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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문 강에 삽을 씻는 농부마음 새기며 샛강 둑길 정처없이 걸으니
- 어디가 부산이고 어디가 경남인지 가도 가도 알 길 없어

- 갈대 휘날리는 흐린 하늘에 길을 묻는다
- 김해평야 전반부 코스 17㎞ … 5시간 남짓



 

   
제주도 바닷가의 올레길 못잖은 절경을 갖춘 가덕도 해안길. '대한민국 무역1번지'인 부산신항을 끼고 돌았던 역동적인 부둣길. 금관가야의 시조왕인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만남과 사랑을 음미하며 걸었던 보배산~굴암산~옥녀봉 능선길. 제 6코스까지 답사한 '부산 시계(市界)길'은 참 많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안고 있는 구간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제 4~6코스는 실제 산행코스와 다름 없어 만추의 근교산 풍경도 즐기면서 한적한 숲길을 걷기에도 딱 좋은 길이었다.


 




   
높낮이 없이 편안한 김해평야에는 은빛 갈대가 늦가을 정취를 뿜어낸다. 이창우 대장이 갈대군락을 지나고 있다.
이제 취재팀은 드넓은 김해평야를 관통하는 구간 답사에 돌입한다. 일곱번째 구간이다. 높낮이 없이 이어지는 들판길. 때로는 작은 샛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한적한 마을 골목길을 지나거나 널따란 국도 밑 굴다리를 통과하기도 한다. 걷기에는 한없이 편하지만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길. 하지만 은빛 물결을 이루며 막바지 춤사위를 펼치는 갈대 숲 사이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맛은 일품이다. 게다가 그 흔들리는 갈대 위로 날아오르는 오리떼나 가을걷이 끝난 들판 논두렁을 한가로이 거닐다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성급하게 날개를 펼치는 두루미를 발견할 때면 저절로 싱긋 미소짓게 되는 길이기도 하다.

출발지는 강서구 범방동 조만교(조만포다리)이고 종점은 김해시 안동 초선대(금선사)다. 다리를 건넌 후 왼쪽으로 꺾어 내려서서 조만강 하류 둑길을 따라 가다가 강서구 봉림동 정자앞~김해시 칠산동 경계판 앞 다리~금천버스정류장~4각정자~삼거리(강동교 앞)~금천교~식만교~활천15통회관~초선대로 이어지는 총거리 17㎞ 코스다. 평지이다보니 거리에 비해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는다. 4시간 정도. 식사와 휴식 시간을 포함해도 5시간 내에 마무리 할 수 있다.



   
조만강의 지류 샛강에는 강태공의 후예들이 많다.
금병산 능선이 동쪽으로 뻗어내려 조만강과 만나는 곳에서 지방도 69호선이 지나는 조만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틀어 내려선다. 이어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굴다리를 건너면 둔치도롤 진입하게 되지만 시계길 코스는 오른쪽이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한동안 직진하다 보면 남해고속도로 서부산지선 아래 굴다리를 통과한다. 길 왼쪽으로는 김해시 주촌면과 장유면의 젖줄 역할을 하는 조만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계속 직진하면 인공낚시터를 지나자마자 길은 완연한 강둑길로 이어진다. 강둑 밑에서 세월을 낚는지, 붕어를 낚는지 알 수 없는 강태공의 후예들이 늦가을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갈대 무더기가 듬성듬성한 강둑을 따라 가다보면 조만강 본류에서 우측으로 가지 친 샛강 둑길을 따르게 된다. 샛강 건너편에는 화목하수종말처리장이 있다. 둑이 끝날 즈음 또 한번 굴다리를 통과하는데,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개울동교라는 작은 다리 위에 '경상남도 김해시 화목동'을 알리는 녹색의 광역시·도 경계판이 경남 땅임을 알려준다. 방금 전 따라 왔던 샛강이 부산과 경남의 경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행방향은 왼쪽 다리 쪽이 아니라 건축 설비자재가 마당에 쌓여있는 정면의 2층 건물 우측에 보이는 2시 방향 시멘트길이다. 길은 이내 들판 한복판으로 이어진다.



   
가을 걷이 끝난 김해평야는 재두루미 백로 천국.
저 멀리 보이는 작은 민가를 지나 그 우측 뒤편 키 큰 나무를 향해 걷는다. 추수 끝난 들판은 내년 봄을 준비하기 위해 겨울철 숨고르기에 돌입하고 있다. 민가를 지나자 길은 S자로 이어지더니 우측으로 꺾어진다. 200m쯤 가서 '봉죽길243번나길 1→138'이라는 표지판이 부착된 전신주 앞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틀면 몇채의 민가를 지난다. 시멘트길 왼쪽의 하천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수양버들 가지는 간간히 바람에 못이겨 하늘거린다. 이 시멘트길이 끝나는 곳에서 '봉죽길243번길' 표시가 돼 있는 전신주가 서 있는 아스팔트 포장길을 만난다. 좌우로 차량 왕래가 제법 있는 편이다. 길 건너 정면에는 작은 정자가 보인다. 일단 왼쪽으로 꺾어 300m쯤 가면 '원광마린' 간판이 보인다. 왼쪽으로 꺾은 후 200m가량 가서 다시 원광마린 표시를 따라 오른쪽으로 꺾는다. 이후 요트 선채가 있는 원광마린 앞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면 작은 다리를 건너고 3분 후 정면 밭 너머에 보트 여러 척이 보이는 T자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는다. 7분쯤 걸으면 수로 조절장치가 있는 아스팔트길 삼거리. 왼쪽으로 2분쯤 가면 정면에 '경상남도 김해시 칠산동' 경계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 20m 앞에서 오른쪽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이어지는 하천둑길을 따른다.



