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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여행/경주여행)경주 안강 어래산 산행. 경주 안강 어래산의 심산유곡 산행기

근교산&그너머 <676> 경주 안강 어래산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전망대 모두 다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경주 안강·포항 기계 가르는 산줄기 따라 5시간

전망대 10여 곳 설 때마다 가슴 벅찬 조망 만끽

산행로 주변 연분홍 참철쭉 활짝… 5월 중순 절정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는 부산 울산 경남 산꾼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을이다. 근교산을 즐겨 찾는 이들에게는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회재 이언적 선생을 모신 옥산서원이 마을의 중심에 있고 자옥산 도덕산 봉좌산 어래산 등 4개의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10여 년 전 근교산 시리즈를 통해 자옥산~도덕산 연계 코스가 소개된 이후부터 많은 산꾼들이 이곳을 방문했고, 일부 건각들은 하루에 4개의 산을 모두 종주하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옥산 환종주'에 도전하기도 한다.

 


 

어래산 산행 중 만난 전망대에서 주위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아래에 보이는 계곡은 포항 기계면의 학곡이다. 멀리 봉좌산과 운주산이 뚜렷하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옥산서원 뒷산인 어래산(魚來山·572m)을 찾았다. 주변 코스를 대부분 소개한 바 있지만 그동안 아껴 두었던 어래산 북동 주능선 코스를 마저 소개하기 위해서다. 경주와 포항의 경계이기도 한 이 능선길에는 10여 개의 전망대가 있어 조망미가 탁월하다. 또한 완만하게 오르막을 타면서 여유있는 산행을 할 수 있는 코스인 데다 능선 주변에 연분홍 참철쭉이 만발해 5월에 찾아가 볼만한 산행지로도 적당하다.

전체 산행은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윗노댕이마을 화룡사 입구 버스정류소에서 출발해 점골~노당재~철탑 3개~갈림길~4철탑~409봉(5철탑)~444봉(삼각점)~잇딴 전망대~508봉(틀린 정상석)~서두방재~봉좌산갈림길~헬기장~어래산 정상~갈림길~옥산서원~독락당으로 이어지는 총 10.5㎞ 구간에서 이뤄진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50분 걸리며 휴식과 조망, 식사시간 등을 더하면 5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원점회귀 산행이 아니라 크게 봐서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가는 능선산행에 해당한다.


노당리 윗노댕이마을 화룡사입구 버스정류소는 여느 시골마을처럼 한적하기만 하다. 화룡사 쪽으로 20m쯤 가다 왼쪽 길로 꺾어 오른다. 50m 위 민가를 통과하면 만나는 여주 이씨 묘 가장자리를 타고 길이 이어진다. 길가에 연보랏빛 조개나물이 꽃을 피웠다. 서서히 마을을 벗어나고 있다. 2분 뒤 널따란 골짜기로 들어선다. 주변에 일부러 심은 듯한 두릅나무 수백 그루에서 새순이 돋고 있다. 다른 과일이나 채소도 마찬가지지만 농민들이 재배용으로 심어 놓은 두룹나무만은 건드리지 말자. 일부 산꾼들의 잘못된 행동이 전체 산꾼들을 욕되게 할 수도 있다.

 

정겨운 이 땅의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널따란 골짜기를 가로지른다. 감나무밭 앞을 지나며 붉은색 광대나물, 꽃잎이 5개인 순백색 봄맞이, 안개꽃으로 착각하기 쉬운 냉이꽃, 노란색 보자기나물, 연분홍빛을 띤 주름에 이르기까지 참 종류도 많다.

