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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에서 신년 해돋이를 보려고 많은 산꾼들이 금정산 고당봉과 장산 황령산 달음산 등 부산의 명산에서 새벽 산행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올해 첫 답사산행을 위해 밀양 땅으로 향했다. 돌이켜보면 새해 첫 산행지는 대부분 부산에서 가깝고 야트막한 산이었던 듯하다. 이유를 딱히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크게 요란스럽지 않게 차분한 마음으로 한해의 안전산행을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독자 산꾼들에게도 새해 첫 산행을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산행지로 안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 올해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다. 그런 뜻에서 취재팀은 올해 첫 산행지를 고택과 서원 등이 밀집해 있는 민속마을인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의 주산인 꾀꼬리봉(538m)으로 정했다.





■ 전통마을 다죽리 감싼 육산… 8.5㎞ 코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의 이창우 산행대장이 경남 밀양 산외면에 자리잡은 꾀꼬리봉 6부능선을 지나고 있다. 소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진 포근하고 걷기 좋은 산길이다.
해발 500m대로 별로 높지도 않고 산행로가 잘 닦여 있어서 여유있게 산행을 즐기기에도 좋은 꾀꼬리봉은 사실 영남알프스 산군의 남서쪽 끄트머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특이하게 들릴 수도 있는 산 이름은 옛날 이 산에 꾀꼬리가 많이 살아서 붙었다는 설도 있고 정상 바로 아래에 꾀꼬리암이라는 큰 바위가 있어서 붙었다는 설도 있다. 여하튼 꾀꼬리봉이라는 산 이름은 꽤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는 이름이다. 산줄기로 치자면 영남알프스 주봉인 가지산에서 운문산, 범봉, 억산, 구만산으로 이어지는 운문지맥 줄기에 걸쳐있다. 육화산에서 좀 더 남하한 운문지맥은 중산에 이르러 엄광리를 둘러싸고 두 줄기로 갈라진다. 지맥의 본줄기는 서쪽으로 틀어 낙화산 보담산을 거쳐 비학산까지 이어져 밀양강으로 숨어드는데 꾀꼬리봉은 중산에서 곧장 남동쪽으로 이어진 또 하나의 산줄기에 속한다. 중산에서 석이바위봉을 거쳐 꾀꼬리봉을 지나 화지산에 닿아 그 맥을 다하는 것이다. 꾀꼬리봉은 전체적으로 봉우리 3개가 새의 날개처럼 펼쳐지면서 일직 손씨와 밀양 손씨의 집성촌인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를 감싸안고 있는 형세의 육산이다.




   

산외면체육회가 세운 꾀꼬리봉 정상석은 앙증맞다.
원점회귀로 진행되는 꾀꼬리봉 산행의 들머리는 다죽리 다원1구의 24번 국도 옛길 다원버스정류소 앞 한국수자원공사 밀양댐관리단 대형 입간판이다. 이후 산행은 혜산서원 입구(다원길 11번지 뒷편)~지능선 갈림길~화지산 밑 갈림길~다원고개~능선갈림길~481m봉~꾀꼬리봉 정상~안부갈림길~전망대(353m봉)~갈림길~평전산~공동묘지~죽원재사(모당샘)~산외면사무소~다원버스정류소 순이다. 총거리는 8.5㎞로 짤막하고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20분, 휴식과 식사 시간을 포함하면 4시간30분가량 걸린다.

대형 밀양댐관리단 입간판에서 도로를 따라 100m쯤 가면 우측으로 혜산서원 이정표와 진입로가 있고 그 맞은편에 시골집이 보인다. 다원길 11번지다. 이 시골집의 야외화장실 뒤에 열려 있는 산길로 오른다. 지난해 봄 영남알프스 둘레길 답사 때 취재팀이 매달아 놓은 리본이 눈에 들어와 반가움을 더한다. 산 사면을 타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행로는 낙엽이 쌓여 포근한 느낌이다. 7분쯤 가면 지능선 갈림길. 우측으로 능선길을 따른다. 솔잎이 유난히 많이 깔려 있는 이 길 역시 완만하고 걷기 편한 오르막이다. 13분 뒤 화지산 밑 Y자 갈림길에서는 직진하지 말고 우측 사면 길로 방향을 잡는다. 3분 후 X자 사거리인 다원고개에 닿는다. 여기까지가 지난해 영남알프스 둘레길 제13코스 답사 때와 겹친 구간이다. 직진해서 왼쪽 길을 잡으면 남기리 양덕마을로 내려서게 되고 우측 1시 방향 능선길은 꾀꼬리봉 가는 산행로다. 한동안 걷기 좋은 능선길이 이어진다. 여린 둥치의 대나무들이 무리를 이룬 대숲이 산길을 감싸고 무명묘도 잇따라 나타난다.