민가 한 채를 지나자마자 작은 하천을 따라 금천버스정류장 앞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길은 평야를 가로지르는 '부산시계길 제7코스'의 아름다움이 가장 도드라지는 구간이다.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은빛 솜털을 휘날리는 갈대와 들판 이곳 저곳에서 앉았다 날아올랐다를 반복하는 백로와 재두루미. 또 양지바른 강가에 자리 잡고 낚싯대 드리운 강태공들과 그들의 무료함을 위로하려는 듯 그 앞에서 한가로이 헤엄치다가 갑자기 편대비행을 편치는 오리떼에 이르기까지. 30분 정도 걷는 동안 펼쳐지는 풍경들은 미처 컷별로 자르지 않은 잘 찍은 슬라이드(포지티브) 필름의 연속컷을 보는 듯하다.



   
경남 유형문화재 78호인 김해시 안동 초선대 마애불.
금천버스정류소 앞에서는 도로를 건너 직진, 우측으로 휘어지는 강둑길로 이어간다. 죽동교를 지나면 오른쪽 또 한번의 버스정류소와 4각 정자를 만난다. 잠시 쉬거나 점심 식사를 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이어서 5분 후 강동교를 건너기 직전 삼거리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버리고 우측 시멘트 강둑길로 방향을 잡는다. 차량통행 제한 표지판이 있는 쪽 길이다. 왼쪽 하천 바닥에는 군데 군데 오리떼가 노닐다가 날아오르기를 반복한다. 국도14호선 아래 굴다리를 통과해 7분쯤 가면 차량 통행이 많은 금천교 앞 도로다. 도로 건너 정면으로 직진해야 하지만 횡단보도가 왼쪽 다리 건너 50m쯤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약간 에둘러야 한다. 다시 강둑길을 따라 가면 한차례 더 굴다리를 통과해 직진한다.




정면에 서낙동강 중류의 섬인 중사도가 보이는 식만교에 닿으면 일단 왼쪽으로 다리를 건넌 후 '제운산업' '성인농장'간판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다시 거슬러 올라야한다. 다소 번거롭지만, 부산과 김해의 경계길을 따르려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한국농어촌공사 식만양배수장 앞을 지나 계속 직진, 15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 90도로 꺾는다. 정면의 신어산과 약간 우측 먼 곳의 돛대산을 보면서 비닐하우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우측으로 재차 틀어 강신자슈퍼와 활천15통회관 앞을 지나 삼거리에 닿는다. 일단 부산시계길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이어지지만 이번 코스의 시계길 구간은 이곳에서 끝낸다. 이제 부산김해경전철 역사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10분쯤 가면 하천 건너 우측 야트막한 언덕 아래 '초선대 금선사(招仙臺 金仙寺)'라는 곳이 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닿을 수 있다. 부산사람들은 아는 이가 많지 않겠지만 김해시민들에게는 유서깊은 곳이다.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있고 그 뒷동산은 아담한 소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 떠나기 전에

- 수로왕 맏아들 거등왕 전설 깃든 초선대엔 가락국 향기 가득

제7코스 종착점인 김해시 안동 소재 초선대(招仙臺). 멀리서 보면 야트막한 구릉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수백년 묵은 소나무가 우거졌고 언덕 아래에 돌로 대를 쌓은 흔적이 있다.



'동국여지승람' '숭선전지' 등의 문헌에 따르면 초선대는 가락국 제2대 왕인 거등왕이 돌을 쌓아 대를 만든 곳으로 인근 칠점산(七点山)의 신선인 참시선인을 초대해 국정 자문을 받고 바둑을 두었으며 그의 거문고 연주를 듣기도 한 곳으로 전해진다. 거등왕은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과 그의 왕후 허황옥 사이에 태어난 11명의 왕자 가운데 장남으로, 동생 왕자 중 7명이나 불가에 귀의해 성불을 이루게 했지만 자신은 건국초기의 국사를 기꺼이 짊어져야 했던 인물이다. 기록에는 왕이 앉았던 돌을 연화탑이라 하는데 가운데에 수십장 높이의 돌을 우뚝 세우고 거등왕의 초상화를 그려 놓았다고 돼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78호이기도 한 초선대 마애불은 높이 5.1m짜리 초대형 마애불로, 김해지방 최대 석불이다. 이 마애불이 거등왕의 초상화일까. 고려시대 아미타여래마애불 양식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혹시 아는가? 거등왕도 성불을 해서 부처로 변했는지.


# 교통편

- 도시철도 하단역서 마을버스 타고 갔다가 경전철 타고 귀가

차량 회수가 불편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버스정류소에서 조만포행 강서7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 직전 조만포에서 하차한다. 오전 6시부터 밤 11시10분까지 40분~1시간 간격 운행. 종착지인 초선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부산김해경전철 인재대역이 있다. 경전철을 타고 가다가 대저역에서 부산도시철도 3호선을 이용하거나 사상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탈 수 있어 편리하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 (2011년 10월12일과 11월23일 걸어 보았습니다. 그때의 사진으로 정리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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