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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여행/하동여행)하동 수박산~형제봉 산행. 지리산 남부능선의 최남단 하동 형제봉을 부춘골에서 오르는 새코스

근교산&그너머 <677> 하동 수박산~형제봉

산죽·암릉 뚫고 비로소 남부능선 끝에 안기다

화개면 부춘리 출발… 16㎞ 넘는 장거리 코스 개척

수박산 능선 철쭉군락 암릉도 산행 재미 드높여

16일 형제봉철쭉제… 코스 긴 만큼 장시간 소요 주의

산과 들이 초록으로 변해가는 5월. 산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철쭉이다. 그러나 드넓은 능선에 군락을 이루며 '붉은 파도'의 장관을 펼치는 산은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인 남도의 철쭉 산들이 지리산의 바래봉과 세석평전, 합천 황매산, 장흥 천관산, 영남알프스 주봉인 가지산 등이다. 또 하나 하동의 형제봉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철쭉의 계절을 맞아 섬진강변의 하동 악양면과 화개면 사이에 있는 형제봉(兄弟峰·1115m)을 찾았다. 지리산 주능선의 '철쭉 고원'인 세석평전 옆 영신봉에서 시작되는 남부능선이 섬진강으로 스며들기 직전 마지막으로 솟구쳐 오른 봉우리이기도 한 형제봉은 일명 '성제봉'으로도 불리고, 정상부에 솟은 2개의 암봉이 마치 사이 좋은 형제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산이다. 특히 지리산 백운산 능선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풍광을 바라보는 정상에서의 조망미 또한 빼어나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리고 5월에는 8부 능선 1만5000여 평의 철쭉 군락지가 붉게 물들며 매년 철쭉제를 지내는 곳이다. 올해 형제봉철쭉제는 오는 16일 열린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 이창우 산행대장이 수박산을 거쳐 형제봉활공장으로 향하던 중 만난 임도에서 지리산 주능선의 산세를 살피고 있다. 묵은 능선길에 늘어선 산죽지대를 힘겹게 뚫고 가야 이와 같은 멋진 풍광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하동 형제봉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주 산행코스도 잘 알려져 있다. 본 시리즈에서도 이미 10여 년 전 신선봉과 통천문 신선대를 거쳐 형제봉 정상까지 올랐다가 청학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소개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답사에서는 '형제봉으로 오르는 또 다른 길'을 개척, 소개하기로 했다. 평사리와 최참판댁이 있는 악양면 쪽에서 시작과 끝을 맺는 코스가 아니라 화개면 부춘리에서 서쪽 능선으로 올라 수박산을 거친 후 임도와 활공장을 지나 형제봉에 오르는 코스다. 일반적으로는 산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새로운 코스이다 보니 전진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꽤 긴 코스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체 산행을 요약하자면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 원부춘마을 아래 '사랑의 집(폐가)'에서 출발, 악양면사무소에서 끝내는 코스다. 사랑의 집~수도처~수박산 능선~수박산 정상~수박재~배압재~806봉(산죽군락)~임도~능선~임도~능선~임도~활공장~삼거리봉(지형도상 형제봉)~형제2봉~형제봉(성제봉 정상석)~헬기장~철쭉제단~강선암~악양면사무소로 연결되며 총거리만 16.5㎞에 달한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7시간30분, 휴식과 식사 시간을 포함하면 9시간은 잡아야 하는 대장정이다. 오뉴월 낮이 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늦어도 오전 9~10시부터는 산행을 시작해 부지런히 걸어야 밝을 때 철쭉군락지를 거쳐 날머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산행중 뒤돌아 보면 섬진강이 유유이 흘러가고 그 좌측으로 구재봉과 분기봉도 확인할 수 있다.

화개면 부춘리 원부춘(元富春)마을로 들어가는 부춘교에서 200m쯤 아래에 있는 폐가(사랑의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폐가를 왼쪽에 끼고 산길로 들어서면 밤나무밭이 이어진다. 곳곳에 진한 분홍색 금낭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금낭화 무리 사이에 보라색 금창초도 슬쩍 고개를 내민다. 길은 뚜렷하다. 골짜기 건너로 형제봉 능선과 신선대 암릉이 보인다. 20분 후 아담한 집 한 채가 있다. 민가처럼 보이지만 스님들의 기도처라고 한다. 마당을 지나 왼쪽으로 간다. 화장실 뒤쪽으로 이어지던 길은 편평한 습지를 통과한 후 100m쯤 가면 희미해진다. 곧바로 오른쪽으로 꺾어 능선을 향해 치고 오른다. 길 찾기에 주의하고 근교산 리본을 참고하자. 길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창우 산행대장이 오랜만에 주특기인 '개척산행' 실력을 펼쳐보인다.

