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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지리산 삼신봉
노고단~천왕봉, 병풍 펼친 듯 '좌~ 악'


 



 

이땅의 산꾼 가운데 지리산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그런데 지리산이라는 곳은 그 품이 너무도 넓고 깊어 산행 코스도 각양각색, 수백 갈래의 길이 있다 보니 좋아하는 코스도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역시 주능선 종주"라고 답하고, 또 다른 이는 "칠선계곡으로 올라 천왕봉, 세석평전을 거쳐 한신계곡으로 내려와 봐. 진짜 지리산의 맛을 느낄 수 있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리산을 많이 다녀본 이들 중에는 주능선 못지 않게 호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품은 남부능선의 매력을 첫손에 꼽는 이도 적지 않다. 계절별로도 좋아하는 철이 따로 있기도 하고, 4계절 모두 좋다는 산꾼도 많다. 그만큼 지리산은 부산 경남뿐 아니라 전국의 산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명산이요, '어머니 산'으로 통한다.

   
 

삼신봉에서 내삼신봉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석문 위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가운데 멀리 보이는 봉)에 흰눈이 쌓여 있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은 산행지는 그 지리산 자락이면서도 주 능선에서 뚝 떨어져 있어 독립 산행 코스로 취급되는 삼신봉(三神峰·1284m) 원점회귀 코스다. 경남 하동군의 청학동을 기점 삼아 시계 반대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한바퀴 도는 10㎞ 남짓한 산행. 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다. 삼신봉은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중에서 주능선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최고 전망대 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당일로 지리산을 찾는 산꾼들로부터 많은 지지표를 얻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찾는 이가 많지 않은 데다 소원을 비는 기복신앙의 영험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용히 산길을 걸으며 설 연휴 쌓인 피로를 풀고 한 해의 각오를 다져 보려는 이에게는 최적의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산행은 행정구역상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에 속하는 청학동 마을 도인촌 입구에서 시작해 갓걸이재~삼신봉~내삼신봉~송정굴~쇠통바위~독바위 앞~불일폭포 쌍계사 갈림길~상불재~청학동 삼성궁 순으로 이뤄진다.

해발 800m가 넘는 곳에 자리잡은 청학동은 입구에서 바라볼 때 왼쪽은 삼성궁, 오른쪽은 도인촌으로 구분되는데 산행은 오른쪽 도인촌 입구의 청학교 옆 탐방지원센터(안내소)에서 오른쪽으로 난 산행탐방로를 타고 본격 시작된다. 이정표는 '삼신봉 2.5㎞'라고 가르쳐 준다. 이곳 출발지점은 하동터미널에서 오는 노선버스의 종착지점이기도 한데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왼쪽에서부터 독바위 쇠통바위 내삼신봉 외삼신봉이 호위하듯 늘어서 있다.

밤새 내린 눈이 3㎝가량 바닥에 덮여 있어 청량감을 더해준다. 겨울철 산행의 묘미는 역시 적당히 눈을 밟는 재미가 곁들여져야 제격이라 할 수 있을 터. 먼저 간 이가 없는 듯 탐방로엔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하다.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완만하게 오르는 탐방로 변에 허리높이의 산죽(山竹)이 지천이다. 산죽은 등반길 내내 외로운 산꾼의 친구가 돼 준다.

   
 

삼신봉을 지나 독바위 쪽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잔설 쌓인 산죽숲길이다.
 
