을 흠뻑 들이킬 수도 있다. 호젓함으로만 따지면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이 길을 다산의 시대와 정확히 200년의 시차를 두고 걸어 본다는 것은 이 시대 산꾼에게는 분명히 호사스런 일이기도 하다. 이른 봄, 다산의 향취를 찾아 가보자. 3월20일 이후 만개할 백련사 동백꽃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듯하다.

 
 
만덕산 북쪽의 산행 출발점인 강진군 강진읍 덕남리 기룡마을의 옥련사에서 출발한다. 남쪽 용문사 출발 코스에 비해 강진만 방향의 바다 조망을 좀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옥련사 주차장~옥련사~이조참판 창원 황씨묘~옹달샘~필봉~구시골 창봉~듬북쟁이봉~통샘거리봉~만덕산 정상(깃대봉)~백련사 갈림길~백련사(동백숲)~천일각~다산초당~다산명가(음식점) 앞 순이다. 총 길이 7㎞의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주능선의 오르내림이 많고 풍경 감상할 전망대도 부지기수여서 4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옥빛 물살 일렁이는 임천저수지를 내려다보면서 옥련사 주차장에서 옥련사로 올라선다. 백련사의 말사인 이 아담한 절의 법당에서 스님의 염불 소리가 낭랑하게 퍼진다. 절 입구에서 왼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작은 무덤을 지날 때 편백나무 군락이 울창하다. 높낮이가 거의 없는 숲길을 따라 5분 후 이조참판 창원 황씨묘. 이정표 상 옹달샘 방향인 우측으로 튼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만덕산의 고도는 낮지만 해안가 산답게 초반 경사는 가파른 편이다. 5분 후 작은 옹달샘. 갈수기인 탓에 물은 별로 없다. 다시 된비알을 치고 오르다 이마의 땀도 닦을 겸 주변을 돌아본다. 강진만과 강진읍, 임천저수지 등의 풍경이 시원하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길에 백련사 동백숲이 보인다.
10분 후 해발 205m인 필봉 정상(이정표에는 해발 190m). 먹물을 한껏 머금은 붓끝처럼 생겼다고 필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후 주능선 산행이 시작된다. 사실 만덕산 산행로는 단순하다. 필봉에서부터 정상인 깃대봉까지 크고 작은 암봉 7개를 오르내리며 능선만 타면 된다.

살짝 내려선 후 안부의 강진광업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5분 후 산행로 오른쪽에 마치 지리산 칼바위 축소형 같은 날카로운 삼각 암봉이 보인다. 일명 '구시골 창봉(GPS 기준 해발 250m)'이라고 불리는 이 암봉 너머에는 채석장 흔적인 듯한 깎아지른 절벽이 도사리고 있다. 얼마나 날카로우면 '창봉'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북서쪽 멀리 영암 월출산의 근육질이 우뚝하고 동쪽으로는 탐진강 하구 갈대숲과 강진만, 강진만 간척지가 보인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초당.
좀 더 능선을 따라가면 10분 후 작은 암봉을 다시 넘고 해발 301m인 듬북쟁이봉. 이 봉우리 역시 더할 나위 없는 전망대다. 가야 할 방향을 보면 또 하나의 커다란 암봉이 보인다. 정상인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일단 한바탕 내려섰다가 다시 바위길을 오르면 30분 만에 조금 전 보았던 암봉에 닿는다. 통샘거리봉이다. 우측 20m 지점에 전망 좋은 바위가 있어 잠시 들렀다가 다시 길을 재촉한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길. 로프구간, 거대한 수직 바위 우측 길을 따르는 급경사 등이 이어지며 산꾼을 흥분시킨다. 의자처럼 생긴 바위에 올라 강진만을 바라보며 마치 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 흉내도 내 본다.

