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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여행/밀양여행/영남알프스둘레길)다랑이 논에서 만난 순박한 농부가 부르네요. "더울 텐데 저기 당산나무 그늘에서 좀 쉬었다 가오"



감물리 다랑이 논의 모습으로 영남알프스 둘레길은 논과 논 사잇길을 따라 뱀처럼 용소마을로 이어진다



☞(경남여행/밀양여행/영남알프스둘레길)다랑이 논에서 만난 순박한 농부가 부르네요. "더울 텐데 저기 당산나무 그늘에서 좀 쉬었다 가오"




   

투명하던 봄이 바람을 타고 흐른 곳에 짙은 여름이 서성이고 있다. 대지도 짙푸르고 공기도 끈적인다. 한 걸음 내딛기도, 몸을 옴짝달싹하기도 힘겨운 계절. 하물며 하루 온종일 길을 걷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다. 그러나 이 계절은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왕성한 생명력이 발휘되는 시기다. 이마와 등줄기에 흐르는 땀 방울을 이리 닦고 저리 훔치며 걷다보면 그 왕성한 생명의 기운이 뿜어내는 '자연의 교향곡'에 흠뻑 취하며 어느새 '여름 길 걷기'의 참맛을 알게 된다. 작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만 들어도 시원한 쾌감을 느낀다. 고갯마루 넘어설 때 귓불에 흐른 땀을 훔쳐주는 바람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문득 도저히 사람들이 모여 살기 힘들 것 같은 오지 마을을 지난다. 그 산간 오지 작은 들판의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서 굽혀진 허리 이리저리 비틀어가며 바쁜 일손 놀리고 있는 농부라도 만난다면 슬그머니 미안해지는 마음. 그것 또한 둘레꾼 누구나 느끼는 인지상정일 테고….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일손을 멈춘 농부들이 "여보시오, 나그네 양반. 더울 텐데 저기 당산나무 그늘에서 좀 쉬었다 가오"라며 새참 보자기에서 꺼낸 막걸리 한 잔 권할 요량이면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 '밀양 3대 오지' 감물리 출발 17.5㎞ 구간

   
천지봉 구천산 만어산 석이덤방우산 등에 둘러 싸인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는 영남알프스의 서남쪽 끝 오지 마을이다. 계단을 이루는 다랑이논이 정겹고, 인심 좋은 사람들이 산다. 개척단은 이 곳의 3개 자연마을을 거치는 둘레길을 냈다.

영남알프스 둘레길 제15코스는 경남 밀양의 대표적인 산간 오지 마을들을 지나가는 길이다. 인정 많은 촌부들과 작은 암자의 공양간 보살님으로부터 감동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천에 널린 산딸기. 붉다 못해 검게 익어가는 산딸기의 유혹은 여름 길 걷기를 절정으로 이끈다.

출발지는 '밀양 3대 산간 오지 마을' 중 하나인 단장면 감물리 용소마을 회관 앞이다. 깨밭고개, 달똥고개 등 해발 400~500m대의 고갯마루 2개를 넘어야 하는 이번 코스는 종착지인 단장면 사연리 동화전마을까지 총거리 17.5㎞에 달한다. 걷는 시간만 5시간, 휴식을 합치면 6시간30분은 잡아야 한다. 여름철 당일 걷기 코스치고는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그러나 쉬엄쉬엄 걸으면 못 갈 거리도 아니다. 탈수 현상을 방지하려면 물은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다행히 곳곳에 식수 보충할 곳이 있으니 참고로 하자.

감물리는 용소마을 중리마을 구기마을 등 3개 마을로 이뤄진 해발 300m급 산간 마을이다. 옛날부터 맑고 달콤한 샘물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달 감(甘)자를 쓴다. 용소마을은 그중 제일 남쪽 산기슭에 있는데 옛날에 작은 늪에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용소마을과 중리마을 사이 들판은 아담한 다랑이논이다. 개척단은 눈앞에 보이는 다랑이논 사잇길로 올랐다가 왼쪽으로 돌아 내려설 계획이다. 이렇게 길을 잇는 것은 좀처럼 방문하기 힘든 오지 마을인 감물리에 이왕 온 걸음이니 속속들이 밟아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용소마을을 출발하면 만나는 돌담으로 돌맹이가 지멋대로 쌓아 놓은 시골의 담장이다. 그 위를 덮고 있는 담쟁이는 푸르름을 더하며 운치있는 모습으로 시골 돌담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소눌 노상직 선생이 1913년 건립한 자암서당.