계곡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작은 구름다리가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샘터를 만난다. '삼신천'이라는 이름이 붙은 샘터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한여름 가뭄때도 마르지 않는다는 삼신천이건만 한겨울 추위에는 도리가 없나 보다. 청학동 출발지로부터 1.7㎞ 지점, 출발후 50분 만에 도착했다. '삼신봉 0.8㎞'라는 이정표를 따라 5분여를 걸으면 계곡과는 작별을 하고 계단식으로 잘 정비된 된비알을 오른다. 샘터에서 10분 만에 능선 고개마루에 닿으면 비로소 북쪽 정면에 툭 튀어 올라 있는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고갯마루는 '갓걸이재'로 불리는 곳으로 지리산 영신봉에서 시작돼 경남 김해 신어산까지 이어지는 낙남정맥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외삼신봉(1288m)를 거쳐 낙남정맥이 이어지지만 취재팀은 왼쪽 삼신봉 정상 방향으로 향한다. 정상까지는 10분 거리. 정상 아래 갈림길 이정표가 나온다. 오른쪽으로는 '세석 7.5㎞' 왼쪽으로는 '쌍계사 8.9㎞'를 가리키고 있다. 이 지점이 바로 지리산 남부능선과 낙남정맥이 갈라지는 삼거리인 셈이다. 바로 옆 오른쪽에 우뚝 선 바위를 타고 삼신봉 정상에 서면 어째서 이곳을 지리산 주능선 최고 전망대라고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북쪽으로는 구곡산에서부터 황금능선을 거쳐 웅석봉 써래봉에 이어 우뚝 솟은 천왕봉이 보이고 그로부터 재석봉 장터목 연하봉 촛대봉 세석평전 영신봉을 거쳐 반야봉 노고단 왕시루봉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지리산 주능선이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진다. 남부능선을 중심으로 왼쪽의 큰 계곡은 단천골, 오른쪽 큰 계곡은 거림골이다. 촛대봉 오른쪽 아래 도장골도 눈에 들어온다. 도장골은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야전병원이 있던 곳이다. 남쪽으로 돌아서면 남부능선의 하동 형제봉 시루봉이 들어오고 청학동에서 소설 '토지'의 주 무대인 평사리로 넘어가는 회남재가 보인다. 더 멀리는 하동 옥산, 광양 백운산, 거제도와 남해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다.

 

   
 

자물쇠 구멍에 열쇠를 꽂으면 극락세계가 열린다는 쇠통바위 오름문.
 
한동안 넋 잃고 바라보던 지리산 주능선 조망을 뒤로한 채 '쌍계사방향' 내삼신봉을 향해 간다. 하산길이라고 하지만 내삼신봉이 1354m로 더 높아 내리막이 아닌 오르막이다. 능선을 타고 걷다 거대한 석문을 타고 오르면 30여분 만에 내삼신봉 정상에 닿는다. 정상 표지석엔 '삼신산정(三神山頂) 1354.7m'이라 쓰여져 있다. 내삼신봉의 조망 또한 삼신봉의 그것에 손색이 없을 만큼 일품이다. 북동쪽으로 조금 전 거쳐 온 삼신봉 정상이 보이고 그 뒤쪽으로 멀리 천왕봉이 솟아 있다.

 

내삼신봉에서 쌍계사 방향으로 암릉구간을 거쳐 15분가량 가면 조선시대 문신인 송정 하수일 선생이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피해 기거했다는 송정굴에 닿는다. '탐방로 아님'이란 안내판 바로 뒤에 집채만한 바위가 있는데 그 아래 사람이 기거할 수 있을 정도의 너른 터가 있다. 굴 안쪽을 보면 뚫어진 곳으로 천왕봉이 보인다.

송정굴에서 능선을 따라 가며 왼쪽 계곡 아래 청학동 마을을 조망하노라면 20분 뒤 거대한 쇠통바위를 만난다. 쇠통바위 오름문을 통해 바위 위에 오르면 열쇠를 끼울 수 있는 것처럼 홈이 파여진 자물통 모양의 바위가 있는데 청학동의 자물쇠바위를 이 쇠통바위의 구멍에 끼워 열면 극락세계가 열린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쇠통바위에서 전망 좋은 봉우리를 지나 30여 분 가면 하동 독바위 앞 이정표다. 예전에는 독바위쪽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열려 있었지만 겨울철이어서인지 닫혀 있다. 높이만 60m가 넘는 하동 독바위는 함양 독바위, 산청 독바위와 함께 지리산의 3개 독바위 중 하나로 조망이 빼어난 곳이지만 접근을 막고 있어 계속 쌍계사 방향으로 직진한다. 15분가량 가다 보면 상불재다. 이정표상에는 쌍계사 4.9㎞, 왼쪽으로 삼성궁 2.3㎞라고 표시돼 있다. 이곳에서 왼쪽 삼성궁 방향으로 180도 틀어 사면을 타고 300여 m 가면 안부 능선에 닿는다. 왼쪽은 독바위 지나 상불재 못 미친 능선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이고 오른쪽은 관음봉 하동 형제봉, 회남재 지나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길이다.

