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경남여행밀양동여행)밀양 옥교봉 산행. 나병, 중풍에 효염이 있다는 약물탕을 찾아 오른 옥교봉 산행

 

근교산&그너머 <692> 밀양 옥교봉

탕건바위 병풍바위서 바라본 밀양강 줄기 압권일세

골짜기 아홉 개 있다는 구곡마을 원점회귀 코스

높지 않은 500m대 산에 전망 좋은 바위 즐비

절벽 밑 동굴 속 마르지 않는 샘물 '약물탕' 신기

총거리 9㎞에 산행시간 4시간30분이면 충분

경남 밀양과 경북 청도 사이 도 경계 역할을 하는 화악산(930.4m) 줄기가 남동쪽으로 뻗어내려 아래화악산에서 다시 두 줄기로 나뉜다. 하나는 동쪽으로 가던 길을 계속 달려 철마산(627.3m)을 솟구쳐 낸 뒤 청도천과 동창천이 합해져 밀양강을 만드는 유천교 앞 합수지점에서 물 속으로 스며들고, 또 다른 하나는 남쪽으로 가지를 뻗어 말치고개를 넘어 옥교봉(玉轎峰·538.4m)을 만든 뒤 밀양시 교동 춘복마을에서 밀양강과 만난다. 구슬 옥(玉), 가마 교(轎)를 써서 '옥가마봉'이라고 불리는 옥교봉은 밀양 시가지에서 봤을 때 동북쪽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밀양 시민들에게는 철마산에 비해 훨씬 더 친숙한 산이기도 하다. 당연히 정상부에서도 밀양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여 밀양이 고향인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추억에 젖게 한다.

 


본지 근교산 시리즈에서 지난 1999년 옥교봉 코스를 소개한 후부터 근교 산꾼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야트막한 육산이지만 의외로 큼직한 바위와 전망대를 갖추고 있어 걷는 맛이 좋고 밀양강 자락과 어우러진 주변 산세와 시가지를 바라보는 조망 또한 빼어나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 이승렬기자가 경남 밀양 상동면의 옥교봉 정상 부근 탕건바위에 올라 주변 조망을 살피고 있다. 맞은편 봉우리 중턱의 덩치 큰 바위가 병풍바위로 불리는 전망대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11년 만에 옥교봉을 다시 찾았다. 1999년 당시에는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 옥교산이라는 이름이 표기돼 있었던 탓에 '밀양 옥교산'이라는 제목을 달고 한 차례 소개한 바 있지만 이후 지형도에서 인근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인 '옥교봉'으로 표기를 바꾸었기에 취재팀도 이에 따랐다. 그렇다고 옥교산이라는 이름이 영영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괄호 안에 작은 글씨로 병기하고 있다. 국립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하는 지형도에 같은 산 이름을 따로 표기하는 사례는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봉(峰)이든 산(山)이든,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언젠가는 하나로 통일돼 불필요한 혼란만은 줄여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현재도 옥교봉 아래의 산동면 안인리 구곡마을 주민들은 하나같이 '옥교봉'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이다.

이번 옥교봉 답사코스는 정상부 주변만 11년 전 답사길과 일부 겹칠 뿐 당시와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원점회귀 산행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근교 산꾼들의 기호에 맞춰 구곡마을 정자나무 쉼터를 기점으로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짧지만 재미있는 코스로 엮었다. '약물탕'이라는 신비한 동굴 샘터도 만날 수 있다.

밀양시 상동면 안인리 구곡마을의 시내버스 회차지점이기도 한 정자나무 쉼터에서 출발, 마을 입구 방향으로 되돌아 나가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정자나무~마을회관 앞~독립가옥 앞 삼거리~산 밑 삼거리~밤나무밭 임도~약물탕 동굴(구천암)~능선~삼거리~431봉 전망대~갈림길~옥교봉 정상~탕건바위~안부~병풍바위~560.8봉(작은 돌탑)~안부 Y자 갈림길~545봉~전망대~내리막 능선 갈림길~조가비만당~벽진 이씨 묘~묘지~대밭~구곡소류지~정자나무 순. 총거리 9㎞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 휴식과 조망 등을 포함하면 4시간30분~5시간쯤 걸린다.

