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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에 있던 길 씨줄과 날줄로 엮어 개척한 24개 코스
- 총길이 348㎞… 지리산 둘레길과 규모 면에서 엇비슷
- 부산 울산 경남 주민 접근성 높고 숨은 비경도 즐비
- 전국 둘레꾼 불러모을 명품 트레일 완성 과제로 남아

8개월 만에 완료된 영남알프스 둘레길 개척 작업은 영남알프스의 지평을 한 차원 넓히는 계기가 됐다. 사진은 제18코스 구간 중 가산마을로 향하는 개척단원들의 모습이다.

2011년 1월1일 1코스 출발때의 통도사 모습으로 주위에 눈이 희끗희끗하다.

   

산길을 걷는 것은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도 없을 만큼 참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 둘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등산을 하면서 걷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져다 준다. 등산로만 걸을 때는 산이 하나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둘레길을 걸을 때는 하나의 대상을 넘어서서 생활의 일부요 삶의 터전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등산이라는 행위는 어쩔 수 없이 나와 산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다 주기 일쑤지만, 둘레길은 그같은 긴장감마저 풀어헤쳐 버리게 만든다. 오히려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 속에서 그들의 삶을 엿보고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강둑길 들판길 숲길 고갯길 등을 완전 무장해제된 상태로 편안하게 걸으면서 산을 바라볼 때 높게만 여겨지던 산이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려오고 더욱 편한 친구로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영남알프스둘레길 2코스 바람바위에서 등뒤로 영남알프스 능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본지가 지난 1월 시작했던 '영남알프스 둘레길 열다' 시리즈가 지난 주 금요일(8월 26일자) 제20코스 답사기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시리즈는 지금껏 없었던 길을 새로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길들을 하나로 이어서 새로운 이름의 '큰 길'로 열기위한 노력이었다. 그 결과 '영남의 척추', '영남의 허파'로 불리는 영남알프스는 좀 더 풍요롭고 친밀한 존재로 어느새 영남 사람들 곁에 성큼 다가오게 됐다. 그 의미와 앞으로 남은 과제들을 짚어본다.


■구슬 서 말 꿰니 보배…총348㎞ 명품길 연결

이미 지난해부터 본지가 '영남알프스 둘레길'을 열기로 계획하고 사전 답사를 거쳐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개척에 들어간 이유는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걷기 좋고 아름다운 코스로 이름난 타 지역의 장거리 트레킹 코스들이 속속 열리고 있었지만 부산과 울산권에는 딱히 내세울 지역의 장거리 트레일이 없다는 안타까움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분명히 부산에서 그렇게 멀지 않고, 영남인들을 넘어 전국 산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한 '영남알프스'라는 훌륭한 자연자원이 존재하는데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또한 컸다. 이 2가지가 결합돼 비로소 '영남알프스 둘레길'이라는 장거리 트레일 개척 작업에 나서게 됐다.

그리하여 1월 첫 주 양산 통도사 입구에서 대장정의 첫 발을 내딛고 매주 3회 씩, 총 8개월에 걸쳐 전체 구간을 이음으로써 영남알프스를 크게 한 바퀴 도는 환형(環形) 종주길이 완성됐다.



취재팀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담고 있는 진리를 수백번 되뇌면서 옛 사람들이 걸었던 길, 다랑이논의 들길, 한적하고 완만한 계곡길, 고즈넉한 산골 마을의 토담길, 수풀 우거진 묵은 길 등을 가리지 않고 이어나갔다. 그렇게 연결된 '길의 구슬'들은 튼튼한 '실'에 꿰어지고 꿰어져 총길이 348㎞라는 아주 긴 '보배 길'로 다시 태어났다.

이렇게 탄생한 둘레길을 통해, 최고봉인 가지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연결돼 있는 총 9개의 해발1000m급 산봉들이 연결된 영남알프스 산군은 비로소 낮은 데로 임했고 그 넉넉한 품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통도사 운문사 등 거찰을 포함한 수많은 사찰과 암자, 월연정 박연정 만화정과 같은 옛 선비들의 자취가 밴 고풍스런 정자와 고택 서원들이 영남알프스의 품 속에서 빛을 발한다. 또한 천전리각석 반구대암각화와 같은 국보는 물론이고 수많은 국가지정 보물과 유형문화재, 사적지가 1000리에 가까운 이 길에서 중간 매듭 구실을 하면서 저마다 품고 있는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다. 수백년 묵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회나무 서어나무 소나무 등 고목들은 쉴만한 그늘이 돼 줄 뿐 아니라 편안한 친구가 되어 준다. 숨어 있던 크고 작은 폭포와 웅덩이는 목마른 둘레꾼에게 청량제 역할을 자임하기도 한다. 그 속을 걸으면서 둘레꾼들은 이런 많은 '매듭'들이 품고 있는 전설과 설화,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순박하고 인정 넘치는 영남알프스 자락의 사람들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슬며시 오늘을 사는 자신의 이야기도 풀어낸다. 그런 과정을 통해 길은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고 스스로의 영혼은 정화된다.



