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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720> 남해 망운산

눈앞엔 다도해, 발아래 야생화… 여기가 바로 仙界
지역민 사랑 한몸에 받는 남해 진산, 발길 닿는 곳마다 한려수도 비경 만끽
층계형 오르막 능선 절묘하게 배치, 10㎞ 코스 … 천천히 5시간이면 충분


봄볕 따사로운 계절에 산길을 가다 보면 여러 종류의 야생화와 무수히 만난다. 흔하다는 진달래 개나리 제비꽃 민들레는 제쳐 두더라도 하얗거나 연보라빛을 띤 노루귀, 샛노란 양지꽃, 은빛 찬란한 산자고, 보라색 얼레지 등 도회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꽃들이 참 많다. 마음속으로 이들 야생화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걷는 것 또한 봄 산행의 묘미다. 주변을 둘러보면 숲은 어느새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고 능선을 넘나드는 바람에도 따뜻한 훈기가 묻어난다. 봄비라도 한두 차례 내려 준다면 반투명 연둣빛 숲은 좀 더 짙은 초록으로 금세 물든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이 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로 4월을 손꼽고 있기도 하다.

 
  경남 남해도의 최고봉인 망운산은 다도해를 바라보는 풍광도 빼어나지만 아기자기한 암릉을 걷는 맛 또한 일품이다. 해수면 높이에서 출발한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전체 코스 중 일곱 번째 봉우리에 해당하는 망운산 정상에 올라 광양만 쪽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의 최고봉이자 진산인 망운산(望雲山·786m)은 봄이 한창일 때 당일 산행으로 조용하게 다녀오기 좋은 산이다. 5월에는 정상 주변 능선에서 철쭉제가 열리는 탓에 망운산을 5월의 산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번잡함을 피하려면 오히려 4월에 오르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섬 산 가운데 제주도 한라산과 울릉도 성인봉 다음으로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 산이다 보니 점점이 박힌 다도해의 무수한 섬과 푸른 바다를 질리도록 바라보면서 산행을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조망 만점인 산. 금산에 비해 기암괴석의 위용이 약간 덜하긴 하지만 아기자기한 바위를 넘나드는 재미가 쏠쏠하고 간간이 나타나는 편백나무 숲을 통과하며 걷는 싱그러움도 맛볼 수 있어 더욱 좋다. 게다가 산행로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총천연색 야생화도 실컷 보면서 걸을 수 있으니 썩 괜찮은 산행지인 것은 분명하다. 예전에는 '남해 사람들은 외지인들에게는 금산을 권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망운산을 오른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남해 지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망운산으로 봄 산행을 떠나보자. 다만 해수면과 거의 같은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 정상까지 올라야 하기 때문에 해발 700m 후반대의 산이라고 얕봐서는 안될 일이다. 생각하는 것보다는 고도감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망운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천년고찰인 망운사(옛 망운암)는 이번 답사에서는 제외했다. 지난 2003년 관대봉~망운사 코스를 소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상에서 15분 정도면 망운사까지 내려설 수 있으니 이 산에 처음 찾아간 산꾼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다.

전체 코스는 남해스포츠파크가 자리 잡고 있는 남해군 서면 서상마을에서 출발, 고현면 화방사까지 10㎞ 구간이다. 코스를 요약하자면 서상마을 서상교~가물랑산~전망대~물야산~평치~학석봉~직장마을 갈림길~용두봉(수리봉)~KBS송신소(지형도상 정상)~능선 철쭉군락지~관대봉 능선 갈림길~정상~화방사 순이다. 보통 걸음으로 휴식 포함해 5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면소재지이기도 한 서상마을 서상교 앞에 노거수가 있고 다리 옆에 자그마한 '망운산 등산로' 안내 푯말이 있다. 작은 하천을 따르는 마을길로 진입하면 5분 후 상세한 등산로 안내판이 나온다. 좀 더 콘크리트 임도를 타고 올라 작은 언덕에 오르면 남해스포츠파크와 주변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길 옆에 피어난 개불알풀 현호색 산자고 등 야생화들이 산꾼을 정답게 맞아준다. 마늘밭 보리밭을 잇따라 스쳐가는 임도를 타고 15분쯤 가면 통정대부 김해 김씨묘 앞 이정표. 이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본격적으로 산행로를 따른다.