■ 소나무 대나무 늘어선 산길 4시간쯤 걸어

   

취재팀이 하산길 도중 전망대에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15분쯤 거의 높낮이 없는 능선길을 따른 후 본격적으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산 밑에서 볼 때는 경사가 약해 보이지만 막상 맞닥뜨리면 의외로 가파르다. 오르막 중간에 또 한번 운치 그윽한 대숲 구간을 지나고 제법 큼지막한 바위 앞을 통과하면 또 한번의 지능선 갈림길에 닿는다. 일단 가장 가파른 구간은 지난 셈이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남기리 남계마을로 향하지만 우측 오르막을 타야 한다. 20분가량 여유롭게 오르면 전위봉인 481m봉에 닿는다. 시원스런 조망은 아니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정면에 불룩 솟은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 북쪽으로는 석이바위봉(643.3m)을 거쳐 중산(649m)으로 산줄기가 이어지고 있다. 또 왼쪽 엄광리 들판 건너편에는 근교산 마니아들에게 낯익은 보담산(562m) 낙화산(626m)을 이은 산줄기가 중산까지 내달리고 있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하다.

잠시 안부로 내려섰다가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15분이면 족하다. 정상 직전 우측에 눈에 띄는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바로 다죽리 주민들이 꾀꾀리암이라 부르는 그 바위다. 산 이름의 기원이 된 바위이기도 하다. 정상에는 무덤이 하나 있는데 정상석은 무덤 뒤 20m 지점에 있다. 주변의 나무가 숲을 이뤄 조망은 좋은 편이 아니지만 산바람으로부터 무덤을 포근하게 감싸 주는 역할을 한다. 소박한 마음으로 새해 첫 산행을 떠났던 초심을 다시한번 다잡은 후 오른쪽 가파른 내리막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 평전산 공동묘지 통과 후 임도따라 하산

   

산행 들머리인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 다원1구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꾀꼬리봉 전경.
20분쯤 내려서면 안부 갈림길이 나오는데 무시하고 곧장 직진, 약간 오르막을 타면 353m봉 우측 전망바위에 닿는다. 한적한 숲길 위주의 산행로로 구성된 이번 코스에서 유일한 전망대다. 다죽리 일원은 물론이고 그 남쪽의 다원들, 칠리탄, 칠탄산, 일자산, 밀양강, 추화산성,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살짝 내려서면 10여분 후 또 한번 난 갈림길을 만나는데 우측 길은 무시하고 직진한다. 2분 후 닿는 펑퍼짐한 봉우리가 지형도상의 평전산(平田山·216m)이다. 우측으로 100m쯤 가면 다죽공동묘지다. 봉분들 사이로 1시 방향으로 길이 있다.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묘지를 통과하면 임도가 나오는데, 중간의 몇 차례 좁은 길은 무시하고 계속 임도만 따르면 15분 후 시멘트길에 닿는데, 그 우측 개울 건너편에 죽원재사(竹院齋舍)가 보인다. 또한 죽원재사 뒤편에는 옛 사람들이 개울물에 마음을 씻은 곳이라는 뜻의 한자인 '세심(洗心)'을 음각한 바위도 있다. 죽원서당으로도 불리는 죽원재사 마당에는 희귀한 소나무인 백송이 한 그루 서 있어 이채롭다.

죽원재사 입구에서 왼쪽 넓은 길 대신 정면의 계단으로 내려서면 '모당샘(毛唐泉)'이 있다. 이 샘물은 고려말기 중국 원나라의 횡포를 피해 이 마을로 피난온 중국사람 모 씨와 당 씨가 우물 삼아 팠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말과 조선 초기 관리까지 역임한 당성이란 사람이 밀양 당씨의 시조다.