일단 용소마을회관에서 남쪽 당고개 방향으로 200m쯤 가다가 첫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다랑이논 사이의 조그마한 밭에서 깻잎을 따던 주민 박수화(66) 씨가 "좀 쉬었다 가오. 저기 남서쪽의 저 산은 꼬깔봉이고 동쪽의 저 산은 석이버섯이 많이 난다고 석이덤방우산이라 하고, 감물분교터 뒤 야트막한 산은 연화봉이라 하고…. 단장면이 넓어서 옛날부터 양산보다 세 평 좁다고 했지"라며 인정스럽게 지형 설명을 해 준다. 당집과 당산나무 앞을 지난 후 계속 길을 이어가면 다랑이논 사이를 통과해 중리마을회관을 지난다. 왼쪽으로 꺾어 내리막 길을 따라 7분쯤 가면 감물분교터와 감물리 버스정류소를 잇따라 지나고 곧바로 구기마을 입구 갈림길이다. 마을 표지석을 보면서 우측 길로 진입한다. 왼쪽에는 오래된 옛 방앗간과 감물저수지가 있다. 감물리 사람들은 마을 입구에 저수지가 있는 것을 두고 "못은 우리 동네에 있는데 그 이득은 아랫마을인 안법리와 미촌리 사람들이 본다"는 푸념을 한다.

당산나무와 당집이 있는 용소마을 입구로 예전에는 이길로 용소마을 당고개를 넘어 삼랑진으로 길이 이어 졌을 것이다. 용소마을 주민인 박수화씨가 마을의 지명과 유래를 둘레길 취재팀에게 들려주고 있다.


☞(경남여행/밀양여행/영남알프스둘레길)다랑이 논에서 만난 순박한 농부가 부르네요. "더울 텐데 저기 당산나무 그늘에서 좀 쉬었다 가오"






■ 다랑이논 지나 400~500m대 고개 2곳 넘어


뒤돌아본 용소마을의 모습과 그 뒤로 삼랑진으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용소마을에서는 감물고개, 용소고개, 큰고개로 불리며 삼랑진 우곡리와 영남알프스 둘레길인 14코스 만어사로 이어진다.

10여 분쯤 가면 구기마을 경로당 못미친 갈림길에서 우측 길을 택해 오른다. 차량 통행도 가능할 것 같은 임도는 깨밭고개까지 이리 꺾고 저리 틀며 오른다. 길가에는 한창 물오른 산딸기가 지천이다. 40분쯤 부지런히 올라야 깨밭고개에 닿는데 앞뒤로 조망이 탁 트인 곳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고갯마루에 커다란 나무가 있어 쉼터 또는 식사 자리로 삼으면 좋겠다. 감물리 사람들이 단장면 소재지로 오가던 주요 길목이다. 옛날에 고개 아래에 깨밭이 있었다고 이름 붙여진 깨밭고개에서 왼쪽은 천지봉, 오른쪽은 석이덤방우산을 지나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연결된다.

깨밭고개로 넘어서면 만나는 시원한 숲 그늘의 임도 길로 지소마을 까지 이어진다

이어지는 직진 내리막 임도 역시 이리저리 꺾어지면서 무릉리 지시동 경로당까지 이어진다. 35분쯤 걸린다. 무릉리는 '무릉도원'처럼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시동경로당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작은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 비포장길로 들어서면 대추밭 사잇길로 이어진다. 그 끝에서 다시 왼쪽으로 살짝 틀었다가 우측으로 길을 이어가면 무릉동 경로당. 아스팔트 도로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무릉교회를 지나고 곧바로 버스정류장이다. 왼쪽 20m 지점의 무릉교를 건넌다. 국전천 또는 용포천으로 불리는 이 하천 변 갈대가 유명한데 옛날에는 이 갈대를 잘라서 여러가지 생필품을 만들어 밀양장에 내다 팔았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 300m쯤 가면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초반 우국지사로 이름을 높인 소눌(小訥) 노상직(盧相稷·1854~1931년) 선생이 망명지인 만주에서 돌아와 후진양성을 위해 1913년 설립한 자암서당(경남문화재자료 제194호)을 지난다. 수도꼭지가 있어서 빈 물통을 채울 수 있다.

