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봉 정상에 서면 정면인 북쪽으로 여성의 젖꼭지 모양을 닮은 시루봉과 그 왼쪽 뒤로 웅산 불모산(통신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웅산 왼쪽으로 진해와 창원을 경계짓는 장복산 산줄기가 이어지고 그 뒤로 비음산 정병산 등 창원의 산이 희미하게 확인된다.



산자고



제비꽃

벚꽃 천지 진해를 발아래 두고 걷다
산행내내 시가지·진해만 '환상 조망'




지도를 펴놓고 진해시를 곰곰이 살펴보면 예부터 왜 진해가 따뜻한 해양도시라고 불렸는지 짐작이 간다. 진산인 장복산과 덕주봉 웅산 천자봉이 시가지를 병풍처럼 동그랗게 에워싸 북서풍을 막아주고 남으로는 진해만 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해풍이 봄소식을 전해온다. 풍수에서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형이다.

관점을 달리해 산꾼들의 입장에서 보면 창원과 경계를 이루는 진해의 북쪽 산줄기는 진해 시가지와 호수처럼 평온한 진해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금정산 백양산 장산 천마산 등 여러 산을 갈아타야 시의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조망할 수 있는 부산의 여건과 비교하면 분명 대비된다.

진해의 산줄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북쪽의 장복산에서 출발, 반시계 방향으로 덕주봉~안민고개~웅산~시루봉~천자봉을 거쳐 대발령에서 끝을 맺는다. 진해만의 해안선 방향과 거의 나란히 달리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보는 각도만 달리할 뿐 거의 시종일관 진해 시가지와 진해만을 발아래 두고 능선길을 내달리는 셈이다.

지금 산 아래 만발한 벚꽃이 꽃비가 되어 흩날릴 쯤이면 막힘없는 능선길 좌우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바통을 이어받아 산등성이를 온통 연분홍빛으로 물들인다.

'바다와 꽃'. 이번 진해 산행의 테마로 잡아도 무난할 듯 싶다. 23일 시작되는 군항제부터 진달래가 꽃잎을 떨구는 다음달 초순까지가 적기이다.

산세 또한 근육질의 암봉이 잊을만하면 예의 그 모습을 드러내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2년 전 장복산 쪽에서 출발, 안민고개를 거쳐 웅산·불모산 갈림길에서 창원 성주사로 하산(근교산&그너머 442회)한 산행팀은 이번엔 대발령에서 역방향으로 올라 천자봉 웅산을 거쳐 석동으로 하산했다.

  
 


구체적 산행경로는 장천동 대발령~천자봉 산림욕장(391봉)~천자봉(506m)~502봉~483봉(삼각점봉)~쉼터~시루봉(666m)~헬기장~706봉~웅산가교~웅산(710m)~불모산 갈림길~석동 갈림길~석동 순.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 정도. 초보자도 별 문제 없이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산행은 아주 쉽고 재밌다.

부산과 진해를 잇는 2번 국도변 대발령 쉼터 맞은편, 산으로 향하는 포장로가 들머리다. 산불감시초소에서 서명을 한 뒤 다시 포장로로 오른다. 10분 뒤 갈림길. 우측으로 향한다. 생기처인지 유난히 새소리가 활기차다. 비록 임도 주변이지만 벚꽃과 생강나무꽃, 그리고 발아래 제비꽃이 춘심을 자극한다.

포장로가 끝나면서 좌측으로 시야가 트인다. 벤치 옆 곡각지점에서 왼쪽 산길로 10여 분 급경사길로 오르면 다시 포장로. 바로 산길로 진입하면 이내 팔각정이 위치한 천자봉 산림욕장. 지형도 상의 391봉이다. 정면에는 천자봉이 우뚝 솟아 있다. 이름 그대로 명 태조 주원장과 조선 태조 이성계의 전설이 서려 있는 이곳 정상을 향해 제를 지내는 산신단(山神壇)도 마련돼 있다.

정상을 향해 직진한다. 15분이면 닿는다. 도중 만나는 우측 갈래길은 정상을 거치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철탑 옆 정상에 서면 진해 시가지와 진해만, 그리고 그 너머로 거제도와 가덕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호수처럼 잔잔한 물결 위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의 풍경은 한려수도가 안부럽다.

정상석 뒤론 시루봉 웅산 불모산이, 불모산 왼쪽 뒤로 비음산 정병산 등 창원의 산이, 시루봉 오른쪽 뒤로 화산(철탑) 굴암산 마병산 보배산이, 정상석 왼쪽 진해만 뒤로 장복산 덕주봉 안민고개 등이 확인된다.

이제부터 본격 능선길. 천자봉에서 바라본 북쪽 암봉을 향해 나아간다. 10여 분 뒤 넘어질 듯한 병풍바위를 지나자마자 갈림길. 좌측 날등을 따라 오르면 502봉. 물론 우측길로 가도 상관없다. 곧 만나니까. 발아래 직벽인 이곳에 서면 진해만 한 가운데 위치한 조그만 섬인 대죽도와 해군사관학교를 품고 있는 곶출산이 유난히 눈에 띈다.

  


삼각점이 위치한 483봉과 정자 쉼터를 지나면 시나브로 시루봉이 코 앞에 와 있다. 502봉에서 대략 30분. 정자 인근에는 자은동 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열려 있어 비로소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

지그재그형 나무덱을 두 차례나 오르면 마침내 시루봉. 정자에서 대략 20분. 멀리서 보면 고행길 같지만 막상 부딪쳐 보면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 높이 10m, 둘레 50m의 거대한 암봉인 시루봉은 곰의 형상을 닮아 곰메(바위) 또는 웅암으로 불리며,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여인네의 젖꼭지다.

