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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정상약수터~영천 구룡산

 
전설요? 전설이 있죠. 옛날에 산중턱 연못에 용이 열마리 모여 살다가 어느날 한꺼번에 승천했답니다. 그런데 그중 한마리가 그만 이 산으로 도로 떨어져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산이름이 그렇게 붙은 거라고 들었습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겉모양의 구룡산(九龍山·615m)에는 뜻밖에 재미있는 사연과 볼거리가 많았다. 구룡산은 경북 청도군과 경산시 영천시의 경계선이 꼭지점처럼 모여있는 산이다. 산의 외모 자체는 그저 수더분하고 시원하게 조망이 열리는 지점도 많지 않아 행여 「심심한」 산행이 될 수도 있는 코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청도군 운문면 정상리의 정상약수터에서 올랐다가 영천시 대창면으로 내려오는 산길은 한 주민의 「전설자랑」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요소들이 꽤나 많았다. 부지런하게 이곳 저곳에 눈길을 준다면 꽤나 「즐거운」 등산코스다.

산행경로는 경북 청도군 정상리 정상마을∼정상약수터∼천주교대구대교구 용성분당 구룡공소∼경산쪽 구룡산정상 표지석∼구룡마을∼영천쪽 구룡산정상을 거쳐 경북 영천시 대창면 운천리 하산길로 이어진다. 산행시간은 5시간30분∼6시간 정도.

청도에서 동곡을 거쳐 초입인 운문면 정상마을로 가기까지는 차편이 드물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정상마을 버스정류소에 하차하면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마을 뒤쪽 삼거리까지 나와야 한다. 삼거리에는 「정상가든 용천약수터」 「약수사용 닭 오리 토끼 염소」 등의 글귀가 적힌 표지판이 서 있다. 표지의 안내대로 오른쪽 길로 우선 올라선다.

200m 정도 걸어가면 「정상리 길머리」라는 표지석과 마주서는데, 표지석 뒤 담배가게를 기준으로 왼쪽길이다. 정상약수터가 나올 때까지 계속 걸어가면 된다. 10분 거리다. 약수터에는 평일인데도 승합차를 타고 온 노인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수백년 째 솟고 있다는 이 약수는 물빛이 탁하고 「쇠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노인들은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올라오는데는 특효」라고 예찬론을 펼친다. 위장병 계통에 좋다는 설명이다.

약수터 뒤로 올라가는 산길을 따라 산행은 시작된다. 눈 앞의 언덕 위에 선 노송 한 그루를 보고 올라서면 된다. 소나무까지 거의 다 와서 오른쪽으로 샛길이 보인다. 샛길 입구를 쳐다보는 순간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가시덤불과 잡목이 엉킨 길이 너무나 묵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밖에 입구만 통과하면 길은 또렷하다. 20분 정도 경사 급한 산길을 올라가면 아스팔트 도로위에 올라선다.

오른쪽은 경산시 용성면으로, 왼쪽은 청도 운문면으로 통하는 도로다. 도로를 따라 경산쪽으로 100m만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샛길처럼 뚫린다. 표지판에 「천주교대구대교구 용성본당 구룡본소」라고 적혀있다. 표지판의 안내대로 들어섰다가 이내 포장도로를 버리고 왼쪽 산사면으로 올라붙는다. 중요한 지점이다.

중간 바위전망대에서는 가지산 억산 문복산 고헌산 등 영남알프스 일대 산들의 「사열」을 받을 수 있다. 묵은 산길을 한동안 걸어가자 「천주교 공소」의 영역 안에 들어온 듯 마치 산책로처럼 운치있는 길이 펼쳐진다. 길 군데군데 경건한 종교적 글귀가 적힌 십자가들이 서 있다. 정상에 도착하기 직전 조망이 트이는 좁은 공터에서 뜻밖의 광경을 대하게 된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상이 서 있는 것이다. 등산객의 처지에서는 산중에서 「불상」이 아닌 「예수상」을 만난다는 것은 여간 드문 일이 아니다.

십자가 바로 뒤에 구룡산 정상임을 알리는 경산시장 명의의 정상 표지석이 있다. 이 표지석에도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정상에 도착한 취재팀은 지도를 살펴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구룡산 정상은 이 곳이 아닌 건너편에 솟아있는 엇비슷한 높이의 봉우리인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사연은 간단했다. 맞은 편의 「진짜」 구룡산 정상은 경북 영천시에 속한 땅이었기 때문이었다. 높은 산을 별로 갖지 못한 경산시쪽에서 2000년 1월 1일을 기념해 엇비슷한 고도의 이 봉우리에 정상석을 설치한 것으로 보였다.

「진짜」 구룡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선 진행방향 기준으로 직진해서 내려선다. 개미집이 무수하게 많은 산길을 지나 15분 정도면 구룡마을에 내려선다. 해발 650m에 있는 마을이다. 고랭지채소를 재배하는 이 마을 주민들은 구룡산에 얽힌 전설들을 훤히 「꿰고」있다. 용의 전설이 있는 마을답게 야산보다 높은 이 마을에는 사시사철 물이 마르는 법이 없다. 주민들에게 부탁하면 수통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마을 저수지 앞으로 난 농로로 접어들면 구룡산 정상으로 올라설 수 있다. 「진짜」 정상은 경산쪽과는 달리 수풀에 가로막혀 조망이 전혀 열리지 않는다.

수풀에 쌓인 정상에서 진행방향 기준 오른쪽으로 하산길이 열린다. 또렷한 산길을 거쳐 콘크리트포장 농로에 내려섰다가 다시 숲속으로 이어지는 이 하산로를 1시간 30분 이상 길게 타고 내려오면 복숭아와 사과나무가 지천인 영천시 대창면 운천리 마을로 내려설 수 있다.


# 교통편

산행초입인 청도군 운문면 정상리까지 들어가려면 청도와 동곡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동곡터미널에서 정상으로 가는 오전 시간대 버스가 9시 10분 한번밖에 없으므로 이 시각을 잘 고려해야 한다. 청도까지 열차를 이용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열차와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부산역에서 청도행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 출발시각은 오전 5시10분, 5시45분, 6시40분과 50분, 7시50분, 9시10분, 10시30분 등이다. 1시간 걸리며 4800원(주말 5000원). 청도역 앞 청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운문사행 버스를 타고 금천면 동곡에서 내린다. 오전 9시20분, 10시10분, 10시50분에 있다. 1시간 걸리며 3500원. 동곡정류장에서 산행 기점인 정상까지는 단 한차례 오전 9시10분에 있다.

근교산동호인들에게는 조금 낯선 경북 영천시로 하산하게 된다. 하산지점은 대창면 운천리 남창마을. 마을 앞 도로에서 영천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 영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부산행 직행버스를 타야한다. 부산행 차편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영천∼경주간(10분 간격 운행 8시55분 막차)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영주∼대구간 버스도 10분 간격으로  차가 있으나 이 차편을 이용하려면 대구 동부터미널서 동대구역가지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조봉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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