중리마을 앞 소류지의 모습으로 중리마을과 그 뒤를 감싸는 석이덤산의 능선이 그림 같다.

서당 앞에서 보면 가야 할 방향의 수리덤산 암벽이 훤칠하다. 보문사까지는 조금 힘겨운 오르막 임도길이지만 중간 중간 만나는 예쁜 전원주택들을 보면서 힘을 낸다. 20여 분 후 보문사 입구에 배낭을 벗어놓고 아담하지만 운치있는 절집에 들러 샘물에서 마른 목을 적신다.

■ 마을회관·자암서당·보문사에서 식수 보충


감물저수지와 구기마을의 멋스러운 소나무가 둘레길의 아름다움을 더욱 업 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코스 막바지 보풀잘룩이에서 사연리로 내려서는 길.

보문사 입구에서 계속 길을 이어가면 새로 짓는 절집 아래에서 우측으로 휘어진다. 곧바로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들어서서 산딸기의 유혹을 애써 외면하며 5분쯤 가면 임도가 지능선을 넘어 왼쪽으로 휘어지는 곳에 닿는다. 이곳에서 시멘트포장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곧장 치고 오르면 수풀이 우거지지만 30m만 가면 옛 등산로가 나타난다. 달똥고개로 오르는 길이다. 25분가량 우거진 숲속 길을 따라 오르면 달똥고개. 옛날 산에 나무가 없던 시절 무릉리에서 보면 이 고개 너머로 둥근 달이 떠오른 모습이 예뻐서 달똥고개라 부르게 됐다. 일종의 사거리인 이곳에서 다시 왼쪽 오르막으로 100m가량 가다보면 우측으로 희미한 길이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희미한 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보풀잘루기고개다. 왼쪽은 수리덤산, 오른쪽은 취경산 수연산(뇌암산) 벼락덤이로 가는 방향인데 하산 하려면 정면 오른쪽 1시 방향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는 길을 타야 한다. 5분 후 학성 이씨 김해 김씨 합장묘에서 왼쪽 10시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을 따르면 6분 후 임도에 닿는다. 단장면 사연리 성지골 상류다. 왼쪽으로 50분쯤 내려서면 동화마을회관을 지나고 1077번 지방도의 동화전마을 표지석에 닿는다. 왼쪽으로 150m가량 가면 사연마을 표지석과 '동화 버스정류소'에 닿아 코스를 마무리한다. 사연마을 뒤편 북쪽으로 정각산이 우뚝하다.



◆ 둘레길 이야기-수리덤산 보문사


마당바위 선바위 흔들바위의 모습으로 조용한 사찰의 분위를 나타낸다. 그 앞으로 도연명의 무릉도원 같은 무릉리의 마을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 인자한 노스님 머무는 인심·조망 좋은 도량

   
보문사 흔들바위.

둘레길을 걷다보면 많은 사찰과 암자를 거치게 된다. 그렇다고 소위 '천년고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리 잡은 지 100년도 안 된 암자라 하더라도 절집의 분위기가 그윽하고 조망도 빼어나며 스님을 비롯한 관계 보살님들의 인상 또한 선하디선한 곳도 많다. 이번 제15코스에서 방문하게 되는 밀양시 단장면 무릉리 보문사(普門寺) 또한 그런 암자 중 하나다.

