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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여행/경주여행)경주 봉서산~삼태봉 산행. 서라벌의 관문을 지키는 산,경주 봉서산~삼태봉

근교산&그너머 <678> 경주 봉서산~삼태봉

불국토 관문 지킨 원원사(遠願寺) 감싸 안다

원원사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코스

오름길 곳곳 전망대… 봉서산 정상 위치 정립 필요

은방울 군락지·진달래 동산 등 봄 산행에 매력적

 


 

경주와 울산의 경계선 가운데 동해안에 치우친 부분에는 삼태봉~동대산~무룡산으로 연결되는 커다란 산줄기가 있다. 울산역에서 북구 호계를 거쳐 국도 7호선을 타고 경주 불국사 방향으로 가면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로 그 산줄기다. 가장 남쪽의 무룡산(452m)은 울산의 진산으로 일컬어지는 산이고 이곳에서부터 북쪽으로 동대산과 삼태봉을 거쳐 경주 토함산에 이르는 약 30㎞의 산줄기를 일명 '동대산맥' 또는 '삼태지맥'이라 부르기도 한다. 동해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내륙으로는 멀리 영남알프스 줄기까지 바라보이는 산줄기로 해발 고도가 높지는 않지만 바다에 인접해 있어 상대적으로 고도감은 꽤 있는 편이다.

 

경주 외동읍 모화리 봉서산 능선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모화리와 원원사를 중심으로 동쪽의 삼태봉 능선과 서쪽의 봉서산 능선을 연결한 원점회귀 코스는 길이 편해 당일 근교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이 산줄기 중간에 솟은 경주 삼태봉(三台峰·630.5m)을 찾았다. 삼태봉은 흔히 독립된 봉우리로 대접받기도 하지만 경주시 외동읍 주민들 중 많은 이들은 동대산의 최고봉으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봉서산(鳳棲山)의 최고봉으로 보기도 한다. 취재팀 역시 10여년 전 삼태봉 답사 때 '봉서산 삼태봉'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주 답사를 통해 우선 봉서산과 삼태봉은 엄연히 다른 산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봉서산은 '호국 천년고찰' 원원사(遠願寺)의 서쪽과 북쪽에 걸쳐 있는 아담한 산줄기의 최고봉을 가리키는 것이고, 삼태봉은 동대산 자락의 최고봉으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공식 지형도 상에는 봉서산과 삼태봉은 각각의 이름을 가진 채 따로 표기돼 있는데, 봉서산의 위치가 원원사 서쪽 361봉으로 잘못 표기돼 있어 이 또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원원사 주지인 현오(賢悟) 스님은 "봉서산은 '봉황이 깃든 산'이라는 의미인데 원원사 서쪽과 북쪽을 감싼 줄기의 가장 높은 곳을 정상으로 본다"며 "삼태봉은 동대산(東大山) 줄기로 봐야 하며 동대산은 서쪽 내륙의 치술령 국사봉 줄기에 대비해 '동쪽에 있는 큰 산'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결국 봉서산과 삼태봉은 별개이며, 현재의 지형도에 나와 있는 봉서산 위치도 잘못 표기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취재팀은 원원사를 중심에 두고 서쪽의 봉서산 줄기를 거쳐 삼태봉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택했다. 원원사에서 출발해도 되겠지만 거리가 조금은 짧은 느낌이어서 더 아래쪽인 저수지 댐 부근에서 왼쪽 능선으로 오르기로 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해 산행을 한다면 천년고찰을 순례해 볼 수도 있는 썩 괜찮은 근교산행 코스다.

전체 산행은 저수지 둑 왼쪽 들머리~무덤~능선 전망대~오리바위 전망대~361봉~제주 고씨 묘~532.8봉(삼각점)~봉서산 정상~철탑삼거리~진등대(이정표)~토함산 갈림길~이정표(임도 이탈)~질매재~옛 삼태봉~이정표 2개~삼태봉~(되돌아 내려가서)모화찜질방행 이정표~돌탑지대~계곡 갈림길~계곡 바닥(저수지공사장)~모화찜질방~댐 옆 출발지 순으로 연결된다. 총 11㎞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5시간, 휴식 및 식사 시간을 합치면 6시간~6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원원사 방향으로 비포장 도로를 따라가다가 공사 중인 저수지 둑 약간 못 미친 곡각지에서 왼쪽 작은 계곡 방향을 보면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들머리다. 주변에 특별한 지형지물은 없지만 근교산 안내리본을 참조한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3분 후에 무덤 5기가 보이는데 한 단계 올라서서 마사토가 무너진 듯한 편평한 곳에서 왼쪽으로 10m쯤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지능선을 타고 오른다. 사람 발길이 별로 닿지 않은 '묵은 길'이지만 의외로 뚜렷하다. 10분이면 봉서산 주능선 전망대에 닿는다. 동쪽의 삼태봉 동대산 능선과 서쪽 국사봉 치술령 마석산 줄기가 시원하게 드러난다.

