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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 합천 오도산

 
"숲이 우거져서 올라가시면 멧돼지 많을거요. 새끼 데리고 다니는 놈들은 사나우니까 특히 조심들 하소. 또 이 산엔 69년도에 방목됐다가 산속으로 도망쳐버린 흑염소떼가 새끼를 쳐 야생상태로 서식하고 있어요."

경남 합천 오도산(吾道山.1133.7m)을 찾은 다시찾는 근교산취재팀에게 마을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짜릿한 설레임을 느끼게 했다. 군사목적으로 개설된 도로가 산 아랫자락에서 이마빼기까지 휘감고 있는데도 아직 그렇게 깊고 깨끗하단 말인가.

하지만 취재팀이 이 멧돼지나 야생흑염소를 만날 기회는 없었다. 이번 산행은 여름철 산꾼들에게 흥분과 재미를 선사하는 `계곡산행'이기 때문이다.

계곡산행은 젖은 바위에서도 잘 미끄러지지않는 계곡등산용 샌들을 신고 산길 대신 계곡물길을 거슬러 산을 오르는 산행의 한 방식이다. 여름등산만의 별미다. 합천 오도산은 계곡산행의 조건을 빼어나게 갖췄고 깊은 유서도 전해지는 수려한 근교산이다.

신라 말엽 유명한 도선(道詵)국사가 그 기운과 자태에 탄복해 머물며 수련한 산이기도 한데, 멀리서 보는 외관과 달리 참한 계곡을 여럿 품고 있다. 폭포골 지실골 한시골 두산지음골등의 물길이 산을 호위하고 있다. 오도산은 또 웬만한 근교의 산들은 따르지 못할 호화로운 산세조망이 일품이다.

취재팀은 계곡산행경로를 합천군 묘산면 반포리 안마을을 기점으로 잡아 폭포골-오도산정상-지실골-임도-오도산자연휴양림공사현장-압곡리 지실부락 하산길로 잡았다.

계곡으로 시작해 계곡으로 끝나는 군침도는 여름코스다. 산행시간은 6시간-6시간30분. 알맞게 불어오른 청정계곡을 따라 오르는 폭포골 오름구간은 시원하고 상큼하다.

묘산면소재지에서 반포리까지 들어가 도로변에 서 있는 반포마을 표지판을 보고 부락으로 들어서면 산행은 시작된다.

반포마을회관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간다. 이내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개울이 나서는데 건너지말고 왼쪽으로 꺾어 개울을 따라 산쪽으로 올라붙는다. 샛길 무시하고 10여분 직진하자 개울 징검다리 하나를 건너선 뒤 계곡으로 내려설수 있다. 지금부터 시원짜릿한 계곡산행이다(다만 비가온 직후는 물길산행을 삼가야한다). 작은 폭포와 아담한 소(沼), 깨끗한 계류를 밟는 기분이 상쾌하다.

미끄러운 바위가 버틴 난코스는 2곳 정도. 40여분만에 물길 합수지점에 닿고 이곳서 오른쪽으로 물길을 15분 정도 더 올라간 지점에서 계곡을 버리고 왼쪽 산사면으로 올라붙어야 한다. 뭍으로 올라붙는 입구가 명확치않아 취재팀은 신경써 리본을 부착해뒀다. 샌들은 등산화로 갈아신고 반바지는 긴바지로 바꿔입고 본격 `산행'을 시작한다. 산으로 올라서서 잠시 등산로가 매우 불확실하고 잡목수풀이 심하게 우거진 구간을 30여분 힘겹게 헤쳐나갔다. 하지만 이내 능선으로 향해 난 길을 만날수있고 묘지도 1기 지나치게 된다. 어느 정도 오르면 정면으로 오도산정상과 정상의 군사시설물이 눈에 들어온다.