 
  천연기념물 제151호인 백련사 동백숲의 동백나무들.
통샘거리봉에서 두 번째 만나는 봉이 정상석이 놓인 만덕산 깃대봉이다. 깃대봉에서 남동쪽 아래 동백숲에 둘러싸인 백련사가 보이고 눈을 조금 들어 한 바퀴 돌면 남도의 명산들이 병풍을 이룬다. 남서쪽 멀리 해남 두륜산과 '호남의 공룡능선 용아장성'으로 불리는 강진 주작산 덕룡산이, 정 남쪽에는 완도 상황봉, 남동쪽 강진만 건너 장흥 천관산과 천태산, 북동쪽에는 장흥의 재암산 일림산이 도열하고 북서쪽에는 영암 월출산이 마치 호위대장군 처럼 우뚝 솟아있다. 또 서쪽으로는 가학산 흑석산 두억봉 등 아기자기한 골산(骨山)들이 앞다퉈 인사를 한다. 마치 남도 명산들의 중심에 선 듯한 기분이다.

 
  만덕산은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무수히 많은 산이다. 취재팀이 일명 '명상바위'에 걸터앉아 풍경감상을 하고 있다.
하산로는 두 갈래다. 남서쪽 암봉 방향으로 가면 다산초당까지 직접 갈 수도 있고, 바람재를 지나 용문사까지도 갈 수 있다. 취재팀은 남동쪽의 순탄한 능선 내리막을 따라 백련사로 향한다. 정면에 만덕호와 강진만의 물결이 봄바람과 어우러져 은빛 물비늘을 쏟아낸다. 10분쯤 내려서면 갈림길. 우측으로 꺾어 좀 더 내려서면 또 한 번의 갈림길을 만나는데 계속 직진하면 백련사로 내려서게 되고 우측 길로 5분쯤 가면 토굴암자가 있다. 잠시 다녀오는 것도 좋다.


 
  다산초당 진입로. 수백년 된 소나무 뿌리가 특이하다.
갈림길에서 직진, 5분만 더 내려서면 수백 년 묵은 동백나무 7000여 그루 숲이 울창한 천년고찰 백련사다. 백련사 동백나무는 굵고 키도 크다. 큰 것은 어른 몸통 3배에 달하는 둥치와 10m가 넘는 키를 자랑하기도 한다. 동백나무 숲은 화창한 대낮에도 컴컴할 정도다. 오는 20일을 전후해 만개할 붉은 동백꽃도 더없이 아름다울 테지만, 4월 초에 꽃송이가 '눈물처럼 후두두' 떨어져 붉은 융단을 이루는 동백숲길은 더욱 짙은 여운을 남겨주리라. 백련사 대웅전은 개보수 공사가 한창인데 절집 마당 곳곳에 수백 년 된 배롱나무와 동백나무가 의연하게 버티고 서 있다. 동백숲을 지나 다산초당 가는 길로 접어든다. 18년간의 유배 생활 중 1808년부터 1818년까지 11년간 다산초당에 머문 다산 선생이 벗이자 스승이며 제자이기도 했던 백련사 혜정선사와 교유하며 산책했던 바로 그 길이다. 고승들의 무덤이나 마찬가지인 부도밭이 동백숲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곧이어 차밭과 해월정, 등산로 갈림길을 거쳐 잘 정비된 숲길을 20분쯤 가면 갈림길을 만나는데 왼쪽에 천일각(天一閣)이 있다. '하늘 모퉁이 한 조각'이라는 의미를 가진 정자다. 다산이 이곳에 서서 이미 승하한 정조대왕과 거문도에 유배중이던 형 정약전을 그리워했을 것으로 보고 지난 1970년대 강진군 측이 건립했다고 한다.

갈림길로 돌아와 곧바로 동암(東庵)에 닿는다. 다산이 '목민심서'를 비롯한 600여 권 저서 대부분을 이곳에서 썼다고 전해지는 공간이다. 다산초당과 초당 앞 다조(다산이 차를 끓였던 바위), 약천(차 끓일 물을 떴던 샘물), 정석(丁石·유배 해제 때 다산이 글을 써서 새긴 바위), 서암(西庵) 등을 둘러보고 내려선다. 수백 년 된 소나무 뿌리가 길바닥에 얼키설키 드러나 있는, 이른바 '뿌리의 길'이 운치를 더한다. 날머리인 귤동마을 다산명가 앞까지는 금방이다.