봉서산 정상으로 가던 도중 만난 바위에 뿌리 내린 소나무.

 

길은 뚜렷하지만 바닥 토양이 마사토여서 미끄러운 편이니 주의해야 한다. 15분 정도 능선을 따르면 오리바위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 보면 주변 조망이 무척 시원스럽다. 2분 후 361봉 삼거리.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 '봉서산'으로 표기된 곳이다. 하지만 실제 지역민들의 인식 및 각종 전통적 자료들이 가리키는 봉서산과는 거리가 먼 표기다. 삼거리에서 철탑이 보이는 우측 능선을 따른다. 곧바로 첫 송전철탑을 지난다. 철탑에서부터 다음 봉우리 정상부에 있는 제주 고씨 묘까지는 13분가량 걸린다. 고씨 묘는 오른쪽 아래 원원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무덤 뒤 큰 바위 옆으로 통과 능선을 이어간다. 높이 3m가량의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한적한 산행길에 운치를 더한다.

오르막을 25분쯤 타면 532.8봉에 닿는다. 널따란 정상부에는 수풀이 무성해 삼각점 찾기도 힘들다. 주변에는 드문드문 피어난 철쭉이 하나 둘씩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포근한 능선길을 따라 5분쯤 걷다보면 등산로 오른쪽 무덤가에 은방울 군락이 펼쳐진다. 둥굴레도 은방울 사이에 섞여 있지만 분포도 면에서는 열세다. 은방울 꽃봉오리가 이제 막 활짝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3~4일만 기다리면 그 뽀얗고 앙증맞은 은방울꽃을 원 없이 볼 수 있겠다.


원원사와 보물 제1429호 원원사지 삼층석탑. 감은사지탑처럼 쌍탑이다.

 

은방울 군락지를 지나 15분 정도 오르막을 치면 해발 571m인 봉서산 정상이다. 원원사 서편 산줄기 중 가장 높은 봉우리다. 소나무와 굴참나무 등이 둘러선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다지 볼품없다. 정상석도 없다. 다만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안내리본이 10여 개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산꾼들도 이 봉우리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취재팀은 노란색 근교산 리본에 '봉서산 정상'이라 표시한 후 좌우 갈림길 중 오른쪽 길을 택한다. 왼쪽은 입실리 방면으로 하산하는 길이니 주의하자. 그런데 20여 m나 갔을까. 시야가 탁 트이며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은 토함산을 중심으로 왼쪽의 남산과 오른쪽 함월산 자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에서 다소 기대에 못 미쳤던 조망에 실망했다면 이 전망대에서 고스란히 보상받을 수 있다.

오른쪽 내리막을 탔다가 다음 봉우리의 오른쪽 허리를 타고 우회하는데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오르막을 택해 오른다. 50m쯤 가면 또 한 번 갈림길이 나오는데 직진할 경우 철탑삼거리를 생략한 채 길을 진행할 수 있지만 취재팀은 길 확인을 위해 다시 왼쪽 오르막을 탄다. 1분 뒤 철탑이 있는 능선삼거리. 능선 너머로 하산하는 길이 보이지만 우측 능선을 따라 살짝 내려선다. 2분 후 길이 합쳐지고 계속 능선을 따른다. 7분 뒤 안부를 지나면 계속 오르막이다. 10분 뒤 폐무덤 옆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인 진등대에 닿는다. '삼태봉 2.4㎞' 표시를 보면서 왼쪽 능선을 다시 10분 정도 밟으면 배전반과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바로 '토함산 갈림길'로 불리는 곳이다.

삼태봉 정상의 정상이 설치돼 있다.