계곡을 버린지 약 40여분만에 취재팀은 아스팔트도로위로 올라섰다. 도달한 지점은 도로반사경 바로 뒤편. 여기서 위로 30여m 걸어간 뒤 다시 도로난간을 넘어 서 산쪽으로 들어선다. 이 지점에서 갈림길이 열리는데 이번 산행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분기점이다. 왼쪽 직진길은 산사면을 에돌아 처음 만나는 너덜지대에서 너덜건너편 가장자리를 타고 5분 정도 올라선후 반대편 숲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 뒤로도 수풀과 가시덤불로 전진이 매우 힘든 잡목구간과 2군데의 너덜지대를 더 오른다. 이 길은 매우 험할 뿐만 아니라 희미하다. 무엇보다 아직 안정되지 않은 너덜의 돌들이 앞사람의 발길에 여차하면 굴러내려 부상과 실족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초심자 또는 단체산행팀은 삼가야한다. 정상 바로밑 도로까지 올라서는 시간도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반면 출발지점에서 오른쪽 오르막은 능선구간이다. 길도 편하고 조망도 빼어나며 20분 정도면 다음 목적지까지 올라설 수있다. 취재팀은 두 구간을 모두 답사해 리본을 부착했으나 2번째 길을 추천한다.
정상바로 밑 도로에 올라섰으나 정상이 군사시설물이라 오를 수가 없다. 이 도로의 가장 높은 지점까지 가는 것에 만족해야한다.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야트막한 야산 하나가 반사경 뒤로 봉긋 솟아있는 지점이 가장 높다. 이 곳 조망은 꿈결같다. 멀리 지리산 남덕유 북덕유능선, 좀 가까이 매화산 가야산 의상봉 별유산등의 파노라마는 주위에선 좀체 보기 힘든 장관이다.

하산은 위에 언급한 도로변 야산으로 올라서 반대편으로 내려서면서 시작한다. 15분 정도 가서 길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지실골까지 내려가야하는데 숲이 짙은 이 구간 등산로가 매우 불확실하다. 20분쯤 내려서다 갑자기 길이 끊기는 듯한 지점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10여분 더 내려가면 지실골 물길을 만난다.

그 뒤로는 별 걱정없지만 계곡 말고는 다른 산길이 없어 비로 물이 불었을때는 하산이 곤란해진다. 1시간20분 정도면 계곡에서 완전히 벗어나 임도에 올라선다. 임도 끝은 자연휴양림공사가 한창이다.

# 교통편

 
합천군 묘산까지 가려면 서부(사상)시외버스터미널서 국도로 가는 거창행버스를 탄다. 오전 7시50분, 9시20분등 하루 6회. 막차 오전 6시. 2시간20분 소요. 묘산서 반포마을까지는 묘산파출소옆 대흥수퍼마켓 버스정류소에서 하루 15회 버스운행. 요금 600원. 택시 2천원. 면내 개인택시 (0599) 9320082, 9336003, 9326618등. 하산 때도 이용가능. 하산지점 압곡리 지실마을입구서 묘산면까지 8천원 정도. 하산해서는 택시를 이용하거나 압곡리 입구 도로까지 걸어나가 권빈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이용. 1시간20분 간격 운행.

합천군 묘산은 토종흑돼지 산지로 유명하다. 합천군이 지정한 명품. 묘산면소재지서 약간 벗어난 곳에 고향식당(05999331180)에 가면 맛볼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찾아낸 토종돼지를 사육하는 인근 웅기마을 8가구에서 돼지를 공급받는다. 일반 돼지고기보다 다소 비싸지만 담백하고 돼지냄새가 없어 즐겨볼 만하다.
참고로 교통편은 변동사항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문의 하세요




조봉권기자

입력: 2002.01.17 16:47 / 수정: 2006.11.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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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찾는 근교산 <> 합천 두무산

 


합천과 거창쪽 산야는 근교산 단골산꾼들에게 미답의 `멋진 신세계'라 불릴만한 봉우리들을 여전히 여럿 품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서부경남인 이 지역은 부산서 대중교통으로 최소 2시간30분은 걸려야 도착할 만큼 비교적 `먼' 근교에 속한다.

부산으로 되돌아 나오는 차편 역시 일찍 끊겨 여차하면 대구를 경유해 귀환해야만 한다.불편한 교통사정으로 인해 근교산 동호인들의 발길을 타지않은 새로운 산행로가 많이 보존되어 있는 역설이 성립하는 것이다.

게다가 천하명산 국립공원 가야산이 지척이라, 1천m 수준의 봉우리들이 수두룩한데도 이 곳의 산들은 그간 산꾼의 눈길을 크게 끌지 못했다.

합천 두무산(1038.3m)은 바로 이런 곳에 자리한 `숨겨진 명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다.

두무산에는 유리알처럼 맑고 청량한 계곡과 깨끗하고 고운 숲길, 산행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가파른 오르막구간, 온몸을 짜릿짜릿하게 만드는 호쾌한 암릉구간이 차례로 나선다. 가야산 매화산을 비롯한 거창 합천 방면의 산세를 호령하는 조망에는 막힌 속이 뚫린다. 찾는 이 적은 가을산답게 능선에는 산초열매가 지천이고 곳곳에서 더덕 어름 개암 부처손등의 산물을 접할 수 있었다.