올해로 창건 68년째를 맞은, 사찰의 나이로 보면 아직 젊다고 해야 할 보문사에는 몇 가지 매력이 있다. 우선은 수리덤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 남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무릉리 마을의 풍광이 시원스럽다. 옛날 밀양 땅에서 관직을 거쳤던 선비나 학자들이 중국 동진과 송나라 문장가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상상 속 이상향인 '무릉도원'을 닮았다고 이름 붙인 동네를 바라보는 것. 결국 절이 '무릉도원'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 절에는 4개의 바위가 있는데 저마다의 매력을 품고 있다. 대웅전 앞에 서 있는 입암(일명 선바위)은 사람의 얼굴 모습을 닮아 있어 신비스럽고, 그 앞의 높이 1.5m 남짓한 '흔들바위'는 혼자서 밀어도 끄덕거릴 정도로 절묘한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어 새로운 명물이 되고 있다. 또 흔들바위 아래의 배바위, 요사채 뒤 50m 지점에 있는 마당바위도 볼거리다. 특히 높이 10m가량의 깎아지른 절벽 윗면이 평편하다고 이름 붙여진 마당바위는 오랜 옛날부터 스님과 도인들의 수도장으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보문사로 올라가는 황톳집과 돌담의 모습으로 지붕만 손질하면 옛 모습 그대로의 우리내 집인 것 같다.

   
보문사 주지 신행 스님.

보문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대웅전 계단 아래의 시원하고 달콤한 샘물과 절집 사람들의 훈훈한 인정이다. 샘물은 수리덤 절벽 아래에서 스며 나오는 탓인지 그 맛이 일품이다. 세속 나이로 79세, 법랍 56세인 노스님인 주지 신행 스님은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하루도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손수 괭이와 호미 등을 들고 절 뒤 텃밭 가꾸기를 하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신행 스님의 소탈한 성품 못잖게 공양간 보살님 또한 인정스럽기 이를 데 없다. 어쩌다 들린 나그네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시원한 수박과 단술, 떡을 내놓으며 "그저 편안하게 쉬었다가 가시라"고 웃음 짓는다. 천년고찰이라는 이름표만 믿고 어쩐지 위압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부 사찰에 비해 훨씬 더 맘 편하게 들릴 수 있는 도량이 바로 보문사다.


지소마을 뒤 밤밭에서 바라본 무릉리로 소류지 밑 둘레길인 농로길을 따라 이어진다.
◆ 교통편

- 밀양터미널서 감물리행 버스 하루 5회 운행

계단식 논인 다랭이논의 모습으로 감물리에서 볼 수 있다.

밀양행 무궁화호는 부산역 기준 오전 5시10분부터 20~4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소요시간은 43분이다. 3800원. 밀양역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 뒤, 감물리행 새마을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새마을버스는 오전 6시10분, 8시10분, 11시50분 등 하루 5차례 출발한다. 약 30분 소요. 용소마을회관은 감물리 입구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가야 한다. 답사 후 동화에서 밀양행 버스가 20~40분 간격으로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 막차는 오후 8시10분.

자가용의 경우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에서 내려 24번 국도 표충사 얼음골 언양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금곡교차로에서 표충사 방향으로 빠져나가 금곡교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감물리 방향으로 진입, 계속 직진하면 감물리에 닿는다. 감물저수지 지나 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우측 길로 200m쯤 가다가 아스팔트도로를 버리고 왼쪽의 시멘트길로 들어서면 용소마을회관 앞 주차장으로 갈 수 있다. 답사 후 차량 회수를 하려면 동화전에서 버스를 타고 금곡리까지 간 후 밀양발 감물리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금곡리에서 오후 3시50분과 6시50분(막차)쯤 감물리행 버스를 탈 수 있다.


노곡마을을 건너는 무릉교이며 이곳에서 300m를 올라가면 만주에서 돌아온 노상직이 자암서당을 세워 후진을 양성하였던 곳이다.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개척단장 010-3563-0254

국제신문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영남알프스 둘레길의 모습과 깨밭고개의 노거수이다. 감물리 주민들은 단장면 사무소로 가기위해서는 꼭 이고개를 넘어 갔다한다.



보문사로 올라가는 길로 옛집과 요즘 새로 지은 별장 같은 집이 같이 공존하는 산골 마을이다. 

보문사에서 바라본 무릉이의 모습으로 올라온 높이를 짐작 할 수 있다.