길은 계속 뚜렷하다. 연분홍 참철쭉이 어느새 꽃잎을 활짝 벌린 채 5월 봄바람을 따라 살랑거린다. 10분쯤 오르면 무덤 2개가 있는 곳에 닿는데 길 찾기에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아래쪽 무덤 앞을 통과해 직진하지 말고 오르막을 쳐서 윗무덤 뒤로 난 좁은 길을 따라야 한다. 2분 후 갈림길. 오른쪽을 택한다. 각시붓꽃, 솜방망이 등 야생화가 길가 무덤터에 가득 피었다. 3분 뒤 주능선으로 오르는 길목이자 사거리 역할을 하는 노당재에 닿는다. 오른쪽 길은 달성교까지 이어지는 길이고 직진하면 아인골로 내려서게 된다. 취재팀은 본격적인 능선산행을 위해 왼쪽 오르막을 탄다. 노당재에는 정육면체에 가까운 높이 4~5m짜리 거대한 바위 2개가 있다. 주변 토양이나 지세를 살펴보면 도저히 이렇게 큰 바위가 있을만한 곳이 아닌것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의아하다. 때마침 나홀로 산행 중이던 노당전원교회 이광도 목사에게 물어봤다. 이 목사는 "예전에는 '고인돌바위'라는 작은 나무푯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며 "관공서나 문화재청에서 세운 공식 안내판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은 알 길이 없다. 인근 마을 주민들도 궁금해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노당재의 고인돌바위

왼쪽 주능선 오르막을 타면서 실질적인 어래산 종주산행에 돌입한다. 이 능선은 왼쪽의 경주시 안강읍과 오른쪽 포항시 기계면 사이의 능선으로 경주와 포항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산줄기다. 10분가량 오르면 첫 번째 전신주철탑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포항 기계면 소재지와 주변 들판, 학야리 성계리 등의 마을이 보이고 눈을 조금 들면 오른쪽부터 비학산 침곡산 운주산 봉좌산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포항 지역 산꾼들은 기계면 들판을 에워싸고 있는 이들 4개의 산을 묶어 한 바퀴 도는 종주산행을 즐기기도 한다. 일명 '비침운봉' 종주산행이다. 이창우 산행대장은 "통상 3개 구간으로 끊어서 하는 종주산행으로 3일은 잡아야 하며 걸음이 빠르고 체력이 강한 산꾼의 경우 이른 새벽부터 시작해 이틀 만에 끝내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포항 기계면은 남서쪽에 봉황의 자리라고 불리는 봉좌산(鳳座山)과 북동쪽에 학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듯한 모양의 비학산(飛鶴山)이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곳이어서 봉황과 학의 기운을 함께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조개나물 각시붓꽃 족도리풀,

 


첫 번째 철탑부터 이어지는 능선길은 철탑 건립공사로 인해 파헤쳤다가 다시 복원 중이어서 조금은 황량한 느낌이다. 그나마 키 작은 묘목들도 봄을 맞아 희망의 새싹을 피워내고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는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5분 후 288봉에 세워진 두 번째 철탑 앞에 서면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10여 분 후 다시 세 번째 철탑을 통과한다. 왼쪽 멀리 경주 안강읍과 무릉산 금곡산 어림산 등 주변 산줄기가 드러난다. 2분 후 안부 갈림길을 통과해 다시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15분쯤 타면 네 번째 철탑을 지나고 5분 후 409봉 전망대를 통과해 다섯 번째 철탑에 닿는다. 전방 먼 곳에 드디어 어래산 정상이 보인다.

지겹도록 나타나던 철탑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이리저리 파헤처졌던 능선길도 다시 한적한 오솔길 모양으로 바뀌었다. 안부를 통과해 10분쯤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444봉에 오른다. 이후부터는 능선에 10여 곳의 전망대가 잇따라 나타나 산꾼의 발길을 붙잡는다. 산행을 하다보면 비슷비슷한 풍광일 것임을 알면서도 전망대나 조망바위가 나타나면 외면하지 못하는 것 또한 주말 산꾼의 마음이다. 이들 전망대는 대부분 기계면 들판과 봉좌산 운주산 침곡산 등을 볼 수 있는 능선 오른쪽에 있지만 딱 한 곳 왼쪽의 경주 방향을 조망하는 곳도 있다. 그 많은 전망대를 모두 들러가면서 산행을 진행하다보니 444봉에서부터 잘못된 어래산 정상석이 설치돼 있는 508봉까지 불과 1.5㎞ 남짓한 길을 1시간20분이나 걸려 통과했다. 삼거리 역할도 하는 508봉에는 2개 산악회가 함께 제작한 정상석이 서 있는데 착각하면 안 된다. 정상은 진행 방향으로 보이는 두 번째 큰 봉우리다. 40분쯤 걸린다.