원점회귀의 기점인 구곡마을은 9개의 골짜기가 있다는 뜻을 갖고 있다. 실제로 버스정류소인 정자나무 아래에서 옥교봉 방향인 서쪽을 보면 크고 작은 골이 9개나 파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을회관 앞을 거쳐 동네 입구의 독립가옥 앞 삼거리까지는 5분이면 족하다. 오른쪽 능선을 보고 꺾어 논 샛길을 걷는다. 양 옆의 논에서는 늦여름 햇볕을 받은 녹색의 벼가 익어가고 있다. 3분 후 산 능선 아래 임도 갈림길. 오른쪽으로 꺾어 100m쯤 가서 만나는 Y자 갈림길에서 밤나무밭 사이로 난 왼쪽 오르막 임도를 따른다. 비싼 인건비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수년째 수확을 포기한 밤나무밭이라지만 밤송이는 여전히 실하게 익어가고 있다. 묵은 임도 길가에는 며느리밑씻개 닭의장풀(일명 닭개비) 파리풀 등의 야생초가 무성하다.

중간 중간 나오는 갈림길을 무시하고 임도를 따라 30분가량 꾸준히 오르면 밤나무밭이 끝나는 곳에 집채보다 큰 절벽이 막아서는데 그 아래에 불상이 설치된 동굴이 뚫려 있다. 높이 40㎝가량의 돌 현판에 구천암이라고 표시돼 있는 이 동굴에 들어서니 안이 의외로 널따랗다. 약 33㎡(10평) 남짓한 공간에 불상 3개가 있고 오른쪽에는 물이 철철 넘치는 암반수 샘터가 있다. 구곡마을 주민들이 '약물탕'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한 바가지 받아 마셔보니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냉기에 몸이 떨릴 지경이다. 맛 또한 달콤하면서도 나무 뿌리의 향이 배여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암반수라고 한다.

병풍바위에서 되돌아 보면 옥교봉 정상과 탕건바위가 보인다.

 

동굴 앞에서 나와 왼쪽으로 길을 잡고 오른다. 3분 후 능선 삼거리에 닿으면 길은 편하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1분 후 자연적으로 생겨난 듯한 제단을 지난다. 그 용도가 궁금하지만 이름이 없고 주민들도 잘 모르니 알 길은 없다.

선명한 능선길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삼거리다. 왼쪽은 밀양시 교동 춘복마을에서 올라오는 기존 등산로다. 오른쪽으로 꺾어 2분만 가면 GPS상 431m봉 인근의 바위전망대다. 북쪽의 옥교봉 정상은 물론이고 서쪽으로 밀양 시가지와 종남산 덕대산 영축산 등이 훤히 드러난다. 또 동쪽으로는 흰덤봉 보두산 낙화산 구만산 육화산 등이 한눈에 들고 북동쪽 멀리는 오래산성과 대남바위산까지 드러난다. 전망대에서 15분쯤 능선길을 따르면 갈림길을 지난다. 오른쪽은 구곡마을로 내려 서는 길. 정상 방향으로 직진하는 길은 서서히 오르막이 가팔라지며 크고 작은 바위들도 더 많이 나타나는 길이다. 7분 후 만어산 칠탄산 산성산 등이 모조리 조망되는 왼쪽 전망대를 통과해 5분만 더 가면 '옥교산 538.4m'라는 표석이 반기는 옥교봉 정상이다. 정상 주변은 잡목이 많아 조망이 별로다.

밀양 옥교봉 탕건바위에서 내려서는 직벽은 로프가 있는 위험구간이다.

 

진행 방향으로 살짝 내려선 뒤 다시 약간 오르막을 치면 10분 후 우뚝 솟아난 갈라진 바위를 만난다. 생긴 모양이 상투머리 위에 덮어 쓰는 탕건을 닮았다고 해 '탕건바위'로 불리는 전망대다. 양쪽 바위 사이로 올라서면 북쪽 멀리 화악산과 위화악산 등이 드러나고 가까운 560.8m봉, 그리고 봉우리 중턱의 바위전망대인 '병풍바위'가 보인다. 오른쪽 아래로는 구곡마을과 밀양강도 훤히 드러난다. 탕건바위에서는 5m가량의 로프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자신이 없으면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된다. 안부를 거쳐 병풍바위를 오르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10분 후 편평한 상단부에 멋들어진 소나무가 서 있는 병풍바위 위에 선다. 조금 전 거쳐온 탕건바위와 옥교봉 정상부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구곡마을 오른쪽 멀리는 밀양 시가지가 드러난다.

병풍바위에서 좀 더 가면 돌담이 있는 무덤을 지나고 곧바로 우측에 작은 돌탑이 서 있는 560.8m봉을 통과한다. 상단부는 편평한 고원지대다. 10분 후 안부갈림길에서는 오른쪽 직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왼쪽은 말치고개를 지나 화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이지만 우측 길을 따라야만 구곡마을로 원점회귀할 수 있다. 나무들이 쓰러져 있어 길이 희미하다. 5분 후 작은 민둥봉(545봉)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가는 길도 쓰러진 나무들로 인해 발길이 더디긴 마찬가지다. 5분 후 살짝 올라선 작은 둔덕 왼쪽에 전망대가 있다. 동창천과 청도천이 합쳐져 밀양강이 되는 유천교 일대와 경부선 철도 상동역 일대가 훤히 드러나고 눈을 조금만 들면 철마산과 오래산성 대남바위산 등이 보인다.