보문사에서 달똥고개를 거쳐 동화전으로 가기위해서는 보풀잘루기를 넘어가야 한다. 수리덤과 취경산 사잇의 고개로 이고개를 넘어 성지골로 내려선다. 둘레길에서 지천으로 만나는 산딸기로 이맘때는 간식으로도 훌륭하다.

성지골을 내려가는 임도길로 황토에 너와를 올린 특이한 집을 만난다. 옛날에 성지란 감여가가 살았다는 성지골.

도착마을인 사연리 동화전마을의 평화로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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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경대에서 바라본 빼어난 조망. 발 아래는 무릉리, 왼쪽 상단 임도는 금오산 약수암으로 이어지고 그 뒤 뾰쪽봉이 금오산이다. 정면에 보이는 능선이 오른쪽 가래봉을 거쳐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숨은 능선길이며 그 뒤로 구천산과 만어산도 확인된다.






주 메뉴는 비빔밥 파전 외에 한방 오리백숙(사진) 및 닭백숙.



야생화 가득 핀 미답의 산길
밀양사람들도 금시초문인 무명봉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도 표기안돼
쭉쭉 뻗은 홍송과 묵은 산길 일품
재약산 단장천 등 주변 풍광 탁월




밀양 명필봉과 취경산은 밀양사람들도 금시초문인 그야말로 무명의 산이다.

대추와 밤이 특산품인 단장면 사연리에 위치한 이 두 산은 흔히 '동화전 뒷산'으로 불린다. 밀양에서 표충사 가는 1077번 지방도변에 위치한 재약산 미나리꽝과 마주보며 산 아래로는 다슬기가 아직도 많이 잡히는 단장천이 유유히 흐른다.

해발은 우리땅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500m대로 위압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머니의 품같이 포근한 산이지만 아쉽게도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하는 지형도엔 표기돼 있지 않다.

해서 산행팀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산행 전 마을 촌로들에게 두 봉우리에 대해 여쭤봤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대체로 마을에서 바라볼 경우 정면에 보이는 산이 명필봉이고, 명필봉 우측 산줄기 뒤-마을에선 보이지 않는-높은 봉우리가 취경산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육산이지만 잊을만 하면 바위 전망대가 터줏대감처럼 앉아 있고, 굽이치는 단장천과 밀양의 대표적 산인 영남알프스 재약산과 천황산의 위용도 새삼 느낄 수 있다. 명산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곧게 뻗은 송림을 걷노라면 마치 동양화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 만큼 운치 또한 있다.

무엇보다 이 두 봉우리의 자랑은 다소 역설적이지만 무명봉만이 내세울 수 있는 미답의 산길이다. 딱딱하면서 반질반질한 금정산길과 달리 다소 거친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다. 속된 말로 '발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산행은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전망대~명필봉(543m)~벼락덤이·취경산 갈림길~벼락덤이(삼각점)~벼락덤이·취경산 갈림길~570봉~사거리~취경산(573m)~취경대(568m)~월성 손씨묘~동화마을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20분 안팎. 이정표 하나 없는 묵은 산길이어서 촘촘히 매단 국제신문 노란 리본을 참고하자.

  
 
동화마을 정류장에서 하차, 조그만 '동화마을' 이정석과 동화교 사이 우측으로 열린 포장로를 개울을 따라 걷는다. 개울 건너 '동화사'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간다. 길 양변에는 대추나무가, 발밑엔 씀바귀 머구 등 산나물과 광대나물 개불알풀 등이 보인다. 또 한 번의 갈림길에선 왼쪽으로 간다. 15m쯤 뒤 만나는 갈림길은 동화사 가는 갈림길이며, 두 갈림길 사이에 묘지가 있다. 참고하길.

파란 지붕의 가옥과 노란 물탱크를 지나자마자 우측 산으로 오른다. 본격 들머리다. 첨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보랏빛 각시붓꽃과 취나물이 눈에 띈다.

세 번째 묘지에서 두 갈래길. 직진하면 309봉, 우측으로 간다.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산허리길이다. 7분 뒤 주능선이자 안부 갈림길. 왼쪽은 1077번 지방도 방향, 우측 오름길로 향한다.