348㎞에 달하는 영남알프스 둘레길은 경남 경북 울산 3개 시도의 5개 시군(양산시 울주군 경주시 청도군 밀양시), 17개 읍면 74개 리(동) 132개 마을을 거치는 방대한 코스다. 경남 전남북 등 3개 시도에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구례군 남원시 등 5개 시군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을 거치는 지리산 둘레길과 규모면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부울경 주민들이 접근하기에는 지리산 둘레길에 비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한 잇점을 갖고 있다.

총 24개 코스로 나눠져 있으며 코스 당 평균 거리는 14.5㎞로 당일 걷기 코스로는 아주 적합한 수준이다. 매주 한 코스씩 답사한다고 해도 꼬박 반년은 걸린다. 1코스부터 연결해서 걸어도 되지만 접근하기 좋은 곳, 또는 가보고 싶은 코스를 선택해서 편하게 걸어도 무방하다. 다만 영남알프스의 넓고 깊은 멋을 음미하면서 부산 울산권에도 이렇게 이야깃거리와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한 걷기 코스가 탄생한 기쁨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것이 취재팀의 바람이다.



■걸음마는 뗐지만…지자체 관심 협력 필수

국제신문이 영남알프스 둘레길 개척을 이뤄내긴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개척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은 길목 길목마다 표시된 길 안내 부착물이라고는 본지 취재팀의 노란색 안내리본이 유일한 수준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지난 8개월 동안 기사를 읽고 뒤따라 나선 많은 산꾼과 둘레꾼들이 취재팀에게 수많은 질문도 쏟아냈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바로 '제대로 된 안내판이나 이정표 쉼터 등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지리산 둘레길이나 북한산 둘레길, 제주도 올레길 등에서 봤던 통일된 형식의 이정표와 안내판 등을 떠올려서 던진 질문이지만 아쉽게도 영남알프스 둘레길에는 아무런 안내시설이나 편의시설이 없다. 말 그대로 야생의 길일 뿐이다.



굳이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명품 트레일을 열어보겠다는 국제신문의 의지는 제쳐둔다 하더라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 '영남알프스 둘레길'이 제대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과 상호협력, 통일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지난달 11일 울산시청에서 영남알프스 둘레길 개설을 목표로 한 울산 양산 밀양 경주 청도 등 5개 지자체 관련 공무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는 소식은 반갑기 이를 데 없는 소식이다. 올 봄 울산시청에서 열렸던 전문가 세미나에서 본지 취재팀이 적극 권장했던 '관련 지자체간 협력을 통한 별도의 통합기구 설치'의 초기 실행단계로 읽혀져 더욱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우선 울산권역의 둘레길 구간 65㎞를 내년 말까지 개설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자칫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지, 또 둘레길 개설이라는 명분 아래 관 주도의 영남알프스 자연 훼손과 개발이 가속화 되지 않을지 우려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동안 사전답사와 본답사를 통해 총 24개 코스를 개척한 실질적 길잡이인 본지 영남알프스둘레길 개척단의 이창우 단장은 "행정기관에서 나서 주는 것은 더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자연스러움을 지키면서 불편한 구간을 보완하는 최소한의 시설 설치에 그쳐야 될 것"이라며 "코스 설정 등 세부적인 부분도 관 주도 보다는 외부 민간단체 및 전문가들이 망라된 별도 기구로 일원화하고 예산 배정과 사유지 경유 문제 조율 등의 부분을 관청에서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 등도 모두 관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별도의 민간 법인체가 주도하고 예산 및 행정 지원을 관에서 맡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본지가 1단계 개척을 완성한 영남알프스 둘레길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지만 이것이 전국의 둘레꾼들을 불러 모을 진정한 명품 트레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관심과 의지, 그리고 합리적인 행정관청의 지원이 맞물려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부부 둘레꾼' 원경연 씨 완주 감상문

- "둘레길을 걸으며 너무 행복했습니다, 길동무들과 함께 해서 더 행복했습니다"

지난 1월부터 본지의 '영남알프스 둘레길 열다' 연재가 이어지는 동안 많은 둘레꾼들이 기사를 읽고 이 길을 따라 걸었다. 이들은 저마다의 느낌을 웹 상에 구축한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서 영남알프스 둘레길을 널리 알리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취재팀으로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웹상에서 닉네임(별명) '물결'로 알려진 원경연(경남 양산시) 씨는 부인 이정숙 씨와 함께 24개 전체 코스를 모두 완주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알찬 답사기를 연재했다. 그가 완주 후 올린 감상문인 '둘레길을 마무리하며…'는 취재팀에게도 큰 감동을 선사했다. 둘레길 답사 초반 긴가민가하면서 따라 나서던 부인이 중반 이후에는 오히려 더 앞장서서 "둘레길 가자"며 성화를 부린다고 엄살 섞인 일상을 소개하기도 했던 원 씨의 감상문 일부를 그대로 옮겨 소개한다.