# 떠나기 전에

- 백련사, 고려 후기 백련결사의 공간적 무대

강진 만덕산 산행은 다산의 향취를 찾아가는 길이다. 하지만 동백숲으로 유명한 백련사가 가진 한국 불교사적 의미 또한 과소평가해서는 안되겠다. 조선 후기까지 만덕사로도 불렸던 백련사는 고려 후기 불교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백련결사(白蓮結社)가 벌어진 공간적 무대다. 백련결사란 고려 고종 23년(1236년) 천태종의 요세(후일 효민국사로 추서됨) 스님이 당시 불교계의 타락을 염려하며 쇄신을 부르짖은 일종의 신앙 정화운동이다. 동시대 인물인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수선사(지금의 송광사)에서 일으킨 정혜결사(또는 수선결사)와 함께 고려 후기 양대 신앙 결사운동이다. 지눌의 정혜결사가 지해력(知解力)을 갖춘 자만을 수행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지식인 귀족 계층에 다가섰던 것과는 달리 요세의 백련결사는 염불을 통한 참회와 해탈, 구생정토(求生淨土)를 표방하며 비록 많은 죄를 지은 한낱 범부일지라도 수행하여 해탈할 수 있다고 강조, 서민과 귀족 모두에게 호응을 얻었다. 요세 스님 이후 백련사에서는 8명의 국사가 배출됐을 정도로 백련결사의 힘은 컸고, 천태종이 고려 후기 불교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산행 후 출출함을 달랠 맛집도 한 곳 소개한다. 강진읍 영파리 소재 청자골식당(061-433-7404)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감칠맛 나는 숯불 돼지고기 정식을 먹을 수 있다. 남도 특산 홍어와 싱싱한 상추가 곁들여져 봄철 입맛을 북돋운다.

숯불 돼지고기 정식으로 2인은 20,000원. 3인은 21,000원. 4인은28,000원

# 교통편

- 자가용 이용 권장… 순천IC거쳐 2번 국도로

남해고속도로를 이용, 순천IC에서 내린 후 시내를 통과해 순천만 방향으로 가다가 2번 국도를 만나면 보성 벌교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10분 후 삼거리에서 다시 보성 벌교 방향으로 좌회전, 계속 2번 국도를 타고 강진읍까지 간다. 강진읍 평동교차로 램프에서 다산초당 안내판을 보면서 우측으로 내려선 후 해남 진도 방향으로 좌회전, 18번 국도를 탄다. 1.6㎞쯤 가서 만나는 호산교차로에서 다산초당 백련사 방향으로 좌회전, 1㎞가량 가다가 기룡교를 지나면 삼거리 우측에 남녘교회가 보인다. 교회 쪽으로 우회전, 포장된 임도를 따라 300m쯤 올라가면 옥련사 주차장에 닿는다. 산행 후 다산초당 앞 덕남면 만덕리 귤동마을에서 차량 회수를 위해 옥련사 주차장까지 가려면 하루 8회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오후 4시30분, 5시50분, 7시20분(막차) 등에 있다. 덕남리 기룡마을 버스정류소에서 10분쯤 걸으면 주차장에 닿는다. 강진콜택시(061-434-6161)를 이용해도 되는데, 요금은 1만 원 안팎이다.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출발지 옥련사의 모습




월출산의 모습


천관산의 모습







만덕산 정성 깃대봉의 모습으로 사방 조망이 거칠것이 없다.

동백꽃으로 유명한 백련사의 모습


동백숲을 지나 다산초당 가는 길로 접어든다. 18년간의 유배 생활 중 1808년부터 1818년까지 11년간 다산초당에 머문 다산 선생이 벗이자 스승이며 제자이기도 했던 백련사 혜정선사와 교유하며 산책했던 길을 걸어보자.

'하늘 모퉁이 한 조각'이라는 의미를 가진 천일각이다. 다산이 이곳에 서서 이미 승하한 정조대왕과 거문도에 유배중이던 형 정약전을 그리워했을 것으로 보고 지난 1970년대 강진군 측이 건립했다고 한다.

다산초당과 초당 앞 다조(다산이 차를 끓였던 바위), 약천(차 끓일 물을 떴던 샘물), 정석(丁石·유배 해제 때 다산이 글을 써서 새긴 바위), 서암(西庵) 등을 둘러보고 내려선다


정약용이 유배에서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 갈때 직접 새겼다는 정석 글씨

다산 초당을 내려서면 해남윤씨 무덤 앞에 수백 년 된 소나무 뿌리가 길바닥에 얼키설키 드러나 있는, 이른바 '뿌리의 길'이 운치를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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