10여 분 뒤 밧줄이 보이는 부처손이 지천인 바위 전망대로 오른다. 뒤돌아보면 낮은 뾰족 봉우리가 이 능선의 끝자락이며, 그 봉우리에 비록 가려 있지만 단장천이 휘어지는 지점에 곰소 휴양지가 있다. 좀 더 올라 전망대 우측 끄트머리에 서면 발아랜 들머리 사연리와 단장천이, 정면엔 가래봉과 그 왼쪽 만어산이 보인다. 단장면 소재지 뒤 조그만 독립봉인 경주산 뒤로 까치산 용암산 백암봉 용암봉 승학산 등도 확인된다.

이어지는 산길. 솔가리와 카키색 낙엽 그리고 잔가지들이 뒤섞인 묵은 등로이다.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미답의 산길을 걷는 이 기분, 경험자만이 알 것이다.

  

집채만한 바위가 앞을 막는다. 험하지 않아 직접 올라도 되고 우회길도 있다. 이번엔 더 큰 규모의 바위가 기다린다. 오르면 작은 바위들이 뒤엉켜 있고, 거기서 한 번 더 오른 이후 편안하고 푹신푹신한 솔가리길이 이어진다.

7, 8분 뒤 등로 우측으로 약간 벗어나면 조그만 전망대. 발아래 성지골과 그 뒤 취경산자락이 보인다. 산길은 여전히 묵었지만 예서부터 곧게 뻗은 소나무가 시선을 빼앗는다.

명필봉은 소위 스쳐가는 봉우리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해서 산행팀은 노란 리본에 '명필봉 정상'이라 적은 리본 두 장을 나란히 달아놨다. 숲에 가려진 명필봉의 허전함을 보상하기 위해 바로 아래 우측 지점에 전망대가 있다. 눈앞엔 향후 오를 봉우리인 취경산 등 예닐곱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펼쳐진다. 발아래 꼬불꼬불한 임도는 밤나무 농사를 위해 개설된 듯하다.

비탈진 암봉을 내려서면 다시 묵은 산길. 고려청자처럼 매끈하진 않지만 막사발처럼 투박하면서도 거칠다. 때론 쓰러진 나무도 넘고 잡목 땜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길섶엔 귀한 보랏빛 꼬깔제비꽃이 숨어 있고 나무 밑둥엔 이끼가 고색창연하다. 취나물도 지천이고 새소리도 정겹다.

이렇게 30여 분. 등로 좌측 소나무 아래 영남알프스가 훤히 보이는 전망대가 기다린다. 10시 방향 구천산과 도래재를 시작으로 11시 천황산, 11시30분 재약산, 정면 향로산, 1시 백마산과 바드리마을, 2시 향로봉, 발아랜 여전히 단장천.

시원한 주능선 송림길이 순간 좁은 산허리길로 이어진다. 7분 뒤 갈림길. 직진하면 벼락덤이, 우측은 취경산. 잠시 벼락덤이를 다녀온 뒤 취경산으로 향한다. 삼각점이 있는 벼락덤이는 13분이면 닿는다. 시야가 트이는 암봉인줄 알았건만 꽉 막힌 숲 속이다. 대신 벼락을 맞은 듯한 나무들이 쓰러져 있을 뿐이다. 벼락덤이에서 계속 직진하면 매봉을 거쳐 영축산까지 이어진다. 참고하길.

  



발길을 돌려 이젠 취경산으로 향한다. 벼락덤이·취경산 갈림길에서 왼쪽 산길로 오른다. 꽤 묵었지만 찬찬히 보면 길이 있다. 14분 뒤 정점인 573봉. 이젠 직진하며 내려선다. 거의 개척수준이다.

안부 사거리를 지나 계속 직진, 다시 한 굽이를 오르면 일순간 산길이 반듯해지며 취경산에 닿는다. 주변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다. 역시 스쳐가는 봉우리로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워 리본 뒤에 '취경산'이라고 적어놨다. 주변에 3, 4개의 작은 바위가 모여 있는 것이 힌트라면 힌트.