 

가파른 잡목지대를 뚫고 능선까지 오르는 데는 15분 걸린다. 150m 남짓한 짧은 거리지만 시간은 꽤 많이 걸린 셈이다. 능선에서 뚜렷한 산길과 만난다. 왼쪽 아래 신기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인 듯한데 근래 사람이 다닌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수박산을 향해 오른쪽으로 꺾어 능선길을 따른다. 그 흔한 안내리본 하나 보이지 않는 '묵은' 길이다. 10여 분 오르면 풀 없는 무덤. 부춘골 건너편 형제봉 능선이 확연히 드러난다. 정상 위 허공에서 새처럼 날고 있는 페러글라이더들이 보인다.

무덤을 지나면 곧바로 암릉지대다. 길도 희미해진다. 일단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다시 능선에 붙는다. 조금만 더 가면 오른쪽에 전망대가 있다. 산행 기점인 부춘리와 형제봉 능선, 신선대 구름다리가 보이고 S자 곡선을 그리며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도 손에 잡힐 듯하다. 능선을 따라 20여 분 가다 보면 또다시 암릉. 이번에는 곧장 바위를 탄다.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바위 타는 재미를 적당히 느끼며 통과할 수 있다. 로프 등 안전장비는 없으니 주의하자. 5분가량 암릉을 오르면 왼쪽 화개면 방향이 탁 트이는 전망대다. 섬진강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왕시루봉과 종석대 노고단 등 지리산 주요 봉우리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왼쪽으로는 광양 백운산의 써래봉 신선바위 등 근육질 암봉이 버티고 서 있다.


형제봉으로 가기 전 통과하는 수박산 능선의 철쭉들.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을 20분쯤 걷는데 그동안 철쭉이 무리를 이룬 채 만개해 있다. 결코 녹록지 않은 개척산행 중에 만난 철쭉 군락은 한순간이나마 고단함을 잊게 한다. 해발 700m 지점이다. 철쭉밭을 지나 다시 완만한 오르막을 30분 오르면 어느새 수박산 정상. 공식 지형도에는 단순히 '812'로 표기돼 있지만 부춘리 주민들은 수백 년 전부터 수박산으로 불렀다. 잊혀졌던 산 이름을 되살려내는 일은 '근교산 취재팀'의 적지 않은 보람이다.

부춘리 이장 이강주 씨는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나 물바다가 됐는데 산 정상만 잠기지 않았고 그 모양이 마치 수박처럼 보였다고 수박산이라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한국전쟁 전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산행 시작 전 마을 차밭에서 잎을 따고 있던 이정임(61) 씨도 "어린 시절 수박산 너머의 수박재와 배압재를 통해 화개장터로 가곤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근교산 리본' 뒷면에 '수박산 812m'라고 표기한 후 오른쪽 능선을 따라 내려섰다. 수박산 정상은 갈림길인데 왼쪽 능선을 타면 화개장터 방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곧바로 안부인 '수박재'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면 갑자기 어른 키보다 더 자란 산죽(조릿대)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사실 이 지점부터 1.5㎞가량은 길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무성한 산죽 숲을 헤치고 나가야 하는 고행의 연속이다. 통과 시간도 1시간20분이나 걸린다. '배압재'를 통과한다. 천지개벽 때 물난리가 나서 수박산 꼭대기만 보일 때 이 고개로 배가 지나다녔다고 '배압재'로 부르게 됐다고 전해오고 있다.

산행 초반 수박산 능선에서 바라본 골짜기 건너편 형제봉 신선대 능선.

 

산죽숲을 헤쳐 나가던 중 806봉 부근에서 '山'이라는 한자가 표기된 콘크리트 표지석을 만나는데 정면에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짙은 산죽밭이 나타난다. 일단 산죽밭을 뚫고 길을 연다. 촘촘하게 리본을 설치하며 진행하기를 20여 분 드디어 임도다. 부춘리에서부터 올라온 이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넘어가면 쌍계사 인근인 화개면 정금리로 이어진다. 임도를 건너 맞은편 능선길로 오른다. 절개지 공사를 하고 있는 쪽이다. 능선길을 10분가량 이어가면 다시 임도를 만나는데 20m쯤 가다가 재차 왼쪽 능선길로 붙는다. 20분 후 숯가마터를 지나 15분 후 세 번째 임도와 만난다. 왼쪽 멀리 하동 독바위가 보이고 그 뒤로 오른쪽 천왕봉에서 영신봉 토끼봉 반야봉 노고단에 이르기까지 장엄한 지리산 주능선이 보인다.