'삼성궁 2㎞' 이정표를 따라 계곡쪽으로 내려선다. 계곡 이름은 '가는골'. 내리막 초반 200여 m가 매우 가파른데다 눈길이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10여 분 만에 계곡속으로 들어선다. 계곡 바위에 소담스런 흰눈이 눈부시다. 바위에도 나이테가 있다면 저 눈들이 겨울 보내고 봄 볕에 녹을 때마다 한 겹씩 생겨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20여 분 걷다 보면 삼성궁 상단부에 닿는다. 포장길로 삼성궁 매표소까지 내려오면 산행은 마무리된다.


◆ 떠나기 전에

- 3개 봉우리 가운데 가장 키 작은 가운데 봉이 정식 삼신봉

 

지리산은 예로부터 한반도의 삼신산(三神山) 중의 하나로 통한다.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을 일컬어 삼신산이라 하고 신선이 사는 산, 불사초가 자라는 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반도에는 금강산을 봉래산, 지리산을 방장산, 한라산을 영주산으로 칭해 '삼신산'으로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삼신산 중 하나인 지리산에 또다시 삼신봉이 있고, 삼신봉에 둘러싸여 청학동의 도인촌과 삼성궁이 터를 잡고 있으니 그 영험함이 어떠할 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삼신봉을 구성하는 3개 봉우리 중에서 왼쪽의 내삼신봉(해발 1354m)과 중앙의 삼신봉(1284m), 오른쪽의 외삼신봉(1288m)이 있는데 이 중 '삼신봉 정상'의 영예는 중앙의 가장 낮은 봉우리가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창우 산행대장은 "키는 가장 작으나 그 위치가 남부능선과 낙남정맥 큰 가지가 갈라지는 곳에 서 있어 봉우리 자체가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교통편

 

- 하동터미널에서 청학동행 버스 하루 5대 운행

청학동으로 가야 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대전~통영 고속도로 단성IC에서 내리는 것이 하동읍쪽으로 가는 것보다 시간을 40분 이상 줄일 수 있다. 단성IC에서 나오면 만나는 사거리에서 직진한 뒤 '삼장 시천 지리산국립공원'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20번 국도 '지리산' 방향은 중산리 가는 길. 중간에 '청암 청학동 내대 거림'이라고 표시된 1047번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한다. 예치터널을 지나 1047번 지방도를 계속 따라가면 '청학동' '삼신봉'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한다. 묵계치 아래에 뚫려 있는 삼신봉터널을 통과한 뒤 '삼성궁' '도인촌' 안내판을 따라 우회전하면 된다. 겨울철에는 도로에 쌓인 눈이 얼었을 수 있으므로 스노체인을 준비하거나 스노타이어를 장착하는 편이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는 하동터미널을 거친다. 사상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6)에서 하동시외버스터미널(055-883-2663)행 버스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2시간20분 소요되며 요금은 1만 원이다. 하동에서 부산행 막차는 오후 7시30분이다. 하동터미널에서 청학동행 버스는 오전 8시30분, 11시, 오후 1시, 3시30분, 7시 출발한다. 청학동에서 하동행 버스는 오후 2시20분, 오후 5시에 운행한다. 1시간 소요되며 요금은 4200원이다.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9

사진=이창우 산행대장 www.yahoe.co.kr

GPS 도움=GPS영남 (http://cafe.daum.net/gpsyn)
 
글=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청학동 사무소를 지나면 만나는 삼신봉 입구 산행 들머리

삼신봉 삼거리 전에서 본 외삼신봉을 배경으로 걷는 취재팀

이승렬기자의 뒤로 가야할 내삼신봉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늘은 울어도 천왕봉은 울지 않는다는 지리산





새찬 바람을 맞으며 포즈를 취하는 이슬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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