"둘레길을 걷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길에 대한 궁금증에 기다림이 즐거웠고, 길을 걸을 때는 둘레길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으며 잊혀진 옛모습을 마주할 때면 마음은 아스라히 옛추억을 더듬었습니다.

둘레길 그 자체가 자연이었고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늦겨울의 정취에 따뜻함을 보았고 봄날의 향기에 취했으며 여름날의 푸르름에 하늘을 날것만 같았습니다.

둘레길을 걸음으로써 평소에는 못보던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갈 때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들 말입니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곳에는 어김없이 정자가 있고, 이 곳에서 풍류와 옛선비의 낭만을 유추하며 과거로의 여행을 하곤 했습니다. 고택에서 느끼는 옛 사람들의 생활상에서 나의 생활과 비교하며 시간의 흐름을 배웠고, 둘레길 사람들의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내모습을 되돌아 보곤 했습니다.(중략) 정적뿐인 촌마을에 흐르는 적막감을 대할 때의 허허로움과 시골버스를 탈 때의 반가움과 텅빈 버스안을 둘러볼 때의 안타까움도 겪었습니다.

둘레길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하고 많은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둘레길은 우리 부부의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살림과 생활에 바빠 무덤덤해져가는 중년의 부부에게 둘레길은 산만큼 높은 공경심과 계곡만큼 깊은 이해심과 들판만큼 넓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주었지요. 길에서 만난 열정적인 둘레꾼들과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걸을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중략) 오랜 시간동안 근교산을 개척한 근교산의 선구자인 국제신문과 개척단원 여러분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국제신문 영남알프스 둘레길 개척단 답사 코스

코스

구간

거리
(㎞)

경유
마을

특징 및 볼거리

1

통도사
~울주 작천정

14.5

5리
10마을

금강골 알바위 작천정,자수정동굴나라

2

울주 작천정
~지내리

13.5

5리
6마을

인내천바위,언양 지석묘, 부로산봉화대, 굴암사 김취려장군묘

3

울주 지내리
~내와리

18.5

6리
13마을

구량리은행나무 탑골 일명 '울산의 강원도'

3-1

구량리은행나무~반구대

12.5

3리
5마을

천전리 각석, 반구대암각화, 공룡화석

4

내와리
~경주 박달리

12

2리
5마을

태화강발원지 탑골샘백운산 김유신 전설

5

경주 박달리
~일부리심천

17.5

3리
9마을

상목골재 낙동정맥
아부터재 

6

경주 심천
~청도 삼계리

13.5

2리
2마을

심원사 가슬갑사터
계살피계곡 삼계리재

7

청도 삼계리
~운문사

14

1리
4마을

나선폭포 양바위
운문사

8

청도 신원리
(운문사 입구)
~임당리

16

3리
5마을

방음동 용신소 무적숲 무적암 정거고개 쇠등 임당내시집 옛길

8-1

청도 방음
~공암풍벽

20

3리
4마을

운문호 일주, 호산,공암풍벽 운곡정사, 망향정

9

청도 임당리
~신지리

17

3리
5마을

베틀바위 박곡지 대비사
박곡리석조석가여래불
억산 깨진바위 만화정 

10

청도 신지리
~장연리

14.5

4리
5마을

선암서원 어성산성 봉황애 삼족대 장수골

11

청도 장연
~밀양 고정리

17

5리
11마을

장연사지3층석탑 오대 마전암 박연정450년 은행나무

12

밀양 고정리
~남기리

14

4리
11마을

약산 김원봉 고명학교보담산 숲촌 장씨정려

12-1

밀양 고정리
~밀양교

12.5

4동
6마을

기회송림 월연정 백송용평터널 금시당 용두보

12-1

밀양 영남루
~교동 향교

9

2동
3마을

영남루 아랑각 밀양읍성 무봉사 추화산성 손씨고택촌

13

밀양 남기리
~미촌리

14

3리
8마을

혜산서원 모당샘 죽원재사 칠산정 칠탄서원 영원사지

14

밀양 미촌리
~감물리

14.5

3리
5마을

법흥상원놀이 만어사 경석용소마을

15 

밀양 감물리
~사연리

17.5

2리
7마을

깨밭고개 보문사 무릉동자암서당 

16

밀양 사연리
~고례 평리

12.5

2리
5마을

사연교 정각산 반계정 아불교 범도연 벼락덤이

17

밀양 고례리
~양산 선리

13

2리
6마을

낙주정 풍류동 가산마을 밀양댐 향로산 다람쥐골

18

양산 선리
~내석리

12.5

2리
4마을

풍호대 석계시살등옛길
행기소 염수봉임도

19

양산 내석리
~삼감리

16

2리
6마을

복호폭포 오룡골 연구대
삼감리대나무숲

20

양산 삼감리
~통도사

12

3리
6마을

봉화등임도 법수사
삼장수유적 통도사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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