산행경로는 합천 묘산면 시외버스정류소-묘산초등학교앞-교동마을회관앞-산제부락-관수사(암자)-산제저수지-두산지음골-두산지음재-두무산정상-암릉구간을 거쳐 합천 가야면 성기리마을로 하산한다. 5시간-5시간 30분 소요.부산서 국도운행 거창방면 버스를 타고 합천 묘산면 정류소에 하차하면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버스진행방향으로 직진해 파출소와 묘산초등교를 지나쳐 성수슈퍼앞 갈림길에서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길로 들어서면 산제부락. 마을 끝집을 지나치면 관수사라는 작은 사찰이 자리했다. 여기서 오른쪽 농로는 무시하고 계속 직진해 저수지 제방까지 올라서야한다.

저수지까지 올라서 콘크리트길을 따라 가자 이내 양봉 벌통들이 길가에 널려있다. 여기서 100m 채 못되는 곳에 길 왼쪽으로 소나무사이 갈림길. 이 왼쪽길로 접어들어 개울을 한번 건너면 본격 산행시작이다. 계곡길을 계속 따라 가는데다 경사가 갑자기 급해지는 구간이 없어 두산지음재까지는 큰 체력소모없이 산행이 여유롭다. 맑은 계곡을 몇차례 건너며 묵은 계곡길을 따라 오르기를 30여분, 묘지 1기앞에서 왼쪽 뒤편으로 이어지는 길에 올라서자 계곡을 벗어났는지 길이 한결 푹신하다.

10여분 더 올라서자 고개인 두산지음재. 여기서 오른쪽으로 90도 각도로 틀어 능선을 향해야 한다. 능선은 깨끗한 숲속인데다 꼭 한사람이 걷기에 적당할 정도로 폭이 좁다. 조금 더 진행하자 얌전하던 길이 갑작스럽게 가파른 오르막으로 바뀐다. 길이 무척 깨끗하고 푹신한데다 군데군데 산더덕도 눈에 띈다.

20여분 가쁜 숨 몰아쉰 끝에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왼쪽으로 틀어 능선길을 잡자 조망이 쾌청하게 열린다. 잘 가꿔진 헬기장을 한 곳 지나 15분 만에 암봉으로 이뤄진 두무산 정상을 밟는다. 1천m가 넘는 산답게 사방으로 조망이 그지없이 시원하다. 가야산 매화산 황매산과 미숭산 비계산 보해산 미녀봉등 사방이 산이고 물결치는 황금들녘 풍경도 풍요롭다. 정상에는 `거창군 극동점'이라는 표지석이 있다.정상에 서면 긴장이 풀리기 쉬운데 두무산에서는 곤란하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가야할 길이 훨씬 멀기 때문이다.

정상을 방불케하는 멋진 전망대를 몇군데 더 거쳐 아래로 호방하게 펼쳐지는 암릉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진행방향 직진. 바위의 기세가 등등해 짜릿하다. 암릉을 통과하자 갑자기 길이 불확실해지며 무성한 싸리나무밭으로 하산길이 이어진다. 취재팀은 집요하게 앞을 막는 싸리나무 군락지 사이로 길을 만들며 20여분 만에 아랫쪽 안부의 묘지에 도착했다. 리본을 주의깊게 살펴야할 구간이다.

무덤에서 오른쪽으로 난 또렷한 외길 하산로로 30분 정도면 산아래 도착한다. 마을까지 거의 다 내려와서 갈림길을 만나는데 여기서 오른쪽을 택해 산비탈을 통과 한뒤 논둑길을 걸어 마을로 접어들어야 한다.


# 교통편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국도거창'버스로 합천군 묘산면까지 간다. 당일산행을 위해선 오전 7시50분차를 타야한다. 오후 12시40분 2시40분 6시 등 하루 4차례 운행. 8천8백원. 2시간20분 소요.하산길 교통편이 까다로운 편. 축산단지인 합천군 가야면 성기리로 내려오면 성기리 마을회관앞까지 간다. 여기서 가야면소재지까지 나가야한다. 오후 3시 5시 버스가 있다. 택시는 5천원. 개인택시 (0599)9328454. 가야면소재지에서는 시장슈퍼(05999327617)가 버스정류소. 고령까지 나가면 부산행 오후 6시40분 7시20분(막차) 버스 이용 가능.

여기서 부산직행은 오후 4시40분 하루 1대 뿐이다. 8천8백원. 대구까지는 20분 간격으로 오후 8시5분이 막차. 2천6백원. 동대구역에서 부산행 열차편을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교통편은 변동사항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문의 하세요




조봉권기자

입력: 2002.01.17 16:47 / 수정: 2006.11.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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