이제 본격 하산. 곧게 솟은 키 큰 적송들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이어 잇단 전망대. 취경산에서 10분. 앞서 본 조그만 바위 전망대와 달리 발아랜 수십m 낭떠러지다. 아래쪽으론 무릉리, 저 멀리 뾰족봉인 금오산과 구천산 만어산이 조망되는 멋진 곳이다. 해서 여길 '취경대'라 명명한다. 마을에선 취경대가 있는 봉우리를 취경산이라 불렀다. 산행팀은 지형도 상의 등고선 간격을 확인하고 실제 높이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점을 취경산, 전망대를 취경대로 구분했다.

이어지는 내리막길. 주옥 같은 지그재그길이다. 30분 뒤 임도. 산아래 위치한 '행복한 숲속 요양병원'이 설치한 스피크에서 클래식음악이 들려온다. 9분 뒤 도로에ㅍ 닿으면 곧장 숲으로 들어가고, 다시 도로를 만나면 우측으로 간다. 이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월성손씨 문중묘. 방금 지나온 명필봉~취경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직진하면 갈림길. 우측 밤나무밭을 지나 민가 파란 물탱크를 지나 개울길로 내려오면 동화교에 닿는다. 임도에서 25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민박 겸한 '휴정' 부산 산꾼들의 아지트

  

경남 밀양시 단장면 사연리 동화마을 정류장 바로 옆에는 민박을 겸한 '휴정'(休情·055-356-3878, 016-880-6881) 이란 쉼터가 있다. 낮은 돌담에 옛날 황토방과 조그만 찻집을 갖춘 전형적인 시골집으로 제법 운치가 있다. 도로변 재약산 미나리 1호점 맞은편이다.

하산 후 산행팀은 비빔밥 등 간단한 요기를 위해 이곳에 들러는 순간 깜짝 놀랐다. 주인장 배정희 씨는 지난해 10월 '근교산& 그 너머' 500회 특집으로 본사가 주최한 일본 나가노현 북알프스 산행에 동행한 부산 푸른산악회의 열성 아줌마 회원이 아니던가. 세상 참 좁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배 씨는 자식들이 자립할 만큼 성장하자 지난해 5월 이곳으로 이주했다. 평소 산행을 다니면서 봐둔 곳이라 이주를 결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단다. 알고 보니 그는 국제신문 근교산 마니아였고 이곳은 부산 산꾼들의 소위 말하는 아지트였다. 손님 중 80%가 부산 산꾼들이란다.

가마솥에 당귀 구지뽕 삼백초 오가피 등을 달인 물에 오리나 닭을 고운다. 밥도 그 약물에 짓는다. 쌈은 상추와 깻잎 외에 오가피순 씀바귀 산달래 등 계절에 맞게 나온다. 나물이나 약초는 관련 전문가인 배 씨 이외에도 부산의 지인들이 평소 산행하면서 직접 캐온 것을 사용한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묵은지나 깻잎도 기가 막히다. 3만5000원. 오리백숙 약물과 함께 나오는 밥은 공짜다. 특히 5월 초까지는 길 건너 위치한 재약산 청정 미나리(㎏당 7000원)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백숙 외에도 손님들이 원할 경우 삼겹살이나 오리고기를 마당에서 직접 구워먹을 수 있게 준비도 해준다. 민박의 경우 성수기인 여름엔 주변 민박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인당 2만 원을 받지만 평소에는 식사를 할 경우 잠도 공짜로 재워준다.

배 씨는 "이곳은 피로에 지친 산꾼들이 식사를 하면서 휴식도 하는 만남의 장으로 이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교통편

- 서부터미널서 밀양행 시외버스 매 정시 출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밀양IC~울산 언양 24번~단장 표충사 1077번~금곡교 지나~단장면 면사무소 지나~사연리 동화마을('재약산 미나리' 대형 간판).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밀양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발한다. 55분 소요. 3800원. 밀양터미널에서 표충사행 버스를 타고 동화마을에서 내린다. 오전 8시20분, 9시10분, 10시, 11시, 11시40분. 1800원. 동화마을에서 밀양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3시20분, 4시10분, 5시, 5시40분, 6시30분, 7시20분, 8시(막차)에 출발한다. 밀양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매시 정각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8시.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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