모당샘에서 골목길을 따라 2분쯤 걸으면 옛 24번 국도에 닿고 우측으로 꺾으면 산외파출소와 산외면사무소가 나온다. 출발지까진 지척이다.


◆ 떠나기전에

■전통고택·서원 밀집한 산외면 다죽리 마을

- 다원1구는 일직 손씨·다원2구는 밀양 손씨 집성촌… 혜산서원 죽원재사 등 들러볼 만



   

날머리 즈음에 있는 죽원재사는 조선 선조때 충신 오한 손기양을 향사한 재실이다.
밀양 꾀꼬리봉 산행의 기점인 산외면 다죽리는 면 소재지이면서 고택과 서원, 유적 등이 밀집해 있는 전통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일직 손씨와 밀양 손씨 등 양대 손씨가 각각 다원1구 마을과 다원2구 마을로 나뉘어 집성촌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다원1구의 일직 손씨 집안 내력과 선조들의 선비 정신이 집약된 곳은 혜산서원(惠山書院)이고 다원2구 밀양 손씨 가문의 중심은 죽원재사(竹院齋舍)다. 경남도 유명문화재297호인 혜산서원은 조선 세종~단종 시대에 통정대부호조참의와 집현전 학사를 역임한 격재 손조서를 추모하기 위해 1753년 서산서원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됐다. 격재 손조서는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 용연정을 짓고 후학들에게 학문을 가르쳤고 세조의 수차례에 걸친 부름에도 벼슬을 사양하고 은거한 충 절 의가 빛나는 문신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학식과 덕망은 점필재 김종직의 반열에 이르고 한훤당 김굉필, 일두 정여창 등의 성리학자들이 스승으로 모셨던 대학자이기도 하다. 조선 후기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이 내려지자 서산고택, 철운재 등으로 편액을 바꿨고 여타의 서원과 달리 내부에 담장을 설치했는데 이는 서원철폐령 이후 서원이 아닌 재실과 가정집으로 위장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다. 1971년 옛 서원 터를 확충해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일직 손씨 오현(五賢)들을 한 곳에 모시고 혜산서원이라고 부르게 됐다. 경내에 600년 된 차나무가 세 그루 있다.

다원2구의 죽원재사는 조선 선조 때 문과에 급제, 성균관 전적과 울주판관 경주제독 창원대도호부부사 등을 지냈고 임진왜란 당시 밀양 석동산에서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우기도 한 오한(鰲漢) 손기양(孫起陽) 선생을 향사한 곳이다. 그는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벼슬을 하고 상주목사로 재직 중 광해군때 정치가 혼탁해지자 낙향해 마을 앞 들판인 다원들 남쪽의 칠리탄 하천변 칠탄서원(칠탄정)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영남의 유명 유학자들과 교유했다. 특히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은 정구(鄭逑) 선생과는 아주 깊은 관계를 맺었던 성리학자다. 죽원재사에는 입구에 아름드리 노송이 늘어 서있고 경내에는 희귀목인 백송이 있다. 산행 후 들러볼 만하다. 올해는 특히 임진왜란 발발 420주년이 되는 임진년 아닌가.


◆ 교통편

- 밀양IC에서 내려 표충사 방향 우회전

경부선 열차 편으로 밀양역까지 간다. 무궁화호는 부산역 기준 오전 5시10분부터 2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43분 소요, 3800원. 밀양역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 뒤, 산외면 다죽리를 지나가는 농어촌버스를 이용, 다원 버스정류소에서 하차한다. 오전 6시10분부터 약 30~40분 간격 운행. 하산 후에도 밀양터미널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후 3시50분, 4시10분, 4시30분 등 자주 있는 편이고 막차는 7시10분.

자가용 이용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에서 내려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후 우측 얼음골 표충사 방향으로(24번 국도) 약 2.3㎞쯤 진행하다 산외면사무소 방향 램프웨이에서 내린다. 곧바로 좌회전, 굴다리를 통과한 후 산외면사무소 다죽리 방향으로 우회전, 300m쯤 가면 밀양댐관리단 입간판이 있다. 주변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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