안부로 내려서는 길에 짧은 너덜지대를 통과하는데 흔들림이 많으니 주의하자. 15분쯤 다시 오르막을 타면 삼거리봉인 서두방재다. 정상이 멀지 않다. 10분 후 봉좌산갈림길.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을 타면 봉좌산을 거쳐 운주산 침곡산 등으로 이어지는 '비침운봉' 종주로를 타거나 봉좌산에서 도덕산 자옥산 등으로 이어지는 옥산리 순환종주를 할 수 있는 길이다. 왼쪽 길을 따른다. 곧바로 헬기장이 나타나고 완만한 오르막을 8분쯤 가면 마침내 어래산 정상이다. 중간에 흔치 않은 봄꽃인 족두리풀꽃을 발견해 반가움이 더했다. 어래산 정상에서는 안강읍 일대와 자옥산 도덕산 봉좌산 등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작은 정상석에는 해발고도 572m, 키가 큰 금속제 정상석에는 563m라고 돼 있다. 이 금속제 정상판 뒷면에는 '고(故) 이두형을 추억하며…'라는 제목의 헌사가 적혀 있는데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하산은 진행 방향으로 직진한다. 곧바로 나오는 왼쪽 내리막을 택하지 않고 주능선이 좌우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10여 분 가서 왼쪽 능선으로 내려서야 한다. 연분홍 참철쭉이 만발하다. 가장 뚜렷한 길만 택해 30분가량 계속 내려가면 어느새 옥산서원에 닿는다. 사실상 산행은 이곳에서 끝난다. 옥산서원 앞을 통과해 외나무다리를 건너 옥산식당 앞에서 독락당 앞 버스종점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 떠나기 전에

 

- 최근 1~2년 새 건립된 송전 철탑 눈살… 식수는 충분히

어래산은 경주 안강읍의 주산으로 통하는 산이다. 신라 제42대 임금인 흥덕왕의 무덤과 조선시대의 대학자인 회재 이언적을 모신 옥산서원이 산 정상을 기준으로 남동쪽과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유서깊은 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산은 근래에 적잖은 수난을 겪었다. 3, 4년 전에는 보이지 않던 송전 철탑이 어래산 주능선에만 5개나 건립돼 있다. 안강 주민들은 한국전력공사의 어래산 송전 철탑 건립에 반대, 지난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격렬한 반대운동을 펼쳤다. 산의 경관을 해치고 안강 주산의 기운을 빼앗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결국 송전탑은 세워졌고 부드럽게 흘러내리던 능선에 여러 개의 '쇠뿔'이 솟았다. 산꾼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5월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날씨가 더워졌다. 코스 중반부에 거치는 안부 습지 주변에 샘물이 1곳 있다고 하지만 찾기가 힘드니 식수는 미리 충분하게 챙겨 가는 것이 좋다.

날머리 옥산서원
◆ 교통편

 

- 경주버스터미널서 기계행 시내버스 갈아타야

부산노포동버스터미널에서 경주행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약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기계행 시내버스는 10~15분 간격으로 운행되니 자주 있는 편이다. 안강읍 노당리 화룡사 앞 정류소에서 하차하면 된다. 산행을 마친 뒤 독락당 앞 버스 종점에서 안강읍을 경유해 경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3시15분, 5시30분, 7시50분(막차)에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TG에서 내려 오릉 방향으로 좌회전한 후 강변도로를 타고 가다 금장교 앞에서 좌회전한다. 현곡면 소재지에서 포항 안강 방면 새 도로인 68번 지방도로를 탄다. 국도 28번 영천 기계 방향으로 직진한 후 곧바로 안강IC에서 기계 방면 우측 도로를 택한다. 10분쯤 가면 노당리 화룡사 앞에 닿는다. 차량 회수를 하려면 버스를 타고 안강읍까지 가서 다시 기계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택시(054-761-6200, 761-3405) 요금은 2만 원 안팎이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http://yahoe.tistory.com)

글=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세심정

독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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