시루봉 뒤 헬기장으로 향한다. 정면으로 근육질의 웅산 암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보석같은 숲길을 지나 25분쯤 뒤 집채만한 암봉이 떡 버티고 있다. 706봉이다. 20m 직벽이며 밧줄이 매여 있다. 정면 돌파해도 되고, 왼쪽으로 약간 돌아 올라도 되고, 아예 숲길로 에돌아가도 상관없다. 돌탑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암봉 정상에선 시야가 더 넓어져 장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우측의 창원 시가지도 보인다.

이어지는 산길. 흔들리는 구름다리인 웅산가교와 추락방지 난관을 잇따라 통과하면 그리 높지 않지만 뾰족한 암봉이 앞을 가로 막는다. 706봉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그래도 지형도 상의 710봉으로 웅산이다.

  

오른쪽으로 에돌아 내려서면 이내 불모산 삼거리. 산행팀은 우측 통신탑이 여럿 서 있는 불모산 대신 왼쪽 안민고개 또는 장복산 방향으로 내려선다. 막힘없는 능선을 기준으로 '좌 진해, 우 창원'이 선명하다. 왼쪽 저 멀리 고개를 돌리면 방금 내달려온 능선길이 한눈에 펼쳐진다.

나무덱을 내려서면 등로 좌우에 진달래가 지천이지만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이라 아쉽기만 하다. 등로는 방화선 위로 조성돼 동서남북 어느 곳을 둘러봐도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수려한 산세는 아니지만 바다를 끼고 있어 은은하면서도 운치있다.

이렇게 25분, 등로 우측에 '석동갈림길'이라 적힌 '119 조난위치' 안내 표찰이 보인다. 하산로를 알리는 이정표다. 진해 시목(市木)인 향이 진한 편백숲터널과 부드러운 솔가리길을 20여 분 걸으면 임도. 우측으로 30m쯤 가면 왼쪽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6분 뒤 산을 벗어나며 여기서 큰 도로인 산업도로까지 7분 걸린다.


# 떠나기전에

- 시루봉, 해병대 악명 높은 지옥의 훈련 코스

  

진해 천자봉~웅산 산행을 하다 보면 주봉이 어디인지, 주봉의 높이가 얼마인지 아직 정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

산행팀이 걸어온 순서대로 이참에 한 번 되짚어본다.

우선 천자봉. 정상석에는 465m라고 적혀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이 펴낸 최신 버전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506m로 표기돼 있다. 이는 곧이어 만나는 502m 암봉에서도 해발고도가 비슷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의 젖꼭지를 닮은 시루봉. 웅산에 속하는 하나의 큰 암봉으로 독립 봉우리가 아니다. 온라인 상의 산행 관련 사이트에는 시루봉(웅산)으로 적고 있으며 진해시청 홈피에도 산 이름 목록에 웅산 대신 시루봉으로 표기돼 있다. 웅산 시루봉으로 시정돼야 한다.

생긴 모양새가 독특해 전해 내려오는 사연도 많다. 신라 땐 국태민안을 비는 고사를 지냈고, 명성왕후는 순종을 낳은 후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제를 올렸다고 한다.

특히 시루봉은 해병대 신병훈련소가 진해에서 포항으로 이전한 1980년대 중반까지 해병대의 지옥의 행군 코스 종착역이었다. 신병들은 이곳에서 부모님이나 애인의 이름을 목청껏 부르면서 훈련의 고달픔을 달랬다고 한다.

밧줄이 매달려 있는 706봉. 집채만한 근육질의 암봉인 이 봉우리가 산세로 봐서 웅산의 주봉이 돼야 될 듯하다. 불모산 갈림길 인근의 710봉은 규모가 턱없이 작아 웅산의 주봉이라 하기엔 너무 초라하다. 여기에 웅산에는 시루봉의 안내판 이외에는 주봉을 알리는 정상석이 없지 않은가. 진해시는 이를 참조해 전국의 많은 산꾼들이 즐겨 찾는 천자봉과 웅산에 새로운 정보를 담은 정상석을 세우기 바란다.

함양추어탕(055-547-7465)도 빼놓을 수 없다. 30년 전 옛 진해경찰서 뒤에서 친정 어머니가 운영하던 옛 할매추어탕에서 노하우를 전수받아 6년 전 이곳 석동 새진해메디칼병원 뒷문 맞은편으로 이주했다.

고향이 함양인 안주인 서혜숙 씨가 주방장 없이 직접 추어탕에서부터 밑반찬까지 직접 만든다. 다른 식당과 달리 이곳은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새벽에 만든 일정한 양만 팔아 오후 7시가 조금 넘으면 동이 나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걸죽한 전라도식 보다는 말간 청도식에 가까우며 고추잎 등 밑반찬이 맛있다. 파전도 부가로 제공되며 생선구이도 개인당 한 마리씩 나온다. 5000원.



# 교통편

- 사상 서부터미널 10~20분 간격 시외버스 출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진해 인의동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오전 6시부터 10~2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4200원. STX조선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300m쯤 버스 진행방향으로 걸으면 천자봉 산행 들머리를 만난다.

날머리 석동에선 큰 도로인 산업도로에서 길을 건너지 않고 107, 117번을 타고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내린다. 여기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막차는 밤 9시30분에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김해공항~진해 부산항 신항 2번 국도~진해 녹산산단~진해 용원삼거리~마산 진해 2번 국도~마산 창원 진해시청~죽곡휴게소~STX조선 입구~천자봉 들머리 산불감시초소 인근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날머리 석동에서 차를 회수하기 위해선 길을 건너 115번 버스를 타면 된다. 1000원.

글·사진=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www.yaho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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