 

왼쪽을 택하면 토함산까지 갈 수 있다. 삼태봉 방향은 직진이다. 꽤 넓은 임도. 중간에 양남면 용암마을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지만 무시한다. 3분쯤 더 가면 '마우나오션'과 '삼태봉' 표시가 있는 이정표에서 임도를 이탈, 우측 산길로 접어든다. 300m쯤 가면 진달래군락지 표시가 있다. 4월에는 온통 진달래 천지겠다. 능선길을 계속 따르면 질매재에 닿는다. 이정표는 '삼태봉 1.1㎞'를 가리킨다. 산 허리를 감아 도는데 발아래 풍광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3분 후 작은 갈림길. 왼쪽의 봉우리가 있어 20여 m 올랐는데 예상치도 않았던 '삼태봉 정상 나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GPS와 지형도 등을 종합할 때 삼태봉 정상으로 보기엔 무리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나와 가던 길을 이어가는데 이정표가 잇따라 나타난다. 두 번째 이정표는 오른쪽 모화찜질방 방향을 가리키고 직진하는 삼태봉은 0.3㎞ 남았음을 알려준다. 4분 뒤 도착한 삼태봉 정상에서는 동해바다가 조금이나마 보이고 대리석으로 만든 정상석도 번듯하다. 지형도 상에 표시된 삼각점(630.5m)도 있다. 그러나 정상석은 높이 629m라고 표기돼 있다.

이제 하산이다. 300m 전에 거쳤던 이정표까지 돌아가서 모화찜질방 방향 내리막을 탄다. 초반에는 다소 가파른 것 같지만 이내 걷기 수월한 길로 바뀐다. 10분 뒤 돌탑무더기를 지나고 10분만 더 가면 계곡 갈림길이다. 직진하지 말고, 계곡을 건너 오른쪽 산길로 붙는다. 산죽밭이 무성하지만 길은 분명하다. 능선을 따르다가 오른쪽 작은 계곡을 한 차례 더 감아 돌며 우측 능선에 붙는다. 이곳부터는 능선만 놓치지 말고 15분만 가면 저수지 공사 중인 계곡 바닥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3분만 더 가면 모화찜질방을 통과한다. 차도를 따라 10분쯤 걸어 내려오면 출발지에 도착한다.

 

◆ 떠나기 전에

- 김유신 장군 건립 원원사에는 쌍둥이 삼층석탑이 보물

봉서산과 삼태봉 사이에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된 원원사(遠願寺)라는 절이 있다. 이 절은 통일신라 때부터 호국사찰로 자리매김했다. 삼국유사 등에 기록된 원원사 창건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이 절은 신라의 삼국통일을 이룩한 김유신이 신라 신인종의 창시자인 명랑법사의 후예인 안혜 남융 등과 함께 창건했는데, 그 목적이 실은 신라의 수도였던 서라벌을 지키는 숨겨진 병영 기지화였다고 한다.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서라벌의 관문이었던 관문성(일명 만리성)을 내려다볼 수 있고, 반대로 관문성에서는 이 절이 보이지 않으니 천혜의 전진기지였던 셈이다. 병사들이 일부러 머리를 깎고 승려로 변장해 이 절에 머물렀다고 한다. 절 이름도 '신라의 영원한 번영을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 또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는 경주 일대의 의병장과 승병장들이 이 절에 모여 작전회의를 하고, 동래를 거쳐 경주로 진격하던 왜군과의 일전을 벌여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현재의 천불보전 뒤 언덕은 옛 금당터인데 그 앞에 삼층석탑이 동서 쌍탑 형태로 버티고 서 있다. 보물 제1429호인 원원사지 삼층석탑은 기단부에 12지신을 양각하고 그 위에는 4천왕상을 새겼는데 그 기법과 솜씨가 빼어나기로 명성이 높다. 한편 모화리는 신라 때부터 서라벌의 관문 역할을 한 마을이다. 털 모(毛)자에 불 화(火)자를 쓰며, 도성 전체가 불국토나 마찬가지였던 서라벌에 들어가려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머리를 깎았고 그 머리털을 태운 곳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머리털 대신 소고기를 굽는 모화숯불단지가 유명하다.

◆ 교통편

- 경주버스터미널에서 모화행 600번 버스 15분 간격 운행

부산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경주행 시외버스를 탄다. 오전 5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10분 간격 운행, 요금 4000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모화행 600번 시내버스로 갈아타면 30분가량 걸린다. 운행 간격은 15분 안팎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는 국도 7호선을 타고 울산 시내와 울산공항, 북구 호계동을 거쳐 경주로 진입한다. 외동읍 모화리에서 계동교를 지나면 오른쪽에 모화숯불단지 원원사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한다. 계곡 쪽으로 진입해 원원사로 향하다가 공사 중인 저수지 둑 왼쪽 곡각지 들머리에 주차할 수 있다. 400m쯤 더 올라가 등산안내판 앞 주차장을 이용해도 된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http://yahoe.tistory.com)

 

글=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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