이후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 길은 다시 뚜렷해진다. 20분 후 Y자로 갈림길에서는 작은 방공호가 있는 오른쪽 길을 따라야 하는데 혼동하기 쉬우니 근교산 취재팀 리본을 참고하자. 15분 후 작은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상의 바위 전망대에 잠시 들러 풍광을 바라본다. 굽이쳐 흐르는 밀양강 가의 철로 위로 경부선 열차가 달리고 있다. '조가비만당'이라고 불리는 이 마지막 전망대에서 다시 30m쯤 되돌아 나가 조금 전 갈림길에서 본격적인 내리막을 탄다. 3분 후 벽진 이씨 묘를 지나 계속 내려서면 15분 후 무덤 7~8기가 모여 있는 묘지를 왼쪽에 끼고 마을 쪽으로 향한다. 대나무밭과 구곡소류지 옆을 지나 출발지인 정자나무 쉼터까지는 10분이면 충분하다.

◆ 떠나기 전에

- "약물탕은 나병 중풍 효험 있다는 설에서 붙은 이름"


옥교봉 산행 초반에 만나는 절벽 밑 동굴. '약물탕'이라는 샘이 있다.

 

밀양 옥교봉 원점회귀 코스 답사를 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이 몇 가지 확인됐다. 우선 지금까지 일반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동굴 속 샘터인 '약물탕'의 존재를 발굴한 것이다. 구곡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이 샘물은 바위 동굴 속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지난 50년간 딱 한 차례 물이 말랐을 뿐 그 외에는 가뭄이 아무리 극심해도 결코 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은 바위에 깊이 박혀 있는 자목나무의 뿌리가 끊임없이 샘물을 분출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또 약물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옛날 선조 때부터 이 샘물을 많이 마시면 나병 중풍 등의 중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당초에는 지금과 같이 동굴 내부가 넓지 않았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누군가가 기도처로 삼으려 일부러 확장했다고 한다. 구곡마을 주민 장용암(73) 씨는 "원래 약물탕은 여자의 음부를 닮았으며 물줄기도 좌우로 갈라져 나왔는데 누군가 훼손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현재는 작은 관으로 물줄기를 모아 놓았다.

또 다른 성과로는 옥교봉 정상 지나 만나는 갈라진 바위 전망대를 탕건바위, 그 맞은편 절벽 전망대를 병풍바위로 각각 부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옥교봉 산행지도에서 탕건바위나 병풍바위 등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구곡마을에서 바라볼 때 가장 긴 계곡인 일명 '진골'에는 비가 많이 내릴 때 폭포로 변하는 바위도 있다.


◆ 교통편

 

- 밀양역까지 열차 이용 후 2시간 간격 구곡마을행 버스로

부산역에서 밀양역까지 열차를 이용한다. 새벽 5시1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요금은 무궁화호 3600원, 새마을호 5300원, KTX 8100원(성인 일반실 기준)이다. 밀양역에서는 밀양버스터미널로 이동 후 구곡마을로 가는 마을버스(영남교통)를 이용한다. 오전 6시30분과 7시10분, 9시, 10시10분, 낮 12시(이후 2시간 간격) 등 하루 9회 운행하며 산행 후 구곡마을에서는 오후 6시40분에 막차가 떠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IC에서 내려 24번 국도를 타고 밀양 방면으로 가다 긴늪사거리에서 직진, 밀산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빠져서 3㎞쯤 가면 구곡마을 표지판이 보인다. 구곡마을 정자나무 쉼터 주변에 승용차 10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다.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사진=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글=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옥교산 들머리에서 본 옥교산의 전경. 이번 산행에서 걸을 수 있는 능선들이 모두 보인다.


병풍바위에서 본 탕건 바위와 취재팀이 돌아 온 능선길을 볼 수 있다.


병풍바위에서 본 들머리와 밀양의 산

S자로 돌아가는 밀양강의 모습

옥교산 산행에서 볼 수 있는 밀양강과 상동역 그리고 유천리의 모습을 생생이 볼 수 있다.


 상동면의 들판과 그 뒤로 보담산 낙화산 중산의 능선들이 감싸고 있는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728x90

+ Recent posts