 
  왼쪽부터 양지꽃, 산자고, 노루귀, 보춘화, 얼레지
조금씩 경사가 급해지는 오르막을 15분쯤 천천히 오르면 첫 번째 봉우리인 가물랑산(190m). 돌무더기 안에 자연석으로 만든 작은 비석이 있다. 일종의 민간신앙터로 보인다. 살짝 내려서서 안부를 통과하면 다시 가파른 오르막. 하지만 길이 갈지(之)자 형태로 된 구간이 많아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20분쯤 올라가면 오른쪽이 확 트이는 전망대다. 발아래로 남해스포츠파크와 멀리 설흘산 돌산도 금오산, 광양만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해발 411m인 물야산 정상까지는 천천히 10분 정도만 오르면 된다. 벼락바위를 끼고 있는 물야산 정상 또한 천혜의 전망대다. 앉아 쉬기에도 좋고 더없이 푸르고 광활한 다도해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만약 이곳에서 도시락을 먹게 된다면, 별 다섯 개 짜리 특급 호텔의 테라스 딸린 최고급 야외 레스토랑도 우습게 여겨질 텐데….

 
  날머리인 화방사의 채진루. 조선 후기 건축물이다.
다시 한번 살짝 안부로 내려선 후 재차 좀 더 긴 오르막을 탄다. 그러고보니 서상마을에서 망운산 정상까지 이르는 능선 코스는 마치 계단을 오를 때와 비슷한 기분으로 탈 수 있어 전체 표고 차에 비해 호흡이 많이 거칠어지지 않아서 좋다. 중간 중간 짧은 내리막과 안부를 지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오르막만 타는 팍팍한 산길과는 은근히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제비꽃과 눈인사 나누고, 진달래와 악수하며 35분 정도 천천히 오르면 갑자기 주변이 탁 트이는 곳에 이른다. 일명 '평치' 또는 '평고개'라고 불리는 해발 610m 안팎의 봉우리다. 북쪽 멀리 용두봉(수리봉)과 그 뒤로 방송사통신탑이 자리 잡은 상봉(지형도상 망운산), 그 오른쪽 멀리 망운산 정상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점처럼 작게 보이는 선박들이 새하얀 물거품을 뿜어내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광양만이 보인다.

 
  남해 망운산은 발길 닿는 곳 마다 전망대다. 남쪽 멀리 가천 다랭이마을 뒷산인 설흘산이 보인다.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을 탄다. 칼로 자른 듯한 바위가 유독 많다. 암릉 끝 부분, 내리막 타기 직전에 또 하나의 전망대가 나온다. 일명 학석봉이다. 창선도와 남해만, 호구산(갑산), 송등산, 괴음산 등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금산도 보인다. 짤막한 내리막을 타면 갈림길. 왼쪽은 작장마을로 하산하는 길이지만 직진, 한바탕 오르막을 오른다. 20분 후 용두봉 또는 수리봉으로 불리는 709봉. 커다란 바위에 올라 광양만과 망운산 정상을 조망한 후 살짝 내리막을 탔다가 재차 오르막을 20분쯤 타야 방송사중계탑 앞 전망대 겸 감시초소 정자에 닿는다. 주변이 탁 트여서 조망이 빼어나다. 눈앞에 있는 방송사송신탑 옆 봉우리가 지형도상에 망운산 정상으로 표기된 785m봉이다. 옛날부터 남해 사람들은 이 봉우리를 '상봉'이라 부르며 망운산 최고봉으로 대우했지만 지금은 통신시설 때문에 출입할 수가 없다. 현재 망운산 정상 대접을 받고 있는 해발 786m봉은 꼭두봉이라고 불린다. 정자에서 콘크리트 임도를 타고 가다가 헬기장에서 임도를 버리고 능선길로 직진하면 정상인 꼭두봉까지 25분쯤 걸린다. 능선길 좌사면은 철쭉 군락지다. 연죽마을 갈림길과 관대봉 능선 갈림길을 잇따라 지난다. 망운산 정상 아래에 망운사가 보인다. 망운사 갈림길을 지나 살짝 오르막을 타면 망운산 정상. 북쪽으로는 산성 유적이 있는 대국산과 하동 금오산, 멀리 지리산 주능선까지 보이고 남쪽으로는 남해읍과 크고 작은 이 지역 명산들이 대부분 조망된다.