이곳부터 활공장까지는 임도를 따른다. 오른쪽으로 200m쯤 가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이다. 10분 후 주변이 탁 트인 '활공장'에 닿는다. 드디어 지리산 남부능선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정표 뒤편 청학이골 너머로 악양면을 둘러싸고 있는 깃대봉과 칠성봉 구재봉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오른쪽 형제봉까지는 1.5㎞. 흔히 산꾼들이 '고속도로'라고 부르는 편안하고 넓은 길이다. 15분 후 둥그스름한 삼거리봉. 수리봉을 거쳐 청학사로 하산하는 왼쪽 내리막과 정상으로 가는 1시 방향 능선길이 갈라진다. 100m쯤 가면 우뚝 솟은 형제2봉. 국기게양대와 조망안내판이 있다. 로프를 잡고 살짝 내려서 안부를 통과하면 10분 후 '성제봉(聖帝峰)'이라고 표기된 정상석이 있는 형제봉 정상이다. 조망이야 형제2봉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수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이창우 산행대장이 산죽지대를 통과하던 중 지형도를 살펴보고 있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1054봉 왼쪽 9부 능선을 살짝 감아도는 곳에 헬기장 겸 전망대가 나온다. 섬진강과 평사리 들판을 비롯한 악양면 일대가 한눈에 펼쳐지는 그림 같은 전경이다. 헬기장에서 200m만 가면 큰 바위가 있고 전방 아래쪽에 널따란 철쭉군락지가 드러난다. 예년과 다른 봄철 이상 저온 현상 탓인지 아직까지 만개하지는 않았다. 철쭉제 당일인 16일쯤이면 적어도 50% 이상은 꽃망울을 터트릴 듯하다. 철쭉제 제단까지는 내리막을 타고 13분쯤 걸린다. 제단을 지나 '샘터 이정표' 인근에 '경남소방 119 위치번호 형제봉 7번' 표식이 있다. 이곳에서 왼쪽 11시 방향으로 비스듬한 길을 따라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11시 방향 하산길을 100m쯤 가면 작은 지능선 사거리. 오른쪽 위에 신선대 구름다리가 있는데 잠시 본 후 다시 돌아와 진행방향으로 직진해 능선을 트레버스하면 강선암까지는 정비가 잘된 내리막이다. 샘터와 로프지대를 지나 갈림길에서 입석 방향으로 가면 강선암에 닿는다. 1시간 걸린다. 강선암 주차장을 통과하면 곧바로 포장 임도다. 날머리인 악양면사무소까지 30분은 걸어야 한다.

◆ 떠나기 전에

부춘골의 시원한 계곡과 암반

- 헷갈리는 형제봉 정상… 개념 정립 조속히 이뤄지길

 

전국의 수많은 형제봉들이 대개 그렇듯 경남 하동 형제봉 역시 정상부에 2개의 암봉이 솟아 있다. 그런데 과연 형제봉 정상이 어느 곳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선 현재 산꾼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정상은 2개 암봉 중 남쪽에 있는 봉우리다. 정상에 '성제봉 1115m'라는 정상석이 설치된 곳. 하지만 정작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최신판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이 봉우리를 1108m봉으로만 표기하고 있다. 지형도 상에 나타난 형제봉 정상 표기는 남북으로 서 있는 2개 암봉보다 더 북쪽에 있는 삼거리봉에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산행을 하다 보면 지형도 상의 정상은 암봉 2개보다 낮은 느낌이 든다. 하동군 악양면 측도 정상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면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형제2봉 1117m' 표지석이 있는 북쪽 암봉"이라고 말했다. 형제봉 정상 위치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한 것 같다.



산행중 뒤돌아본
원부춘 마을
◆ 교통편

 

- 하동IC서 내려 구례 방면 지방도 19호선 타야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엄사행 버스를 이용, 화개에서 하차한다. 오전 7시부터 1시간 간격 출발하고 2시간40분 걸린다. 1만2000원. 화개에서 원부춘마을까지는 운행되는 버스가 없어 부득이하게 택시(요금 1만 원)를 이용해야 한다. 하동읍 버스터미널에서 부춘리까지 가는 버스는 오전 6시40분 한 차례밖에 운행하지 않는다. 산행 후에는 악양 버스정류소에서 하동읍까지 오후 3시25분, 5시40분과 50분, 7시10분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동발 부산행 버스는 오후 4시30분, 5시30분, 6시30분, 7시30분(막차)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남해고속도로 하동IC에서 내린 후 하동 구례 방향 국도 19호선을 타고 우회전한다. 하동읍과 평사리공원을 지나 부춘리 입구에서 국도를 버리고 형제봉활공장 방향으로 우회전, 골짜기로 들어가면 원부춘마을 들머리인 부춘교 앞에 닿는다. 주차공간은 다소 협소한 편이다. 산행 후 차량 회수를 하려면 악양택시(055-883-3009)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1만 원 안팎.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http://yahoe.tistory.com)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산행중 만나는 독립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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