 
  망운산 산행 도중 주변 조망을 살피는 취재팀.
하산은 진행방향으로 내리막길을 탄다. 산행로 주변에 철쭉나무 터널이 조성돼 있다. 5월 중순께 이 능선에는 진홍색 꽃물결이 넘실거릴 것이다. 15분 후 화장실이 있는 임도 갈림길. 임도를 타고 왼쪽으로 가면 노구마을, 오른쪽은 망운사다. 직진하는 능선 산행로는 증산까지 가는 길이다. 화방사로 가려면 119구급함 우측 5m 지점의 리본 많은 내리막길을 타야 한다. 이 길을 따라 30분쯤 가면 화방사다. 절 앞을 흐르는 계곡 물 소리가 청량하다.


# 떠나기 전에

- 망운사 명성에 가려진 화방사 들러볼 만

남해 망운산 정상 아래에 자리한 망운사는 일반적으로는 망운암(望雲庵)으로 더 알려져 있는 산중 암자다. 고려 때 진각국사가 개창했다고 알려진 이 절은 남해읍과 남해만을 굽어보고 있어 조망이 빼어나고, 현재는 유명한 선화가 스님인 성각 스님이 주지로 봉직하고 있다. 성각 스님의 공력 덕분에 보리암 못지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망운사가 '쌍계사의 말사'라고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화방사는 외지인들에게 크게 알려져 있지 못하다. 화방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연죽사에서 비롯된 사찰로 조선 중기인 1636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서 화방사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52호인 채진루(埰眞樓)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건축물로 조선 후기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화방사 일주문 왼쪽 언덕에는 천연기념물 제152호인 산닥나무 군락지가 있다.


# 교통편

- 남해터미널에서 서상마을행 군내버스로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남해까지는 오전 6시20분부터 오후 7시20분까지 50~7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2시간30분 소요. 1만1300원. 남해터미널에서 산행 들머리인 서면 서상마을까지는 군내버스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20여 회 운행한다. 산행 후 화방사에서는 택시(개인택시 011-887-7177)를 이용하는 하는 편이 가장 편하다. 남해 터미널까지 요금은 5000원 안팎이다. 자가용 회수를 위해 서상까지 가려면 남해터미널에서 다시 서상행 버스를 갈아타거나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이 경우 택시 요금은 1만3000원 안팎이다.

자가용 이용자는 남해고속도로 진교IC에서 내려 남해 방향으로 간다. 남해대교를 건너 19번 국도를 타고 남해읍까지 간 후 남해유배문학관 앞 삼거리에서 우측 남해스포츠파크 방향 도로를 탄다. 10분 후 서면 서상마을에 닿는다.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글·사진=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남해군 서면 면사무소 옆 서상교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 입구 맞은편에 있는 노거수에 오늘의 안전 산행을 빌어본다.

서상교 다리 좌측 등산로 입구란 안내판을 보고 들어서면 만나는 망운산 안내도.
임도길을 따라 올라서면 좌측으로 남해가 펼쳐지고 멀리 여수 돌산도 금오산도 눈에 들어온다. 발아래는 남해 스포츠 파크
가물랑산으로 섬 산답게 민간신앙이 뿌리를 내린 흔적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해와 광양, 여수 돌산도. 오늘 따라 날씨가 선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벼락바위가 있는 전망대로 천길 낭떨어지 위에서 바라본 모습이며 시원함의 극치이다.
평고개 또는 평치라하며 여기서 우측의 봉우리가 학석봉이다.
바위를 밟고, 넘어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학석봉정상으로 호구산 송등산 괴음산과 멀리 남산, 그리고 다랭이 논이 있는 설흘산도 확인이 가능하다.


용두봉 또는 수리봉으로 불리는 봉우리로 뒤로는 여천공업단지와 광양제철이 있는 광양만, 우측으로는 방송국송신소가 있는 지형도상의 정상이 있다.

kbs송신소가 있는 지형도상의 정상
정상석이 있는 망운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넓은 등산로를 따라간다. 특징은 두부를 짜른 듯한 바위들이 널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5월에는 정상으로 타 오르는 망운산 철쭉으로 꽃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연죽마을 갈림길
망운산의 주등산로인 관대봉으로 일반적으로 관대봉을 올라 망운산 정상~화방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상아래에 있는 망운사로 고려시대 진각국사가 창건을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망운산 정상으로 남쪽은 물론이며 북으로는 대곡산과 금오산, 멀리는 지리산 주능선이 만리장성을 쌓아 놓은 것 처럼 눈에 확 들어온다.
하산하는 등산로에도 철쭉 터널을 이루고 있다.
하산지점의 화방사

야생화인 산자고 보춘화 얼레지로 망운산에는 봄꽃들이 서로 앞 다투어 피고 있어 앙증맞은 꽃에 눈을 맞추어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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